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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패러다임 변화

기술, 글로벌, 그린, 상생…4가지 新경영으로 ‘생존’과 ‘성장’을 잡아라

DBR | 50호 (2010년 2월 Issue 1)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를 필두로 유수의 금융 기관들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이번 금융위기는 대공황 때와 상당히 유사하며 회복 때까지 최소한 3, 4년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1년 남짓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평가가 다소 과장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가 향후 글로벌 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향후 1, 2년간 글로벌 경제는 경기 회복 속도와 정부의 대응에 따라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며, 기업들도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 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특히 산업 구조 및 각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어떠한 구조적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한국 기업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에는 어떠한 시사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은 제조업, 중국은 내수로… 글로벌 산업 지도가 바뀐다
아놀드 토인비가 역저인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해석하고 창조적 소수에 의한 발전을 역사의 결정 요인으로 파악했듯이 향후 산업의 모습은 위기 이후 도전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창조적 대응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주요국의 정부 정책도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금융위기를 ‘경제 체질 변화’와 ‘신성장 산업 진출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금융·내수 중심에서 제조·수출 중심으로 경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데, 특히 지식과 연구개발(R&D) 기반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중국도 수출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를 중시하는 쪽으로 중국 경제 모델 자체를 수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 전략의 변화에 따라 경제 및 글로벌 산업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대공황 시에는 미국 자동차 회사가 300개에서 4개로 축소되고,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 중 14개사가 탈락한 것처럼 이번 위기로 기업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게 증대되고 있다. 과거 1등 기업들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2009년 상반기 중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기업 순위도 급변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금융위기로 제조-금융 결합 모델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의 등장으로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도요타는 북미 시장과 고급차에 편중된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경시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뉴 노멀’ 시대에는 과연 어떠한 산업 구조의 구조적이고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6가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소개한다.

 
1) 산업 리더십 발휘할 ‘차이나 파워’
먼저, 중국의 글로벌 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번 위기에서 4조2000억 위안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고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의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직 미국 경제의 소비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므로 중국의 수출도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내수 중심형 경기 부양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중국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9, 10%대의 경제 성장률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위기 이후 중국으로의 부의 이동이 지속되면 산업 분야에도 큰 구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1∼3월 사이 중국 주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10대 산업 진흥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주요 10대 산업을 대상으로 ①내수 확대 및 해외 시장 점유율 유지 ②재정·금융 지원 ③기술 혁신·개조 지원 ④기업의 인수합병(M&A) 추진 ⑤총량 규제 및 낙후 시설 도태를 통한 산업 구조조정을 향후 3년간(2009∼2011년) 실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전까지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외국 기업의 유치를 통해 외국 기술을 배우는 수동적 입장이었다면, 위기 이후에는 자국 경제력의 상승세를 이용하여 주요 산업에 있어 선진국과의 격차를 단시간에 줄여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데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지난해 차 판매량은 1350만 대로서 미국(1000만여 대)을 누르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1500만 대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작년 초 자동차 산업 조정 및 진흥 계획을 발표하고 디이자동차, 둥펑자동차 등 4개 대형업체를 전국 단위 합병 선도 업체로 지정하고 M&A를 통해 국내업체 대형화에 나서는 한편, 주요 해외 자동차업체의 M&A에도 적극 나섰다. 2009년 10월 텅중중공업이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리그룹이 포드자동차의 스웨덴 자회사인 볼보를 사실상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빅3’ 업체가 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자동차 선도 업체들 간에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 위치도 확고해지고 있다. 중국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중국의 글로벌 산업 리더십 제고 노력은 반도체, 조선 등 타산업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의 경우 중국 정부의 ‘자국 발주, 자국 건조’ 원칙의 영향으로 수주와 건조 양면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경쟁적인 과잉 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산업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한다는 계획인데, 철강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강업은 과잉 생산 능력이 약 2억t에 이르는 상황인데도 추가적으로 5800만t 규모의 설비가 건설 중이다. 중국 정부는 중소형 업체의 통폐합을 통해 상위 5대 업체의 철강 생산 비중을 현재 약 30%에서 3년 내에 4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다양한 애로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중국 정책은 선도 업체들의 생산량 변화를 통해 글로벌 철강업의 지도를 바꾸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2) 신흥 시장의 역습
신흥국의 내수 시장 확대가 글로벌 생산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앞서 중국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국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 이외에도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처럼 위기 중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꽤 많다.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시장(많은 인구)과 자원을 겸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개념 대신, 비시스(BICIs·브라질,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를 제시한 바 있고,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라는 개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들 신흥국들이 내수 부양 정책을 쓴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인구 대국 중산층의 급속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을 두고 브랜드와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한 선진국 기업들과 정부 지원과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한 현지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GM은 제2본사의 중국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코카콜라도 추가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현지 기업 중에는 백색 가전 분야의 하이얼과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서 좀 더 효과적인 내수 시장 확보를 위해 현지 완결형 경영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과거 생산 기지형 및 현지 지향형 경영에서 벗어나 현지의 경영 자원을 기획, 생산, R&D, 판매 등 가치 사슬 전반에 최대한 투입하는 현지 완결형으로 해외 기업의 경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시장의 소비자 선호 또한 글로벌 주요 산업의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상당 기간 침체가 예상되는 선진국 시장의 중대형, 고가차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서 신흥국의 소형차·저가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GM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에 4000달러 이하의 초저가 자동차 판매를 서두르고 있으며, 포드는 인도 내수용 1만 달러 이하 저가 자동차 생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요타는 인도, 브라질, 중국 등지에서 8000달러대 저가차를 연간 50만 대 규모로 생산하기로 했고, 혼다도 ‘피트’를 기반한 8000달러대 저가차를 태국에서 생산해 인도, 중국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휴대전화 업계의 강자인 노키아도 신흥 시장 현지화 전략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 대형 및 중소 유통망 연대 강화 및 중국 내의 R&D 투자로 점유율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신흥국 기업들의 위상도 크게 올라가며 글로벌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표에서 신흥국 기업 중 <포춘> 500대 기업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번 위기를 전후로 확산되고 있는 신흥국 기업에 의한 선진국 기업 M&A, 이른바 역(逆) M&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녹색화의 진전
글로벌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는 녹색 경제(Green Economy)로의 전환이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회의가 알맹이 없는 말잔치로 끝났다는 비판도 있지만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잠정적 합의이기는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구체화되면 과거 산업 혁명에 비견될 정도의 대변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녹색 신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는 40%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향후 경기 회복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녹색 신산업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조사 전문 기관 클린에지 등은 10년 후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 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의 3배, 탄소 배출권 시장은 10∼1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폐기물, 쓰레기, 물 등의 재활용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시 광산업은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녹색화는 기존 산업 구조에도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산업 내 핵심 가치와 가치 사슬이 변모하고 이러한 변화는 전후방 연관 효과를 통해 관련 산업 구조를 재편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가 일반화되면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전자 제어 장치, 전지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내연 기관에만 있는 부품 산업의 입지는 점차 축소될 것이다. 전력 산업에서는 충전 인프라가 새로운 전력 판매 수입원으로 떠오를 것이며, 기존 주유소는 충전 방식에 따라 전지 교환소로 변모하거나 업종 전환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건설 산업도 풍력, 태양열, 지열 등을 이용한 난방, 고단열 소재, 고효율 전기 제어 시스템을 갖춘 그린 빌딩의 확산과 기존 건물의 ‘녹색 리모델링’이 확산될 것이다. 미래 철강 산업의 경쟁력도 탄소 감축 공정 기술 및 이산화탄소포집및저장(CCS) 기술 개발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 경제화가 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이기도 하지만 당장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녹색화는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지난해 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됐고, 당장 올해부터 에너지 목표 관리제가 시행된다.
 
시기가 늦고 빠르고가 문제지, 녹색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녹색화의 진전 여부가 미래의 산업·기업 재편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자동차, 건설 등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녹색 성장 기회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
 
4) 컨버전스(Convergence)와 하이브리드(Hybrid) 가속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융·복합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09년이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고 수습하는 한 해였다면 2010년은 소극적인 불황 경영을 마감하고 다시 생존과 변화, 질적인 성장을 위해 적극적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종 산업 간 결합을 통한 폭발적인 시너지 창출을 주목하고 있다. 다른 업종으로의 영역 확장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진행돼왔지만 위기 이후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신성장 동력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수립을 위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통신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과 유무선전화, 인터넷TV(IPTV)가 결합한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신과 금융 상품의 결합에도 도전하고 있다.
 
과학 분야 내에서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로봇기술(RT) 등의 기술 융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발, 섬유, 조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사양 산업군으로 분류됐던 기업들이 IT를 접목해 개발한 기술로 적극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업종 내 경쟁뿐 아니라 소비자를 중심으로 전 업종이 경쟁하는 업종 간 무한 경쟁 시대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만 고집하고 수요를 더 창출하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존 상품의 장점만을 결합한 최상의 상품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마케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5) 선진국의 기술 반격과 ‘녹색 장벽’ 강화
선진국의 기술 반격으로 기술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동안 선진국이 강점을 보여온 금융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수익 창출력이 현저히 약화됐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금융 산업만의 단독 성장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선진국은 원가 기반의 제조업보다는 R&D와 소프트 경쟁력을 활용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주축이 돼 R&D를 기반으로 한 첨단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전력 공급 체계를 개량하는 일명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34억 달러의 정부 예산을 약속하는 등 총 81억 달러에 달하는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첨단 제조업 재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제조업 기반의 그린 산업 육성책을 내놓고 태양 전지, 고연비차, 절전형 가전 등에 집중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 지적 재산권과 표준화를 활용한 선진국 기업들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천 기술 분야의 우위를 십분 활용해 신흥국 후발 기업들의 우회 특허를 차단하고 자사의 기술을 표준 기술로 채택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라이선스 수익 창출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녹색 장벽’ 강화를 통해 신흥국 기업들의 수출을 견제하려는 조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신(新)화학물질관리제도(REACH)’가 좋은 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6∼12월까지 국가별 위반 사례 122건 중 중국산 제품이 92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국가들이 온실가스와 관련해 일정 기준 이하의 제품이 수입되면 이 제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국경세(border tax)나 탄소세(carbon tax) 도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 신상생 경영 코드 부각
신상생·공존형 경영 코드도 중요해진다. 시장 근본주의가 퇴조하고 이해관계자가 중시되는 경향을 반영해 성장의 저변 확대를 위한 ‘상생 파트너십’이 강조되는 신상생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상생 경영의 핵심은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있다. 이전의 상생 개념이 사업의 부정적 이미지 해소 차원, 비용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를 지원하는 활동이었다면, 새로운 상생은 이해관계자 지원을 통해 가치 사슬 상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파트너들과 지분 투자, R&D, 사업 발굴 등을 통해 공동 성장을 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구글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협력사들과 구글 클러스터라는 열린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사인 MS보다 더 편리하고 표준화된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업계 내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P&G도 최고경영자(CEO)가 기업 내부 역량에 의존한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매년 5%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R&D 개념을 고객사들과 상생을 통한 ‘연결개발(C&D·Connect & Development)’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부나 자선과 같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기업의 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담보 소액 신용 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이나 공정 무역 동참으로 사회에 대한 공익성을 가미하는 한편 미래 잠재적 소비 계층을 확보, 이를 통해 기업의 이윤 창출로 연결하려는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착한 기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미들마켓(Middle Market·중산층 소비자가 주요 타깃인 시장)에서 벗어나 ‘최하 소득계층(BOP· Bottom of the Pyramid)’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공헌과 이윤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일본 기업들의 노력을 집중 조명한 것도 향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확대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4신 경영’으로 ‘신샌드위치 현상’에 대비하라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의 ‘힘’과 ‘축’의 변화가 자신이 속한 산업과 경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세한 부분까지 간파하여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경제·경영 환경하에서 우리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4신 경영: 신기술, 신글로벌, 신그린, 신상생’을 전략적 원칙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선전을 이끌었던 중국 특수와 환율 효과 등 유리한 환경이 소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의 기술 샌드위치 상황에 빠져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신샌드위치 상황’은 중국 등 신흥국이 해외 M&A 등으로 기술 경쟁력을 대폭 높이고, 궁지에 몰린 선진국들이 최첨단 기술 개발로 멀찌감치 앞서가는 시나리오를 말한다. 한국 기업들의 ‘신기술 경영’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제품의 주기가 더 짧아지고, 기술 선도 기업과 후발 주자의 간극도 좁혀질 것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자유로운 연구 여건 조성과 과감하고 효율적인 R&D 활동을 통한 독자적 기술 개발과 혁신이 필요하다. 일단 획득된 기술을 축적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이를 관리하는 인력을 보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단계로 스피드와 방향성을 최적화한 시너지 경영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둘째, 한국 기업들은 향후 폭발하는 중산층 인구와 내수 시장 등 신흥국이 제공하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각 산업 부문에서 이들 국가를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만드는 방법 등 ‘신글로벌 경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은 R&D, 제품 개발에서 마케팅 등 핵심 기능을 신흥국 시장 여건에 맞도록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더 나아가 진출 대상국의 문화까지도 고려해 판매 전략을 짜는 ‘다문화’ 기업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우선 중국과 신흥국들이 제공하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산업 각 부문에서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창의적인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인재 역시 과거의 ‘주재원 마인드’에서 세계 어느 지역에 배치되더라도 그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현지 로컬 기업과 기술 이전, 공동 판매 등 제휴 관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사업 진출에 따르는 초기 진입 비용을 줄이고, 현지 정부의 보호주의를 우회해 역차별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녹색 경제로의 전환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따라서 이에 대응한 ‘신그린 경영’ 전략은 향후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신그린 경영은 협력을 통한 가치 사슬 전반의 그린화로, 구매-생산-판매 가치 과정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정책 및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기업, 소비자,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강화로 환경 규제에 총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대응하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신성장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공동 성장을 위한 ‘새로운 상생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윈-윈 전략을 수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융·복합화 가속화, 아웃소싱 확대 등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단일 기업이 아닌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이 공동 이해로 묶인 ‘기업 생태계’ 간의 경쟁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중소기업 간의 수직적인 종속 관계를 벗어나,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기술 및 관리 노하우 전수, 공동 제품 개발, 경영 컨설팅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협력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태계 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쌍방향 파트너십’에 기반한 상생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애플은 2000년대 초 핵심 사업인 PC 사업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무리한 R&D 등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아이팟, 아이튠스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2003년(70억 달러)의 28배인 1937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위기 돌파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애플의 제2의 성장기는 디자인 혁신과 감성 마케팅 등 경영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마니아 중심에서 소비자·시장 지향으로 기술 혁신의 중심을 이동하는 방법으로 주력 사업을 적기에 전환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선택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엇갈리는 대전환기인 ‘뉴 노멀’ 시대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애플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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