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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스캔들에 불을 붙인다.

김호 | 50호 (2010년 2월 Issue 1)


‘스캔들’의 어원은 ‘덫(trap)’ 혹은 ‘장애물(stumbling block)’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캔들은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둘째, 개인이나 조직의 명성에 흠집을 낸다. 셋째, 사실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거짓이나 루머에 의해 촉발되거나 더 확장될 수 있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가 2009년 말 인생 최대의 장애물을 만났다. 이미 구글에서 ‘Tiger Woods Scandal’이라고 치면 2600만 개가 넘는 기사나 포스팅이 검색된다. 전 세계적인 유명인인만큼, 새벽의 자동차 사고에서 시작된 타이거 우즈 스캔들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유명인은 ‘걸어 다니는 기업’에 비유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단순히 한 개인을 뛰어넘는다. 유명인의 위기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웬만한 기업의 위기와 견줄 만하다는 뜻이다. 유명인이 스캔들이라는 위기를 만났을 때, 지인들의 조언이나 개인적 판단에만 의존해 대응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2, 3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유명인들의 다양한 스캔들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2007년 우리 사회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다.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사태가 불거졌을 때 당연히 언론은 변양균 실장과 접촉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이틀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회피하다가 결국은 “신정아 씨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달랐다.
 
사례 2
2006년 정지영 전 SBS 아나운서는 출간한 지 9개월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 번역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출판사측은 “우리하고 정식으로 번역 계약을 해서 정지영 아나운서가 직접 번역한 게 맞다”고 대응했지만 이는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사건이 터지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정지영 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고 인세로 받은 8100만 원을 환원한 뒤 한동안 방송을 떠나 있어야 했다. 현재 <마시멜로 이야기>는 ‘정지영 번역’에서 ‘김경환·정지영 공역’으로 바뀌어 판매되고 있다.
 
사례 3
2007년 8월 연극배우 윤석화 씨가 학력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는 유명 영어강사 이지영 씨, 영화배우 장미희 씨, MC 강석 씨, 정경수 앵커, 지광 스님에 이르기까지 유명인들의 학력 논란이 거의 ‘시리즈’로 나오던 때였다. 30년 가까이 이화여대 출신으로 행세했던 윤 씨는 한 언론사가 그녀의 학력 위조에 대한 취재망을 좁혀오자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저는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습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린 후 기자회견을 했다. 그녀 역시 한동안 연극계를 떠나 있었다.
 
사례 4
영화배우 정우성 씨가 2009년 8월 일본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치(kimchi)’라고 쓸 것을 ‘기무치(kimu-chi)’라고 적었다. 언론과 인터넷에는 그가 ‘기무치’라고 쓴 화면이 캡쳐되어 돌아다녔고, 비판이 쏟아졌다. 정우성 씨 소속사에서는 “본인이 작성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했다. 결국 방송한 지 5일이 지나 정우성 씨가 직접 나서서 보도자료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사과했다. 곧 이 사건은 잠잠해졌다.
 
이처럼 유명인에게 스캔들은 당연히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스캔들에 대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①대응 콘텐츠:대응 콘텐츠의 수위에는 크게 4가지 스펙트럼이 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체적인 진실을 밝히거나(honesty), 대응은 하되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거나(don’t lie), 침묵을 하거나(silence), 거짓말 혹은 남을 탓하는 사례(lie or blame)가 그것이다. 덮어버리려 할수록 오히려 더 증폭되는 것이 스캔들의 특성이다. 따라서 절대 피해야 할 대응 전략은 ‘거짓말’이다. 정우성 씨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실수만 사과해도 될 것을 결국 소속사의 거짓말까지 함께 사과해야 했다.
 
위기관리에서 ‘거짓말 하지 말라(don’t lie)’는 원칙은 단순히 윤리적 차원의 원칙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대는 격이라는 것을 전문가들은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원칙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다. 흔히 언론에서 많이 지적하는 ‘은폐’ ‘축소’는 원래 실수나 잘못을 더 큰 위기로 만드는 대표적 유형이다.
 
②대응 타이밍:그럼 침묵은 어떨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캔들이란 이미 세상에 많이 알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보통 침묵을 권하진 않는다. 침묵을 대응 전략으로 선택한다 하더라도 무작정 침묵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땐 왜 침묵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함께 짤막하게라도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 대표적인 예가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일 때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장 발표가 오히려 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소송이 아직 결론 나지 않아 뭐라 언급하기 힘들다”는 정도로 침묵을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침묵은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고, 비난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지영 씨는 대리번역이 문제가 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과하고 자신의 입장과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정 씨 스스로도 “많이 늦었다”라고 평할 만큼 그녀의 침묵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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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hoh.kim@thelabh.com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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