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도 감춰진 사실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조사 업체인 앱스파이어에 의하면 앱스토어에 등록된 10만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중 실제 사용자들이 다운로드한 어플리케이션은 2만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앱스토어의 톱5(Top 5)에 등록될 경우 사용자의 51.5%가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고작 2% 미만의 사용자들만 이용할 정도로 이용률이 미미한 편이다. 장르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리하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의미 있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 않고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품질도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왜 애플의 앱스토어는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는 것일까? 애플의 앱스토어는 그 자체의 실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보기 어렵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독자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사의 아이폰 및 아이팟 터치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판매를 위한 촉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후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후광 효과 전략이란 구매자들이 어떤 제품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특정 제품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다른 두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이들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즉,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아이팟, 아이폰과 연계함으로써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를 유도해냈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아이폰 판매로 연결하는 후광 효과 전략을 극대화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폰이라는 획기적 제품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앱스토어를 보는 시각과 사업자 역량이 열쇠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모두 애플의 영광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자사의 앱스토어를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그리고 앱스토어를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애플 앱스토어의 환상을 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물론 앱스토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은 낼 수 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철저하게 수익 보조 수단으로 여겼지, 이를 절대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만약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면 사업자들은 단기적인 목표를 채우기 위해 급급해진다. 앱스토어는 굉장히 긴 롱테일(Long Tail)형의 시장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수직적으로 계열화된 단일 플랫폼을 갖지 못한 사업자라면 그 속도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또, 기존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새로 시작한 앱스토어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아이폰, 아이팟 터치라는 기존 제품과 앱스토어가 완벽하게 연계되어 후광 효과 전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가 이러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앱스토어가 다른 서비스나 제품과 연계되지 않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애플의 그것만 못하고 고객들의 참여도 저조해진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앱스토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앱스토어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앱스토어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 2009년은 ‘앱스토어의 해’였다. 많은 사업자들이 앱스토어 드림(App Store Dream)을 갖고 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준비된 자만이 영화를 누릴 수 있다. 구글의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는 앱스토어가 유행(Fad)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며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앱스토어 사업 진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하고, 자사의 핵심 역량과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의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편집자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김상훈 교수가 주도하는 비즈트렌드연구회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유행처럼 흘러가는 수많은 비즈니스 트렌드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력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