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 콕 찌르는 신사업 비결

43호 (2009년 10월 Issue 2)

한 달에 한 번 옛 반상가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서울 명동의 한식당을 찾는다. 지식을 함께 나누는 정기 모임이 이곳에서 늘 열리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참 귀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 특히 고정 멤버인 신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와 엔도르핀이 충만해지는 걸 느낀다.
 
얼마 전 모임을 마치고 신 사장님과 명동 일대를 거닐었다. 청명한 가을 오후의 명동은 쇼핑과 관광을 즐기려는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이들과 일본어로 흥정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명동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국적 브랜드가 격돌하는 현장인 명동 한복판에서 패션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이 눈에 띄었다. 신 사장님께 ‘자라’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지나는 길에 가끔 봤을 뿐 브랜드 특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주제는 자연스레 자라로 옮겨갔다. 자라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로, 잘 팔릴 만한 스타일을 빠르게 디자인하고 상품화해 비행기로 전 세계 매장에 주 2회 배송한다. 잘 팔리는 상품은 더 많이 만들고, 안 팔리는 디자인은 더는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으로 최신 패션을 즐기려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자코 자라의 성공담을 듣고 있던 신 사장님이 질문을 던졌다. 자라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신사업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신 사장님 눈에서 자라가 꿈틀거리고 있는 듯했다.
 
제임스 헤스켓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전략적 서비스 비전(Strategic Service Vision·SSV)’ 모델을 소개했다. 목표 시장을 세분화해 대상 고객을 선정한 뒤에 적합한 서비스 개념을 만들어낸 다음 운영 전략을 선정하고, 그에 따른 서비스 전달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게 이 모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님은 무릎을 쳤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전화로 직원들에게 새로 구상하는 신사업의 전략적 서비스 비전을 작성해보라고 지시했을지도 모른다. 연구실로 돌아오자마자 그의 뜻을 헤아려 다음과 같은 자라의 SSV 작성 사례를 e메일로 보냈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영과 생산 관리, 물류 등을 연구해온 김연성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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