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혁신은 산소다” GE의 생존 전략

43호 (2009년 10월 Issue 2)

GE는 2009년 5월 “앞으로 6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해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100개 이상의 의료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1000달러짜리 휴대용 심전도 측정 기기와 1만5000달러대의 개인용 컴퓨터(PC) 기반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예로 들었다. 이 두 기기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저가의 소형 기기라는 점과 개도국 외에 미국에서도 현재 팔리고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심전도 기기와 초음파 기기는 각각 인도와 중국의 농촌 지역을 목표로 개발됐으며, 현재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용도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는 GE가 이 두 기기를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 판매한 과정을 ‘역(逆)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부유한 국가의 산업용품 제조업체들이 수십 년간 채택했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방식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 방식에서는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우수한 상품을 개발한 다음 현지 상황에 맞게 변형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이 방법으로 다국적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필수적인 세계적 시장 규모 확보와 시장점유율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현지화 전략 사이에서 최적의 ‘트레이드오프(trade off)’를 만들어낼 수 있다. 부유한 국가들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국가들이 별다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시기에는 이 전략이 먹혔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대는 이미 끝났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선진국의 성장 속도는 느려졌기 때문이다.
 
GE는 값싼 심전도 기기와 초음파 기기 개발과 같은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 고가품 시장 이외의 다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데다 신흥 시장의 대기업(emerging giants)들이 유사품을 개발해 선진국 시장에서 GE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현지 시장에서 사전에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GE가 앞으로 10년간 망하지 않고 성장하려면 글로컬라이제이션 못지않게 역혁신에도 능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선진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역혁신이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배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GE가 당장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역혁신 전략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두 전략을 단순히 병행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협력하는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앙 집중화된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와 관행을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성공했다. 역혁신을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중시하는 분산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성공 요인이 이제는 역혁신의 걸림돌이다.
 
역혁신을 위해 투입하는 대부분의 자원과 인재는 해당 현지 시장에서 구하고 현지에서 관리해야 한다. 현지의 성장팀이 손익에 대해 책임을 지며, 현지 시장을 위해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판매하고 사후 관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GE의 글로벌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 신흥 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검증하고, 판로를 세계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이는 획기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고가 제품의 시장 잠식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모든 방식은 글로컬라이제이션 모델과는 정반대다. 이 글은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역혁신 간의 충돌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GE가 익힌 교훈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했다.
 
 
왜 역혁신인가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검증된 성과를 토대로 지배적인 전략 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GE는 1980년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19%인 4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컬라이제이션 덕분에 2008년 해외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970억 달러로 늘었다.
 
신흥 시장의 잠재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하면 신흥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지 않아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비자가 없었을 무렵에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각광을 받았다.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을 일부 수정한 뒤 신흥 시장에 내놓는 전략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GE도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글로컬라이제이션 덕분에 신흥 시장에서 15∼20%의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2001년 9월 이 논문의 공동 집필자인 제프리 이멜트가 GE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기업 인수보다는 회사의 유기적 성장의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멜트의 선언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당연시하던 일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GE가 개도국 시장의 상류층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도 그중 하나였다.
 
GE는 의료, 발전과 송전 사업을 심층 분석한 결과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시장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관련 시장에서 2, 3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간과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개도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당 시장 소비자의 특수한 요구와 소득을 고려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야 했다. GE의 경영진은 이를 깨닫고,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핵심 논제 2가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정 1 신흥 시장 경제는 일반적으로 과거 선진국이 걸어온 길을 답습할 것이다.  현실은 달랐다. 개도국은 선진국과 같은 경로를 밟지 않았다. 혁신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선진국을 크게 앞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1인당 소득이 훨씬 작다. 개도국 소비자들은 적당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초저가로 구매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비교해 50% 수준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15% 수준의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다. 선진국은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서 구축한 수많은 사회간접자본을 보유한 반면, 개도국은 인프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개도국들은 예측 불가능한 유가와 유비쿼터스 무선 기술 등 오늘날 직면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맞설 수 있는 통신, 에너지, 교통 관련 제품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 인도는 지속 가능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보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앞서 여러 환경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것이 단지 이론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다. 신흥 시장은 저비용 의료 장비,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 태양열, 풍력, 바이오 연료, 분산 발전, 배터리, 담수화, 소액 금융, 전기 자동차, 초저가 주택 등의 분야에서 혁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가정 2 개도국의 특화된 수요에 맞춘 제품은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팔리지 않을 것이다.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제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거나 새로운 용도를 개척함으로써 선진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GE의 미국 내 의료 사업 매출의 대부분은 우수한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의료 개혁, 즉 의료 서비스 범위는 확대하되 의료 수가는 줄어드는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가 제품 수를 50% 정도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MRI와 같은 하이테크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인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발열 장치가 부착된 요람과 같이 좀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요람은 인도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지만, 추위로 인한 영아 사망률이 높은 미국 내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다.
 
기술은 까다로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때까지 개선된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과거에는 영상 촬영을 위해 구형 장비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이제는 소형 초음파 기기만 있으면 충분하다(HBR TIP ‘역혁신 사례’ 참조). GE가 2000만 달러에 체코의 항공업체를 인수할 당시 확보한 항공기 엔진 기술도 마찬가지다. GE는 추가로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체코 회사가 보유한 엔진 기술을 개량했고, 이 기술로 선진국의 소형 터보프롭 항공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프랫&휘트니의 아성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GE가 제시하는 가격은 프랫 사의 절반에 불과하다.
 
HBR TIP 역혁신 사례
 
1. 초기 제품
GE는 1990년대 초 미국과 일본에서 개발한 기계로 중국의 초음파 기기 시장을 공략했다.
● 기존 초음파 기기 가격(2002년): 10만 달러 이상
● 주요 고객: 최첨단 병원 영상센터
● 주요 용도: 심장질환(심장 내에 위치한 혈관이나 혈류 측정), 산부인과(태아 건강 검진), 일반 방사선(전립선 건강 평가 등)
하지만 부피가 크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GE 기기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2. 개도국 시장 교란
2002년 중국의 현지 팀은 GE의 글로벌 자원을 활용해 탐침(探針) 및 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노트북을 기반으로 하는 저렴한 휴대용 기기를 개발했다.
 
● 휴대용 초음파 기기 가격(2002년): 3만∼4만 달러
● 주요 고객: 중국 - 시골에 위치한 고객, 미국 - 구급차 및 응급실
● 주요 용도: 중국 - 간 비대증, 담석 확인
미국 - 응급실에서 자궁 외 임신 진단을 위해 사용
사고 현장에서 심막 주위 체액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
수술실에서 마취에 사용할 관을 삽입하기 위해 활용
● 휴대용 초음파 기기 가격(2007년): 1만5000달러
2007년 이 팀은 한층 더 저렴한 모델을 선보였고, 중국 내 매출은 급증했다.
 
3. 새로운 글로벌 시장
● 휴대용 초음파 기기 세계 시장 매출
휴대용 초음파 기기 가격(2009년): 1만5000∼10만 달러
기존 초음파 기기 가격(2009년): 10만∼35만 달러
400만 달러(2002년): 2억7800만 달러(2008년)
컴퓨터 기반 모델의 고가 제품은 기술 발전 덕분에 재래식 장비로 처리하던 방사선 및 산부인과용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신흥 시장 추격자를 기선 제압
GE 경영진은 금융 위기로 세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기 전부터 개도국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야심 찬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신흥 시장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불황이 끝나면 선진국들은 -1∼3%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장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 시장은 선진국보다 2, 3배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GE의 고위 관리자들은 10여 년 전 세계 시장을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나머지’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중동, 브라질, 캐나다, 호주, 러시아와 같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 중국과 인도 등 ‘인재가 풍부한 국가’로 나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오히려 ‘나머지’ 지역이 됐다. 시장 방어를 위해 역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GE가 가난한 나라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이 결과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민드레이, 수즐론, 골드윈드, 하이얼 등 개도국 경쟁 회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GE의 주력 시장에서는 인도보다 중국 기업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운송 및 발전 부문에서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GE 발전(GE Power Generation)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 아프리카에서 이미 중국 기업들과 맞닥뜨리고 있다. GE가 언젠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이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전망이다. GE는 지멘스, 필립스, 롤스로이스 등 기존 경쟁사를 매우 존중한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GE를 무너뜨릴 수 없다. GE는 이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 기업들은 새로운 가격과 성능의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GE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역혁신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산소처럼 말이다.
 
 
두 모델의 충돌
지난 30년간 글로벌 전략은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통했다. 크리스토퍼 바틀릿과 수만트라 고샬이 내놓은 ‘다국적’ 전략부터 판카즈 게마와트의 ‘적응(adaptation)-집적(aggregation)’ 트레이드오프까지, 현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전략들은 모두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범주에 속한다. 조직은 전략을 따르기 때문에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당연히 다국적 기업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형성한다.
 
GE도 이러한 사례다. GE는 30년 동안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모든 권한과 손익에 대한 책임은 선진국에 위치한 글로벌 사업부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개발(R&D), 제조, 마케팅 등 주요 사업 기능도 본사에 몰려 있었다. 해외 인재를 활용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R&D센터 및 제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지만, 그 후에도 부유한 국가에 판매하는 제품에 주력했다. 이 접근 방법은 엄청난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역혁신을 추진하지 못하게 만든다. GE 헬스케어 인도 사업부를 맡고 있는 벤카트라만 라자의 사례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GE 헬스케어는 기본적인 수술에 사용되는 엑스레이 영상 장비인 ‘Surgical C-arm’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병원에 판매하기 위해 개발한 고가 제품이라 인도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라자는 2005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놨다. 그는 인도 시장을 겨냥해 단순하고, 조작이 간편하며, 저렴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합리적인 제안이었지만 당연히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당신이 라자처럼 개도국의 GE 사업부 총괄책임자라면, 이처럼 답답한 현실에 부딪혔을 것이다. 전반적인 관리 업무나 제품 개발에 대한 책임조차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도국 GE 사업부의 최고책임자에게는 GE가 세계 시장에 선보인 제품을 현지에서 판매, 유통, 관리하고,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본사에서 제품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만 주어졌다. 매출을 연간 15∼20% 늘리면서 비용 증가 속도를 떨어뜨려 마진을 개선하고,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야 했다. 이들은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 제안서를 작성하는 등의 가욋일을 할 여유가 없었다.
 
다음 단계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비하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은 고민 축에도 끼지 못한다. 어렵사리 제안을 하더라도 사내에서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미국 본사 총괄책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본사의 총괄책임자는 개도국 사업부 총괄책임자의 직속상관보다 두 단계 이상 직급이 높았다. 인도 방갈로르 외곽의 시골 의원보다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세계적인 병원에 훨씬 더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개도국 사업 총괄책임자가 본사 책임자를 간신히 만나더라도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당시 인도가 GE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을 담당하는 관리자의 마음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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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이 매우 설득력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긴 했다. 하지만 단순하고 합리화된 글로벌 제품 생산 라인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글로벌 생산 담당 최고책임자에게 맞춤형 제품의 효과를 납득시켜야 했다. 또 마케팅 최고책임자를 만나 저가 상품이 GE라는 브랜드를 약화시키고 기존의 매출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 저가 상품으로 GE 전체의 마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재무 부문 최고책임자의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했다. 글로벌 R&D 최고책임자는 신흥 시장에 위치한 기술센터의 인력 등 GE의 과학자 및 엔지니어의 에너지를 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우수한 고객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길 원했다.
 
최고책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제안서 내용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더라도, 매년 자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에 부딪힌다. 본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올리는 프로젝트와 경쟁하면서 기존 업무의 분기별 성과까지 챙겨야 했다. 결국 가난한 나라를 위한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노력이 성공적인 결실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 수밖에 없다.
 
 
무게 중심의 이동
오랜 기간 반복된 구조, 관행, 태도를 바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중요한 변화에서 최고 관리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듯, GE의 최고 관리자도 이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선 관리자들이 사업 기회의 규모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조사하고, 회사 내의 각 사업부 팀들이 그와 같은 일을 추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제프리 이멜트 GE CEO는 1년에 두 번씩 중국과 인도를 방문한다. 중국을 방문할 때는 상하이에 있는 GE 연구센터에서 하루를 보낸다. 현지 사업부 소속 직원 수십 명을 따로 만나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비용점(cost points)이 어떻게 되는지, 경쟁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이런 방문을 통해 그는 회사가 더 신속하게 적용해야 할 상당한 기술 부문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멜트 회장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후진타오 주석은 그에게 중국 경제 개발에 관한 자신의 계획과 모든 중국인들에게 적정한 가격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중국 내 기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와 같은 대화가 필요하다.
 
인도를 방문했을 때는 인도 기업을 이끄는 CEO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마힌드라&마힌드라의 CEO인 아난드 마힌드라는 이때 그에게 인도 시장에서 존 디어 트랙터의 반값에 트랙터를 내놔 존 디어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드는 동시에 엄청난 수익을 올린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이런 대화로 이멜트 회장은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만 있다면 인도에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CEO나 고위 경영진의 일은 모든 사업상의 포인트를 연결하고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전략을 특정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한 달이나 분기마다 직접 점검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역혁신을 추진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CEO와 고위 경영진의 역할은, 개도국 시장에서 먹혀들 만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적 변화를 추동하는 일이다.
 
 
현지 발전 모델
GE는 새로운 조직 형태를 개발하기 위해 늘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밟아나갔다. 다른 기업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는 동시에,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경험이 있는 사내 그룹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GE의 고위 경영진은 연간 전략 리뷰 기간에 GE 헬스케어 초음파 사업 부문의 한 그룹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경험이 있음을 알아냈다.
 
GE 헬스케어의 주요 사업은 고가의 의료용 영상 장비다. 1980년대 말 당시 신기술이었던 초음파 사업의 장래는 밝았다. 초음파 기기는 다른 영상 장비처럼 병원 내의 첨단 영상센터에서 주로 사용됐다. CT나 MRI보다 영상의 질은 떨어졌지만 비용은 훨씬 저렴했다. GE 헬스케어는 초음파 부문의 최고 기업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후 10여 년간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밀워키에 위치한 본사 근처에 새로운 초음파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R&D 시설을 세웠다. 회사를 인수하고, 세계 각지에 합작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GE 헬스케어는 최첨단 기술 제품을 내놓고 산부인과, 심장학과, 일반 방사선과 등 초음파 수요가 큰 주요 시장 3곳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2000년경에는 선진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개도국 시장의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GE는 2000년 무렵 중국 합작사의 도움으로 문제를 파악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성능이 가장 중요했고, 기능을 다음으로 중시했다. 반면 중국 시장은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그 다음으로 휴대성 및 사용상의 편의 등을 고려했다.
 
중국의 의료 인프라가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업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인구 중 90% 이상은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소득이 변변치 않았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병원이나 시골의 진료소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는 최첨단 영상센터가 없었으며, 도시의 큰 병원으로 나가는 교통수단도 불편했다. 특히 환자를 도심 병원으로 이송하기가 어려웠다. 환자들이 초음파 기기가 있는 곳으로 찾아올 수 없으니, 기기를 갖춘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크고 복잡하며 값비싼 초음파 기기의 크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거나 현지 사정에 맞게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 현지 사정을 고려한 혁신적인 제품이 필요했다.
2002년 GE 헬스케어는 일반적인 노트북과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소형 초음파 기기를 처음 선보였다. 가장 저렴한 소형 초음파 기기의 가격은 3만 달러 수준이었다. 2007년 말에는 자사의 고급형 초음파 기기 가격의 15%에도 못 미치는 1만5000달러 수준의 초음파 기기를 내놨다. 저가 초음파 기기의 성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간 비대증, 담낭 질환, 위장 질환 등 기초적인 질환을 진단하는 시골 의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설계 덕분에 기기 변용이 쉬웠다. 예를 들어 의사들의 사용 행태를 관찰하고 인터페이스를 쉽게 개선할 수 있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는 현재 GE의 중국 내 초음파 사업의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저가 초음파 기기가 선진국 시장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GE는 이동성이 중요하거나 공간의 제약이 있는 곳에서 저가 소형 초음파 기기의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령 심막삼출증(심막 주위에 정상 수치보다 많은 양의 액체가 있는 경우)과 같은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소형 기기를 필요로 하는 사고 현장, 자궁 외 임신과 같은 증상을 발견하기 위해 소형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응급실, 마취 전문가가 환자의 몸에 바늘과 관을 찔러 넣기 위해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수술실 등을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는 판매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2억7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글로벌 상품군으로 떠올랐다. 불황 이전 휴대용 초음파 부문의 매출은 연간 50∼60%씩 늘어났다. 앞으로 모든 개업의들이 청진기와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내장된 소형 초음파 기기를 함께 들고 다닐 날이 올 수도 있다.
 
GE는 조직을 변칙적으로 운용해 소형 초음파 기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즉 GE 내에 여러 초음파 사업 단위가 존재했기 때문에 소형 초음파 기기를 성공리에 개발할 수 있었다. 초음파 사업부의 핵심 3개 시장은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GE는 처음 초음파 사업부를 구상하면서 글로컬라이제이션 모델을 따르려고 했다. 다시 말해 하나로 통합된 글로벌 조직을 만들려고 했다. 1995년 GE 초음파 사업부의 총책임자로 고용된 오마르 이시락은 ‘여러 담당 부서를 한데 모아두면 하나의 공통분모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결국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초음파 사업부를 3개의 독립적인 사업 단위로 운영하는 한편, 각 사업 단위에 손익의 책임을 맡기되 자신에게 모든 내용을 보고하도록 조직 구조를 바꿨다.
 
중국에서 소형 초음파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무렵, 이시락은 소형 초음파 기기는 고가 상품에 주력하는 3개 사업 단위와 공통점이 없음을 깨닫고 중국 우시(無錫)에 네 번째 독립 사업 부서를 세웠다. 현지 성장팀(LGT) 모델은 중요한 5개 원칙이 적용된 이 독립 사업부를 토대로 발전했다.  
 
1.
성장이 있는 곳에 권한이 있다.현지 성장팀이 자율성을 갖지 못하면 글로벌 비즈니스에 예속될 수밖에 없고, 개도국 시장의 고객 문제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현지 성장팀에게 전략, 조직, 제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시락은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GE의 중국 내 초음파 사업부를 맡고 있는 다이애나 탕과 J K 구(편집자주: 구자규 GE 헬스케어차이나 사장)에게 포괄적인 권한을 줬다. 오랫동안 GE에서 잔뼈가 굵은 두 전문가는 초음파 사업 경험이 많았고, 생물공학과 경영 등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또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재들이었다.
 
2. 원점에서 새로 제안하라.부국과 빈국 간에는 소득, 인프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욕구 등에서 엄청난 격차가 있다. 역혁신을 원점에서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넓은 간극을 매울 수 없다.
 
GE의 소형 초음파 기기는 기존 R&D 노력이 있었긴 했지만, 무(無)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GE는 1990년대 말 이스라엘에 위치한 제품 개발센터에서 기존 초음파 기기의 거의 모든 부분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혁신적인 설계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GE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모든 하드웨어가 구비된 거대한 제품을 대신해 표준형 고성능 컴퓨터, 초음파 탐침과 같은 특수 주변 기기, 첨단 소프트웨어 등을 계획했다.
 
이 개념은 고가 제품의 우수한 성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당시 GE 헬스케어 내부에서도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시락은 개도국 시장에서 이 새로운 제품의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중국의 관련 팀에게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개념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노트북 기반 소형 초음파 기기가 개발됐고, 중국에서 원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3.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듯 현지 성장팀을 원점에서 조직하라.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원점에서부터 조직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용 관행, 보고 구조, 직책, 업무, 업무 관계 규범, 부서별 힘의 균형 등 GE 내부의 모든 조직 ‘소프트웨어’는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맞춰 발전해왔다. 현지 성장팀은 GE의 소프트웨어를 새로 써야만 한다.
 
탕과 구는 제품 개발, 자원 확보, 제조, 마케팅, 판매, 서비스 등 전체 가치 사슬을 관리하는 사업부를 만들었다. 현지에서 필요한 전문가를 모두 채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제품을 작게 만드는 축소 기술 전문가와 소비 전력 절감 전문가, 중국 시골 지역의 의료 서비스에 특화된 상업화 팀 등이 현지 채용으로 충원됐다.
 
GE는 고가 초음파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전문 영업 사원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현지 성장팀은 규모가 방대하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국의 시골 시장 및 3급 도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딜러 망이 비용 효율적인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현지 성장팀은 또 GE 헬스케어의 세계적인 고객 지원과 부품 교체 조직을 활용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국 현지 팀을 만들었다.
 
4. 목적, 목표, 측정 기준을 현지화하라. 혁신을 위한 노력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게 마련이다.무작정 정해진 목표를 맞추려고 달려들기보다는 미리 세운 가정을 효과적으로 검증하고 신속하게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는 현지 성장팀을 위한 측정 방식 및 표준은 기존 사업체들이 사용하는 측정 방식 및 표준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E의 초음파 현지 성장팀은 중국 시골 지역 의사들이 도시 지역 의사들보다 초음파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골 지역 의사들이 초음파 기술을 얼마나 많이 경험했고, 어떤 특성이 시골 의사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따라서 의사들이 초음파 기기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시골 의사들의 초음파 기기 구매 과정의 장애물을 확인했다. 이 과정을 통해 초음파 현지 성장팀은 예상과 달리 시골 의사들이 사용의 편의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흔히 발생하는 국부적인 증상을 찾아내기 위한 1차 진료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현지 성장팀은 교육을 강조하고, 온라인 지침을 제공했다. 또 기기의 키보드를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간편한 버튼 조작만으로 일부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성공률을 측정하기 위해 고객 만족도도 추적했다.
 
이시락은 중국 현지 성장팀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GE의 보편적인 기준과는 다른 척도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중국 내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때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 제품 개발 주기를 선택했다. 또 중국 내 서비스 조직의 규모를 결정할 때도 GE 헬스케어의 글로벌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중국은 임금 수준이 낮고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판매 후 운영 중인 기기 대비 서비스 전담 직원 수를 늘리는 게 옳았다.
 
5. 현지 성장팀과 고위층의 직접 보고 체계를 수립하라.현지 성장팀은 상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현지 성장팀 담당 임원은 3가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첫 번째는 현지 성장팀과 글로벌 사업부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지 성장팀을 글로벌 R&D센터 등 GE의 자원과 연결하는 역할이다. 세 번째는 현지 성장팀이 이룩한 혁신을 선진국 시장에 선보이는 일이다. 글로벌 사업부 소속 고위 경영진, 혹은 글로벌 사업부 최고책임자만이 이 모든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중국의 현지 성장팀은 규모가 작을 때에도 이시락에게 직접 업무 내용을 보고했다. 소형 초음파 프로젝트가 출범할 당시 GE 헬스케어는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야심 찬 제품 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시락이 적극적으로 팀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중국 현지 성장팀의 엔지니어들이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됐을 것이다. 이시락은 현지 성장팀을 보호하는 동시에 팀의 자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 성장팀의 엔지니어 수는 13명에서 2007년 70명으로, 전체 직원 수는 132명에서 339명으로 늘어났다. 이시락은 이스라엘, 일본, 한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개발자 3명을 데려오는 등 GE 그룹 내 다른 사업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 성장팀의 전문가들은 업무 시간 전부를 소형 초음파 기기 개발에 쏟았으며, 세계 곳곳에 위치한 GE의 R&D센터로부터 추가로 도움을 받았다.
 
이시락은 중국의 현지 성장팀을 GE의 초음파위원회에 포함시켰다. 초음파위원회는 초음파 담당 경영진, 시장 전문가,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모임으로, 매년 세 차례 이틀간 진행되는 회의를 개최한다. 위원회 참석자들은 서로의 지식과 통찰력을 공유하고, 어떤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인가 합의한다. 위원회는 초음파 관련 지식 및 기술을 중국으로 옮겨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시락은 세계 휴대용 초음파 시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선진국 시장에서 휴대용 초음파 기기의 잠재적인 새로운 용도를 찾아냈으며, 고가 초음파 기기를 판매하는 GE의 초음파 사업부 3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현재 GE는 중국과 인도에서 10여 개가 넘는 현지 성장팀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심각한 불황에도 GE의 중국 내 사업은 올해 25% 성장했다. GE의 높은 성장률은 대체로 현지 성장팀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직 성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 발전, 송전 사업부 등 일부 사업부는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사업부는 그다지 열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 GE의 중국과 인도 R&D센터가 개도국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GE 내 R&D센터 자원의 대부분은 여전히 선진국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GE의 최고 경영진이 현지 사업부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하며, 충분한 자원이 할당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인재 이동, 조직 구조, 관련 공정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GE 최대의 실험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GE는 인도 내 사업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도 내 모든 손익을 총괄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GE의 글로벌 R&D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조직은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수석 부사장이 이끌 것이다. 이런 방식은 상품이 우선이고 지역별 특성은 뒷전으로 미루는 식의 접근 방법에 익숙한 기업 내에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GE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GE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축에서 활동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GE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인도 총괄 사업부가 별도로 손익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저항을 없애는 것이다. 이는 탁월한 글로컬라이제이션 역량을 갈고 닦아온 관리자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문제다. 가장 모범적인 관리자조차 선진국 중심주의를 갖고 있다. 최근 이멜트 회장은 인도와 중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주요 사업부 책임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에게서 자신의 권한 밖인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몰입해 있다는 인상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GE의 미국 내 성장 계획에 대해서는 당신과 얘기조차 나누고 싶지 않소. 당신은 앞으로 3년 동안 인도 사업 규모를 3배로 늘려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인도에 더 많은 자원, 인재, 제품을 투입해야 할 거요.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시장에 접근하지 말고, 좀더 심도 깊게 접근해야 한단 말이오. 자, 이제 그 방법을 논의해보지 않겠소.”
이것이 바로 고위 관리자들에게 요구되는 사고방식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10월 호에 실린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다트머스대 터크비즈니스스쿨의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와 크리스 트림블 교수의 글 ‘How GE Is Disrupting Itself’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제프리 이멜트는 GE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비제이 고빈다라잔(vg@dartmouth.edu)은 다트머스대 터크비즈니스스쿨에서 국제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센터 소장이며, GE 상근 교수 및 최고 혁신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 트림블(chris.trimble@dartmouth.edu)은 터크비즈니스스쿨 교수이자 GE 컨설턴트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0호 플라스틱 순환경제 2021년 10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