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사업 타당성 분석

새 성장 동력, 해외 진출에서 찾겠다면…

43호 (2009년 10월 Issue 2)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실패를 경험한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사업 기회만을 보고 의욕만 앞세우다 난관에 부딪혀 무릎을 꿇고 만다. 이는 시장이 주는 가치에 눈이 어두워 사업 타당성 평가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 대상 고객이 누구인지, 현지 유통 관행은 어떤지, 경쟁업체들과 겨룰 수 있는 자사의 핵심 역량은 무엇인지, 사업 환경은 우호적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해외 사업에 뛰어든다. 문화와 사업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해외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무모한 도전은 참혹한 실패로 끝나게 마련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철수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회사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무적인 측면의 사업 타당성 분석 이외에도 환경, 시장, 기술 등의 사전 조사가 중요한 이유다.
 
 
1단계 규제 등 사업 환경 분석이 첫 단추
해외 투자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사업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해외 진출에 앞서 환경 조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사회, 경제, 자연 등의 일반 환경 조사와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무역 및 외환 관리, 조세 및 회계 제도 등의 규제 환경 조사가 필수적이다.
 
먼저 해당 국가나 지역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거나 진출국 정부가 장려하는 사업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정부가 장려하는 업종이라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A사는 인도네시아 석탄 터미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수차례 현장을 답사한 끝에 대형 벌크선이 접안하기에 적합한 후보지를 찾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주 문제에 부딪혀 후보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투자 인센티브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가에 따라 생산에 쓰이는 원·부자재 관세를 면제해주거나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도로, 항만, 전력 등의 인프라 시설을 제공하기도 한다.
 

 
2단계 전문가와 함께 현지 시장 조사
 
시장 조사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해 어느 정도 팔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설 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수요를 지나치게 높게 예측하고 생산 규모를 크게 잡으면 생산 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져 단위당 제조 원가가 올라가고, 가격 경쟁력과 자본 효율성을 잃게 된다. 거꾸로 시장 수요를 지나치게 낮게 예측하면 실제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시장 수요 조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전문가와 함께 시장 분석과 수요 조사를 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시장 조사를 위한 통계 자료가 많지 않아 수요 예측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럴 때는 관련 자료를 통해 시장 규모를 유추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바이오에탄올 시장 조사를 한다고 가정하자. 정부의 공식 통계 자료가 없을 때 차선책으로 인도네시아 인구 증가율에 대한 예측치와 승용차 수요량을 계산하고,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바이오에탄올 혼합에 관한 정책 변수를 고려해 간접적으로 연도별 바이오에탄올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시장 조사에서 경쟁 전략과 마케팅 믹스 전략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진출하려는 현지 시장의 산업 내에 있는 현실적 경쟁자뿐만 아니라, 제품 구매자나 부품 공급자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특히 제품 구성 전략(제품의 폭과 깊이), 가격 전략(저가 전략, 고가 전략), 광고 전략 및 유통 전략 등에 대한 현지 조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단계 기술 조사 분석과 투자비 산정
기술과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산 제품, 투자 대상국의 관련 정책, 원·부자재의 현지 조달 가능성, 현지 기능 인력의 확보 가능성, 투자 환경과 기업의 투자 목적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환경 보호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산 제품이 환경 기준에 맞지 않아 판매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제조 위험이나 유해 원료 혹은 유해 배출물의 종류와 유해성 정도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방지나 저감(低減) 기술 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기술 조사에는 생산 시설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따른 투자비,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과 같은 제조 원가 산출이 포함된다. 아울러 원료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한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B사는 동남아시아에서 폐자재를 수거해 재생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폐알루미늄 캔을 수거해 원자재를 재생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폐자재 수거 시스템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수거 비용도 높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소각 사업에 진출하려던 C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해 전기와 스팀을 생산하는 사업을 구상했지만, 나이지리아 현지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 인프라가 뒤떨어져 사업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인근 지역에서 기능 인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지, 원·부자재 반입 및 완제품 반출이 용이한지, 공장에서 쓰이는 용수나 전력 등을 조달하기 쉬운지 사전에 조사해야 한다.
 
베트남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던 D사는 도로, 전력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공장 설비에 필수적인 용수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 다른 부지를 확보해야만 했다. 이와 같이 기술 조사에서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제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생산 설비 투자비에는 기술 도입비, 엔지니어링 설계비, 프로젝트 경비 등이 포함된다. 기업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게 현장에서 기계 설치가 끝나고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공장 설비에 따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운전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건설 공사비를 산출할 때 이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4단계 투하 자본의 경제성 평가
‘경제성 분석’이란 투하 자본의 경제적 효율성을 확인하는 도구다.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실행했을 때의 현재 가치 변화와 수익률을 분석하기 위해 경제성 분석을 시도한다. 경제성 분석은 흔히 4가지 방법을 쓴다. 특히 화폐의 시간적 가치를 고려한 ‘순현재가치법(Net Present Value·NPV)’과 ‘내부수익률법(Internal Rate of Return·IRR)’이 자주 쓰이며,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회수기간법(Payback Period Method·PPM)’은 보조 지표로 사용하는 회사가 많다.
 

 
5단계 예상이 빗나갈 때를 대비하라
사업 타당성을 분석할 때 예측한 시장 규모, 목표 시장점유율, 판매 가격, 설비 투자비, 원자재비, 인건비, 금융 이자, 환율 전망치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예측이 틀리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예상치가 달라질 때 내부수익률 등의 경제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확인하는 민감도 분석이 필요하다. 대내외 경제 여건과 경영 환경 변화로 기대했던 현금 흐름이 발생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될 때 어떤 경영 변수가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 미리 확인하고, 대안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타당성 분석의 한계
사업 타당성 분석은 사업의 성공 요소와 잠재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 방안이 무엇인지를 수립하는 과정이다. 사업주는 경영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한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의 성공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을 축소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셈이다. 투자자에게는 자본 이득이나 배당을, 채권자에게는 대출금과 이자 회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사업 타당성 분석의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수요량, 판매가, 투자비, 제조 원가, 인건비 등 많은 가격 정보를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 실행 결과가 예측과 다를 수 있다. 이를 ‘가정에 따른 위험’이라고 한다. 다른 한계는 ‘시장 위험’이다. 투자를 끝내고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 때 기술의 진보나 정부의 규제 등으로 시장이 사라지거나 변할 수도 있다. 컴퓨터 저장 장치로 주로 쓰이던 플로피 디스켓이 기술 발전에 따라 USB로 대체되는 시장 위험이 신규 사업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타당성 분석을 아무리 잘해도 이 같은 태생적 한계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고려대 공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각각 무역학과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한양대 경영대학에서 국제 경영 재무 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해외 프로젝트 컨설팅회사인 에이스이엔씨 대표이사이며,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해외사업타당성지원사업 평가위원, 한국수출보험공사 고문, 한양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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