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3.1 한국 MCR 경쟁 열위 원인

DBR | 38호 (2009년 8월 Issue 1)
3.1.1 한국 MCR 현황
한국의 경인권과 부울경권 도시들은 전반적인 한국의 경제, 사회, 정치 위상에 걸맞은 적절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됐던 여러 도시 경쟁력 비교 지표를 감안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도시가 아닌 메가시티리전(MCR)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경인권의 낮은 생산성과 취약한 미래 잠재력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만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 확신하기 어렵다.
 

 

경인권
의 현재 성과는 비교 대상의 평균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이 비교 대상 20개 메가시티리전의 평균 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현재 성과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라인-루르와 비교해보면 경인권의 미래 성장 잠재력은 상당히 낮다. 특히 현재 성과창출 수준이 경인권에 비해 떨어지는 중국 상하이권 및 베이징권 보다도 미래 성장 잠재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메가시티리전의 빠른 성장추세를 감안해본다면 경인권의 현재의 위상조차 위협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두그룹으로 진입 가능성이 있는 경인권, 상하이권, 베이징권 중, 경인권이 아닌 상하이권과 베이징권이 선두 그룹으로 우선 진입한다면, 경인권은 곧 후발그룹으로 추락할 수 있다. 즉, 경인권이 나름의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경쟁자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불가피하게 후발 그룹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가 대량 생산 기반의 제조 중심에서 지식 기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MCR은 가장 효과적인 경쟁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는 지식의 스필오버(spill-over)를 통해 혁신 및 발전이 이뤄진다. 따라서 전문 인력의 빠른 순환, 대면 접촉에 의한 정보 공유, 경쟁과 동시에 협력이 가능한 고집적 산업 환경이 조성돼야 지식기반 시대에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MCR은 이와 같은 비즈니스와 혁신에 필요한 모든 자원과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개별 도시보다 훨씬 효과적인 경쟁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글로벌 시티 등 도시(city) 관점에서 접근한 이론들은 초국가적 교류 및 경쟁력 문제에 집중해왔다. 반면 MCR을 포함한 ‘시티 리전(City Region)‘이론은 광역경제권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경쟁력의 질적 변화 및 점증하는 국가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 선진국들은 대표MCR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티 리전(Global City Region)이론의 창시자인 앨런 스콧(Allen Scott) 교수 역시 국가의 대표 MCR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MCR로의 인구·기능·산업의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의 적절한 지역 간 위계를 만들고, 대표 MCR과 타 시티 리전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윈윈(win-win)모델을 만들어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지역간 격차, 佛-英-日보다 크지않아
 
경인권은 국내 인구의 49.2%, 전체 지역내총생산(GRDP)의 47.3%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집중돼 있다. 일본 도쿄권(전체 인구의 27%, GRDP의 30.3%)이나 영국 런던권(인구의 35.2%, GRDP의 40.1%)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좁은 국토와 경인권의 면적을 고려하면 집중도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권 면적 비중은 전체 국토의 8.41%, 도쿄권은 3.51%로 경인권의 11.80%보다 낮다.
 
소득, 실업률, 취학률, 교통 인프라 등 주요 경쟁력 지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역 간 격차가 크지 않다. 경인권의 1인당 GRDP는 국내총생산(GDP)의 86%에 불과하다. 프랑스 파리권(134%), 영국 런던권(115%), 일본 도쿄권(108%) 등 각국 수도권보다 낮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지역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36%로 OECD 평균(36.7%)과 비슷하다. 이들 상위 10% 지역이 전체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로 OECD 평균(6.85%) 수준이다.
 
노동시장 상황은 경인권이 지방보다 나쁘다. 경인권의 인구 증가율은 1980년대 3.4%에서 2000년대 1.2%로 떨어졌다. 전입에 따른 사회적 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그런데도 경인권의 실업률은 지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각종 규제로 생산이 정체되면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격차는 모든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광역시에서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광역시가 생산 거점을 주변 지역에 내주고 서비스업으로 질적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의 1인당 GRDP는 경남 충남 경북 전남보다 낮고 성장률도 떨어진다. 경인권과 지방의 이분법적인 균형발전 정책보다 광역경제권 내 지역 격차, 지방 낙후지역 등을 감안한 정교한 지역발전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3.1.2 경인권의 생산성
한국의 대표 글로벌 도시인 서울을 포함한 MCR인 경인권은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0%, 특허출원 건수의 71%, 전문 기술 및 과학 종사자의 68%, 전국 대학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경인권은 한국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자 원동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경인권 1인당 GRDP (1만9640달러)는 비교 대상 20개 MCR 평균(2만6000달러)보다 낮은 13위 수준으로 도쿄권(3만3000달러), 오사카권(2만7000달러) 뿐만 아니라 부울경권(2만1600달러) 및 모스크바권(2만6600달러) 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경인권 노동생산성 역시 비교 대상 MCR 평균(5만3000달러)보다 23% 낮은 4만1100달러 수준으로 부울경권 ($4만8700달러), 모스크바권 (4만3700달러)를 이어 13위를 기록했다.
 
또 경인권 1인당 GRDP는 국가 1인당 GDP의 86%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비교 대상 MCR에 비해 훨씨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파리권 1인당 GRDP는 프랑스 1인당 GDP의 134% 수준이었다.
 

 

결국 경인권의 생산성은 선진 MCR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부울경권, 모스크바권 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자원 및 경제 활동의 높은 집적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007년 경인권의 1인당 GRDP는 1780만원으로 전국 평균 1820 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부울경권 뿐만 아니라 경북권, 충청권, 호남권에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으로 비경인권 평균 1870만원의 95% 수준에 불과하다. 경인권 내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RDP를 창출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1990만원 수준으로 전국 최고 인당 GRDP를 기록 중인 울산시 (4170만원) 의 43%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2007년 기준 노동생산성 역시 경인권의 노동생산성은 3740만원으로 전국 평균(3890만원)과 비경인권(4034만원)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시의 노동 생산성 4210만원은 울산시의 노동 생산성 9000만원의 47% 수준에 불과했다.

 


경인권
의 생산성 저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경인권을 규제하고 대신 지방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5년간의 대형 인구집적을 유발하는 시설은 경인권에 들어서기 어려웠으며 이미 경인권에 존재하는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의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됐다. 이는 한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다른 지역의 성장을 추구하는 ‘제로섬 게임’의 전형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인력 및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워진 글로벌 개방경제란 흐름을 도외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인권을 규제하면 한국의 다른 지방으로 기업이 이동할 것 같지만,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이제 기업들은 경인권으로 가지 못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MCR로 생산 기지 등을 이전할 수 있게 됐다. 경인권 규제가 일부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전 국가적 경쟁력 극대화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경인권 인구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수도권 정비계획법에도 불구하고, 지난 26년간 경인권 거주 인구수는 연 평균 2%씩 증가하여 전국 평균 인구 증가율 (0.9%)을 크게 상회했다. 이로써 경인권 거주 인구 비중은 36.1%에서 48.5%로 증가했다. 반면, 유사한 인구집중 억제 노력을 기울였던 도쿄권은 지난 26년 간 도쿄권 인구의 전국 대비 비중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경인권의 인구 집중 현상은 막지 못했다. 여기에 경인권의 1인당 총생산과 노동 생산성은 2004년을 기점으로 비경인권 보다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그 격차는 소폭이기는 하나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수도권 규제로 경제 구조가 질적 성장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인구는 계속 유입돼 결국 상당수 인구가 저부가가치 창출 산업에 편입돼 생산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던 ‘7+1 전략’의 핵심은 공공기관 분산을 통해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는 의도하지 않았던 경인권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현 정부는 보다 효과적인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5+2 전략’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우선순위 및 지역별 차별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유망산업을 전 지역으로 분배함으로써 경인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참여정부 시절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는 국가 차원의 대표 MCR인 경인권의 낮은 생산성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균형 발전의 덫에 빠져 글로벌 경쟁 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 둔화, 또는 약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MCR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상론적 접근방법인 균형발전의 틀을 벗어나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해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경인권 규제의 역사
 
대한민국 최초의 경인권 규제는 1964년에 건설부 주관으로 수립된 대도시인구집중방지대책이다. 정부는 일부 관공서의 지방 이양과 대도시의 공장신설 규제를 통해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간접적으로 억제했다. 특히 1969년 경인권인구집중억제방안에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제정해 경인권의 권역을 확정 짓고 경인권의 확산을 방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경인권으로의 사회적 인구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 한계를 보였고, 경인권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급증해 과밀화로 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경인권 규제 정책: 도심 과밀화 해결을 위한 경인권 성장 억제
정부는 총 3번에 걸쳐 인구 분산시책을 실시하면서 경인권의 인구를 적극적으로 지방에 분산시켰다. 정부는 대도시 내의 공업지역을 축소시키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장에 대해 조세 혜택을 제공했으며, 행정기관과 국영기업들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시켜 해당 근로자들과 공무원들까지 지방으로 분산시켰다. 1970년대 정부의 정책들은 기존 서울 도심부의 과밀화를 완화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지방으로의 실질적인 분산 효과는 미비했는데, 이는 도심 규제의 반작용으로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서울 강남 및 외곽 지역에 기업과 인구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경인권 정비 계획을 통한 지역 불균형의 해소 시도
정부는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하고, 1984년에는 이에 근거해 수도권정비계획을 수립하였다. 정부는 도쿄에서 1956년부터 실시됐던 법을 벤치마킹해 경인권의 각 지역을 5개 권역으로 구분, 관리함으로써 경인권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자 했다. 특히 정부는 ‘공업 제한지역’을 설정해 기업들이 경인권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지방에 성장거점도시들을 육성해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기업들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인천 시나 경기도 외곽 쪽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여 결국 실질적인 지역 균형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더군다나 정부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하면서 경인권 내에 5개 신도시를 중점적으로 개발, 경인권의 외연 확대와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지역 균형 개발 정책의 기조를 의심받기도 했다.
 
1990년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인권의 각종 규제들을 완화 또는 해제
1995년부터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경인권에 거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을 탄생시켰는데, 이들은 강력한 규제 철폐 요구를 통해 중앙정부가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992년 새로 수립된 제 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정부는 기존의 5개 권역 구분을 3개로 단순화하고, 이 과정에서 과밀 억제 권역과 보존 권역을 줄이는 대신 성장관리 권역은 늘려 경인권의 실질적인 개발대상지역을 확대시켰다. 공장의 신·증설에 대한 기존의 규제 방식 또한 공장총량제로 완화되어 경인권 내에 중소규모의 공장 단지들을 조성할 수 있도록 수정되었으며,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단계적인 해제를 통해 경인권의 영역 확장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경인권 규제 완화의 본격화, 국토균형발전 시도는 실패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정부의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에 소요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실질적인 규제 완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예외구역(인천 경제자유구역)과 예외업종(IT산업 및 첨단 제조 산업 등 총 22개 업종)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다시 기업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존의 경인권 규제는 상당부분 무력화되었으며,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경인권 진입 여건 또한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전국 단위의 개발 계획에 있어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주요 산업과 기능에 대한 적극적인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중앙정부가 계획을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지자체 간 갈등, 지역주민과 기업의 반발 등을 효과적으로 조율하지 못해 즉각적인 성과를 이루는 데에는 실패했다.

현재: 5+2 광역경제권 단위로의 개편, 경인권에 대한 규제완화는 지속
현 정부는 2008년 발표된 5+2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을 통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경인권의 통합적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사회적 자생력을 지닌 거점 도시들을 육성해 서울 의존적인 기존의 공간 구조를 개선하고, 개발제한구역 중 일부를 조정가능지역으로 변경하는 한 편 공장총량제 완화, 일부 업종(첨단산업, 친환경 산업 등)에 대한 공장 신, 증설을 허용해 지역 개발의 제약 요소도 경감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은 실질적으로 경인권 규제들을 해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각 지방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만한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못해 광역권 개발의 실효성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3.1.3 경인권 저생산성의 원인
도쿄권 등 선진 MCR과 달리 경인권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경인권 공장의 신증설 규제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규제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25개 첨단 업종에 대한 외국인기업의 투자는 이미 허용돼있다. 따라서 규제 탓만 할 수는 없다.
 
특히 경인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선진화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고급 인력과 좋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다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글로벌 비전 없이 ‘우물안 개구리’식 마인드로 인한 산업 구조 선진화 실패다. 둘째는 새로운 파이를 만들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파이를 나눠 갖는 제로섬 구도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고리의 고착화다. 이 같은 현상이 지난 수 십 년간 이어지면서 결국 새로운 경쟁 체계를 요구하는 MCR 육성의 첫 걸음마가 되어야 할 광역권 거버넌스 확립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역권 경쟁력의 핵심인 연계성이 확보되지 못해 경제적 번영과 장소 매력도를 증진시키지 못했다.
 

 

근본 원인① 우물 안 개구리 마인드로 인한 산업 구조 선진화 실패
경인권은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위해 IT와 바이오, 나노, 국제 금융 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 했다. 하지만 뚜렷한 육성 전략 없이 구호에 그치곤 했다. 실질적인 사업 구조 변화를 견인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경인권은 전체 고용의 34.5%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임금이 경인권 평균 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경인권 내 IT 클러스터도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뉴욕은 경인권보다 다양한 서비스 산업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서비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고임금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실제 경인권의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들은 평균임금 대비 약 40% 높은 임금을 받고 있으나, 뉴욕의 금융업 종사자들의 임금은 평균 대비 130% 높다.
 
한국은 비교적 좁은 국토, 제한적인 내수 시장,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시장 매력도가 비교적 낮은 국가다. 이러한 제약 요인에도 경인권은 내수 기업 및 고급인력 육성 등을 통해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내수시장 규모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고 인적자원 등 투입 요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할 때 자체 역량만으로는 산업 구조 선진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산업 구조 선진화의 필수 요건인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은 내수기업과 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성장세를 이룩하기는 힘들다.


경인권
과 경쟁 관계에 있는 MCR들 가운데 중국의 상하이권과 베이징권은 자국 시장에서의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외 선진 기업의 R&D 센터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경인권은 R&D 센터, 지역본부(Regional HQ) 등 해외 기업 및 고급 인력 유치 실적이 미흡하다.

 

 

현재 국내 IT 산업은 인력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가들은 개별 기업들이 중심이 돼 해외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시스코는 세계각지에 5900개의 인력 양성아카데미를 두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노텔 등 세계적 IT업체들은 인도의 우수한 IT 인력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인도공과대학, 인도과학원 등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해외 고급 인력 확보 실적은 매우 미비하다. 취업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수는 2006년 기준 32만 명으로 2002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나, 단순 노무인력을 제외한 전문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5.7%에서 2006년 7.6%로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이 각각 해외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력에게 E-7(특정활동)비자를 발급하고 있는데 이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매년 200여 명 선에 불과하다. 바이오와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골드카드’제(E-7비자 발급)와 ‘사이언스카드’제(E-1교수비자) 역시 2001년 도입 이후 각각 981명과 749명만을 유치하는데 그쳤다.
 
국내로 유입되는 고급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2000년 10만 명 수준이던 해외 유학생수가 최근 20만 명을 넘었으며, 잔류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0∼2003년 미국에서 과학기술 학위를 받은 한국 국적 박사 3400여 명 중 46%가 현지 잔류를 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에서 발표한 두뇌유출지수 (BDI)에서 우리 나라는 2006년 4.91로 61개 조사대상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고급인력 해외유출로 인한 손실은 약 2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근본 원인② 제로섬 구도 강화의 악순환 고리 고착화
현재 경인권 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신의 관할구역 내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국지적 관점에서 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 정책 측면에서 서울과 경기도, 인천 간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하는 기능은 없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IT, 바이오 등 소위 유망 신산업에 대해 모두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거나, 동일한 분야의 대규모 산업단지를 중복 조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송도 신도시가 바이오 및 IT 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서울 상암지역도 IT 단지를 조성했다. 물론 마이클 포터 교수의 의견처럼 클러스터의 중복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호 연계를 통해 중복된 클러스터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 된다.
 
하지만 경쟁 마인드로 인해 상호 간 연계와 협조가 안 되거나 이미 조성된 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새로운 클러스터로 빼오는 형태의 발전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형 단지가 난립하면 클러스터 육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3.1.4
부울경권 경쟁력 열위의 원인
부울경권 역시 글로벌 MCR 대비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다. 하지만 부울경권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아닌 광역경제권으로서의 모습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는 다핵 구조로 선진화된 MCR처럼 보이지만 실상 MCR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역량, 광역권 교통 연계성 등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시는 2007년 기준 인구 362만명으로 경기도와 서울시 이외에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행정구역이다. 또 부산시는 부산광역권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하지만 1989년을 기점으로 부산시의 순전입인구가 감소한 후 1998년 384만명에서 2007년 362만명으로 연평균 0.6%씩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부울경권 전체 인구는 정체 내지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부산시의 주변지역인 울산시와 경상남도 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이처럼 부산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산업구조 고도화의 실패다. 1970년 대 중반 이후 정부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면서 울산, 창원 등 부산 인근 후발 도시가 개발됐다. 반면 부산시는 섬유, 신발, 봉제, 가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데 실패했다.
 
부울경권 산업 클러스터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제조업 위주였다. 특히 울산 및 경상남도에서는 제조업의 고도화가 나타났지만 부산시에서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시의 제조업 공백으로 저부가가치 생계형 소규모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현재 부산시 산업의 99%는 중소기업들로 구성됐다. (동북아 대도시권 동태적 경쟁력의 비교연구, 김원배) 그 결과, 현재 부산시의 국내 GDP 대비 비중은 1998년 6.2%에서 2007년 5.6%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07년 노동 생산성 역시 부산시는 3170만원으로 9011만원을 기록한 울산시의 35%, 경상남도 노동 생산성의 75%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부울경권의 구조는 중심 도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핵 도시 형태를 띄고 있다. 사실 ‘구심점이 없는 도시 집합체 유형’에 가깝다.

피터 홀(Peter Hall)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MCR에서의 중심 도시(또는 First City)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그 중심도시가 주변 지역을 발전을 이끌어내는 원동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부울경권은 부산시의 지역 내 위상 및 매력도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면서 광역권 발전을 이끌어 낼 주체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부울경권을 MCR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관점에서 핵심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