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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5계명: 불황 뒤 최고 되기

앤드류 정(Andrew Cheung),에릭 커처(Eric Kutcher) | 33호 (2009년 5월 Issue 2)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하이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전통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맥킨지가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기에 700여 개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경기 하강기를 동반한 경제 위기 때마다 하이테크 산업의 판도가 재편됐다. 특히 불황이 시작될 때 상위 20% 선두기업군(leaders)에 속했던 기업의 약 절반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을 때 선두기업군에서 탈락했다. 본고에서는 이 분석을 통해 기업 경영진이 꼭 알아둬야 할 3가지 착안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 경영진은 경기 수축의 잠재적인 충격과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 수축기에는 기업 매출이 떨어지며 하락세는 일정 기간 지속된다. 불황의 골은 업종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둘째, 경영진은 유동성이 영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하이테크 산업의 부채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양호한 편이다. 개별 회사의 재무 구조는 양호하더라도 유통업자, 하청업체 등 공급망(supply chain)과 해외 시장의 신용 위험은 커진다. 이 상황이 심각해지면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셋째, 하이테크 기업의 경영진은 재무 구조와 기업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원가 절감 등의 즉각적인 불황 타개 전략과 영업 마케팅 지출 확대 등의 과학적, 체계적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 기업이 경기가 살아났을 때 재빨리 도약했다.
 
본고는 20년간의 하이테크 산업 환경과 경제 주기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하이테크 기업의 ‘경쟁 지위(competitive position)’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19952005년까지 12개 하이테크 분야의 상장 기업 실적을 집중 분석했다. ‘닷컴 버블 붕괴(20002002년)’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기의 변화도 분석에 포함됐다. 이 조사를 위해 먼저 장부가 대비 시장가치와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ROIC)을 기준으로 688개 기업1)의 순위를 매겼다. 이어 양 지표에서 모두 상위 20% 내에 드는 기업을 ‘선두기업(leader)’, 나머지 80%는 ‘정체기업(laggard)’으로 분류했다. 20002002년 경기 침체와 회복 기간 동안 이들 기업의 시장 포지션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추적했다. 선두기업에서 정체기업으로 떨어지거나, 정체기업에서 선두기업으로 도약한 회사 등이 분석 대상이었다.
 
물론 경기 하강기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말하자면 경기 침체의 속도와 기간이 각각 다르다. 경기 침체의 시작과 전개 과정에서 기술 업종이 내포한 문제점들이 미치는 영향에서도 차이가 있다. 본고에서 최근의 경제 위기와 관련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추세적 특징과 선제적인 해법을 논하기로 한다.
 
1) 1995∼2005년 상장 기업 중 1997년과 1998년 매출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하이테크=하이페인(high pain)
미국의 경제 관료들은 2008년 가을 경기 침체가 이미 그해 연초부터 시작됐다고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은 이보다 빨리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유는 이렇다. 맥킨지의 분석 결과, 경기 고점에서 침체기의 저점까지 하이테크 부문의 상품 및 서비스 지출 하락률은 국내총생산(GDP) 하락률보다 47배 컸다. 지금까지 발생한 4차례의 주요 경기 침체기 중 3번의 침체기만 봐도 정보기술(IT) 지출의 하락률이 GDP 하락률의 2배에 이르렀다.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지자 IT 지출은 27%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GDP는 3.7% 떨어지는 데 그쳤다.(그림1)

최근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IT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5%로 줄어들었다. 지난 10년간의 평균(3.3%)보다 낮고, 가장 IT 지출 비중이 높았던 2000년(4.1%)과 비교해도 꽤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고, 특정 업종의 체감 경기가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전산 부서의 운영에 필수적인 보안 소프트웨어나 유지 보수 서비스 업종보다 노트북 및 부품 등 하드웨어 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높은 신용 비용과 파급 효과
대부분의 하이테크 업체들은 소비재, 자동차, 산업장비 등 자본집약적 업체보다는 단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 경색의 한파(寒波)에서 비켜서 있다고 해서 그 충격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특히 현금 소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그렇다. 하이테크 기업 4곳 중 1곳은 내년에 신용 공여 한도(크레디트라인)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만기가 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차입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제조, 유통 및 생산 서비스와 같은 업종의 기업 중 최대 절반 정도가 새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림2) 아시아의 하청 제조업체는 최근의 경기 침체로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하고 주문량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 같은 공급망과 영업 채널상의 압박은 하이테크 업체들의 운영뿐 아니라 생산, 재고 및 고객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지위의 재편
맥킨지의 조사 결과, 경기 침체기에 경영진이 경기 침체의 역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 지위가 급격히 달라진다. 20002002년 하이테크 업종별로 상위 20%에 속하는 ‘선두기업 146곳 중 47%(69개)가 경기 침체기를 거치면서 ‘정체기업’으로 전락했다.(그림3) 거꾸로, 같은 기간 정체기업에서 선두기업으로 도약한 기업도 13%나 됐다. 저장 매체,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회사부터 가상화(virtualization) 분야나 컨설팅 서비스 업체까지 다양한 하이테크 분야에서 일부 선두기업의 경쟁 지위가 떨어졌다. 반면 컴퓨터 부품업체 폭스콘이나 소프트웨어 업체 HCL과 같은 회사의 지위는 상승했다. 경쟁 지위는 유지했지만 해당 기업군 내에서의 위상이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스코시스템스와 3Com은 각각 ‘선두기업’과 ‘정체기업’이라는 경쟁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시스코의 실적은 나아진 반면 3Com의 실적은 떨어졌다.(‘시스코: 경기 침체의 역학을 이용하라’ 참조) 선두기업과 정체기업의 장부가 대비 시장가치(market value to book value)가 경기 침체 이전보다 4080% 정도 달라질 정도로 업종별 순위의 지각 변동이 컸다. 최근의 경제 위기는 이 같은 업종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5가지 대응
경기 침체기를 통해 업계 강자로 부상한 하이테크 업체들은 다음과 같은 5가지 과감한 대응책으로 경쟁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공격적인 운전자본 관리 20002002년의 경기 침체기 끝 무렵, 선두권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외상매출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산에 현금이 얼마나 묶여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를 23% 단축해 자금을 2주 이상 더 빨리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선두권의 한 네트워크 회사는 외상매출과 미수금을 40% 이상 줄인 반면, 고전을 면치 못하던 경쟁업체는 미수금 결제 주기가 50% 정도 확대됐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고 재고 회전율을 높여 현금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업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와 PC 제조업체는 재고 보유 일수를 크게 줄였다. 특히 PC 제조업체는 재고 보유 일수를 단 4일로 단축시켰다.
 
분석 대상 기업 중 상당수는 경기 침체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납품업체 및 협력업체와 유리한 조건으로 가격을 협상해 비용을 절감했다. 파트너십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일부 비용을 삭감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보유 현금에 여유가 있고 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업은 고객이나 납품업체에 금융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돈을 빌린 쪽은 기업 운영 자금을 얻게 되며, 빌려준 쪽은 비즈니스 관계를 더욱 강화하거나 차입자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판매 관리비와 인력 합리화 이번 조사 대상 기업들은 판매 관리비를 매우 차별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비용 통제는 모든 기업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20002002년 경기 침체기에 경쟁력을 유지한 대표 기업들은 선두기업의 지위에서 밀려난 기업보다 판매 관리비를 6%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그림4) 상위권을 유지한 일부 선두기업은 인력도 역시 2%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선두기업군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8%에 이르는 감원을 단행했다. 대부분의 선두업체들은 매출이 약 5% 떨어졌는데도 판매 관리비와 직원을 늘렸다. 예를 들어 선두 소프트웨어 기업 한 곳의 광고비는 2000년 12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 회사는 시장 환경이 점차 나아지자 2001년 광고비를 13억6000만 달러로 늘렸다. SAP는 2001년 관리비를 8% 삭감했으나, 영업 및 마케팅 지출은 오히려 19% 늘렸다. 이와는 달리 SAP의 경쟁업체 중 침체기를 거치면서 경쟁 지위가 떨어진 한 회사는 2000여 명에 이르는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을 줄였다. 정체기업에서 선두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은 정체기업을 벗어나지 못한 회사들보다 판매 관리비를 약 6%포인트 더 삭감하고, 10%포인트의 인원을 더 줄였다. 경쟁 지위를 유지한 일부 기업들 역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그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것도 경기 침체 초반에만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공격적인 기업 인수 선두기업으로 약진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경기 침체기에 많은 기업 인수를 시도했다. 같은 기간 선두그룹에서 탈락한 기업들과 비교해 기업 인수 추진 건수는 30%, 성공한 건수도 26%가 많았다. 해당 기업 인수를 위한 결정적인 기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경기 하강기 후반까지 기다리는 추세도 나타났다.(그림5)
 
초기에 비핵심 자산 정리 선두기업들은 20002002년의 경기 침체기에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사업 부문의 수를 줄이는 경영 합리화를 병행했다. 선두기업들은 정체기업에 머물고 있는 기업들과 비교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 비율이 50% 더 많았다. 이들 기업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 전반적인 경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2008년에는 HP의 EDS 인수와 오라클의 BEA 인수 등을 제외하면 하이테크 분야의 주목할 만한 기업 인수 사례는 많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기업의 가치 평가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관망세로 일관하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잠재적 인수자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대했고, 팔려는 쪽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려고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을 제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 제안을 야후 측이 거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2009년은 다를 것이다. 더욱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유지 20002002년 경기 침체기에 높은 실적을 올린 기업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부채비율(D/E)을 유지하거나 개선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각고의 노력으로 부채를 상환한 기업까지 있었다. 반면 정체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9.5%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이들 기업이 안고 있는 레버리지 수준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같은 기간 IT 지출이 급격히 하락한 점을 감안한다면 부채가 크게 늘어난 기업들은 기업 인수나 신제품 개발은 물론 기존 사업의 운영조차 어렵게 됐다.
 
레버리지 통제가 어렵고 유동성 리스크가 고조된 정체기업들은 기업 가치 하락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선두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의 장부가 대비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경기 침체기에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문제는 단순히 레버리지를 줄인다고 해서 생존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노텔처럼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도 매출이 급감하고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보유 현금을 소진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하이테크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차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 취약하다. 따라서 이들 기업 중 일부는 보유 현금을 소진하고 파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땅바닥에 떨어진 신용으로 비싼 비용을 물어가며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본고에서 앞서 소개한 5가지 조치를 명확하게 실행한 기업들은 매출 증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전략이다. 이는 이전 경기 침체기에 대부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장비업체들이 업계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유지했던 방안이다. 스마트폰, 애플의 아이팟 등과 같이 폭발적 인기를 끈 신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기업들은 또한 경기가 살아나고 IT 지출이 회복될 때 수익성과 성장성의 밑천이 되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R&D)을 강화했다.
 
이 5가지 해법이 전부일까. 물론 아니다. 경기 침체기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고, 때로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하이테크 산업의 경기 침체기 양상을 이해하고 본고에서 논의한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실천한다면, 경기 침체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GP TIP] 시스코: 경기 침체의 역학을 이용하라
 
시스코는 20002002년 ‘닷컴 버블’ 붕괴로 경쟁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설 때 오히려 인수합병(M&A)을 신중하게 추진했다. 불황에도 투자를 지속해 덩치를 키우는 한편, 경영 합리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시스코는 당시 16건, 규모로는 15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시스템 설계 등 영역(시그마시스템의 상당한 지분 보유)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의 컨설팅 부문 등 비(非)핵심 자산은 과감히 정리했다.
 
시스코는 매출을 늘리고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추가 조치도 단행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대금 납부를 뒤로 미뤄주는 후납 제도(deferred payment)를 도입해 고객 관계를 강화했다. 운영 비용을 20억 달러 이상 공격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상품 재설계를 통해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품을 사용하고, 납품업체도 절반으로 줄여 납품업체가 공급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시스코는 경쟁사인 3Com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당시 3Com은 직원의 50%를 줄이고 기업 인수를 중단하며, 팜(Palm)처럼 가치 있는 회사를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반면 시스코는 인력의 20%만 줄였다. 또 명확한 현금 관리 원칙을 실행에 옮겨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상황에서도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이 글은 The McKinsey Quarterly 인터넷판(2009년 3월)에 실린 원문 ‘High Tech: Finding Opportunity in the Downtur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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