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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맞춤 생산’ 우리도 할 수 있다

파브리시오 살바도르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대량 맞춤 생산은 타당성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실행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대량 맞춤 생산 체제를 도입한 대다수 기업들은 큰 실패를 겪은 후 이 전략에 진저리를 쳤다. 맞춤형 데님 진 생산에 실패한 리바이스가 대표 사례다. 이에 따라 최근 많은 경영자들은 대량 맞춤 생산을 ‘흥미롭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전략’으로 판단한다. 이를 통해 성공한 기업은 PC업계의 ‘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다르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8개국 200여 개 제조공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수많은 조직의 대량 맞춤 생산 방식을 연구해, 이 방식이 결코 적용하기 까다로운 별종 전략이 아님을 밝혀냈다. 적절한 이해와 실행만 따른다면 대량 맞춤 생산은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대량 맞춤 생산이 성공하려면 경영자들은 전략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즉 대량 맞춤 생산의 목적은 기업이 고객 개개인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모든 요구에 부응하는 고유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기존 비즈니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직 역량1 을 배양함으로써 이상적 목표로 이행하는 과정 그 자체다.

대량 맞춤 생산을 위한 조직의 핵심 역량은 3가지다. 첫째 고객 요구가 다양한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역량, 둘째 조직과 가치 사슬의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재조합하는 능력, 셋째 고객이 스스로의 요구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아내거나 뽑아내도록 기업이 이를 지원해주는 역량이다. 이 역량을 개발하려면 때로 뼈아픈 변신이 필요하다. 조직이 타성에 젖어 있어 변신이 쉽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3가지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장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뜻도 된다. 우리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량 맞춤 생산에 관한 장애물을 상당수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량 맞춤 생산 전략에는 최선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대량 맞춤 생산을 시도해야 한다.
 
[GP TIP] 본 연구에 대하여
 
우리는 여러 차례의 프로젝트로 이번 연구 결과를 얻었다. 기본 개념과 아이디어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일본 등 8개국 238개 제조업체의 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뽑아냈다.a 이 밖에도 대량 맞춤 생산에 관한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얻은 결론과 10여 년간의 연구 끝에 얻은 이론적 통찰력도 포함시켰다. 실험b , 3년에 걸친 사례 연구c , 기타 다수 사례 연구d , 개념 논문(conceptual papers) 등 다양한 방법과 관점을 활용했다. 또한 본 연구e 중 일부 내용은 동일 주제의 저서 2권에 포함돼 있다.f
 
대량 맞춤 생산을 올바로 이해하라
대량 맞춤 생산’이라는 용어를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조셉 파인이다. 그는 ‘대다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 생산을 통해 알맞은 가격으로 개발, 생산, 판매, 유통하는 일”2 이라고 대량 맞춤 생산을 정의했다. 즉 고객이 원하는 바를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는 것이 대량 맞춤 생산의 목표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판도라닷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일일이 라디오 채널을 돌리지 않고도 각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낼 수 있었다. 판도라닷컴은 개인용 방송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초기 값으로 선호하는 곡의 제목을 몇 가지 입력해두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알아내 계속 재생해준다. 2008년 12월 현재, 판도라닷컴은 2100만 명의 청취자가 만든 개인 채널 3억6100만 개를 통해 6만 명의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6100만 곡을 매일 재생하고 있다.
 
BMW의 고객은 온라인 툴킷을 통해 미니 쿠페의 지붕에 직접 자신이 갖고 있는 그래픽이나 사진을 넣어 디자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니 쿠페를 구입하면 각종 자동차 부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BMW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완전한 맞춤형 미니 쿠페를 제작해주기도 한다.
 
몬트리올 소재 IT 기업 마이버추얼모델(MVM)은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MVM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자신과 비슷한 가상 모델인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MVM 고객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아디다스, 베스트바이, 리바이스, 시어스 등 의류업체 제품을 입어보고 평가할 수 있다. MVM은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MVM 서비스 이용 업체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랜즈엔드는 MVM 등록 후 자사의 평균 주문 물량이 15% 늘어났다고 밝혔다. 웹사이트 방문객 중 제품을 구매한 사람의 비율인 ‘구매 전환율(conversion rate)’은 무려 45%가 늘었다.
 
대량 맞춤 생산에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취급 제품의 종류나 업종을 막론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문제점이 아닌 가치 창조의 기회로 활용했다. 기존 대량 생산 체제의 ‘일률화(one-size-fits-all)’ 전략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그러나 대량 맞춤 생산에 대해 생산 유통 공정을 대체하는 독자적 경영 전략 정도로만 생각하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 앞서 말한 대로, 대량 맞춤 생산을 ‘기업이 고객 요구에 더욱 적절히 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직 역량’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량 맞춤 생산의 3가지 핵심 역량
대량 맞춤 생산 전략을 구사하려면 물론 업종이나 제품 특유의 요인들을 감안해야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연구를 통해 우리는 대량 맞춤 생산을 실행하기 위해 기업이 다음 3가지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함을 밝혀냈다.3
 
솔루션 공간 개발 대량 맞춤 생산 기업은 먼저 고객 특유의 요구를 파악하고, 고객 요구가 가장 다양하게 나뉘는 제품 특성을 알아내야 한다. 이는 대량 생산 체제가 모든 고객들이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통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하는 일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정보를 파악한 기업은 솔루션 공간을 구성해 어떤 제품을 취급하고, 취급하지 않을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각기 다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 특성을 세분화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취합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많은 비용도 든다. 하지만 몇 가지 전략을 구사하면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다.
 
첫째, 고객에게 다양한 기본 모듈과 기능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설계 툴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 툴은 컴퓨터 디자인(CAD)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좀더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졌다. 소위 ‘혁신 툴킷’이라고 불리는 이 설계 툴을 이용하면 고객은 자신의 선택을 고스란히 제품 설계에 반영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반영할 수 없었던 요구 사항을 표시할 수도 있다.
 
그 결과물을 분석하고 솔루션 공간에 통합시키는 일은 전적으로 회사의 몫이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는 복고 디자인의 피아트 500을 개발할 당시 ‘콘셉트 랩(Concept Lab)’이라는 혁신적 툴킷을 고안했다. 고객들은 이를 이용해 자동차가 제작되기 한참 전부터 각자 취향에 맞게 자동차 내장을 설계할 수 있었다. 피아트는 고객들로부터 무려 16만 개의 설계도를 수집했다. 경쟁사가 감히 모방할 수 없는 설계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고 고객들이 다른 이들의 디자인도 평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출된 디자인이 저절로 1차 평가를 거치도록 한 셈이다.
 
대량 생산 기업도 혁신 툴킷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혁신 툴킷은 각각 다른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이를 사용하는 비용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대량 생산 기업보다는 대량 맞춤 생산 기업에 좀더 유용하다. 결국 사용자의 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이 이 방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4
 
기업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취합해 분석하고, 이를 제품 개념(product concept)으로 만들어 고객이 이에 대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여러 종류의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 맞춤 생산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가상 개념 테스팅(virtual concept testing)’5 이라는 방식을 활용한다.
 
아디다스는 과거 계절별로 5500만 개의 운동화를 판매하기 위해 무려 23만 개의 시제품을 제작해야 했다. 그러나 MVM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후부터 시제품 상당수를 가상 시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계절마다 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솔루션 공간 개발 단계에서 기업은 현재 고객 및 잠재 고객의 데이터뿐 아니라 이탈 고객의 데이터까지 검토해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고객의 평가는 내려졌으나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의 정보다. 이러한 데이터는 온라인 환경 설정 시스템(configurator)을 쓰는 사람의 검색으로 만들어지는 로그파일 등을 통해 입수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고객의 선호도를 더욱 상세히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좀더 세분화된 솔루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검색 횟수나 선택된 횟수가 적은 사양은 제외하는 한편, 인기 많은 사양은 더욱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피드백 역시 알고리즘 자체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이용자가 판도라닷컴이 제안한 노래를 거부했다고 가정하자. 이 정보는 그 이용자에게 더 나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만 쓰이지 않는다. 이를 수백 만 명의 다른 고객들이 제공한 피드백에 통합시키면, 판도라닷컴은 향후 부적합한 추천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견고한 프로세스 설계 대량 맞춤 생산 기업은 날로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가 자사의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을 빚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6  이때 필요한 점이 바로 견고한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즉 조직과 가치 사슬의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재조합하는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 대량 맞춤 생산 기업은 대량 생산 기업과 맞먹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필요할까.
 
그 해답으로 ‘유연 자동화(flexible automa-tion)’가 있다. 과거에는 ‘유연’과 ‘자동화’라는 용어의 뜻이 서로 부딪힌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로봇과 자동화는 예전에는 실현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다양한 성능과 주문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경직된 자동화와 일괄 생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제약과 식품가공 업계에서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업계도 인터넷에 기반한 유연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연예 산업에서는 해당 제품 및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제품 배송 시스템마저 온라인 가상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유연 자동화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은 ‘프로세스 모듈화(process modularity)’다. 이는 제품 공정과 가치 사슬 공정을 세분 시장 단위로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각각의 세분 시장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따라 나뉜다.7 이를 통해 기업은 값비싼 임시 모듈을 일일이 만들지 않고서도 각기 다른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BMW의 미니 쿠페 생산 공장은 로봇 유닛을 탑재한 개별 이동형 생산 셀을 만들었다. 며칠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이 셀들을 기존 공장에 통합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BMW는 생산 구역을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도 예기치 못한 고객 요구 변화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 프로세스 모듈화는 서비스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IBM은 컨설팅 사업 부문을 ‘관계 모델(engagement model)’이라는 형태로 재편함으로써 복잡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는 방식은 고정시키되, 어느 정도 융통성을 주어 각 고객마다 다른 요구에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성공적인 프로세스 설계를 달성하려는 기업은 유연한 인적 자원을 길러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즉 프로세스 구조나 그 기술이 갖고 있는 경직성을 상쇄하려면 임직원 모두 새롭고 불확실성이 큰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는 미래의 솔루션 공간이 어떠한 모습을 나타낼지 상상하지도 못하고, 이를 선택할 능력도 없다. 이 선택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아니라 반드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 캐피털 원 파이낸셜은 대량 맞춤 생산에서 신사업 개발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캐피털 원의 신사업 개발자는 보통 직원들과 매우 다르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 이들은 해당 직책에 꼭 필요한 전문 기술과 태도를 모두 지니고 있다.
 
선택적 탐색 대량 맞춤 생산 기업은 고객이 선택의 번거로움과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객 스스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8 고객이 지나치게 많은 선택 사항과 직면하면, 선택 사항에 대한 평가로 생기는 비용이 다양한 선택 사항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을 능가한다. 선택 사항의 다양화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는 이론까지 탄생시켰다. 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선택 사항을 내놓으면 고객 가치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다.9
 
지나치게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고객들은 종종 구매 결정을 늦춘다. 해당 기업을 까다롭고 불쾌한 회사라고 규정짓는 일도 많다. 이를 피하려면 선택적 탐색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즉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탐색 과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분류 매칭(assortment matching)’ 역시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고객이 요구하는 모델과 기존 솔루션 공간의 특성, 즉 일련의 선택 사항을 매치시켜 고객 요구 사항에 대한 환경 설정 시스템(configuration)을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때 고객은 생성된 환경 설정에 평가를 내리기만 하면 되므로 검색 과정에서 상당한 수고와 시간을 덜 수 있다. MVM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각기 다른 신체 유형, 머리 모양, 안면 특성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아바타를 만든다. 생성된 정보를 토대로 시스템은 특정 온라인 상점의 상품 구성 중 고객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 아이템을 추천한다.10
 
물론 추천을 받는다 해도 고객이 항상 쉽사리 구매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고객 자신이 진정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거나, 시스템의 추천이 자신의 요구나 취향에 맞지 않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시행착오 학습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고객이 다중 순차 실험(sequential experiment)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가능한 선택 사항과 자신의 요구 사항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량 맞춤 생산 시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121Time.com의 예를 보자. 이곳의 고객은 자신이 어떠한 시계를 원하는지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고객은 121Time.com의 온라인 환경 설정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선택 사항을 시험해본다. 여러 색상과 스타일을 조합해봄으로써 한 가지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이 다른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시계의 전체적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한다. 고객들은 이 쌍방향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도 잘 몰랐던 선호도를 확실히 깨닫는다. 이 중요한 정보는 차기 환경 설정 시스템에도 반영된다.
 
일부 기업은 프로세스를 100% 자동화해 선택적 탐색 영역을 넓혔다. 자석 센서를 붙인 아디다스 운동화가 대표적 예다. 이 운동화에는 신발 쿠션을 조절하는 시스템과 그 조절 과정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있다. 신발 쿠션 조절 시스템은 운동화의 발뒤꿈치 부분이 땅에 닿으면 센서가 자동으로 발바닥 중앙의 압축 정도를 측정한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도면의 상황이 너무 부드럽거나 딱딱하지 않은지를 계산해낸다. 이후 소형 모터가 플라스틱 쿠션 장치에 붙여진 케이블을 길게 늘이거나 짧게 당김으로써 쿠션 장치를 팽팽하거나 느슨하게 조절해준다.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대량 맞춤 생산은 ‘목표’가 아닌 ‘과정’
과거 많은 경영자들은 대량 맞춤 생산이 자사의 비즈니스에 부적합하리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를 무작정 거부했다. 물론 대량 맞춤 생산을 시행하려면 반드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모든 기업이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량 맞춤 생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널리 퍼진 까닭은 그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대량 맞춤 생산을 ‘이상적 상황(ideal state)’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상적 상황의 기업은 각종 난제를 해결하는 법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고객의 선호도 역시 샅샅이 파악하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의 진열 방식을 단순화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비용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춘 독특한 주문 제품을 만드는 일까지 해낸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이상적 상황에 도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대량 맞춤 생산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도 여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진정한 대량 맞춤 생산은 무엇을 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경영자들이 대량 맞춤 생산을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량 생산과 이상적 상황이 양쪽 극단에 자리한 환경에서 어떤 기업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일과 비슷하다. 이때 기업의 위치는 앞서 언급한 ‘솔루션 공간 개발’ ‘견고한 프로세스 설계’ ‘선택적 탐색’이라는 3가지 기준의 달성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대량 맞춤 생산을 실시하는 기업은 자사의 기술 수준과 업계의 경쟁 현황에 따라 이 3가지 역량을 동시에 개선하거나, 12가지 역량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대량 맞춤 생산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다. 대량 맞춤 생산의 순수한 이상향에 한참 못 미치는 조직이라도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량 맞춤 생산을 실시하는 기업의 목표는 완벽한 이상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다. 솔루션 공간 개발, 견고한 프로세스 설계, 선택적 탐색 과정을 꾸준히 개선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목표다. 이 과정에서 조그만 진전만 이뤄내도 기업은 전략적 차별화와 경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서 거둔 성공이 다른 분야에서도 변화를 일으키는 선순환도 가능하다. 아메리칸 파워 컨버전(APC)은 네트워크 및 데이터 장비 업계의 대표주자다. APC는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가치 사슬을 개선해 많은 비용이 필요한 주문 설계 생산(ETO) 방식을 대량 맞춤 생산으로 바꾸고 있다. 이 회사는 모듈 기반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량 맞춤 생산의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판매 및 주문 처리에도 환경 설정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APC의 극동 아시아 지사에서 우선 표준 부품을 대량 생산한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각각의 고객 주문에 맞춰 최종적으로 조립한다. 그 결과 완성품의 배송 시간이 400일에서 16일로 대폭 줄었다. 생산 비용도 급감했고, 제품 혁신 속도도 빨라졌다.11 APC는 현재 대량 맞춤 생산 원칙을 주요 매출원이자 수익원인 사후 서비스에도 적용하고 있다.
 
조직의 타성을 극복하라
경영자들은 대량 맞춤 생산을 시행하는 데 따르는 도전 과제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APC의 성공은 아직 지극히 드문 예일 뿐이다. 세계 최대 정원용 농기구 제조업체 디어 앤 컴퍼니를 보자. 이 업체는 고급 제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잔디깎기 및 정원용 장비 부문에서 점점 많은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결과 부품 생산 공정이 매우 복잡해졌고, 생산 비용도 늘어났다.
 
디어 경영진도 이 상황을 파악하기는 했다. 그들은 제품 생산 플랫폼을 단순화하면 매년 수백만 달러를 줄일 수 있음을 알았지만 끝내 변화를 거부했다. 디어가 자사의 솔루션 공간을 고객 기반에 맞춰 조정하고 유연한 가치 사슬을 만드는 데에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것도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이후에 이뤄져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량 맞춤 생산에 필요한 3가지 핵심 역량을 일부라도 개선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는 연구 결과 이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따라서 대량 맞춤 생산을 시도하는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조직 내의 강한 타성과 거센 반발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12
 
마케팅의 초점 대량 생산 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고객 요구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데 집중한다. 즉 기존 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한 사람들은 마케팅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대량 맞춤 생산 기업에 꼭 필요하고 적합한 정보나 도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지금은 효력을 잃은 제품 차별화 기준에 목을 매거나, 경쟁사의 차별화 특성을 그대로 모방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회계 처리 대량 생산 기업의 회계 처리는 복잡하지 않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거나, 심지어 한 종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부품 증가에 따른 제조 간접비나 공정 간접비를 산정하고, 이를 해당 제품에 배분하는 작업이 매우 간단하다. 이런 기업들은 제품의 종류를 확대하는 대량 맞춤 생산을 시도할 때 정확한 비용 효과를 측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부품 표준화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때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설계 문화 대량 생산 기업은 제품을 개발할 때 설계를 차별화하거나, 신규 개발 부품의 변동 원가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로 인해 종종 지나치게 차별화된 제품을 설계하거나 비용을 줄이려고 임시 부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 대량 맞춤 생산 기업은 다른 설계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설계, 즉 솔루션 공간 안에서 부품과 공정을 공유하는 설계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투자 기준 대량 생산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논리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일이다. 때문에 이들은 대량 맞춤 생산 기업에 부적합한 비유동 고정자산을 선호한다. 게다가 경영자 중에는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수익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과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투자를 접지 않는다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가치 사슬의 한계 기업의 기존 구매 정책 안에서는 일개 부서가 완전히 새로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대량 맞춤 생산을 맞춤 생산하라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최대 교훈은 다음과 같다. 대량 맞춤 생산에는 최선책이 없다. 또 델처럼 대량 맞춤 생산에 성공한 기업을 무작정 따라 하면 혹독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대량 맞춤 생산을 ‘주문을 받은 즉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여기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요구에 맞는 제품만을 찾는다. 제품이 자신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으며 가격 또한 적당하다면 그걸로 그만이다. 즉 고객은 제품이 자신의 주문 이후 즉시 제조되었는지, 창고에서 출고된 제품인지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어즈 백화점의 사례를 보자. 시어즈는 아바타와 스타일 매칭 기법을 동원해 수십억 달러의 온라인 사업을 구축했다. 고객들은 아바타와 스타일 매칭을 통해 주방용품과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탐색했다. 시어즈는 제품 자체보다 고객의 쇼핑 체험을 개인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일부 사업 부서에서는 평균 주문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시어즈가 주는 교훈은 ‘기업이 고객 기반, 업계 경쟁 상황,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토대로 스스로에게 맞는 대량 맞춤 생산 전략을 세우고, 이를 스스로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다.13 맹목적으로 대량 맞춤 생산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만 모방하면 안 된다. 대량 맞춤 생산은 표준 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맞춤형 솔루션 및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 대량 맞춤 생산을 시도할 수 있다.
 
대량 맞춤 생산에 성공하려면 조직 전체가 앞서 말한 3가지 핵심 역량을 높여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대량 맞춤 생산의 성공이 어렵다는 의미는 3가지 핵심 역량을 모방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3가지 핵심 역량을 지닌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을 보유할 수 있다.
 
 파브리시오 살바도르는 스페인 인스티투토 데 엠프레사(the Instituto de Empresa Business School) 경영대학원 운영관리 전공 교수이자, MIT 스마트 맞춤 생산 그룹(the MIT Smart Customization Group) 창립 회원이다. 파블로 마르틴 데 올란은 인스티투토 데 엠프레사 창업경영 학과장 및 코스타리카 중미경영대학원(INCAE) 전략조직학과 교수다. 프랑크 필러는 독일 아헨공대(RWTH Aachen University) 경영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 기술혁신관리 그룹장이다. 또한 MIT 스마트 맞춤 생산 그룹의 공동 창립자이자 컨설팅 회사 Think Consult의 창립 파트너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 대한 의견 제시나 저자와의 연락은 smrfeedback@mit.edu를 통해 가능하다.
 
번역 서정아 blurmanics@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대 슬론 MBA스쿨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 계간지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09년 봄 호에 실린 스페인 인스티투토 데 엠프레사 경영대학원 파브리시오 살바도르 교수, 파블로 마르틴 데 올란 교수, 독일 아헨공대 프랑크 필러 교수의 글 ‘Cracking the Code of Mass Customization’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파브리시오 살바도르 | 스페인 인스티투토 데 엠프레사(the Instituto de Empresa Business School) 경영대학원 운영관리 전공 교수, MIT 스마트 맞춤 생산 그룹(the MIT Smart Customization Group) 창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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