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2.0 시대… 6가지 해법

32호 (2009년 5월 Issue 1)

웹 2.0 시대에 기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뭘까? 바로 ‘소비자 불만’의 부하(overload) 현상이다.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공개하고 빠른 속도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하여 소비자 불만의 공개적 논의가 폭증했다.
 
웹 2.0 시대의 소비자 불만 공개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피트 블랙쇼는 2008년 ‘만족한 고객은 3명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화난 고객은 3000명에게 이야기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전혀 과장된 제목이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해외 사례 1 톰 파머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케팅 컨설팅회사의 파트너다. 그는 2001년 동료와 함께 휴스턴으로 출장을 갔다가 더블트리 호텔에서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분명히 방을 예약했는데, 호텔 직원이 그날 손님이 많아 방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는 딴소리를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묵지 못하고 새벽 2시에 거리를 헤매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불만을 담아 ‘Yours is a very bad hotel’이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 문서를 만들어 퍼뜨렸다. 고객 불만의 바이럴(viral) 마케팅이랄까? 이들은 전 세계에서 5000여 통의 e메일을 받았다. 당시는 블로그가 전혀 활발하지 않았던 2001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대단한 숫자다. 현재 구글에서 이 파워포인트의 제목과 톰 파머의 이름을 치면 8만 개가 넘는 포스팅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사례 1 유머를 주제로 한 블로그 ‘i-rince.com’은 정기 구독자 수가 1000명이 넘고, 누적 방문자 수가 2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블로그 운영자는 2007년 6월 부모님의 빚을 갚아드리고자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국민은행 서대문 지점과 중곡동 지점을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두 곳에서 모두 대출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서대문 지점 직원으로부터는 친절하게 절차와 사유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중곡동 지점에서는 거의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 그는 이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이 포스팅은 널리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 블로거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해 사과했다.
 
해외 사례 2 블랙쇼의 책에 나와 있는 사례 하나를 보자. 뉴욕에 사는 청년 빈센트 페라리는 2006년 6월 그동안 사용하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해 AOL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OL의 서비스 담당 직원은 왜 해지하려는지 이유를 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 서비스 해지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AOL의 이런 못된 행태를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페라리는 미리 준비해둔 녹음기로 직원과의 대화를 녹음한 뒤, 21분이나 걸린 대화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다. 불과 이틀 만에 6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이 대화를 듣고 AOL의 문제점을 생생히 알게 됐다. 구글에서 빈센트 페라리와 AOL을 치면 무려 20만 개가 넘는 정보가 검색된다. 결국 AOL은 담당 직원을 해고하고 공식 사과했다.
 
국내 사례 2 위에서 소개한 블로거 rince는 2009년 2월 구글로부터 받은 수표를 바꾸기 위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잠실역점을 각각 방문했다. 이번에는 하나은행에서 불분명한 이유로 지급 거부를 당했고, 반대로 국민은행에서는 친절한 응대를 받았다. 이 블로거는 다시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에 올려놓았고, 여기에 6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은행 서비스에 대한 불편한 경험을 공유하게 됐다. 문제는 댓글에서 발생했다. 어느 방문자가 “세상 사는 데 좀더 이해심을 기르시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까칠하시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블로거가 추적해보니 이 댓글은 하나은행의 컴퓨터로 쓰인 사실이 밝혀졌다. 블로거는 이 문제를 다시 블로그에 올리는 한편, 하나은행에 공식 항의해 사과를 받아냈다.
 
기업의 6가지 위기 대처 원칙
이처럼 3000명에게 불만을 전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3000번 돌릴 필요도, e메일을 3000명에게 보낼 필요도 없다. 검색 엔진을 통해 정보와 뉴스를 찾는 시대에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불만을 하나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3000명 혹은 그 이상이 찾아올 수 있다.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의 숫자가 과거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는 인터넷 등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소비자 불만의 수가 매우 많아질 것이다. 블로그와 같은 공개 수단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 불만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①고객 불만 처리 서비스를 강화하라 소비자 만족도는 2가지 경로를 통해 충족된다. 하나는 구매한 제품이 기대를 뛰어넘는 만족도를 줄 때이고, 또 하나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이 어떻게 해결해주는가 하는 경험을 통해서다. 즉 소비자가 문제를 갖고 서비스 센터로 연락할 때, 이는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 만족도나 충성도를 높일 기회다. 하지만 이 불만 처리 과정에서마저 실망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정적 경험을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소비자 불만 처리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소비자 불만 처리 속도는 물론, 빈센트 페라리의 사례에서 보듯 직원들의 응대 태도까지 포함된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 컴캐스트는 블로그상의 소비자 불만을 모니터링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발생했을 때 먼저 블로거에게 연락해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이로써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블로거들은 다시 자신들의 긍정적 경험을 블로그에 올려 자연스럽게 긍정적 뉴스가 널리 퍼지는 효과를 보았다.

②소비자 불만의 공개를 두려워하지 말라
전직 기자이자 소셜 미디어 전문가로 꼽히는 폴 길린은 최근 저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비밀’에서 “부정성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흙(공개된 소비자 불만)’을 되도록 묻히지 않으려고 했으나, 지금과 같은 개인 미디어 시대에는 어느 정도 ‘흙을 묻히고’ 갈 수밖에 없다. 이때 ‘흙을 제대로 털어내는(소비자 불만 해결)’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홈페이지에 스스로 올리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웹 2.0의 패러다임에서는 오히려 소비자 불만을 제품 블로그 등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도록 만든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좋은 것만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소비자 불만과 그 처리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얻어나갈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다른 곳보다 자사의 인터넷 공간(홈페이지나 제품 블로그 등)에 불만을 털어놓게 하면 소비자 불만 관리가 더욱 쉬워지기 때문이다. 우리 공간에 소비자 불만을 담지 않으면 다른 어디에선가 담게 돼 있다. 델의 기업 블로그(direct2dell.com)에 가보라. 검색 기능을 통해 ‘배터리 리콜(battery recall)’을 찾으면 1만 개 이상의 결과를 볼 수 있다.
 
③피하지 말고 입장을 담아 이야기하라 블로그에서 제기된 불만을 무조건 피하거나 무시하기보다 회사의 입장을 만들어 대응하는 게 좋다. 딜로이트 컨설팅은 웹 2.0 시대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메시지에 대한 통제는 잃어버렸다. 대응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응을 할 때는 되도록 자사의 공간에서 하는 게 좋다. 소비자 불만 처리가 1회로 끝나지 않는 사례가 많고, 입장의 변화나 관련 내용의 업데이트를 일관성 있게 보여줄 수 있으며, 콘텐츠 수정 등의 관리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④잘못을 했을 때는 ‘쿨하게’ 사과하라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는 비밀이 없다. 기업의 실수나 잘못이 과거보다 훨씬 투명하게 잘 드러나는 ‘벌거벗은 기업’의 시대가 됐다. 이러한 때에는 기업도 투명하게 잘못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해 소비자의 분노를 일찍 가라앉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과를 할 때에는 3가지를 전달해야 한다. 자사의 실수나 잘못의 수용(acceptance), 진실한 사과(apology), 그리고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action). 어설픈 유감의 뜻만 비치면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더 큰 소비자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⑤소셜 미디어에서 존재감을 구축하라 개인 소비자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존재감을 구축하고 서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와 같은 공간에서 소통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웹 2.0 공간인 소셜 미디어로 진출하는데, 기업은 웹 1.0 공간인 홈페이지에 머물러 있다면 소비자와 대화하기 힘들고 관계를 쌓는 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스위처와 메츠거가 2007년 PR리뷰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업 블로그의 독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들보다 위기의 심각성을 덜 인식한다. 또 기업은 진실한 대화 노력으로 신뢰를 받을 때 소비자를 더욱 안심시킬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블로그에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대화를 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이들은 밝히고 있다.
 
⑥소셜 미디어의 특성에 대해 새로운 마인드로 무장하라 하나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블로그상의 소비자 불만에 대해 해당 기업 직원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부적절하게 대응했다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그동안 심심치 않게 이런 일들이 발생해왔다. 기업 내부에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기업이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점차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특성을 미리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불만 표출 행태에 대해 기업이 적절히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제품들에 대해 불만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데, CEO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면 안 된다. ‘CEO 2.0’이 없으면 ‘소비자 2.0’을 상대할 수 없다.

필자는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마켓대에서 PR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 중이다. 글로벌 PR 컨설팅사인 에델만 한국 대표를 거쳐 더랩에이치 대표로 있으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하는 코칭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편집자주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드뭅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겪은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김 대표의 e메일(coolcommunication@gmail.com)로 보내주십시오. 좋은 사례를 골라 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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