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구업체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과 10년 기한의 독점 계약을 맺었다. 즉 아마존에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매장을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연간 5000만 달러와 매출액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 구축에 난항을 겪던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의 뛰어난 인터넷 주문 관련 기술이 필요했다.
당시 토이저러스 경영진은 이 방법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다. 아마존과 협력해 완구업계를 지배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확보할 방법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4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토이저러스는 이 계약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게다가 아마존은 자사의 성장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토이저러스 외에도 소규모 완구 및 게임 판매업체들을 입점시켰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2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년간의 소송에서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이 독점 계약을 위반하고 다른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바람에 자사의 온라인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마존은 토이저러스가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업체들이 필요했다는 논리로 자사의 행위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소송의 결과는 어땠을까. 법원은 아마존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며 두 회사의 계약 해지를 허용했다. 하지만 토이저러스에 배상금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토이저러스의 실패는 특수 사례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아마존처럼 급속히 성장하는 멀티사이드 플랫폼(Multisided PlatformㆍMSP)과의 협업을 모색하다 실패했다. MSP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을 연결시켜주는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을 말한다. 신용카드회사와 이베이는 고객과 상거래업체들을 이어준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광고주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연결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이용자, 주문자부착생산(OEM) 업체라는 3가지 유형의 고객을 이어준다. 소니 블루레이의 고해상 DVD 기술 역시 콘텐츠 공급업체, DVD 플레이어 제조업체, 소비자를 연결한다.
한때 몇몇 문제점을 지니기도 했지만, 인터넷과 제반 기술의 힘 덕분에 MSP는 오늘날 모든 기업들에 중요한 존재로 떠올랐다. MSP라는 새로운 형태의 중개자들이 정보 검색을 쉽게 해주고 거래 비용을 줄여준 덕분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MSP의 역할을 하거나 다른 회사의 MSP에서 활동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에 MSP는 ‘양날의 칼’이다. 물론 MSP는 기업의 효율성과 고객과의 접점을 높여준다. 기업은 구글에 광고를 올림으로써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유치할 수 있는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MSP가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거나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다른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토이저러스는 아마존과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아마존의 이익이 자사의 이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부터 인지했어야 했다.
아마존 플랫폼은 고객들에게 어떤 유형의 제품이건 무한대로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반면 토이저러스의 성공은 수요가 높은 몇몇 인기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에 달려 있었다. 즉 두 업체의 성공 방식이 완전히 달랐지만, 토이저러스는 이 점을 간과했다. 최소한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이 다른 완구업체를 입점시킬 때 엄격한 제한 조건을 두는 식으로 아마존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어야 했다.
이처럼 멀티사이드 플랫폼을 다룰 명확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그 기업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다음은 경영자들이 명확한 플랫폼 전략을 수립할 때 도움을 줄 고려 사항이다.
- 첫째, 기존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그 2가지 모두를 할 것인지부터 판단하라.
- 둘째, 제3의 MSP가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하나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다수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결정하라.
- 셋째, 어떤 MSP와 협업할지 결정했다면 회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MSP에서 어떤 기능이나 서비스를 채택, 추가, 거부해야 할지 판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