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폭제가 된 것은 바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다중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인 리니지는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해 3년 만에 동시 접속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다. 리니지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게임 및 PC방 산업은 미국 블리자드의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장악하고 있었다. 리니지가 많은 게임 사용자를 온라인게임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리니지는 또한 현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온라인게임사(社)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냈다.
리니지의 성공으로 많은 기업이 앞 다퉈 온라인게임을 내놓기 시작했고, 1999년 20여 종에 그친 MMORPG는 2000년 한해 100개 이상이 출시됐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다른 개발사들이 리니지를 모방한 게임을 만들면서 리니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MMORPG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인 리니지Ⅱ를 새롭게 선보였다. 리니지Ⅱ 또한 성공적이었다. 초기에 반짝할 줄 알았던 인기가 점점 커지면서 엔씨소프트는 국내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게 되었다. 2003년 10월 일본과 미국에 이어 11월 대만과 홍콩에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다음해 9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2004년 6월에는 일본에서 최고 사용료로 상용화를 시작해 4개월 만에 9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선호하는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같은 해 8월 리니지Ⅱ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 접속자 15만 명을 돌파했다. 2007년 말 한국과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호주, 브라질 등에서 14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오랫동안 대부분의 수익을 리니지 시리즈에서 얻고 있다. 2006년 매출액의 99%가 리니지와 리니지Ⅱ에서 발생했다. 설립 초기부터 리니지에 끌려 다닌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글로벌 인프라, 로컬 콘텐츠’를 표방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성장해왔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게임 개발에 노력했다. 미국 지사인 아레나넷이 개발한 차기 온라인게임 ‘길드 워(Guild Wars)’와 유명 게임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을 영입해 개발한 ‘타뷸라 라사’ 등에 잇달아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게임이라는 평을 들었고,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는 부진이 지속됐다.(그림1)
2008년 말에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천계와 마계를 소재로 한 MMORPG ‘아이온’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등장과 동시에 PC방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면서 아이온이 리니지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전략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전략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네트워크 산업은 산업 특성상 네트워크를 선점하면 긴 시간 동안 선도자의 우위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시장 형성기에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는 헤비 유저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선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하다. 리니지도 10년 동안 세계 MMORPG 시장의 선두를 지키면서 이러한 선도자의 우위를 누렸다.(그림2)
송재용jsong@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의 석학종신회원(Fellow), 미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국제경영분과(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와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