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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프라, 로컬 콘텐츠’ 전략

송재용 | 28호 (2009년 3월 Issue 1)
리니지와 엔씨소프트의 성공 신화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폭제가 된 것은 바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다중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인 리니지는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해 3년 만에 동시 접속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다. 리니지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게임 및 PC방 산업은 미국 블리자드의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장악하고 있었다. 리니지가 많은 게임 사용자를 온라인게임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리니지는 또한 현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온라인게임사(社)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냈다.
 
리니지의 성공으로 많은 기업이 앞 다퉈 온라인게임을 내놓기 시작했고, 1999년 20여 종에 그친 MMORPG는 2000년 한해 100개 이상이 출시됐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다른 개발사들이 리니지를 모방한 게임을 만들면서 리니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MMORPG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인 리니지Ⅱ를 새롭게 선보였다. 리니지Ⅱ 또한 성공적이었다. 초기에 반짝할 줄 알았던 인기가 점점 커지면서 엔씨소프트는 국내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게 되었다. 2003년 10월 일본과 미국에 이어 11월 대만과 홍콩에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다음해 9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2004년 6월에는 일본에서 최고 사용료로 상용화를 시작해 4개월 만에 9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선호하는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같은 해 8월 리니지Ⅱ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 접속자 15만 명을 돌파했다. 2007년 말 한국과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호주, 브라질 등에서 14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오랫동안 대부분의 수익을 리니지 시리즈에서 얻고 있다. 2006년 매출액의 99%가 리니지와 리니지Ⅱ에서 발생했다. 설립 초기부터 리니지에 끌려 다닌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글로벌 인프라, 로컬 콘텐츠’를 표방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성장해왔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게임 개발에 노력했다. 미국 지사인 아레나넷이 개발한 차기 온라인게임 ‘길드 워(Guild Wars)’와 유명 게임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을 영입해 개발한 ‘타뷸라 라사’ 등에 잇달아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게임이라는 평을 들었고,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는 부진이 지속됐다.(그림1) 

2008년 말에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천계와 마계를 소재로 한 MMORPG ‘아이온’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등장과 동시에 PC방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면서 아이온이 리니지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전략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전략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네트워크 산업은 산업 특성상 네트워크를 선점하면 긴 시간 동안 선도자의 우위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시장 형성기에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는 헤비 유저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선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하다. 리니지도 10년 동안 세계 MMORPG 시장의 선두를 지키면서 이러한 선도자의 우위를 누렸다.(그림2) 

[DBR TIP]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전략 방향
 
현지화와 글로벌 전략의 조화
엔씨소프트의 현지화 전략은 세계 주요 시장에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 능력을 갖춘 지사를 설립해 해당 시장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국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고,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은 현지 인력의 머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지의 게임 산업과 시장·소비자·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현지 인력을 주축으로 현지에서 게임을 만들면 결국 소비자가 더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전략을 따르면 중국에서는 중국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게임을, 일본에서는 일본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엔씨소프트의 전사적 역량을 기반으로 한 블록버스터형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의 현지화 전략을 계속 추구하면 분산된 시장과 개발력으로 인해 오히려 전 세계적인 개발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명암을 고려해 엔씨소프트의 해외시장 전략은 기본적으로 현지 법인을 통해 현지화에 초점을 두는 동시에 전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리니지와 같은 게임을 개발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PC 및 콘솔게임업체와의 협력 및 경쟁전략
PC게임업체와의 경쟁 전략은 온라인게임의 장점을 살려 기존의 온라인게임에 충성도를 보이는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서버관리 기술과 고객의 니즈를 게임 기획에 반영하는 능력, 버그 수정 및 게임 관리 기술 등에서 우위에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하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 전략은 PC게임과 콘솔게임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와 서버관리 기술 등의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PC게임과 콘솔게임의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기술적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콘솔게임 기반의 온라인게임이나 PC 기반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빠른 진출을 통한 네트워크 선점 전략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온라인게임은 온라인 친구의 권유가 게임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고 혈맹·길드 등의 온라인 소모임을 통해 단체의식을 강화하며 게임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는 전략을 썼다. 이러한 전략으로 엔씨소프트는 창업 10년 만에 미국을 비롯해 일본·중국·유럽, 대만 등에 진출했으며, 이 가운데 대만을 제외한 지역에서 현지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시장 미국은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7월 리니지 상용화 이후 리니지Ⅱ, 시티 오브 히어로, 길드워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엔씨소프트 유럽은 유럽 게이머들을 위한 전용 서버를 오픈하고 독일·프랑스 등 9개국에서 리니지Ⅱ, 길드워, 시티 오브 히어로, 시티 오브 빌런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이외의 게임에서도 일부 성공을 거뒀다.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길드워는 프랑스·영국에서 출시와 동시에 PC 게임 판매 1위로 올라섰다. 미국 시장에서 시티 오브 히어로는 2004년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선정돼 출시 3개월 만에 25만 개가 팔렸다. 2005년 10월 말에 시티 오브 히어로를 확장해 출시한 시티 오브 빌런은 전 분기 대비 145% 증가한 15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장의 매출이나 이익은 국내 시장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아시아 시장 엔씨소프트는 2000년에 대만에서 리지니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리니지Ⅱ, 길드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만 시장의 성과는 좋은 편이다. 리니지가 국내에서 수개월에 걸쳐 이룬 성과를 일주일 만에 달성하기도 했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20만 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 중국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 차이나를 통해 리니지, 리니지Ⅱ를 서비스하고 있다. 리니지Ⅱ는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2004년 4분기 로열티로만 25억 원을 벌어들였다.
 
일본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와의 합작법인인 엔씨 재팬을 통해 2002년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일본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100% 지분을 소유한 엔씨소프트 재팬을 설립했다.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인기 게임은 리지니 시리즈로, 리니지 동시접속자 수 1만 명과 리니지Ⅱ 동시접속자 수 5만 명을 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아시아 시장 진입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비하면 실적은 역시 초라한 편이다.(그림3)
 

새로운 전략 모색 필요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인프라, 로컬 콘텐츠’ 전략은 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현지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일찍 발견해 처음부터 지사를 설립하고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개발력을 보강했다. 미국 지사인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는 철저히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이 이뤄진 덕분에 수익도 미국과 유럽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엔씨소프트는 합작 형태로 수출에 전력을 기울인 일본과 중국에도 개발사를 설립했다. 개발사 설립은 곧 해당 시장에 적합한 게임을 해당 국가에서 직접 개발하겠다는 의도로, 현지화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지화 전략과 빠른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외의 게임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리니지와 리니지Ⅱ에서만 전체 매출의 90% 이상인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공격적으로 개척한 해외 시장은 다른 온라인게임사와 PC게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는 대표적 인기 PC게임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확장팩,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등은 현재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 또한 기술력이 뛰어난 온라인 개발사를 영입해 피파 온라인 등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공격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제는 네트워크 선점만으로 작품성 및 완성도가 높은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다. 헤비 유저를 중심으로 초기 온라인게임 시장을 선점한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가적으로 세워야 할 때다. 특히 콘솔(비디오) 게임기를 통한 온라인게임 서비스가 가시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강력한 콘텐츠를 가진 일본 게임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경쟁 및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에서는 일본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콘솔 게임이 주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기존 게임 산업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온라인게임 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엔씨소프트는 아직 헤비 유저 중심의 MMORPG 장르 온라인게임에서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잠재적 경쟁에 대처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본 사례 연구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장성용·김상지 석사가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연구 논문은 2007년 문화관광부와 한국경영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문화콘텐츠 해외 진출 관련 논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경영학연구’ 2007년 12월호에 실린 사례 연구 논문을 요약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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