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 게임의 법칙을 바꿔라

25호 (2009년 1월 Issue 2)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한 세계경제 침체가 각 경제 주체의 미래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언젠가 다시 회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기업 경영에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아무리 불황이 심해도 기업은 다가올 호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불황기는 ‘다행히도’ 준비하는 자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기다. 격변의 시기에는 호황기보다 ‘게임의 법칙(rule of game)’을 바꾸기가 훨씬 쉽다. 경쟁자가 몸을 움츠린 사이에 준비하면 호황기에 이들을 따돌리고 더 큰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궁극적 차별화의 원천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필자는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업계의 ‘표준’이나 ‘법칙’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끊임없이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흉내내려는 다른 기업들은 언제나 몇 발자국 늦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새로운 시장 법칙, 즉 궁극적인 차별화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기업 역사에 답이 있다. 기업이 자원을 투입해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국가별 경제발전 과정 속에서 형성된 경제문화(economic culture)와 기업 자체의 문화(corporate culture)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국가 및 기업의 문화가 해당 산업의 가치사슬 경쟁력을 강화하느냐가 경쟁 우위의 기본적 요소다.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Big 3)는 100여 년 동안 미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상당 기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맹주 자리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30여 년 전부터 몰락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의 경쟁력 강화에 있어 미국의 경제문화와 빅3의 기업문화가 일본보다 열세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확대하고, 세계 경제가 회복돼도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더 이상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게 분명하다.
 
미래 성장 지도를 그려라
필자는 가치사슬 안에 있는 각각의 주체(player)들이 협력해 전체 사슬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경제문화가 있는가 하면, 각 주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가치사슬의 역학 변화를 리드하거나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하게 하는 경제문화도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제문화는 전자에 가깝고, 미국의 경제문화는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후자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으로 시장의 새 강자가 되고자 하는 기업은 자사의 배경이 되는 경제문화와 기업문화에 적합한 가치사슬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고 도전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경제 및 기업문화와 잘 들어맞지 않는 분야에서는 손을 떼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 않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과 경제·기업문화를 보면 일본의 경쟁자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우리는 혁신과 도전, 신속성이라는 우리만의 문화를 기반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 왔다. 앞으로도 분명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불황 속에 새해를 맞은 경영인들이 미래의 성장 지도를 한번 그려볼 것을 권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조합이다. 미래의 기회는 미리 준비하는 자의 손에 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현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모니터그룹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기업 전략 수립과 조직설계, 조직역량 강화,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 확대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컨설팅 활동을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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