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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미래, 집중적 초토화 전략에 달렸다

김수욱 | 24호 (2009년 1월 Issue 1)
정부가 지난달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가 더욱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 ‘공기업 경영은 방만하다’는 것이다. 공기업 경영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기에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공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기업과 다른 논리 및 원칙이 적용되는 공기업 특성상 경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비해 그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 이유를 흔히 부적절한 인건비 인상, 무분별한 외연 확장과 같은 졸속 행정, 도덕적 해이에서 찾는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시각, 즉 명확한 비전과 전략 방향 부재에서 그 문제점을 찾고 싶다. 
 
초경쟁 사회에서 기업은 비전과 전략에 모든 활동을 집약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공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공기업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구성원의 구심점이 될 만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우연히 모 공기업의 경영혁신 보고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보고서에는 그 공기업의 비전이 무려 30개, 그에 따른 전략도 70개에 이른다고 자랑스럽게 쓰여 있었다. 과연 그 많은 비전과 전략이 그 공기업에 다 필요한 것인지가 의심스러웠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 많은 비전과 전략을 제안했는지, 이에 대한 경제적·공익적 타당성 분석은 이뤄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보고서 그 어느 곳에도 이에 관한 해답이 없었다. 유명무실하고, 목표시장 및 고객 또한 불분명한 이 공기업의 비전이야말로 최고경영자(CEO)가 장기적 시각으로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다.
 
기업의 비전과 전략은 매우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관해 그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과, 그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는 일이 각각 비전 설정과 전략 구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가 속한 기업 생태계의 철저한 분석과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필자는 비전과 전략이 부재한 공기업에 가장 필요한 전략으로 ‘집중적 초토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집중적 초토화는 수많은 사업과 전략으로 자사의 역량을 분산하기보다 가장 중요하고 성공할 자신이 있는 몇몇 사업과 전략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해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중원의 명장이 많은 곳에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떤 기업이 분명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시장에서 중원의 명장들과 과감히 승부를 겨루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중원의 명장들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시장을 찾아 집중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시장부터 철저하게 장악한 뒤 이를 발판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 집중적 초토화 전략의 가치다.
 
집중적 초토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목표 시장 및 사업 영역을 잘 선정하는 것, 즉 전략적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처럼 고객 요구가 다양해지고 동질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모든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향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면 어느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표적 시장을 선정하고, 그 특정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기업의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점차적으로 시장과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고 방만한 경영으로 종종 비난을 받는 공기업의 경우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집중적 초토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기업의 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 KTF의 3세대(3G) 이동통신 브랜드인 쇼 서비스를 들 수 있다. KTF는 데이터 통신 및 화상통화 중심의 3G 시장에서 경쟁사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역량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도 노리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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