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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그룹 송기홍 대표 인터뷰

새로운 니즈, 참신한 채널 찾아라

DBR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10년 전 외환위기 때 오히려 강해지고 뜬 기업들이 있습니다. 호황기에 나타나지 않는 소비자들의 잠재적 니즈를 끄집어내는 기업, 마케팅 역량과 재무적 역량을 탄탄하게 쌓은 기업은 불황기에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습니다.
 
불황기는 기업들의 시장 지위가 바뀌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입니다. 불황이 오히려 성공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불황이라고 해서 부정적 측면만 봐서는 안 됩니다. 재무적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비용 절감에 신경 쓰기보다 산업구조 재편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 불황기를 새로운 기회이자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의 송기홍 M2C Asia 대표는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에 이같이 충고했다. 송 대표는 “불황기에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 무조건 가격을 낮추기보다 과금 체계(price matrix)를 바꾸고, 유통채널의 변화를 포착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등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에게 가격 전략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브랜드 관리 전략 등 불황기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불황기에는 수요 진작을 위해 저가격 전략을 쓰는 기업이 많은데…
일시적으로 가격 할인 행사나 끼워 팔기 등의 프로모션을 펼치거나 핵심 기능만 살리고 부가적인 기능을 뺀 스트립다운(strip-down) 제품 등을 내놓는 방법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전략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가격 정책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번 내린 제품 가격은 다시 올리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인하된 가격에 쉽게 적응한다. 불황기가 지난 뒤 다시 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기업은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경쟁사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똑같이 저가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함께 망하는 지름길이다. 경쟁기업의 저가격 전략에 맞춰 계속 가격을 낮추면 서로의 마진을 갉아먹으면서 출혈 경쟁을 하는 것밖에 안 된다. 경쟁사가 불황기에 저가격 정책을 편다면 똑같이 그 가격에 대응하기 전에 상대 기업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먼저 해봐야 한다.
 
보유 현금이 부족하고 현금 흐름이 나쁜 기업에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면 가격을 내려서라도 제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저가격으로 맞설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 빼앗긴 시장점유율은 금방 돌아오게 마련이다. 상대 기업의 저가격 전략에 숨은 이유를 파악하지 않은 채 똑같이 저가격으로 맞서면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가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격 정책은 제품 원가, 생산 구조, 기업의 경영 상황 등 모든 복합적 요소가 녹아 나오는 것으로, 가격은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은 가격 자체에 대응하기보다 가격 이면에 숨어 있는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불황기에 가격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외환위기 때 웅진그룹의 사례가 아주 훌륭한 가격 전략 사례로 꼽힌다. 웅진코웨이는 1997년까지만 해도 다른 회사들처럼 정수기를 일시불로 팔았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한 번에 100만300만 원이라는 목돈을 내고 정수기를 사는 소비자가 크게 줄었고, 웅진은 위기를 맞았다. 정수기 재고가 계속 쌓이자 웅진의 윤석금 회장은 소비자가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렌털’ 모델을 도입했다. 과금 체계를 과감히 바꾼 것이다.
 
재고가 쌓인다고 100만 원 넘는 정수기 가격을 대폭 낮춰 60만70만 원에 내놔도 불황기의 위축된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목돈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겨냥해 한 달에 2만3만 원의 사용료만 내고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 저항을 없애는 것은 물론 사용 기간이 3년 이상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웅진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대신 과금 체계를 바꾸는 가격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렌털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제2의 도약을 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다.
 
이처럼 기업은 과금 체계를 바꿈으로써 수요 변화에 따른 가격 전략을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다. 불황기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물리는 방법 자체를 바꿈으로써 실제 가격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게 합리적인 대책이다. 특히 가격 저항이 큰 내구재에 이러한 가격 전략을 도입하는 게 아주 효과적이다. 불황기 때 기업은 가격 인하로 수요를 늘리는 대신 과금 체계를 바꿔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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