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A. 마일스, 네이선 베닛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주요한 인수합병(M&A1
) 소식을 다루지 않은 날은 거의 없었다. 2008년 한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꾸준히 야후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합병에 따른 복잡한 통합 절차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전자투표 기기 제조 업체인 다이볼드 등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M&A는 주주가치를 눈에 띄게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베인&컴퍼니가 M&A와 관련된 전 세계 경영진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건의 M&A 가운데 3건만이 주주들에게 의미있는 가치증가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의 실패는 기업 연합의 4대 실패 요인 가운데 세 번째 이유였다.2
왜 새로운 통합 기업은 그렇게 자주 M&A 초기의 약속을 실현하지 못하는가.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근본적인 실패 이유는 M&A 이후에 최고경영진을 신속하게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산적인 업무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며,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위치에 자리잡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M&A 이후의 기업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전제 조건이 부족하다. 이 전제 조건은 상호 신뢰, 비전의 공유, 명확하게 정의한 역할, 업무 개발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이해와 합의 등이다. 불행하게도 주주들은 M&A 서류에 사인한 그날부터 최고 경영진의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사업 결과를 보고 싶어한다.
여러 주주들을 대변해 협상 기간에 대치하던 경영진은 ‘거친 협상자’에서 ‘신뢰성 있는 동료’로 숨쉴 틈도 없이 변신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는다. 2005년 어도비 시스템스가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할 때 협상에 참여한 스티븐 엘롭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크로미디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을 할 의무가 있었다. 때로는 매크로미디어를 위해 열심히 싸워야 했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어도비의 일원이 되었다. 이는 협상의 양측이 그 동안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싸우던 것을 다 잊고 함께 일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맞서야 할 문제가 더 많이 있다. 몇 명의 임원들은 협상이 진행된 방식에 대해 씁쓸한 감정을 가지거나, 결과에 화를 내거나, 직함·역할·책임·보상에 대해 편치 않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임원들은 새로운 기회에 흥분하기보다 계약결혼의 틀에 갇힌 듯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최고 경영진이 ‘그냥 웃으며 참는’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면 이것은 결코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최고 경영진의 주요 성공 요소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M&A 이후에 많은 경영진이 새 회사의 최고 경영진으로 재편되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최고 경영진을 구축 또는 재구축하고 지원하는 데 도움을 줄 6가지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파악했다. 다음의 글에서 우리는 각각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연구 과정에서 드러난 베스트 프랙티스에 근거한 조언들을 제공할 것이다.
처음의 3가지 조언은 초기 단계에 시작해야 하는 활동과 기업 통합의 전 과정 동안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조언은 기업 통합 과정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문제들을 고려한 것이다. 마지막 조언은 법적 조건이 충족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하고, 새로운 기업이 발전하면서 습관화해야 할 활동과 관한 것이다.
[가이드라인 1] 역할의 모호함을 줄여라(Reduce Role Ambiguity)
M&A는 기술이나 제품, 시장 점유율을 추가하거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M&A는 필연적으로 인력과 그들의 능력을 포괄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적·물리적 자산 또는 고객 목록을 인수한다. 인력은 언제든 기업을 떠나갈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연구개발(R&D) 중인 제품 및 서비스, 특정 고객에 대한 자료 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그들의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들이 떠날 위험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조기 이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할의 모호함이다. 새로운 통합 회사에서 자기 역할에 불안함을 느끼는 직원은 다른 기회를 고려하기 시작한다. M&A와 관련한 루머는 조용히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런 루머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M&A에 저항하는 재능있는 직원들은 그들을 원하는 다른 기업의 영입 목표다.
조언 통합 기업은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배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ship-jumper)’의 대다수는 팀과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오라클의 CEO인 래리 앨리슨은 피플소프트를 인수한 경험을 통해 직원과 관련한 모든 모호함을 즉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다시 일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