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ESG 모범생’ 풀무원의 성장 전략

‘바른 먹거리 미션’ 목적 지향 경영
구성원들의 자부심-열정 열매 맺다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풀무원이 ‘ESG 모범생’으로 성장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창업 이래 추구해온 기업의 존재 이유인 목적과 가치를 이사회,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재정립함으로써 ESG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2. ESG 전략/과제를 발굴(Plan)하고, 실행 및 성과 관리(Do)하고, 모니터링(Check)하는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ESG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3. 목적 지향 경영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고 ESG 실천에 동참하도록 동기 부여했다.

4. 목적을 지렛대 삼아 기존 사업 영역을 ‘지속가능 식품’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혁신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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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창업자의 깊은 고민 중 하나는 ‘애지중지하며 키운 소중한 기업을 어떻게 영속적인 조직으로 만들까’일 것이다. 창업 초기에 구성원들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도록 추동했던 열정과 에너지의 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또 사업이 다각화될수록 낮아진다. 아무리 훌륭하게 만든 시스템도 시대와 사람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자연은 에너지를 유입하지 않으면 무질서해질 수밖에 없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직 내에서 엔트로피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질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바로 경영진이 교체될 때다. 특히 창업 정신의 상징이었던 창업가가 경영진 자리에서 물러날 때 조직은 변화의 시험대에 오른다.

2018년, 풀무원의 첫 전문 경영인 총괄 CEO (이하 대표)1 로 선임된 이효율 대표의 어깨도 무거웠다. 지난 33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창업자 남승우 전 총괄 CEO(현 풀무원재단 고문)가 물러나고 이 대표가 첫 전문 경영인으로서 풀무원을 총괄하게 됐다. 외부에서는 대주주 경영자2 가 가족이 아닌 이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선택을 이례적이면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풀무원 내에서는 예고된 행보였다. 남 전 대표는 물러나기 약 3년 전부터 본인이 만 65세가 되는 2017년을 끝으로 자식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공표했다. 이효율 당시 풀무원식품 대표가 차기 총괄 CEO 1순위로 꼽혔으며 2017년 지주회사 풀무원의 각자 대표로 선임돼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를 밟으면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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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괄 CEO가 취임했을 때 풀무원은 두부 및 콩나물 부문에서 압도적인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할 뿐 아니라 생면, 착즙 주스 같은 혁신 상품의 히트로 매출액 2조 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대표는 풀무원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준비된 대표였다. 풀무원의 창립 연도인 1984년보다 1년 앞선 1983년, 풀무원효소식품에 입사한 이 대표는 남 고문과 함께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해 콩나물, 두부 등을 배달하며 건강한 먹거리가 가져올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던 창업 원년 멤버이다. 지난 38년 동안 풀무원의 성장사를 함께한 이 대표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제1호 사원’으로 통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이 대표였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뀐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풀무원의 모태인 풀무원 농장을 일군 원경선 원장의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3 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남 고문과 함께 그 정신을 계승해온 그였다. 풀무원은 유기농 먹거리 원칙을 계승하기 위해 MSG 같은 화학 첨가물 최소 사용 등 국가 기준보다 더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제조, 유통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바른 먹거리’의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국내외로 사업이 확장되고 변화무쌍한 대내외적 환경에 부딪히면서 풀무원 정신의 전통을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발맞춰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남 고문과 이 대표는 체제 전환 이후에도 영속할 목적과 가치 체계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읽은 아티클 ‘목적 지향적인 조직 만들기’4 도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이런 배경에서 2019년 3월, 풀무원은 기업의 헌법인 정관을 개정해 풀무원의 목적에 ‘사회적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회사의 정체성이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닌 ‘사회 공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임을 선포했다. 또 같은 해 5월 창립 기념일에 이 대표는 ‘목적 지향 경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가치 체계 정비와 내재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ESG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고 자원을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풀무원은 근본적인 경영 이념에서 출발해 전사적으로 ESG 전략과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ESG 성과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풀무원은 2021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하는 ESG 부문 우수 기업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기업을 제치고 중견 기업이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대표는 “풀무원이 ESG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창사 이래 풀무원이 추구해온 ‘바른 먹거리’의 정신과 미션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이 대표와 바른마음경영실 실무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풀무원의 ESG 경영 전략을 목적 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1. ‘바른 먹거리’ 미션의 재정립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저서 『스타트 위드 와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에 접근할 때 ‘What-How-Why’ 순으로 생각하는데 생각을 바꾸는 사람과 회사는 ‘Why-How-What’으로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Why’는 목적이고, ‘How’는 과정, ‘What’은 그 결과를 의미한다. 풀무원에 Why는 풀무원 농장을 만든 원경선 원장이 추구한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정신이었다. 풀무원 농장의 이름과 정신을 계승한 풀무원은 엄격한 ‘바른 먹거리 원칙’5 을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브랜드로 소비자 신뢰를 얻었다.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2006년 원재료와 첨가물 등의 완전표시제를 시행, 2007년 냉장식품 업계 최초로 유통기한과 제조 일자를 병행 표기하고, 2008년 식품 이력제6 를 시행하는 등 혁신을 선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풀무원 정신에 대한 책임감과 바른 먹거리 원칙에 대한 고집에 있었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가 달라진 풀무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일도 풀무원의 존재 이유인 목적과 가치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풀무원이 한창 가치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던 2021년 9월29일 이사회 산하 전략위원회. 이날 회사의 가치 체계 개선 안건을 두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외부에서 보면 풀무원의 ‘로하스(LOHAS)’7 미션과 가치 체계를 해석하기가 어렵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이 봤을 때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 왜 일하는지?’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 사외이사의 발언에 이 대표의 가슴이 뜨끔했다. 로하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풀무원이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이 된 개념이다. 원경선 원장이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유기농 사업을 고집했다면 그 정신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 풀무원이 택한 키워드가 바로 로하스였다. LOHAS는 ‘나의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한 가치 실천 활동’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0년 발표한 중기 핵심 과제가 ‘Global New DP5’8 였다. 다시 말해, 그동안 풀무원이 구축한 운영 체계와 전략의 기저에는 항상 로하스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 “(LOHAS의) 내용은 좋은데 용어가 어렵다”는 사외이사의 날카로운 지적에 경영진은 지난 20여 년간 풀무원이 선점했다고 여긴 ‘로하스’란 용어의 효용성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 포털에서 ‘로하스’를 검색하면 동명의 야구선수가 먼저 등장할 정도로 소비자에게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개념인 것이 사실이었다. 고객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할 때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직관성이 떨어졌다. 지난 20여 년간 실천해 온 로하스라는 가치가 과연 풀무원 브랜드 자산의 축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됐다. 이에 이 대표는 사외이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로하스’라는 용어를 포함해 미션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심한다.

전체 20여 페이지에 달했던 그날 전략위원회 의사록 문건 중에서도 앞서 두 문장의 발언이 가져온 후폭풍은 꽤 컸다. 실무진 입장에서 오랜 시간 풀무원이 주창해온 ‘로하스’란 용어를 재검토하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의 미션과 가치 체계도 과거 경영진이 여러 훌륭한 경영학 이론을 심도 있게 학습하고 고민해 발전시켜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개념들이 더해지면서 미션과 가치 체계의 복잡도가 커진 것도 맞았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풀무원 정신을 더 잘 계승하려면 달라진 시대와 세대에 발맞춰 미션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실무진을 독려했다. 특히 로하스 비전을 선도해온 당사자인 남 고문까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풀무원 정신 빼고는 다 바꿔도 좋다”며 힘을 보탰다.

실무 작업은 바른마음경영실 내 바른마음경영 담당 아래에 있는 인간존중경영팀이 맡았다. 바른마음경영실은 풀무원의 ESG 경영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바른마음경영 담당 아래 ESG 평가에 대응하는 ESG경영팀과 사내 가치 체계를 만들고 내재화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인간존중경영팀을 두고 있다. 바른마음경영실은 과거 법무와 감사 담당이 중심인 조직이었는데 회사의 미션과 가치 체계 관리, 구성원 교육 업무를 강화하고 ESG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SG 전략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됐다. 2018년 4∼5명에 그쳤던 바른마음경영 담당의 조직 규모는 2022년 5월 현재 총 1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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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이 진정성 있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협력업체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풀무원에 대해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름 아닌 ‘바른 먹거리’였다. 많은 소비자가 풀무원이 2008년부터 매년 추진해온 바른 먹거리 캠페인 TV 광고와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른 먹거리 교육, 유튜브에서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른 먹거리 송과 율동을 기억했다. 풀무원 내부에서 그동안 수많은 경영 개념을 활용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는 곧 ‘풀무원=바른 먹거리’였던 것이다. 사내에서도 인사, 브랜딩 등 업무 관련성이 높은 조직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풀무원의 미션’을 공모했는데 ‘바른 먹거리’와 관련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미션의 최종안은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으로 정해졌다. 풀무원의 핵심 자산인 바른 먹거리의 가치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기존 로하스 미션의 내용에서 ‘지속가능’ ‘가치 활동’과 같은 다소 학술적이고 전문가적인 느낌이 드는 용어는 과감하게 뺐다. 대신 소비자들 입장에서 좀 더 편하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용어로 ‘건강한 내일’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미션과 더불어 미션을 구체화한 ‘핵심 전략’과 조직원이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핵심 가치’도 간소화했다. 핵심 전략은 영양 균형,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 건강한 개인 생활, 행복한 문화 공간, 친환경 등 6가지였는데, 식물성 지향(Plant Forward), 동물 복지(Animal Welfare), 건강한 경험(Healthy Experience), 친환경 케어(Eco-Caring) 등 4가지로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식물성 지향과 동물 복지는 식품 사업의 핵심 전략이며 건강한 경험은 비식품 사업의 핵심 전략으로 풀무원건강생활의 개인 맞춤 식품 서비스와 풀무원푸드앤컬처의 공간 서비스 영역을 포함한다. 전체 사업에 해당하는 친환경 케어는 기존의 친환경 전략에 ‘Caring’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풀무원이 일하는 방식, 즉 조직원 누구나 따라야 할 행동 기준을 담은 ‘핵심 가치’도 기존에 약자로 불렀던 ‘Passion with TISO(Trust, Integrity, Solidarity, Openness)’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신뢰, 열정, 탁월의 3가지로 단순화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며(신뢰), 도전과 혁신을 통해(열정) 차별화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탁월)는 의미를 담았다.

이렇게 새로운 미션과 가치 체계를 담은 최종 안건은 2022년 4월28일 이사회 전략위원회에 재보고됐다. 사외이사들은 풀무원이 이사회 의견을 반영해 과감하게 미션을 수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핵심 가치와 전략의 구체적인 의미를 두고 다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2022년 5월12일, 이 대표는 38주년 창립 기념사를 통해 이사회, 내부 구성원, 고객 등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새로운 미션과 가치 체계를 전 직원에게 선포했다.

DBR mini box I

풀무원의 선진적 지배구조

풀무원이 ESG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환경(E)과 사회(S) 측면 외에도 지배구조(G) 면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이 큰 몫을 한다. 선진국형 지주회사, 전문 경영인 체제, 투명한 이사회 체제를 갖춤으로써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진국형 지주회사

풀무원은 일찌감치 네슬레, 다논 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기법을 벤치마킹해 2003년 지주회사제도를 선진적으로 도입하고 2009년 국제표준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2019년 3월 비상장사인 자회사들의 지분 100%(합자회사 제외)를 보유함으로써 글로벌 기준의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지주회사인 ㈜풀무원이 경영과 브랜드, R&D 등을 총괄 관리하고 풀무원식품 등 자회사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지주회사 대부분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지주회사만 상장시키는 원 컴퍼니(One Company)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풀무원의 원 컴퍼니 체제는 국내에서 드문 경우로 우리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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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컴퍼니 구조가 갖는 장점은 지주회사와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의 실체가 동일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전사 차원의 경영 목표 설정, 성과 관리, 전략 수립 등이 가능해 효율적이다. 다른 한편, 각 자회사는 별도 법인으로서 전문 경영인이 지역별/산업별 자회사 특징에 맞는 경영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해외 합자 투자 및 신사업 진출뿐 아니라 사업 및 기업 구조조정에도 유리하다.

적극적인 이사회 활동

풀무원의 이사회는 2022년 5월 현재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2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72.7%로 국내 상장사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또 8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이 3명으로 성별 다양성 측면도 고려했다. 이사회 산하에 △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사외이사평가위원회 △감사위원회 △전략위원회 △ESG위원회 △총괄CEO 후보추천위원회 등 총 8개의 위원회를 두고 다양한 전문 분야별로 촘촘하게 경영 감독과 자문을 받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경우 풀무원은 자산이 2조 원 이하라 이를 설치할 의무가 없음에도 2003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평가위원회는 사외이사의 활동과 이사회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설치한 위원회로 매년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공유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또 전략위원회는 기타 비상무이사 1인과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풀무원의 중기사업전략과 신사업, 해외 진출 등 투자에 대한 자문을 담당한다. 풀무원을 포함해 다수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풀무원만큼 이사회에서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열린 토론이 이뤄지는 회사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

풀무원은 1984년 창사 이래 33년간 지속됐던 오너 경영을 마감하고 2018년 1월1일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한국 기업에 전문 경영보다 소유 경영이 훨씬 많으며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승계한 경우가 드물다. 풀무원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통해 1인의 독단적 경영을 예방하는 동시에 경영 역량을 갖춘 CEO가 기업의 실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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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기업의 비재무적 책임을 대표하는 용어로 ESG가 급부상했다. 과거에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ESG는 전 세계적으로 보다 근본적으로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시대적 전환을 알렸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런 거대한 흐름은 풀무원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 풀무원이 그동안 실천해온 LOHAS와 바른 먹거리의 미션이 ESG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풀무원이 미션을 바탕으로 추구해온 전략, 운영 체계, 제품과 서비스는 ESG 관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풀무원은 ESG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풀무원은 ESG 경영의 컨트롤타워이자 ‘간사’ 역할을 하는 바른마음경영실의 지원 아래 ESG실무협의체, 최고경영자회의체 ‘세션D’,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다. ESG 전략/과제를 발굴(Plan)하고, 실행 및 성과 관리(Do)하고, 모니터링(Check)하는 활동이 이런 회의체들을 거쳐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우선 바른마음경영실의 ESG경영팀은 글로벌 및 국내 ESG 동향과 최신 이슈를 파악하고, 기업지배구조원, DJSI, MSCI 등 각종 ESG 평가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개선 과제를 도출(Plan)한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개선 과제를 전 사업 단위 실무진으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체에 공유한다.

ESG 실무협의체는 사업 단위별로 ESG 과제 실행(Do)을 위한 실천 목표를 구체화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회의체이다. 풀무원을 포함해 풀무원식품, 풀무원푸드머스 등 5개 자회사의 기획, 마케팅 담당자 총 50∼60명가량이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 논의한다. ESG경영팀이 제안한 개선 과제에 대해 사업 단위별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 ESG 성과 관리를 위한 임원 KPI 등을 설정한다. 특히 사업 단위별로 신규 아이디어와 협업이 필요한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 협의체에서 이뤄진다.

ESG 실무협의체의 성과는 자회사 대표들로 구성된 최고경영자 회의체 ‘세션D’와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에 보고된다(Check). 세션D에서 자회사 대표들은 ESG 성과와 개선 계획을 보고, 공유함으로써 전사적으로 ESG 성과를 함께 모니터링한다. 세션D는 1년에 2번, 6월과 11월에 열린다. 풀무원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세션D 외에도 서로 다른 이슈를 다루는 세션A∼E라고 부르는 최고경영자 회의체가 있다. GE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최고경영자 회의체로 세션A는 중기 전략, 세션B는 연간 사업 계획, 세션C는 인재 관리(HR), 세션E는 환경과 안전 이슈를 다룬다.

이 대표는 “경영자의 업무를 의사결정의 연속이라고 볼 때 세션A∼E의 테마는 서로 다른 관점(Point of View)을 의미한다”며 “최고경영진은 세션A∼E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경제적 가치 혹은 사회적 가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세션D와 세션E 안건을 중요하게 검토한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세션A와 B에서 중기 전략 혹은 연간 계획을 짤 때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 또한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된다. 2020년에는 세션A에서 CEO 및 이사회 구성원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사회 책임 실천을 위한 헌장에 서약하기도 했다. 풀무원의 공식 회의체 석상에서는 ‘이익의 극대화’라는 말조차 금기어로 통한다.

세션D에서 논의된 내용은 ESG위원회에 보고된다. 풀무원은 국내 경영계에 ESG 붐이 일기 훨씬 전인 2017년에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ESG 활동 관련 사외이사의 감독과 자문을 받았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는 연간 2번씩 개최되며 풀무원이 앞서 Plan-Do-Check 관점에서 추진한 ESG 전략과 성과의 핵심이 보고된다. 최근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풀무원의 사업 구조를 지속가능 식품 중심으로 개편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이사회와 ESG위원회가 힘이 되는 지지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해줬다. 이 대표는 “이사회는 사내에서 고려하기 힘든 외부의 관점에서 기존 전략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의견을 개진해준 덕분에 미래 글로벌 지속가능 식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경영 기준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 목적의 내재화

아무리 훌륭한 미션도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해 직접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톱매니지먼트의 의지가 단위 조직(팀)과 개인의 업무에서의 일관성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목적 지향 경영을 선포한 이 대표는 이를 전사적으로 내재화하는 프로젝트 ‘Why We Work’를 추진했다. 인간존중경영팀이 직접 설계한 목적 지향 경영 워크숍으로 개별 조직 단위의 목적선언문 작성을 퍼실리테이션하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구성원들은 자기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낄 때 더 헌신하고 몰입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도 스스로 풀무원이란 큰 회사뿐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며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창립 이념과 목적을 강조해온 풀무원이었지만 구성원이 직접 목적을 작성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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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CEO를 포함한 경영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워크숍은 1차로 총괄 CEO 등 경영진, 2차로 전사 본부/실 단위 조직의 리더급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총 26회의 워크숍에 1년간 429개의 본부/팀 소속 845명이 참여했다. 공식적인 워크숍 자체는 리더급을 대상으로 했지만 리더들이 워크숍 사전 과제와 사후 과제를 팀원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목적선언문 작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 일부 규모가 작거나 신규 설립 본부의 경우 해당 본부의 요청으로 전 직원이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상 자회사 포함 풀무원 전 직원이 처음으로 자신이 속한 팀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3∼4시간가량 진행된 워크숍은 퍼실리테이터가 1) 목적 지향 경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소개하고 2) 구체적인 목적 수립의 가이드에 따라 조별 토의 활동을 거쳐 각자가 속한 팀 혹은 사업부의 목적선언문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3) 다른 조와 내용을 공유해 피드백을 받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목적선언문은 구체적으로 내가 공헌해야 할 대상 ‘고객’이 누구인지, 내가 발휘해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이를 활용해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목표 달성 시 기대되는 ‘차별화된 가치 제안’이 무엇인지를 명시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각자 자신이 책임지는 조직의 목적선언문을 작성했는데 한 예로 이 총괄 CEO가 작성한 ㈜풀무원의 목적선언문은 다음과 같았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고객)을 위해 끊임없는 경영 혁신(핵심 역량)으로 LOHAS 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No.1 LOHAS 기업이 돼(목표) 고객의 몸과 마음의 건강 증진을 지원하고, 지구 환경과의 조화로운 삶이 주는 가치(차별화된 가치 제안)를 우리 사회에 확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개별 구성원의 입장에서 볼 때 회사의 미션, 예컨대 바른 먹거리, LOHAS 같은 개념은 추상적이고 업무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업무의 특성에 따라 미션을 달성하는 방식이나 경로도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인간존중경영팀은 단위 조직의 특성에 따라 집중해야 할 일종의 ‘중간 목표’ 3가지를 정해 구성원들이 해당 관점에서 목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예컨대 마케팅과 연구소 등 제품과 서비스를 선도하는 조직의 경우 ‘상품 리더십(Product Leadership)’의 관점에서 시장의 경쟁자 대비 어떻게 지속적으로 제품 및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또 영업, 브랜드, 홍보같이 고객, 미디어 등 대외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조직의 경우 ‘고객 밀착(Customer Intimacy)’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인사, 재무 같은 지원 조직에는 ‘운영상의 탁월(Operational Excellence)’ 관점에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최적의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이런 3가지 관점은 MIT 출신 글로벌 경영 컨설턴트인 마이클 트레이시가 주장한 경쟁 우위 전략에서 차용했다. 마이클 트레이시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가지려면 제품 리더십, 고객 밀착, 운영상의 탁월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은 조직별 업무 특성에 따라 이 3가지 관점에 집중해 어떻게 구성원이 풀무원의 고차원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예컨대 ‘김치’라는 같은 상품을 다루는 부서인데도 풀무원식품의 김치사업부와 김치박물관을 운영하는 뮤지엄김치간 조직의 목적선언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예컨대, 김치사업부는 상품 리더십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김치를 더 잘 익히는 기술 역량을 발휘해 건강한 한국식 채소 발효 식품을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뮤지엄김치간은 고객 밀착 관점에서 김치에 대한 전문 지식과 큐레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인에게 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기술 역량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그것이 조직 전체, 조직의 목표와 어떻게 관련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목적 경영 워크숍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7점으로 여느 워크숍 대비 이례적으로 높았다. 특히 풀무원아이엔9 같은 현장 영업 조직의 만족도가 높았다. 늘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들은 “평소 업무 현장에서 잊고 지냈는데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자부심을 되새길 수 있어서 뜻깊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워크숍에 참여하는 리더는 워크숍 이후 조직에 돌아가 2주 안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은) 팀원들과 목적선언문 결과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도록 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한 최종 목적선언문의 내용을 사내 통합 소통 채널인 ‘그린 테이블’에 자발적으로 인증하게 했다. 그린 테이블은 풀무원 내부 온라인 전사 통합 소통 채널로 각종 사업 소식을 공유하고 구성원 누구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열린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많은 팀이 ‘어벤져스’ 같은 인기 영화 포스터를 활용하는 등 재밌는 아이디어를 담아 만든, 팀별 개성이 돋보이는 목적선언문들을 자발적으로 그린 테이블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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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목적 지향 경영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진정성 있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풀무원은 목적선언문 워크숍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하려고 공식적인 중기 사업계획 보고서 안의 템플릿에 아예 ‘업의 정의’를 쓰는 난을 만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서두에 가장 먼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적을 쓰도록 함으로써 사업계획이 목적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업무 현장에서 매번 체감하도록 한 것이다. 경영진과 다른 조직도 자연스럽게 회의 석상 등에서 서로의 목적 내용을 공유하면서 목적의식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했다.

또 올해 중 Why We Work 워크숍의 2.0 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0 버전의 워크숍이 팀 리더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팀원 전체가 직접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더 많은 팀원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는 지난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다. 또 1.0 버전에서 만든 목적선언문이 논리적이지만 다소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견에 따라 기존 목적선언문을 단순하게 재정비하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목적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과 열정이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풀무원의 노력은 진정성 있는 브랜딩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경미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B2E(Business-to-Employee) 브랜딩10 측면에서 풀무원은 기업이 외부에 주창하는 브랜드 의미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동일하게 전달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직원 스스로 열의를 갖고 능동적인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한다는 의미다.

4. 목적을 지렛대로 혁신의 스케일업

풀무원의 목적 지향 경영은 구호로 끝나지 않는다. 목적 지향 경영의 성과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자회사 대표가 모이는 ‘전사 혁신지원 회의’를 1년에 2번씩 열고 있다. 각 사업 단위는 사전에 목적과 관련해 이룬 혁신 성과와 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는데 상품 리더십, 고객 밀착, 운영상의 탁월 3가지 관점에서 우수 사례를 선정해 전사 혁신지원 회의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나눈다. 풀무원에서 사업 단위별로 진행 중인 가장 혁신적인 사례가 이 회의에서 공유된다. 한 사례로 풀무원샘물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기존 뚜껑보다 뚜껑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1.4g으로 줄인 데 이어 페트병 중량 감량 기술의 R&D를 바탕으로 페트병 무게를 지속적으로 거듭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풀무원샘물의 생수 ‘by Nature’ 500㎖ 페트병 무게를 2009년 15g에서 2018년 11.1g까지 줄여 2018년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7년 대비 87t이나 절감했다. 2ℓ 페트병도 2012년 37g에서 2013년 35.6g으로 줄인 데 이어 2019년 추가적으로 3g을 더 경량화해 32.6g까지 줄였으며 이를 통해 2018년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7년 대비 58t이나 감축했다. 현재도 추가 경량화 목표를 세우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ESG의 부상은 풀무원 경영진이 내부 가치 체제를 정비해 풀무원 정신과 사명을 강화할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원동력이 됐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 즉 한쪽을 추진하면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ESG가 미래를 움직일 거대한 변화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재무적 요소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목적을 지렛대 삼아 사업의 영역을 미래지향적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타파하고자 했다. 풀무원이 추구해온 ‘바른 먹거리’를 ‘지속가능 식품’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상품 체계를 구축했다. 두부, 나물 같은 기존 주력 상품군의 카테고리를 식물성 지향 식품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혁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풀무원식품 대표 시절 한 달에 한 번 이상 미국 등지로 출장을 다니며 해외 영업 현장을 챙겼던 이 대표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지구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식물성 지향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우선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문제가 대두하면서 인류의 식문화가 비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육류 중심의 서구식 식습관이 대사증후군 같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커졌다. 다른 한편,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와 같은 지속가능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였다.

풀무원은 두부, 나물 같은 식물성 식품과 단백질 분야에서 이미 세계 1위 제조 역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다. 대외적인 환경이 풀무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확신한 이 대표는 2021년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의 비전을 선포하고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제품의 일부가 아닌 전 제품을 식물성 지향 중심의 지속가능 식품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강력한 혁신의 의지를 밝혔다. 기존 전통적인 상품군의 성장 둔화와 수익성 감소의 리스크를 식물성 지향 식품 같은 미래지향적 먹거리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제품 라인의 추가는 오래된 브랜드에 활력을 더하고 젊은 세대들과 더 연결된 브랜드로 인식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풀무원의 기존 상품 체계를 지속가능 식품 체계로 새롭게 확대 개편했다. 지속가능 식품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 즉 동물성 원료 사용을 줄이고 식물성 원료 사용을 지향하는 ‘식물성 지향 식품’과 동물 복지, ASC, MSC 인증11 등을 취득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 동물성 원료 사용을 강조하는 ‘동물 복지 식품’으로 구분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식품을 식물성 원료 함량이 85% 이상인 식품으로 정의하고 해당 제품의 혁신에 집중했다.

초반에는 밀가루가 아닌 두부를 원료로 사용한 다양한 두부 변형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대표적으로 ‘건강을 제면한 두부면’은 2020년 5월 출시돼 현재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넘길 정도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부면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R&D를 지속해 ‘식감이 개선된 두부면 제조 및 포장 방법’ 특허도 획득했다. 또 다른 예로 풀무원다논의 ‘식물성 액티비아’는 기존 요구르트와 달리 주원료로 우유 대신 코코넛, 콩, 오트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인증 요구르트이다. 풀무원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에서 출시한 ‘정면’은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식품 인증을 받은 비건 라면으로 비건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채식을 하려는 ‘플렉시테리언’ 등 다양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 식품 중심의 혁신 드라이브에 힘입어 2021년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179% 성장했다”며 “올해 지속가능 식품의 매출을 회사 전체 매출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혁신은 공신력 있는 ESG 평가 기관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풀무원은 2022년 MSCI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는데 특히 지속가능한 원재료 사용 정도를 평가하는 △환경(E) 영역의 ‘원재료 구매’ △사회(S) 영역의 ‘제품 안전 및 품질’ 등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연관된 부문에서 전년도 대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식물성 지향 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식문화를 면밀히 분석해 현지성(Locality)을 반영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의 일본 현지 법인인 아사히코가 2020년 11월 출시한 두부바(Tofu Bar)는 출시 1년 만에 900만 개가 판매되며 ‘2021 최고의 히트상품 편의점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건강한 간편 간식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킨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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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풀무원기술원은 자체 기술로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 조직단백(TVP, Textured Vegetable Protein)’ 소재를 숯불 직화 공정으로 가공함으로써 육고기(일반 동물성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풀무원은 앞으로 식물성 대체육 상품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미국 시장은 풀무원에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이었다. 1991년 교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마켓에 두부를 판매하면서 일찍이 미국에 진출했다. 그 후 점점 제품의 종류를 늘리며 메인 스트림 시장 진출을 노렸으나 계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다가 진출 29년 만인 2020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이뤄냈다. 지난해 코로나 영향에 따른 프리미엄 해상 운임 등 수입 비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이슈이며 오히려 앞으로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 규모는 778억 달러(약 95조4000억 원)로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 현지 법인인 풀무원USA는 식물성 지향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Plantspired)’를 론칭하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식물성 대체육 상품 라인을 강화해 미국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WaBa Grill) 200여 개 매장 전 점에 숯불 바비큐 풍미로 차별화한 식물성 대체육을 입점시켰다. 또 미국 최대 학교 급식 서비스인 매사추세츠대 다이닝(UMass Dining)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에 식물성 대체육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불고기’와 ‘덮밥’ 메뉴에 친숙한 한국인들을 위해 HMR(가정간편식)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를 개발해 출시한 한편, 미국에서는 현지 취향을 반영해 스테이크 중심의 메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풀무원USA는 2022년 2분기부터 식물성 지향 식품을 알버슨스(Albertsons), 본스(Vons), 파빌리온(Pavillions)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도 입점하는 등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미국 식물성 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K-Culture 열풍에 힘입어 한국 식품이 건강식품(healthy food)으로 주목받으면서 풀무원의 두부, 김치, 아시안 누들 제품들이 교민 시장을 넘어서 메인스트림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식물성 지향 식품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II : Interview: 이효율 총괄 CEO

풀무원이 ‘목적 지향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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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호 전문 경영인으로 취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경영 현안이 무엇이었나? 달라진 지배구조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그동안 국내외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풀무원의 사업 영역, 제품과 서비스도 훨씬 다양해졌다. 하지만 풀무원이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변치 않고 지키는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풀무원의 정체성은 단순 영리기업이 아닌 ‘사회 공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다. 이런 정체성을 토대로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미션 아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미션을 국내외에서 실현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일관성 있는 미션 실천을 위해 방향성을 정립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총괄 CEO인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풀무원의 미션이 반영된 제품과 서비스를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널리 전파해 은퇴한 후에도 오랫동안 ‘풀무원의 가치를 실천적으로 행동에 옮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풀무원이 전략, 성과에 앞서 유독 목적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며 신뢰는 고객과 약속한 것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데서 시작된다. 기업 경영에서 ‘목적’이란 고객과의 약속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존재이다. 우리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했을 때 우리가 지향하는 과정과 결과(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미션을 어떻게 전략으로 구체화하는가?

풀무원은 추상적인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 차별화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정의하고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진화, 발전시켜왔다. 최근에 풀무원이 구체화한 핵심 전략은 Plant Forward(식물성 지향), Animal Welfare(동물 복지), Healthy Experience(건강한 경험), Eco-Caring(친환경 케어)이다. 풀무원은 비즈니스 밸류체인상의 주요 어젠다를 논의하기 위해 총괄 CEO가 직접 주재하는 다양한 회의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5개 최고경영자회의체(세션A, B, C, D, E)i 에서 풀무원의 목적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정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2019년에 정관을 변경하면서까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다양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기업의 미션과 사회적 책임을 잊고 전문 경영인의 의지에 따라 현실과 타협해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주주가 의사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되는 정관에 사회적 책임을 명문화한다면 개인의 의지가 개입돼 회사의 미션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변질되지 않을 것이며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실제 행위와 괴리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라는 강력한 원칙을 추구하면서 다른 식품 기업보다 여론으로부터 엄격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평판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업은 사회의 특정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풀무원이 조금 특별한 이유는 풀무원의 존재 이유/목적을 ‘우리 사회를 위한 가치’에서 찾은 것이다. 원경선 원장이 만든 풀무원의 이름과 이웃사랑 생명존중의 정신을 계승한 기업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로 그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었다. 이런 목적의 진정성 있는 실천은 풀무원이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게 된 원천이자 풀무원의 핵심 자산이다. 우리의 사명은 풀무원의 가치를 손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맞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라는 강력한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을 지키려는 일관성 있는 노력과 제도적인 시스템, 조직 문화적 장치를 통해 평판 리스크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칙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익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고차원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한계는 어떻게 타협 혹은 해결하는가?

풀무원은 사회 공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지만 엄밀히 공익 법인 또는 사회적 기업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을 위한 이윤과 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감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조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른 한편, 바른 먹거리는 고객에 대한 풀무원의 변함없는 약속이다. 고객과의 약속을 어긴 기업은 결국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풀무원은 법보다 까다로운 바른 먹거리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반드시 지켜왔고, 이를 고객들께서 인정해준 덕에 성장해 온 기업이다. 원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익의 극대화나 경제적 가치만을 모토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당연히 감수해야 할 한계이자 고객 가치 혁신의 기회가 돼왔다. 다행히도 이제 우리는 풀무원이 추구해 온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아니라 통합과 공존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풀무원의 미래 핵심 전략 사업이자 차별적 가치로 강력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지속가능 식품이 현재 사회적/환경적 가치 관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런 트렌드가 풀무원의 성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의 미션과 ESG 성과는 어떤 관계인가? 이것이 풀무원의 재무적 성과 혹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을까?

풀무원의 이웃사랑, 생명존중의 정신과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이란 미션은 곧 ESG가 추구하는 환경(E), 사회(S)적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대표적인 ESG 평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평가, S&P Global DJSI 평가, MSCI ESG ratings 등에서 풀무원이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이른바 풀무원 정신과 미션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풀무원에서 미션과 ESG 성과는 재무적 성과 그 이상, 즉 오늘날의 풀무원이 있게 한 힘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핵심 자산이다.

다만 ESG 성과의 개념을 ESG 운영 역량(평가 등) 중심으로 좁게 해석하면 ESG 평가를 통해 받은 우수한 성적이 재무구조, 신용평가, 투자(주가) 등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결과를 그대로 해석한다면 아직까지는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주주나 채권자, 그리고 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당장 ESG 성과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지금 전 세계가 ESG를 점점 더 중요시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노력해 간다면 이런 현상도 점점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시장이 앞으로 좀 더 성숙해져서 ESG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으로 변할 것이고, 그에 따라 풀무원의 재무적 성과와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보여주기식 ESG 아닌 회사 전체 비즈니스에 스며들어

필자는 2016년부터 2022년 3월까지 6년간 풀무원에서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 기간 동안 풀무원은 2021년 한국지배구조원에서 ESG 대상을 받는 등 여러 외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ESG와 지배구조 수준 평가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필자는 경영학과 교수라는 직업 특성상 많은 기업을 방문하고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필자가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느낀, 다른 기업들과 차별되는 풀무원의 독특한 특징들을 요약해서 소개한다.

풀무원의 차별화된 ESG 경영

첫째, 풀무원의 ESG 활동은 전체 비즈니스와 별개가 아니다. 즉,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 자체가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ESG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ESG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상당수의 한국 대기업도 ESG 경영을 하거나 ESG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풀무원은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미션에 포함시키고 실천해왔다.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국내외에서 ESG 경영에 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기 훨씬 이전인 2017년도다. 그 내용도 단지 좋은 평가등급을 받기 위해서나 ESG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남들에게 비난받을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수준이 아니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ESG의 실행을 목표로 두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E(환경) 측면에서 풀무원은 친환경 식물성 원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들(달걀이나 육류 등)도 건강한 생태계에서 자연적인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들을 원재료(동물 복지 식품)로 사용한다. S(사회) 측면에서 풀무원은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는 농약이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제품 제조 과정에서 인공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추구한다. 또 포장재로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생산 과정에 사용하는 물이나 에너지 소비량, 쓰레기나 탄소배출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G(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수행하고 있다. 2022년 5월 현재 11명의 이사 중 사외이사가 8명이다. 경영진이 사외이사들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이 통과될 수 없는 구조다.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등 회의마다 열띤 토론이 이뤄지며 회의는 대개 1시간 반∼2시간 이상 소요된다.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경영 방침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사외이사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풀무원의 미션을 바꿨을 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보상 체계를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했다. 또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차입보다 증자를 하자는 주장이 반영되기도 했다.

둘째, 풀무원은 ‘계획(plan)-실행(action)-피드백(feedback)’의 체계를 확고히 정립해 ESG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한다. 많은 기업이 ESG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들은 정확히 무엇을 해야 ESG 경영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SG를 홍보를 위한 미사여구라고 생각하거나 효율적인 경영 활동의 방해물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풀무원에서 ESG의 실천은 회사의 사업 목표와 구체적으로 연결돼 있다. ESG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바른마음경영실은 직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고 ESG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개발한다. 한 예로, 목적 지향 경영 워크숍에서는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직원들이 토의하고 목적선언문을 작성했다. 바른마음경영실은 직원들이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실천을 독려했다. 또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기 위한 교육 과정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교육 대상에서 사외이사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2회씩 1박2일 동안 개최되는 전사 임원 워크숍에 사외이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영업부서가 아닌 내부 경영 조직의 경우 KPI(핵심성과지표)에 ESG 성과를 대략 20% 정도 반영한다. 이처럼 풀무원의 ESG 관련 활동은 형식적이 아닌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일을 총괄하는 바른마음경영실 인력도 국내 최다 수준이다.

셋째, 필자는 풀무원의 사외이사로 일하는 동안 ‘이익 극대화’를 위한 논의를 이사회에서 해 본 경험이 없다. 풀무원의 최고경영진은 오로지 어떻게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고민한다. 이익이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익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그리고 무엇이 ‘좋은 제품’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확고하다.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라는 개념하에 ‘자연으로부터 얻은,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회사다. 즉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바른 음식’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과장 광고도 지양한다. 이런 경영 방침 때문에 회사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 시장을 넓힌 결과 이제 대기업 반열에 이르게 됐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원가가 높아 경쟁 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한 번 풀무원의 제품을 이용한 소비자는 수십 년간 충성고객으로 남는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정도 매우 높다. 다만 그동안 이런 강점들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소비자나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회사도 이런 사외이사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최근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IR팀의 인력을 보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넷째, 풀무원은 주주총회도 독특하다. 대부분 회사에서 주주총회는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행사로 치러지곤 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외부 주주들은 손꼽을 정도이며 주주총회도 불과 십여 분에 걸쳐 후다닥 진행되고 끝난다. 그런데 풀무원은 2008년부터 기존의 획일화된 주총 문화에서 벗어나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을 벤치마킹한 토론회 형식의 ‘열린 주주총회’를 열어왔다. 이 자리에는 매년 100명 이상의 소수 주주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이들은 주주이면서 동시에 풀무원의 고객이기도 하다. 열린 주주총회라는 이름처럼 참석한 주주들과 경영진은 자유롭게 경영 현안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 현황을 설명할 뿐 아니라 주주들로부터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나 제품에 대한 제안도 직접 듣는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주주총회가 끝나기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필자를 포함한 사외이사진과 경영진도 모두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런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필자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주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경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열린 주주총회 때는 주주들이 주당 가격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를 반영해 2019년에 1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풀무원은 소수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섯째, 풀무원은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하고 행동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창업자(남승우 고문)가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오다 2018년 들어 전문 경영인(이효율 대표)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줬지만 풀무원은 지난 수십 년간 동일한 철학에 따라 행동해 왔다. 전문 경영인 또한 창업자 밑에서 30년간 경영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창업자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경영 철학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대부분 기업은 해당 전문 경영인의 임기에 해당하는 2년 또는 3년 이내에 경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투자를 집행하기가 어렵다. 특히 식품 업계의 경우 사람들의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기가 어렵다. 또한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이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소모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신시장에 진출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풀무원은 서양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두부라는 제품을 미국에 소개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왔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흑자 전환을 했고, 이제는 현지 설비로는 수요를 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풀무원은 만약 다른 회사였다면 벌써 사업 철수를 결정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긴 시간을 버텼다. 중견 기업이었기에 대기업만큼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인력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성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꾸준함과 참을성이 현재의 풀무원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앞으론 민첩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이 과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중간 직급 인력을 더 많이 스카우트하거나 회사 자체적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분야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ESG를 전사적 이니셔티브로 실천

세계는 지금 블록화와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운 무한 경쟁 체제로 변하면서 많은 기업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업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풀무원처럼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건강하고 이타적인 경영 철학을 가진 회사는 계속 선전할 것이다. ‘먹는 문제’는 모든 인류에서 필수적인 문제이며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사가 증대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나 ‘진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추세도 풀무원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암시하는 징조라고 생각한다.

특히 풀무원의 ESG 경영이 단지 ‘보여주기식’이 아니며 회사의 전체 비즈니스가 곧 ESG의 실천이라는 점에 주목하길 바란다. ESG 경영 추세가 강화되는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특히 대기업의 경우 회사의 사업 내용을 ESG의 실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런 때가 도래하기 전에 기업들은 미리 사업 구조가 ESG에 따라 일관되게 정렬될 수 있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 또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몸소 나서서 솔선수범으로 ESG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전 직원이 공감해 자연스럽게 ESG의 실천에 동참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국 회사의 이익 증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최선의 ESG 경영이 될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