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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 헝다그룹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

360조 원 빚과 함께 추락한 방만 경영
중국의 ‘정책 역주행’ 대비 전략이 교훈

최승훈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때 부동산 개발 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중국의 헝다그룹은 약 360조 원이라는 부채를 끌어안고 하루하루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 과열을 통제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면서 단계적 해체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헝다 몰락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럴해저드: 창업주의 방만에서 비롯한 기업 비리

2. 문어발 게임: 핵심 역량과는 동떨어진 사업 확장

3. 정책 역주행: 정책 도박이라는 러시안 룰렛식 접근



편집자주
이 기사의 기획과 윤문에는 김혜민 DBR 인턴기자(서울대 종교학과 졸업)가 참여했습니다.

또 하나의 경제 사건이 터졌다. G2 시대임을 실감케 할 정도로 중국의 위상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恒大集團•Evergrande Group)이 경제 관련 소동의 주인공이 됐다. 사건이 터진 뒤 해외 언론은 일제히 헝다에 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세계 증시 역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출렁였다. 정작 조용한 건 중국 언론과 증시뿐이었다. 거대한 중국 대륙에서 한때 부동산 개발 2위까지 올랐던 헝다는 약 360조 원(1조9700억 위안)의 부채를 끌어안고 곧 직면할 부도와 공산당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처럼 헝다가 디폴트 공식화로 파산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는 창업주 쉬자인(許家印)의 방만 경영이라는 오너 리스크, 핵심 역량과는 무관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의사결정 실패가 있다.

헝다그룹은 자동차 부문인 헝다자동차의 핵심 전기차 사업 부문인 ‘프로틴일렉트릭’을 영국 전기차 회사 베데오에 매각하면서 자금 확보에 총력을 다했으나 만기가 도래한 달러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채 디폴트에 빠졌다. 12월6일까지 이뤄졌어야 할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면서 같은 달 9일 헝다의 신용등급은 사실상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의미하는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됐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중국 공산당조차 헝다그룹을 단계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중장기적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헝다의 자산을 자국 기업에 매각해 내부 붕괴를 막고 부동산 버블 붕괴의 뇌관이 될 우려가 있는 헝다의 몸집을 줄여 부동산 시장이 동요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렇다면 한때 부동산 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헝다그룹이 오늘의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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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와 중국 부동산 개발 시장의 위기

헝다그룹은 1997년 쉬자인 회장에 의해 설립된 중국의 부동산 개발 기업이다. 쉬 회장은 중국에서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재벌들이 으레 그러하듯 발군의 실력과 노련한 처세, 강력한 의지를 발판으로 부호의 길로 나아갔다. 홀아버지 밑에서 고학으로 우학과학기술대를 졸업한 그는 10년간 대학 때의 전공을 살려 강철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중국의 개혁 개방 시류를 놓치지 않고 부동산으로의 업종 전환에 성공했다. 그가 광저우에 헝다를 설립한 건 38세의 일이었다. 기회를 잡은 그는 2000년대 중반 광둥성 부동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4100개의 부동산 개발, 관리 사업을 요체로 기업을 그룹화했다.

그는 이어 2015년 자동차, 헬스케어, 문화관광과 신에너지 등으로의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렇게 뻗어 나간 헝다는 산하 계열사 2873개, 직접 고용 인원 20만 명의 초대형 그룹이 됐다. 한때 기업 가치가 170조 원(1450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나아가 2017년 헝다는 기존의 고부채, 고레버리지, 고회전율 및 저비용이라는 ‘3고1저’ 모델에서 저부채, 저레버리지, 저비용 및 고회전율이라는 ‘3저1고’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338위에서 158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 무렵 이미 헝다의 부채 비율은 800%에 육박하고 있었고,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부동산 개발 산업의 특성상 사업 모델 전환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렇게 누적된 총부채는 2020년 약 320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이름 아래 부동산 기업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했다. 은행 대출 전체 잔액 중 주택 담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한선을 설정해 부동산 기업들의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헝다의 항해에 순풍을 불어주던 공산당의 부동산 정책이 역풍으로 돌아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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