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수면은 인류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된 만큼 그 역사도 길다.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가량을 수면에 빚지며 살고 있으며 잠을 잘 자는 일은 어느덧 인류의 오랜 숙원이 됐다. 양질의 수면은 깨어 있는 시간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면 관련 산업은 나날이 성장하는 추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 또한 매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연평균 약 8%의 속도로 2배 넘게 급증했을 정도다.
현재 수면 장애를 가장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는 방법은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다. 2018년 이후 보험 수가를 인정받았지만 비용이 여전히 꽤 드는 편이라 환자들에게 부담이다. 무엇보다 온몸에 뇌파, 호흡, 움직임 등의 측정을 위해 수십 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병원에서 잠을 자면서 이뤄지는 검사이기에 12시간 가까이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다. 검사를 마친 뒤 환자의 수면 시간이 개선됐는지 추적하는 일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저녁에 커피를 언제 마셨는지, 아침엔 몇 시에 일어났는지와 같은 많은 정보를 환자의 기억에 의존해 점검해야 하기에 정확한 측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기술의 도움으로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해결해보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슬립테크(sleep-tech)’ 시장이다. 2018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면에 IT를 활용해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이로써 수면 산업에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서막이 열렸다.
슬립테크는 국내엔 아직 생소하지만 전 세계 40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로 매년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슬립테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하나는 수면을 디지털로 정량화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수면 도중의 심박 수나 수면 시간을 측정해주는 애플워치, 핏비트, 구글 네스트 등의 기기가 대표적인 예다. 다른 하나는 개선 및 치료법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정신건강 헬스케어 기업 빅 헬스(Big Health)가 만든 치료 앱 ‘슬립피오’는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받아 불면증에 처방되고 있다. 그 외에도 IT가 결합된 코골이 방지용 베개, 숙면 유도 무드등, 스마트 디퓨저 등 수면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비해 실제 수면 개선 효과는 미비한 게 사실이다. 수면 모니터링과 개선 및 치료 두 영역이 유기적으로 상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수면 모니터링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들 수 있다. 치료법을 아무리 간편하게 디지털화하더라도 사용자의 수면 상황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없다. 이는 결국 모니터링의 정확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과 같다. 최근엔 수면 기술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분석의 정밀도를 높여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학병원이나 수면센터 같은 전문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검증받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슬립테크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병원의 수면다원검사의 일치도가 높아야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슬립테크 시장은 궁극적으로 ‘올데이 케어(All Day Care)’를 지향해야 한다. 사용자가 잠을 어떻게 자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정밀하게 분석해 그에 맞는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절돼 있는 수면 모니터링과 치료법 개발이라는 두 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수면 개선을 위해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수면의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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