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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Travel must go on

김현진 |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2019년 겨울, 해외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한동안 국제선 비행기를 못 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방역 수칙을 최대한 지켜가며 다녀온 국내 여행길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방문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설렘 지수는 이렇게 지난 2년간 감염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추락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감염병 여파만큼이나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여행과 관련된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전미심리학회장을 지낸 프랭크 팔리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상황은 점차 나아지겠지만 소비자들은 여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오랫동안 검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행 산업에 미친 폐해는 숫자로만 봐도 심각합니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이동량은 30년 전 수준으로 급감했고 2020년 한 해, 국경을 넘는 관광객 수는 10억 명 이상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여행 산업이 입은 피해 역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입은 피해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 문명이 도래한 이후, 여행업계에 가장 큰 충격파로 작용했다는 코로나발 팬데믹은 알게 모르게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태도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감염병을 겪으며 새롭게 출시됐거나 다시 한번 각광받게 된 여행 상품을 보면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질 ‘여행의 미래’를 짐작하게 합니다. 먼저 팬데믹이 촉진한 디지털 혁신은 여행 산업에도 적용됐습니다. 과거 여행 상품을 찾거나 예약할 때만 활용됐던 디지털 기술은 항공•호텔 가격 예측, 맞춤 여행 설계, 비대면•비접촉 서비스 강화 등으로 확장됐습니다. 예컨대 싱가포르 기반의 여행 플랫폼 ‘포트’는 감염병 사태로 해외 출장을 가지 못하는 비즈니스맨들의 수요를 반영해 원격 출장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의뢰자 대신 해외 박람회에 참석해 원하는 부스를 둘러보고 협업하고 싶은 기업 담당자를 접촉하는 등의 활동을 대행하며 랜선 출장을 가능케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한편 팬데믹 기간, 이동 제한으로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당분간 로컬 여행에서 매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글로벌 여행 전문 사이트 스마트블(smartvel)이 발표한 뉴노멀 시대 여행 트렌드에도 친숙함(familiarity)과 안심(reassurance),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의 근교 여행 등 로컬 여행과 결이 맞닿아 있는 키워드들이 포함됐습니다.

로컬 여행 상품은 여행 시장의 트렌드세터 격인 MZ(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 사이에도 이미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흥행 보증 수표 중 하나입니다. ‘2주 안에 5개국 뽀개기’보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일부’여야 합니다. 이러한 취향을 잘 구현한 대표적 사례가 ‘해녀의 부엌’입니다. 이 액티비티 상품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연극을 통해 제주 해녀의 삶을 이해하고 토속 음식도 맛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코로나 팬데믹은 여행과 여행지에 대한 인식도 바꿔놨습니다. 부킹닷컴이 올해 전 세계 30개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지속가능한 여행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여행하고 로컬 거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착한 여행’에 가치를 두겠다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의 목적에 대해 “이국적인 곳을 찾아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썼습니다. 그의 의견에 백번 공감하면서도 팬데믹 이후 여행은 과거엔 쉽게 닿을 수 있었던 경험, 즉 여행이라는 낯익은 일상을 다시 찾는 여정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극히 오프라인적인 여행은 팬데믹을 만나 어떤 형태로 온라인과 접점을 강화했을까요. 또 반대로 너무 빨리 온라인화된 비대면 사회에서 어떻게 ‘디지털 디톡스’로 작용하게 될까요. 다시 돌아온 여행의 미래와 여행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궁금하다면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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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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