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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테슬라는 고객 가치를 어떻게 차별화했나

김태영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회적 가치의 경제적 이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고객 가치에 대한 전략적 고려 없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직접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브랜드 전략이 경제적 이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무관심을 낳았다. 실제 많은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할 때 실질적인 고객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연계하는 방식이 아닌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환경 가치를 추가해 ‘그린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많은 기업과는 시장 진입-기술 혁신-브랜드 전략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는 친환경 가치를 기술 혁신의 근본으로 삼아 기업의 핵심 역량을 설정하고 이를 브랜드 가치화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했다.



최근 환경, 빈곤, 여성, 건강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접근하는 방식은 단순 기부에서 코즈 마케팅을 넘어 최근 ESG(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에 대한 적극적 대처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기업의 평판, 이미지, 성장 및 이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주로 환경, 빈곤, 여성, 건강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된 활동들을 홍보하고 제품의 주된 가치 중 하나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차별화된 고객 가치의 원천이라 할지라도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드 전략에 포함하는 것은 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이러한 ‘착한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주는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거나 그들의 열망을 대변해주는 브랜드를 찾기 때문이다. 1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 가치는 경쟁자와는 차별화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강조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통해 달성된다. 즉, 제품 및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브랜드 가치로 활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으며, 기업은 타깃이 되는 고객의 니즈, 산업의 특성, 그리고 제품의 가치를 고려해 이에 맞는 독자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핵심 역량화하고 브랜드화하는 과정은 다른 기업에서는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를 창출해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2

사회적 가치의 경제적 이윤에 대한 영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사회적 가치를 고객 가치에 대한 전략적인 고려 없이 경제적 가치로 직접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브랜드 전략 및 이것이 경제적 이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관심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무관심은 사회적 가치-고객 가치-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전체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에 사회적 가치를 고객 가치와 연결하는 브랜드 가치를 다루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다뤄야 한다.

• 사회적 가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기능, 디자인, 접근성, 평판, 문화, 독립성, 도전, 정체성,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브랜드 가치 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가?

• 사회적 가치는 브랜드 가치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가?

이 글은 위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친환경 전기차 생산 업체 테슬라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테슬라의 친환경 전기차는 시장 진입-기술 혁신-브랜드 전략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많은 기업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테슬라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로 소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은 테슬라를 고성능의 값비싼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으로,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시장 가치가 800조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연관 지어 소개한다. 테슬라에 대한 수없이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이란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기업으로서의 테슬라의 기술 혁신과 브랜드 전략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사회적 가치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기업이 기술 혁신 및 핵심 역량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이를 경제적 이윤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반드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3 시장에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고객 가치는 가격, 기능, 디자인, 접근성, 평판, 문화, 독립성, 도전, 정체성,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된다. 즉,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한 가치 중에서 어떤 가치들을,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화해 타깃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지 판단하는 과정은 기업 활동에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브랜드화된 고객 경험은 곧 기업이 고객에게 기업의 구성원, 프로세스, 제품 등과 연계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4 이는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관계에서 오는 브랜드 포지셔닝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제적 이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5

브랜드 전략은 핵심 성장 목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의 유형, 고객과의 브랜드 약속 및 실행을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기업은 브랜드 전략과 관련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① 사회적 가치를 최종적인 브랜드 가치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와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수혜자를 위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이고, 브랜드 가치는 고객이 받는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한다. 수혜자와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전략적으로 브랜드 가치의 일부로 삼을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브랜드화하지 않고 일반적인 고객 경험에 전적으로 초점을 두고 제품을 포지셔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수혜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보다 고객 중심의 브랜드 가치에 전략적 초점을 두었다면 기업이 만들어 낸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두더라도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는 어느 정도까지 이용 가능한가?

② 만약 사회적 가치를 최종 브랜드 가치에 적극적으로 포함하려 한다면 사회적 가치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돼야 할까.

이 질문은 최종 브랜드 가치에 포함된 사회적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때,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제품/서비스 및 가치사슬을 통해 구현되며 이는 기능적/정서적 가치와 더불어 고객이 체험하는 가치 속으로 녹아들게 된다. 고객이 느끼는 주관적인 경험은 기업이 공급자 입장에서 제시하는 가치 제안과는 간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브랜드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의 수혜자는 누구이며, 어떤 혜택을 받게 되는가? 다른 사회적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사회적 가치의 브랜드는 어떤 캐릭터로 설정돼야 하는가?6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그리고 매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등과 같은 질문들은 사회적 가치와 고객 가치 사이를 잇는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기본적인 사안이기에 경제적 이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이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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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브랜드 포지셔닝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신생 기업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자동차 산업 태동기에 만들어진 벤츠와 다임러와 같은 기업들이 현재까지도 자동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기업 중 현대자동차와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동차 산업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 중에서도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인 만큼 독일이나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규제 강화 추세로 인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기조에 따라 전기자동차가 대세로 여겨지는 현재의 분위기와는 달리 2009년 테슬라가 자사의 첫 번째 모델인 1세대 로드스터를 출시하던 당시에는 전기자동차의 존재감이 미약했다. 자동차 제조업계가 가진 관심의 초점은 내연 기관의 연비를 개선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맞춰져 있었으며, 순수하게 전기로만 구동하는 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이하 BEV)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 및 높은 차량 가격 등의 이유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BEV가 시장에 출시된 것은 정부 당국의 환경 규제 준수라는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에서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무공해자동차(Zero Emission Vehicle; 이하 ZEV)를 일정 수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는데, 이는 내연기관 기반의 사업 모델을 확립해 놓은 기업들에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크라이슬러의 TEVan, 포드의 Ranger EV 픽업트럭, GM의 EV1, 도요타의 RAV4 EV 등이 시장에 등장했으나 이들을 생산한 기업들조차 규제 준수 목적으로 생산된 전기자동차 판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은 1996년 GM이 생산한 EV1으로, 닛산이 2010년 출시한 Leaf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은 정부 당국의 ZEV 의무 판매 규제가 철회되자 EV1의 생산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리스 형태로 판매됐던 EV1마저 모두 수거해 폐기했다.7 이는 GM의 전기자동차 개발의 초점이 환경 규제 준수에만 맞춰져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테슬라는 사업 초반, 어떤 고객층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판매해야 했을까? 자동차 업계에선 혼다, 도요타, 닛산이 그랬듯 전통적으로 최초로 시장에 진입할 때 기업들은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넓히면서 점차 고가 제품 라인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고수해왔다. 신생 기업이 초반에 제조하는 저가의 저품질 제품들은 이미 안정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니고 있는 기존의 업체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기존 기업들은 고객들이 처음에는 저가 제품을 구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가 제품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업체들은 이런 틈을 발판 삼아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중고•가 제품들로 제품을 확장해 기존 업체들에 큰 위협을 준다. 클레이튼크리스텐슨 전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저가 업체들의 성장 과정을 ‘파괴적 혁신’이라 명명한 바 있다.8 하지만 테슬라는 이런 시장 진입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품질(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펼쳤다. 이 시장의 타깃 고객은 포르셰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고객들이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BEV로 하이엔드 시장에 진입하는 결정을 내렸을까? 첫째, 테슬라는 사업 초기, 값이 싸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 제조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처럼 오랜 기간 동안 기술을 축적한 기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의 첫 자동차인 로드스터는 스포츠 자동차 기업인 로터스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됐다. 대중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스포츠카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즉, 테슬라는 2010년에 리프(Leaf)를 출시한 닛산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배터리 품질 및 조립 능력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다양한 전기자동차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로 가능한 기술적 한계는 어디인가를 실험하는 중요한 실험들이 처음 로드스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이뤄졌으며 이는 초기 150여 개의 기술 및 디자인 특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9 이런 기술적 혁신을 통해 구현된 로드스터는 모델 S-X-3-Y로 이어졌으며 테슬라는 2019년 10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3년 내에 2만5000달러 가격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우수한 성능과 안전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테슬라 이전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자동차 시장에서 신생 업체가 미국의 하이엔드 시장으로 바로 진입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었다. 즉, 테슬라는 로드스터 전기차를 ‘콤팩트한 친환경 시티카’라는 틀 안에 가두기를 거부하며 고출력 전기 구동 스포츠카로 개발했는데, 이는 전기자동차의 친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성능적 측면에서 ‘Fun-to-Drive’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테슬라가 하이엔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기술 혁신 및 브랜드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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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친환경 가치와 기술 혁신

테슬라는 당시까지 전기자동차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하이엔드 시장의 고객에 맞는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혁신이 뒷받침돼야 했다. 테슬라 등장 이전까지 BEV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짧은 주행거리였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짧은 주행거리는 자동차를 활용하는 데 큰 제약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 전기자동차 설계의 주된 목표 중 하나였다. 차량의 크기가 커져 중량이 늘어날수록 주행거리는 줄어드는데, 이는 전기차의 크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는 데 제약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이유로 테슬라 로드스터 이전의 전기차는 ‘콤팩트한 친환경적 시티카’로 포지셔닝돼 있었다.

기술적 선택 1: 유도전동기(Induction Motor)

‘콤팩트한 친환경적 시티카’로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미쓰비시가 출시한 i-MiEV와 닛산이 출시한 리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i-MiEV는 전장 3675㎜, 66마력의 소형 전기자동차로 GM의 EV1 이후 양산된 최초의 BEV이다. 리프는 2010년 출시돼 2019년까지 전 세계 BEV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모델로서, 전장 3475㎜에 110마력 출력의 모터를 사용해 소형 시티카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이처럼 초창기 전기자동차들은 주행거리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소형 시티카로 설계됐으며, 이에 적합한 영구자석구동기모터(Permanent Magnet Motor; 이하 PM)를 차용했다. 이와는 다르게 테슬라는 전기차의 모터 구동 특성에 착안해 통상적인 전기자동차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고출력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유도전동기(Induction Motor, 이하 IM)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IM에 비해 PM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동 특성과 높은 출력 밀도를 보이나 회전자에 사용된 영구자석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고온 환경 내구성 등에서 약세를 보인다. 그러나 출력이 커질수록 IM과 PM 사이의 출력 특성 차이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소형 차량용 구동 장치는 PM을 사용하는 것이 출력과 전비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으나, 출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IM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테슬라는 고출력 전기구동 스포츠카인 로드스터를 설계하며 IM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터의 고출력 운전 시 대두되는 냉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획기적인 냉각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고속주행 중 열이 발생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모터 성능 저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10 테슬라는 이를 기반으로 ‘전기자동차는 저출력’이라는 관념을 깨고 고출력 스포츠카를 제작할 수 있었다.

기술적 선택 2: Battery Management System

IM 냉각 설계만큼이나 테슬라가 기존 전기자동차의 틀을 깨는 데 핵심이 된 기술은 배터리관리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이하 BMS)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상온(약 섭씨 25도 내외)을 기점으로 이보다 온도가 높거나 낮을 경우 저항이 높아져 출력 성능이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행 환경과 무관하게 배터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혹한기에는 모터 및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고, 혹서기에는 에어컨 냉매를 활용해 냉방 효율을 높임으로써 배터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출력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11 ::C:: ‘테슬라 모델 3은 산업생태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성시영. kama 웹저널 328호, 2016.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이 충분해야 하는데 테슬라는 별도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대신 양산형 리튬이온전지를 직병렬로 연결해 사용함으로써 제조 단가를 낮춤과 동시에 원하는 전압 및 용량을 설계해 충분한 배터리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12 또한 모델S에서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방지하기 위해서 배터리 셀 차원에서는 각 셀의 측면을 보강하고 원래는 1개만 존재했던 ‘벤트’13 를 2개로 늘림으로써 가스가 원활히 방출되게 했다. 또한 셀들을 여러 부분의 모듈로 분할해 일부분의 과열 현상이 배터리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했으며 압력제어용 벤트를 구비해 배터리에서의 열 폭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다차원적 설계를 구현했다.14

기술적 선택 3: 설계 특성

고속으로 주행하는 F1머신은 차체가 낮고 리어 윙(rear wing)이 달려 있다. 이는 주행 중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해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많은 자동차 제작업체가 내연기관차의 틀을 바꾸지 않고 파워트레인만 엔진에서 모터로 바꾸는 형태로 전기자동차를 제작했던 것과 달리 태생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테슬라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량을 백지에서부터 설계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배터리를 차량 하단부에 배치하도록 하는 설계가 가능했는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해 승차감을 높이고 유사시 전복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안전성을 강화했다.15

테슬라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의한 환경오염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제적/친환경적 특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활용한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 결과 자동차 소비자들의 기능적, 심미적 기대치에 부합하는 전기자동차가 생산될 수 있었다. 이제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 전략을 살펴보기로 하자.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

1. 기존 업체 전기차의 브랜드 가치

테슬라 이전의 전기차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친환경 가치를 내세우면서 일정 정도 고객 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주행거리도 짧고, 실내 공간을 키우는 데 제약이 있었으며,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자주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전기차는 친환경 가치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시민 의식에 호소한 마케팅 및 홍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테슬라 1세대 로드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닛산이 출시한 리프는 전기차로서 친환경 가치를 전면에 부각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그림 1)16 닛산의 리프는 표 1에서 1번 유형에 해당한다.::/C:: 전기자동차 주행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Zero Emission’을 부각하는가 하면 2006년에는 ‘닛산 그린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2010년까지 차량 한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는 등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Nissan Motor Corporatio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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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쓰비시에서 출시된 i-MiEV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량의 크기에 비해 양호한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자동차라는 점이 주된 커뮤니케이션 포인트가 됐다. (그림 2) 전기자동차가 생소하게 여겨지던 2000년대 후반, 전기자동차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방점을 둔 TV 광고를 자주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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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테슬라 브랜드의 힘

테슬라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어떤 브랜드 가치를 원하는 것일까? 2009년,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내세우는 기존의 소형 전기차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고출력 스포츠카로 기획된 테슬라 로드스터는 여타의 전기자동차들과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시행했다. 로드스터 개발 당시 신생 기업이었던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방하면서도 전기자동차의 친환경성보다는 우수한 기동력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 로드스터의 시제품은 2006년 산타모니카공항 격납고에서 공개됐는데 이 역시 기동력이 좋다는 특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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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이 아닌 고무를 태워라(Burn rubber, not gasoline)’라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 제품 설명에서부터 가솔린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 3) 즉, 타이어 고무가 탈 정도로 빠른 차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처음 출시되는 전기차인 만큼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임을 알리는 동시에 제로백 등 전기스포츠카가 지닌 우월한 성능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웠다. 빨간색의 오픈카라는 점도 기존의 전기차와 다른 섹시한 외관이었고 성능 자체도 놀라웠다. 실제 많은 당시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테슬라의 친환경적인 면보다 주행 성능을 강조한 기사들을 작성했다.

모델S(2012년), 모델X(2015년), 모델3(2017년)과 모델Y(2020년)를 통해 보여준 테슬라의 전기차는 기존의 전기차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림 4) 테슬라의 전기차는 어떤 내연기관차보다 빠른 제로백을 제공한다. 모델S의 2.1초 제로백은 내연기관차의 기술로서는 구현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엔진과 변속기 없이 직접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전기차의 특성 때문이다. (참고로 제로백 2.4초의 슈퍼카 부가티 시론은 가격이 30억 원에 달한다). 전기차는 마력에서도 내연기관차를 압도한다. 모델S는 1020마력을 제공한다. 페라리 등 슈퍼카가 보통 600∼700마력임을 감안할 때 1020마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는 모터 수를 조절해 동력을 쉽게 늘릴 수 있으며 모터에서 바퀴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력 누수가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는 배터리가 차량 밑에 위치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차량 아래쪽에 낮게 잡힌다. 이는 전기차 주행 시 안정성을 높인다. 특히 코너 주행 시 중심이 낮다는 점은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넓은 실내 역시 전기자동차의 또 다른 장점이다.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설계한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중 엔진, 변속기, 연료/배기라인 등이 필요하지 않아 동급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실내 공간 설계 자유도가 증가한다.17 제네시스 G80의 실내 공간이 대략 433L인 것에 비해 테슬라 모델S는 793L에 달한다.

전기자동차에 내장된 구동 배터리의 전력을 활용해 일반 전원의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른바 V2L(Vehicle to Load) 기능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차별화되는 BEV만의 특장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내장된 배터리는 용량의 제약으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큰 전기제품을 연결해 사용할 수 없는 반면 전기자동차에 내장된 배터리는 충분한 용량을 갖추고 있어 각종 전자제품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 활용한다면 캠핑장 등 전력 공급이 어려운 공간에서의 편의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게 된다면 라이프스타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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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의 관점에서 두 가지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첫째, 테슬라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브랜드 가치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루지 않는다.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등에 관해 광고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로백, 고마력, 안정성 등을 강조한다. 하이엔드 시장의 고객들에게 중요한 점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포르셰의 브랜드 가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지 얼마나 친환경적이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친환경적인 것은 기본이기 때문에 고객은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요구한다. 기대하는 브랜드 가치가 충족되지 못할 시 고객들은 차라리 경쟁사인 포르셰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의 원천이다. 업그레이드된 제로백, 고마력, 안정성 등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는 전기자동차라는 원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10억 대에 달하는 전 세계 자동차가 궁극적으로 전기차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은 바로 이런 사실 때문이다. 전기차를 이용하면 기술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브랜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에는 trade-off로 인식되던 전기차와 브랜드 가치는 이제 시너지를 창출하는 관계로 재설정됐다. 테슬라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런 긴장 관계를 해소하고 전기차의 미래를 보여줬다. 전기자동차는 더 이상 자동차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를 높인다. 이 점이 바로 자동차 산업에서 테슬라가 게임체인저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한 요인이며 폴크스바겐, GM, 포드, 현대차 등이 전기차로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매년 큰 예산을 할당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전기차의 친환경 가치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나 판촉 활동을 목적으로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광고비를 지출하지는 않는 대신 회사 자체가 화제가 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BBC의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 톱기어와의 논쟁을 들 수 있다. 테슬라가 1세대 로드스터를 출시했을 당시 톱기어는 로드스터의 실제 주행거리가 공시된 거리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며 브레이크가 쉽게 손상되는 등의 기계적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그러자 테슬라는 허위 사실 유포라며 톱기어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2년이 넘는 재판 끝에 테슬라의 청구는 결과적으로 기각됐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테슬라의 제품 완성도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적극적으로 소명함으로써 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2018년 1세대 로드스터를 우주로 날려 보낸 것은 테슬라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08년 2월6일 스페이스X 팰컨 헤비 초도 비행의 화물로 로드스터를 선택했다. 로켓의 초도 비행은 안전상의 검증을 위해 위성을 탑재하는 대신 콘크리트 블록 등을 탑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페이스X는 초도 비행을 통해 로드스터를 지구 공전 궤도와 화성 공전 궤도에 걸친 타원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 차량은 현재 기네스북에 우주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등재돼 있다.18 테슬라가 1세대 로드스터부터 최근의 모델Y에 이르기까지 ‘빠른 전기자동차’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이스X를 활용한 홍보는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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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를 사회적 가치와 연결시키려면

테슬라를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사회적 가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 기술적 혁신을 더해 핵심 역량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기술 혁신을 통해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우수한 브랜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하이엔드 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제로백, 고마력, 디자인, 안전, 운전 성능, 편의성, 자율주행은 기존의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전기차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둘째, 사회적 가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브랜드 전략의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이 제품을 사세요’라고 홍보를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회적 기업과 기업의 코즈 마케팅은 이런 고객 가치의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시도됐다. 하지만 테슬라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가치가 무조건 브랜드 가치의 중심에 놓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회적 가치는 다양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가치로 남아 있으면서 고객이 원하는 특정한 가치에 주목해야 함을 알려준다. 사회적 가치는 고객 및 산업 특성에 따라 브랜드 전략에서 융통성 있게, 또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듯 이 둘을 연결하는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객 가치의 차별화는 최종적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판단하는 고객을 위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달려 있다. 이러한 고민은 사회적 가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에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질문해보자. “당신의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통해 어떤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고 있나?”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mnkim@skku.edu 이건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생
필자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에서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조직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DBR mini box I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전략에 따른 기업의 유형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의 관계를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살펴보자. [표1]은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전략에 따른 기업의 유형을 보여준다. 기업의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두 가지로 구분하고 기업의 유형을 배치했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핵심 역량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근거하고 있으면 전략 기반의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근거하지 않으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으로 분류했다. 이를 판단할 기준점은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경제적 이윤과의 관계이다. 사회적 가치가 부재할 때 경제적 이윤이 줄어드는 기업은 CSV 유형의 기업이고 늘어나면 CSR 유형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김태영, 2021).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브랜드 가치를 고객과 소통하는 작업이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셔닝이 정해진다. 브랜드 가치에 사회적 가치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면 사회적 가치형으로, 사회적 가치가 비핵심 가치이면 고객가치형으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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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SV-SV 유형

첫 번째 CSV-SV 유형은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CSV형) 사회적 가치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적인 고객 가치로 삼는 (사회적 가치) 기업 유형이다. 사회적 가치가 제품과 마케팅의 핵심이기 때문에 제품의 목적과 이를 통한 수혜자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둔다. 파타고니아가 이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본 시나드가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동기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림 1) 이러한 기업의 정체성에 기반한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이라는 캠페인은 친환경적인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으로부터 많은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새 재킷을 만들기 위해서는 135리터의 물, 20파운드의 탄소 배출이 발생하고 완성품의 3분의 2는 결국 쓰레기가 돼 환경적 피해가 발생하는데, 파타고니아는 이를 스스로 알리고 제품 소비를 지양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인증하는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또한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빈곤 아동에게 기부하면서 적극적인 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탐스도 이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이 유형의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마케팅해 브랜드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사회적 가치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구매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혜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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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SR-SV 유형

두 번째 CSR-SV 유형은 일상적 기업 활동 과정을 통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는 않는 일반 기업이 CSR 활동(기부 및 사회공헌 포함)을 통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주력하는 방식이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 대표적이다. 코즈 마케팅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을 위한 공익성을 강조해 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건강, 환경, 빈곤 등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방법이다.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접하게 되고, 기업으로선 기업 및 제품에 대한 평판과 인식이 개선되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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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동안 진행됐으며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에스티로더의 유방암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다. (그림 2) 이 캠페인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유방암 연구와 교육, 의료 서비스 지원을 위한 모금이 이뤄졌고 293개의 유방암 연구를 지원했다. 사실, 에스티로더는 화장품 회사이기 때문에 유방암 연구와는 사업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다만, 화장품을 구매하는 많은 고객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건강에 적이 되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에 대한 과도한 상업성을 우려하는 비판이 있는데, 이를 ‘핑크 워싱(pink washing)’이라고 부른다. 유방암 캠페인의 본질보다는 기업 제품의 과도한 홍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업에 대한 후원,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 등이 비난의 주된 내용이다.

Breast Cancer Action의 ‘Think Before You Pink’ 캠페인 (‘핑크캠페인 참여 전 생각해보세요’)으로 알려졌듯 에스티로더 등 많은 화장품 회사가 제품의 발암물질로 알려진 성분들로 많은 비판을 많았다. 국내에서도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아모레퍼시픽 등 총 8개 제조판매업체의 13개 화장품에 대해 중금속 안티몬 허용 기준 위반으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i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자사 편집몰인 아리따움과 브랜드 에뛰드의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의 교환 및 환불 과정을 공지했다. 핑크워싱과 같은 문제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빈번하게 겪는 이슈다.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하지 않지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평판과 이미지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와 고객 가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즉, 해당 기업이 정작 본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비판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면한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가치를 일치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CSV-CV 유형

세 번째 CSV-CV 유형은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만 사회적 가치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고객 가치로 내세우지는 않는 기업 형태를 의미한다. 테슬라가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친환경 전기차를 목표로 2003년에 창립된 테슬라는 브랜드 가치를 소통함에 있어 친환경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자인, 안전, 주행 성능, 편의성, 자율주행 기술력 등을 강조하며 우월한 성능을 부각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연스럽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대해 가지는 비교 우위를 인지하게 된다. 고객에게 전기차가 주는 사회적 가치는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우월한 성능으로부터 비롯되는 차별화된 고객 가치는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이다.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사용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형과는 달리, 최종적으로 고객이 추구하는 고객 경험 그 자체에 초점을 두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4) CSR-CV 유형

네 번째 유형인 CSR-CV에 속하는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가 핵심 역량 사업이 아님에도 사회 공헌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에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사회적 가치와는 별개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SK그룹이 설립한 고등교육재단 장학재단의 경우, 제품 및 서비스 홍보 및 판매에 재단의 활동 사항을 활용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융합하지 않고 분리해 운영하는 경우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 김태영 김태영 |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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