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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무형의 가치를 활용한 브랜드 차별화

목적과 관점 등 차별화가 절실한데
당신의 브랜드 뿌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김남호 |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쟁과 포화, 분절과 파편의 시대에 남들과 다른 브랜드 이름, 로고, 컬러, 아이콘 등으로만 브랜드 차별화를 이루려는 노력은 무용(無用)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브랜드 차별화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영역, 즉 브랜드의 철학과 사고방식에서 성취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목적’과 냉철한 ‘관점’을 단단히 결합시킨 브랜드의 뿌리는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행동이라는 보이는 영역에서 차별화라는 값진 열매를 거두게 한다. 뿌리부터 단단한 브랜드는 과감하게 행동하고, 진정하게 도전하며,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들고, 고객 가치를 더 넓게 확장시킨다. 브랜드가 놓인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지금 시작하려는 ‘다윗’ 스타트업에 ‘골리앗’ 기성 브랜드를 무너뜨릴 기회를 선사한다.



브랜드 분야와 가장 깊게 관계된 단 한 명의 인물을 선정하라고 하면 과연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데이비드 아커, 장 노엘 캐퍼러, 케빈 켈러와 같은 브랜드 학계의 3대 석학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브랜드 창업가나 캘빈 클라인, 조르조 아르마니 같은 브랜드 디자이너를 꼽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브랜드와 관계된 인물이 있다. 사무엘 매버릭(Samuel Augustus Maverick, 1803∼1870). 그는 ‘브랜드’라는 단어의 의미와 역사적으로 가장 깊게 얽힌 사람이다.

매버릭은 180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활동하던 법률가였다. 지역 정치인이기도 했던 그는 주변 친구와 이웃의 법률문제를 무료로 자문해줬다. 그러면 무료 법률 자문을 받은 이들은 답례의 표시로 자신이 기르던 소를 그에게 선물하곤 했다. 목축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매버릭은 소에 낙인 찍는 것을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소를 목장에 가둬 두지 않고 방목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그의 소들이 이웃집 목장으로 넘어가 그곳 소들과 섞여 있더라도 사람들은 단번에 매버릭의 소들을 구별해냈다. 목장별로 낙인이 찍힌 보통의 소와 달리 매버릭의 소들에게만 낙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낙인 없이 돌아다니는 소를 발견하면 ‘매버릭 소’라고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버릭’이라는 이름은 마침내 ‘낙인이 없는 가축’을 부르는 대명사가 됐다. 또 세월이 더 지나면서 의미가 확장돼 매버릭은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게 됐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매버릭(maverick)’이란 단어는 현재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a person who thinks and acts in an independent way)’이라는 의미로 명기돼 있다.

매버릭이 브랜드 분야와 가장 깊게 관계된 인물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어 매버릭의 의미야말로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즉 ‘독립된 사고와 행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매버릭이 거부했던 것은 낙인, 즉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불로 지진다’는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했다. 가축이나 와인 등에 대한 소유권을 식별하기 위해 불로 달궈진 쇠막대로 찍은 낙인을 가리키던 단어로 사용됐다.) 누구나 따라 했던 구별의 방식인 브랜드를 거부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가장 차별되는 브랜드를 가지게 됐다는 매버릭의 이야기는, 브랜드 차별화가 시각적 형태적 경험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철학과 사고방식 같은 무형의 영역에서 더욱 본질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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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브랜드 차별화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보이는 영역’에서의 차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가시적 차별화가 비가시적 차별화보다 쉽고 때로는 고객의 반응을 즉시적으로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 환경의 변화는 보이는 영역에서의 브랜드 차별화를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로 인해 고객의 브랜드 경험은 다차원적으로 고도화됐다. 브랜드 메시지를 경험하는 채널은 세분됐고, 고객의 구매 여정 단계도 복잡해졌다. 이제 고객은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다루며 기업의 마케팅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통제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브랜드의 차별화를 성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은 자신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시장에서 다른 것들과 구별시키기 위해 브랜드 구축에 온 힘을 쏟는다. 브랜드의 이름, 상징, 로고, 컬러, 아이콘 등과 같은 여러 요소를 차별화된 시각과 형태로 나타내 고객이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가시적 영역에서 넘쳐나는 브랜드 간 경쟁은 고객에게 오히려 획일화된 경험을 가져다준다. 광장에서 많은 사람이 각자의 말로 떠들면 결국 들리는 것이 개별의 말이 아닌 하나의 소음인 것과 같은 이치다. 가시적 영역에서 과밀화된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목표로 같은 속도로 질주할 때 고객 경험 속에서 브랜드는 획일화된다. 뉴욕 타임스퀘어광장의 수많은 네온사인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각자 발광(發光)하지만 기업 마케팅에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오늘날 고객들에게 이것들은 획일화된 ‘타임스퀘어 네온사인’일 뿐이다.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은 소비자를 상대로 시각적, 형태적 영역에 과몰입해 브랜드를 차별화하려는 기업의 마케팅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브랜드는 자신이 보여주고 말하는 대로 고객이 경험하길 원하지만, 고객은 브랜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객은 브랜드의 가시적 형태 외에도 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본다. 브랜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객에게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고객은 고객대로 브랜드가 자신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경험한 후 해당 브랜드가 누구인가를 최종적으로 규정한다.

이처럼 경쟁과 포화가 심화된 마케팅 환경에서 브랜드의 궁극적 차별화가 구축되는 전장(戰場)은 가시적인 영역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사고방식 같은 무형의 영역이다. 이는 스타트업에는 절호의 기회다. 가시적 영역에서의 브랜드 경쟁은 대체로 마케팅 자원이 풍부한 대형 브랜드에 유리하다. 하지만 무형적 영역에서는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진지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선에 선 젊은 브랜드에 더 유리하다. 스타트업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 차별화의 ‘무대’를 브랜드의 철학과 사고방식 같은 무형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데 있다. 독립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통해 진정한 차별화를 이룬다면 스타트업은 누구와도 다른 매버릭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뿌리 : 브랜드의 목적과 관점

브랜드를 구축할 때 브랜드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브랜드 목적과 관점을 정립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목적은 브랜드가 도전할 과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며, 브랜드의 관점은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 즉 시장과 제품과 고객에 대한 특별한 견해에 관한 것이다. 목적에 대한 몰입은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관점을 이끌어낸다. 명확한 목적 없이는 새로운 관점이 정립될 수 없다. 또 새로운 관점이 따라오지 않는 목적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브랜드의 목적과 관점을 브랜드의 뿌리로 견고하게 내리는 데서 브랜드 구축이 시작된다. 목적과 관점이라는 뿌리가 견고하게 자라 내려가면 그 위에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 스토리, 콘텐츠, 광고와 같은 ‘보이는 것’들이 풍성하게 열린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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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목적 : 누구를 도울 것인가

브랜드 목적은 브랜드 구축의 시작점이다. 브랜드 목적은 브랜드가 제품이라는 몸을 갖추기 전에 기업의 자궁에 착상되는 배아와 같다. 이 목적이 마치 유전자처럼 앞으로 제품이 갖게 될 고유 형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목적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누구를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은 고객 가치에 대한 질문이 돼 고객의 삶에서 결핍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에 공감하게 만든다. 브랜드의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브랜드가 고객을 위해 도전해야 할 가치가 뚜렷해진다. 이는 스타트업이 시작부터 여러 가지 한계와 부족함을 뛰어넘고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힘이 돼준다.

브랜드 목적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은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브랜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목적 중심의 브랜드는 고객이 해당 제품의 카테고리에서 추구하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넘어서서 고객의 삶 전반과 연결된 대의적 가치로 확장된다. 최근 자신의 개별 소비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행동하는 ‘의식화된 소비자(conscious consumer)’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택을 자신의 정체성 및 세계관과 일치시키고자 한다. 특히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 행위에서 자신의 친환경, 공공성,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목적 중심의 브랜드는 이러한 고객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사명과 역할까지 정립한다. 이를 통해 노출 기반 마케팅 활동을 통한 ‘밀어내는 힘’이 아닌, 브랜드의 목적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끌어당기는 힘’으로 고객을 브랜드에 참여시킨다.

브랜드의 목적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What people want) ▲브랜드가 탁월하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What brands offer) ▲세상이 원하는 가치(What the world needs),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존재한다. (그림 2) 잘 정립된 브랜드 목적은 기업의 핵심 역량을 고객과 세상이 원하는 가치와 통합시킨다. 브랜드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위 세 요소 중 상황에 따라 한 요소에 쏠리면서 일관된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브랜드 목적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브랜드는 원본으로 태어나더라도 결국 누군가를 흉내 낸 복사본으로 죽을 확률이 크다.

브랜드의 관점 :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의 시작점

관점(Point of View, POV)이란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이다. 브랜드는 목적을 정립한 후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만나는 고객, 시장,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관점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특정 분야에 몰입돼 얻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다.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이 생겨난다.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이란 브랜드의 사고를 특정하게 진술하는 방식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견해다. 즉, 브랜드의 관점은 브랜드가 창출하려는 시장에 대한 특별한 진술 방식이자 견해이고 세계관이다. 브랜드의 목적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식하는 출발점이라면, 브랜드의 관점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 하는 견해의 시작점이다. 브랜드 목적에 의해 도전할 현실의 문제가 정의된다면 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의 방향은 브랜드의 관점에 의해 정해진다.

브랜드 관점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발견하고 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는 강고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또 깊은 통찰에서 나온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다르게 구별되는 브랜드가 되려면 우리가 바라보는 고객이 삶에서 가진 문제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떠한 해법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자신만의 사고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브랜드 관점이다.

브랜드 목적이 기업의 가슴에서 나온다면 브랜드 관점은 머리에서 나온다. 뜨겁고 강력한 브랜드의 목적과 냉철하고 차가운 브랜드 관점의 단단한 결합은 브랜드를 굳게 세우는 뿌리다. 보이지 않는 영역(브랜드의 목적과 관점)에서 단단하게 구축된 브랜드는 보이는 영역(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행동)에서 차별화라는 본질적 열매를 거둔다.

뿌리가 단단한 브랜드는 과감하게 행동한다

폴스타, 테슬라를 따라오게 한 후발 주자

스타트업은 진입하고자 하는 기존 시장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브랜드는 ‘지금 이곳의 현실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현재로서 충분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필요하지 않다’며 자신의 현재 지위를 방어하고자 한다. 이에 대응해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하려는 스타트업은 ‘지금 이곳의 현실은 문제가 있다. 더 나은 해법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렬하고 날카롭게 피력해야 한다.

94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 볼보(Volvo)는 전기자동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를 통해 테슬라가 뚜렷한 카리스마로 선점한 전기자동차 시장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폴스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스타트업 전략이다. 브랜드의 명확한 목적과 관점을 기반으로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동을 보여주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는 대단히 차별화된 브랜드다. 광고 예산을 단 1원도 사용하지 않고 CEO 일론 머스크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특유의 철학과 관점을 가지고 3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와 소통한다. 이러한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폴스타는 ‘오랜 전통을 가진 안전한 자동차’라는, 모기업 볼보의 브랜드 유산과의 철저한 단절을 택했다. 폴스타는 마치 독립된 스타트업처럼 과감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은 폴스타 홈페이지에서부터 브랜드 관점을 강렬하게 전달받는다.

‘전통 자동차 산업은 혁신의 장애물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자동차는 비슷한 모양과 비슷한 느낌으로 모두가 비슷해졌다.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생각을 묻는다. 더 나은 것을 위해 도전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우리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무난함, 평범함 같은 것이다. 우리는 작고 세밀한 부분에도 열정을 쏟아붓는다.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정확함을 추구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에겐 물려받을 그 어떤 유산도 없다. 과거와 엮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가장 옳은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 완전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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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축된 모기업 브랜드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마케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매우 유리한 전략이다. 하지만 폴스타는 과감하게 볼보와의 완전한 단절을 선택했다. 이처럼 강렬한 브랜드의 관점은 과감한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폴스타의 딜러숍 ‘스페이스’는 도심 다운타운에 위치하는데 특이하게도 이곳 세일즈맨은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판매 사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전통 자동차 산업의 오래된 시스템이다. 폴스타는 이를 끊어냈다. 그리고 고객에게 편안한 매장 환경을 제공해 고객 스스로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한다. 폴스타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전통 자동차 산업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브랜드 관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것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폴스타는 차량 내부에 식물 기반 인테리어(Vegan Interior)를 실현하고 있다. 좌석 시트커버, 변속기어, 자동차 핸들 등 내부 부품을 비건 소재로 만든 것이다. 폴스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지 수개월 후, 테슬라가 ‘모델3’부터 차량 내부에 식물 기반 인테리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발주자 폴스타가 전기자동차 산업의 리더 테슬라를 따라오게 하는 주동성을 보여준 사례다. 폴스타가 이러한 과감한 브랜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단단한 브랜드 뿌리, 즉 명확한 목적과 관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뿌리가 단단한 브랜드는 진정성 있는 도전을 한다

테라사이클, 마침내 ‘재사용’ 비즈니스 실현

브랜드 관점은 우리가 이미 알고는 있지만 쉬운 해결책이 없을 것이란 이유로 오랫동안 외면해온 질문을 다시 대면하게 한다. 지난 20년간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이끌어온 미국의 혁신적인 리사이클린 회사 테라사이클(Terracyle)이 이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다.

최근 테라사이클은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통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목표로 새로운 브랜드 ‘루프(LOOP)’를 출범했다. 그간 많은 친환경 기업과 단체는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이 환경보호 목적을 달성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재사용에 수반되는 비용과 불편함 때문에 재사용보다는 재활용 사업에 초점을 뒀다. 이를 깨부수려는 게 루프 프로그램이다. 테라사이클이 환경보호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재사용과 관련한 고객 행동에 대한 통찰력 있는 관점을 기반으로 과감하고 진정성 있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루프는 고객에게 소비재 제품을 판매하는데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채택한 제품만 취급한다. 루프에 참여하는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재사용 목적으로 특별 제작한 용기에 담아 판매하며, 테라사이클은 고객이 다 사용한 용기를 회수해 세척한 뒤 다시 기업에 보내 제품을 리필해 판매하도록 돕는다.

루프에 참여한 기업은 더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고객이 루프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반복 구매하게 되므로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이러한 재사용 비즈니스는 실행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왔다. 하지만 테라사이클은 끝내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어 지난해 5월 치약, 주방세제, 피넛 버터 등을 생산하는 25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루프 시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매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실행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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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제품을 다 사용한 뒤 빈 용기를 회수해가라고 루프에 신청한다. 그런데 여기서 고객은 루프에 일정 금액의 용기 배송료를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회수 요청을 하고 배송료를 내야 하는 등 일회용 용기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번거롭다. 하지만 테라사이클은 친환경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 즉 ‘보다 편리한 재사용’에 담대하게 도전하며 진정성 있는 해법으로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이 기업은 고객의 재사용 행동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진술한다. 테라사이클의 창업자이자 CEO 톰 재스키(Tom Szaky)는 루프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에게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편리하고, 경제적이며, 멋지고 새로운 것이 그것이다. 이는 고객이 소비 생활을 통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대의를 위해 이를 희생시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고객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지속적인 고객 행동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더 편리하고, 경제적이고, 멋진 재사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재스키의 선언대로 루프는 과거 우유 배달원이 각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용기를 회수해가고(편리함), 참여 기업이 제작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특별한 메탈 용기(새로움)와 일회용 용기 비용의 절감 덕분에 가능한 특별 할인 행사(경제적 혜택)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 같은 루프 프로젝트는 깊은 통찰에서 나온 명료한 브랜드 관점이 진정성 있는 해법을 도출한 좋은 예라고 하겠다.

뿌리가 단단한 브랜드는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한다

프롬마켓,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끼리 거래하는 C2C 시장 만들어

스타트업 프롬마켓(법인명 커넥서스컴퍼니)은 소비자 참여로 유통과 마케팅을 혁신하고자 하는 새로운 개념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프롬마켓이 발견한 기존 커머스 비즈니스의 근본 문제는 공급자와 판매자의 이분법적 분리에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그저 수요와 공급의 직선적 관계로만 설정하면 공급자와 판매자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낮은 가격(수용자)과 높은 이익(공급자)로 인해 서로 좁혀질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서로 통합되는 가치(신뢰와 기쁨)조차도 활성화되지 못한다. 이것이 커머스 시장의 핵심 문제라는 게 프롬마켓의 문제의식이다.

따라서 프롬마켓의 브랜드 목적은 ‘신뢰가 회복되는 시장’이다. 이 같은 담대한 목적을 위해 프롬마켓이 제시하는 해법은 ‘고객이 참여하는 유통 커머스’다. 모든 것이 연결된 네트워크 시대라는 현재의 환경에 최적화된 해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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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마켓에서 모든 소비자는 판매자가 된다. 프롬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자신의 구매좌표가 생기고, 해당 제품을 재구매할 때는 프롬마켓이 아닌 자신에게서 구매하게 된다. 친구가 내가 보내준 소개 링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 나는 친구에게 제품을 판매한 판매자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특이한 점이 있다. 판매 인센티브가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구매자는 구매 가격의 일부를 포인트 형태로 적립받는다. 판매자에게는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는다. 판매자가 얻는 것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좋은 제품을 소개해주는 사람이라는 ‘신뢰’의 가치다. 프롬마켓이 신뢰와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보니 여기에는 소그룹 내에서 입소문으로 유통되던 독특한 스토리와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농수산물 제품과 장인의 제품이 많이 입점해 있다.

이처럼 독특한 커머스 방식이 도출된 배경에는 프롬마켓이 시장과 마케팅을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이 있다. ‘소비자가 가장 훌륭한 판매자가 될 수 있다’ ‘프롬마켓이 판매하는 핵심 제품은 네트워크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핵심 가치는 연결이다’가 그것이다.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대한 프롬마켓의 관점은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지 않고 두 권의 책으로 출간돼 있다.

프롬마켓은 D2C(Direct to Consumer) 시대에 중간 유통을 제거하고 브랜드와 고객을 직접 만나게 하는 것을 넘어 고객끼리 서로 연결돼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C2C(Consumer to Consumer) 커머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향한 열망을 담은 목적, 그리고 해법을 향한 깊은 견해를 담은 브랜드 관점은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힘이 된다.

뿌리가 단단한 브랜드는 고객 가치를 확장한다

요크,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교육 문제를 통합 해결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매우 귀하다. 전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생활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케냐의 한 마을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충전하려면 4∼6시간을 걸어 시내의 충전소로 가야 한다. 충전비용 역시 배우 비싸다. 이곳 아이들은 공부하는 대신 일터로 나가면서 동시에 충전소 심부름에도 동원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태양광에너지 스타트업 요크(YOLK)는 솔라카우(Sola Cow)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이는 태양광 충전 시스템 보급 프로젝트로, 아프리카에서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 요크는 학교 운동장에 태양광 충전 시설인 젖소 모양의 솔라카우를 설치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배포받은 충전용 배터리 파워밀크(Power Milk)를 솔라카우에 연결한다. 파워밀크가 충전되는 네댓 시간 동안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이 충전해온 파워밀크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되자 부모들은 아이들을 일터 대신 학교로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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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접목하겠다는 강렬한 브랜드 목적을 가진 요크는 실제 삶에서 에너지 문제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다가 개발도상국의 교육 문제를 발견했다. 에너지 사용의 제약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은 개발도상국이며, 이들 나라의 본질적 한계는 교육 환경에 있음을 알아챘다. 개발도상국의 교육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가 에너지 빈곤이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은 교육 문제로 연결됐고, 마침내 에너지와 교육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절묘한 솔라카우 솔루션이 도출됐다. 요크는 아이들이 학습을 위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고자 배터리 충전에 드는 시간을 오히려 느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브랜드의 강렬한 목적과 브랜드의 냉철한 관점은 이처럼 고객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를 확장시킨다.

챌린저와 매버릭의 시대

브랜드 관점으로 볼 때 시장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 유형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카테고리의 중심을 선점하고 있는 리더십 브랜드(Leadership Brand), 선두 브랜드를 따라잡고자 하는 추종 브랜드(Follower Brand), 그리고 독립적 사고와 행동으로 특정 문제에 도전하는 챌린저 브랜드(Challenger Brand)다. 리더십 브랜드는 카테고리를 대표하고, 추종 브랜드는 카테고리를 확장한다. 한편 챌린저 브랜드는 카테고리를 파괴한다. 챌린저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도전하는 대상이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챌린저 브랜드는 현실의 특정한 문제에 도전한다. 이들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현재의 불완전한 시장을 있게 한 관념과 관습에 집중한다. 챌린저 브랜드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status quo) 관행에 도전한다.

추종 브랜드는 리더십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리더십 브랜드를 닮아간다. 추종 브랜드의 메시지는 ‘우리도 1등처럼 될 수 있다’다. 반면 챌린저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를 닮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경쟁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태생적으로 독립적이고 독창적이다. 그러므로 챌린저 브랜드는 곧 매버릭 브랜드다. 지나친 경쟁으로 포화된 시장, 디지털 기술로 고객이 기업 마케팅에 능동적 통제권을 갖게 된 시대에 브랜드 차별화는 광고와 마케팅 같은 보이는 영역에서 성취되지 않는다. 브랜드 차별화의 진정한 성취는 브랜드의 목적과 관점이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브랜드의 뿌리에서 일어난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20여 년 전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경쟁이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리는 매우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우리를 명확하게 기억시킬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먼저 우리 스스로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애플은 누구인가?’ ‘애플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애플은 이 세상의 어디에 속해 있는가?’ …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좋은 컴퓨터를 만든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애플이 존재하는 이유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서다.”(1997년 애플 브랜드 캠페인 ‘Think Different’ 내부 발표 연설 중.)

경쟁과 포화, 분절과 파편의 시대에 브랜드 차별화의 전장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 있다. 브랜드의 목적과 관점이라는 뿌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골리앗 브랜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스타트업은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문제에 도전하는 챌린저가 돼야 하며, 도전하는 방식과 해법은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매버릭이 돼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무기는 누구나 사용하는 칼이 아닌, 자신만의 무기인 물맷돌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김남호 나인후르츠 대표 nhkim@9fruits.com
필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MBA를 마쳤다. 코카콜라와 제일기획을 거쳐 디지털 광고대행사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목적 기반의 챌린저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네슬레, GM, 존슨앤드존슨, 피자헛 등 다양한 국내외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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