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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제네시스의 럭셔리 플래그십 SUV ‘GV80’

“SUV 맞아?” 역동적이고 우아한 디자인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품격을 보여주다

김도형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서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 2만7487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기대에 부응하는 품격을 보여주는 내•외장 디자인으로 고객의 감성을 공략했다.

2.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담았다. 고급 외산 차에 밀리지 않는 차라는 이미지로 높은 가격대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3. 디젤 엔진 진동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위기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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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신호등 앞에 멈춰서 있는 짧은 시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생소함. 교통섬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차 안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2020년 1월15일의 기억이다.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의 공식 출시 행사가 열렸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후륜구동 럭셔리 플래그십 SUV를 내세운 차다.

차량의 실물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끝나고 전장이 5m에 육박하는 묵직한 차량을 직접 몰아보는 시승은 킨텍스에서 인천 영종도를 거쳐 송도의 경원재호텔까지를 왕복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곳은 고속주행 구간을 지나 잘 정돈된 신도시인 송도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아직 공개된 적 없는 차들이 줄지어 도로를 누비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반응’했다. 갓 출시된 차 혹은 국내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를 여러 차례 시승해 봤지만 이때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기억은 드물었다.

이날 GV80는 1만5000대의 계약을 기록했다. 사전 계약 없이 출시 당일 본계약을 시작하면서 터트린 대박에 가까운 계약 실적이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진 계약 물량을 차례로 인도하면서 GV80는 올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2만7487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GV80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고스란히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됐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제네시스 전 차종의 국내 판매량은 약 9만6000대이다.

핵심 라인업으로 꼽히는 G80가 4만4401대 팔린 가운데 GV80가 가세하면서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차로 국내 시장을 주름잡던 메르세데스벤츠(6만147대)와 BMW(4만7093대) 등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10만 대 고지까지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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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첫 SUV, 예고된 성공

최근 1, 2년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출시 전 GV80만큼 관심을 모은 차는 드물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우선은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놓는 ‘완전히 새로운 차’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5년 11월 4일 공식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8년 7만6000대, 2019년 8만3000대, 그리고 올 11월까지 약 9만6000대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판매를 늘렸다. 론칭 후 지금까지 약 45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는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40만 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한 축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만 고급 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로 대표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일본 렉서스, 미국 캐딜락, 스웨덴 볼보 등 해외 각국 유수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꾸준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기존의 현대차와는 차별화되는 위상을 만들었다. 제네시스 고유의 장점을 선호하는 고객층은 물론이고 고급 차를 타고 싶지만 수입차를 타는 것은 꺼리는 고객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미 단단하게 위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시스가 기존의 G90•G80• G70에 이어 완전히 새로운 4번째 차량을 내놓는다는 사실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뜨거운 관심에서 더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제네시스 브랜드가 공개하는 첫 번째 SUV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랜 세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개인 고객들에게 ‘세단’은 ‘자동차’의 동의어였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같은 가족형 세단이 수십 년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면서 그 자체로 브랜드처럼 자리매김해 온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를 지나면서 시장의 양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고객들의 삶이 달라진 결과다. 점점 늘어나는 여가 시간과 갈수록 다양해지는 레저 활동의 영역은 고객들로 하여금 ‘더 크고 자유로운 차’를 찾게 한다.

SUV를 선택했을 때 동급의 세단에 비해서 탑승객들의 공간 활용이 자유롭고 적재 공간 역시 크게 넓어진다는 이점이 우선 눈에 띈다. 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아지면서 탑승객들이 쓸 수 있는 차량의 상하 공간이 넓어진다. 이와 더불어서 적재 공간이 세단 차량의 트렁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넓어진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는 높이 때문에 짐을 싣고 내리는 동작 자체도 훨씬 수월해진다.

공간의 자유도뿐만 아니라 이동의 자유도도 높아진다. 차체가 높아지는 만큼 험로를 돌파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도심이나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조금 거친 길도 여유롭게 주파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서 SUV는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다.

GV80에 앞서서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성공 사례 역시 GV80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가족을 위한 대형 SUV로 현대차가 2018년 12월 처음 출시한 팰리세이드는 2019년 한 해 국내에서만 5만2299대를 판매하며 ‘5만 대 클럽’에 가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첫 SUV에 일찌감치 집중된 관심은 GV80가 출시 전부터 상당한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차라는 점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역동적인 우아함… ‘GV80’를 폭발시키다

이렇게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차량이 성공적인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가 클수록 그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실망이 클 수도 있는 법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에서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차종의 중요성을 감안해 개발에 쏟아부은 투자와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럭셔리 대형 SUV라는 차급은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입차 라인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GV80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었다. 올해 1월 초 GV80의 내•외장 디자인이 공개됐다. 어두운 톤의 사진으로 까만색 GV80의 내•외장 디자인을 최초 공개한 것이다. 여러 차례 출시 시기가 조정돼 온 GV80는 전반적인 디자인 방향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꾸준히 높아져 온 관심이 디자인 공개 이후 긍정적인 반응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격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많은 것을 고려한다. 브랜드와 가격은 물론이고 주행 성능과 첨단 기능, 안전성 등 생각해야 할 요소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 고객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아보자면 두말할 것 없이 ‘디자인’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GV80를 내놓기 전에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세단인 G90 등에서 새로운 형태의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램프로 구성한 전면부로 이미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GV80에서도 발전적으로 적용되면서 압도적인 전면부를 완성해 냈다. 측면부에서는 쿼드램프에서 시작해 도어 상단부를 거쳐 후면부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완만한 포물선인 ‘파라볼릭 라인’으로 볼륨감과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이런 외장 디자인 요소들은 복잡한 디자인 언어들로 표현된다. 제네시스, 그리고 GV80의 경우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이라는 말로 표현이 됐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런 설명보다는 직관적인 감성으로 차량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지난 1월 초, 사진으로 디자인을 공개한 이후부터 GV80는 잠재적인 고객들로부터 더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제네시스는 GV80의 전면부에 대해 “명문 귀족 가문의 문장인 방패 형태로 당당한 기품이 느껴지는 대형 크레스트 그릴, 네 개의 램프로 이뤄져 제네시스 디자인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쿼드램프를 적용해 독창적인 모습으로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고객들이 GV80에서 기대했던 디자인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량이 출시된 직후 자동차 업계에서는 GV80가 SUV지만 ‘의전용 차량’으로도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차량의 디자인이 VIP를 모시기에 충분할 정도로 무게감 있다는 평가였다. 결국 고객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기대하는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잘 채워준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셈이다.

자동차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장 디자인의 중요성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운전자와 탑승객이 직접 접하게 되는 실내를 구성하는 내장 디자인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내장 디자인에서 고급스러움이 모델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GV80는 실내 디자인에서는 ‘여백의 미’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함을 강조하면서 차량의 품격을 높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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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 높인 첨단 기능들

올해 초 GV80가 출시될 당시 제네시스 브랜드는 출범한 지 4년을 갓 넘긴 상황이었다. 주목받는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수십 년 혹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유•무형의 자산을 축적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은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GV80가 선택한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량을 출시하기 전부터 제네시스는 GV80에 새로 적용되는 다양한 첨단 기능을 꾸준히 소개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신기술이 대거 활용된다는 점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GV80의 위상을 자연스럽게 높이면서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첨단 기능들은 단순히 기술력의 수준을 과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고객들에게 더 크고 확실한 만족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예컨대, GV80에는 전방의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함께 활용해 노면의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적합한 서스펜션 제어로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최초 적용됐다. 또 주행 중에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저감시키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을 최초로 활용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스펜션의 질감, 주행 중에 차량 내부로 흘러들어오는 소음의 정도는 차에 대한 평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특히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라면 그 중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정숙성’은 고급 차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GV80에 새롭게 적용된 두 기술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고객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역시 최초로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HDA II)에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것으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차로 변경을 돕는 기술까지 포함돼 있다. 운전을 적극적으로 돕는 첨단 기술을 통해 현재 접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최근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제네시스 카페이,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 인식 조작계) 등의 신기술도 GV80에 최초 적용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헤리티지도 기본적으로는 과거에 그 시점의 첨단 안전•편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쌓아온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 그리고 GV80에 적용된 것과 같은 첨단 기술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브랜드와 차량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고객들로부터도 조금씩 더 인정받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젤 엔진 결함 이슈와 신속한 대응

디자인과 첨단 기능은 GV80가 처음부터 강조한 강점이었다. 실제로도 고객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호평받은 GV80는 출시 이후 순항을 이어갔다. 개인 맞춤형 판매 방식 ‘유어 제네시스(Your Genesis)’ 시스템을 기반으로 △엔진 △구동 방식 △외장 컬러 및 휠 △내장 디자인 패키지 △옵션 패키지를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주문한 뒤에 차를 받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유어 제네시스’를 통해 조합할 수있는 GV80의 사양은 10만4000개에 이른다.

하지만 GV80는 고객 인도를 늘려가던 6월을 전후해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맞닥뜨렸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서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심한 진동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파워트레인’으로 불리는 엔진과 변속기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완성차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이면서 실력 그 자체이기 때문에 상징성 역시 크다. 이 가운데서도 엔진에서 결함 이슈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GV80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플래그십을 자처한 SUV 모델이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된 가운데 제네시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6월5일에는 고객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차량의 출고 중단을 알렸다. 디젤 엔진 모델의 추가적인 고객 인도를 멈추고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제네시스에서는 엔진 내부에 카본이 누적되는 문제에 따른 간헐적 진동이라는 점을 우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후에도 2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GV80는 8월19일부터 출고가 재개됐다. 기존에 출고된 차량에서는 디젤 엔진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개선책을 찾았다. 새롭게 출고되는 차량 역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이후 출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미 완성돼 있는 디젤 엔진에 기계적•물리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 상황을 매듭지으면서 고객들에게는 GV80의 디젤 모델 전체를 대상으로 엔진 보증기간을 기존 5년 혹은 10만㎞에서 10년 혹은 20만㎞로 연장하는 조치가 함께 취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엔진에서 차량 운행 자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자체의 위상에도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이슈였다.

제네시스가 심각한 타격 없이 이 문제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인정과 대응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에서는 진동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실제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을 출시하기 전에 장기간에 걸친 가혹한 조건에서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의 원인을 일부 차량에서 발생한 사례를 기반으로 찾아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네시스는 일단 진동의 원인을 파악한 뒤에는 빠르게 상황을 인정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GV80 디젤 엔진의 진동 문제는 자동차를 한 대를 제대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GV80 디젤 엔진 모델에는 새로 개발된 직렬 6기통 2996㏄의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기존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만들던 디젤 엔진에 비춰보면 고배기량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한 크기다.

GV80가 장시간의 테스트와 시험 주행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문제를 경험한 것은 바로 이 고배기량 디젤 엔진이라는 점에서 발생했다. 디젤 엔진은 정기적으로 높은 분당 엔진 회전수(RPM) 주행을 통해 카본이 누적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꽤 알려져 있다. 그런데 GV80에서 이 디젤 엔진의 배기량이 커지고 이에 따라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도 커지면서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고RPM 주행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주어졌던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낸 뒤에 제네시스,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추가적으로 취한 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신차 디자인을 공개한 뒤에도 최장 한 달 동안 일반 도로에서 수십, 수백 대의 차를 테스트한 다음에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신차 출시 전략을 바꿨다. 디자인 공개 직후에 신차를 출시하던 일정에 큰 변화를 준 것이다.

GV80 사례를 통해서 가혹한 조건의 테스트 상황뿐 아니라 일반 도로의 평범한 주행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의 주행을 거쳐야 차의 품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기반으로 신차 출시 전략까지 바꾸는 노력은 GV80에 닥쳤던 심각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

GV80에 숨겨진 또 다른 ‘성공’

GV80의 첫해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고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고 이런 평가가 판매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널리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성공도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이 부분은 GV80,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공개된 숫자로 드러나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완성차 판매에서도 기업은 ‘수익성’이라는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수익이 낮은 차량 혹은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차량을 많이 파는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판매량이 적더라도 수익성이 큰 차량을 파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수익성과 판매량을 모두 잡는 것이 최선인 것은 물론이다. 높은 수익성에 기반한 자동차 생산•판매 시나리오는 글로벌 자동차 최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기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폴크스바겐 같은 대중 차 브랜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수익 구조는 기업에 큰 이익을 안겨주는 이점을 넘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건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고수익의 차를 팔면서 성공적으로 유지•발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GV80가 출시된 날 많은 사람의 눈이 차량뿐만이 아니라 가격표에도 집중됐다는 점을 기억해볼 만하다.

제네시스가 야심 차게 내놓는 첫 SUV에 어떤 가격표를 붙일 것이냐는 문제는 제네시스를 넘어서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였다. 적당한 혹은 싼 가격에 차를 내놓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많이 파는 전략은 차를 파는 입장에서 솔깃할 수 있다. 차량의 성공 여부는 일반적으로 판매량에서 판가름 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제네시스 앞에는 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도 놓여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싸게 팔지 않겠다’는 태도, 그리고 그런 태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자신감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여지도 있다.

출시 전부터 GV80의 가격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5000만 원대에서 판매 가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GV80는 출시 당시 시작 가격을 6580만 원에 놓았다. 원하는 사양을 모두 넣으면 8900만 원에 이른다. 동급의 가솔린 엔진 모델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을 수밖에 없는 디젤 엔진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다소 공격적이라고 볼 수 있는 가격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출시된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 낮은 등급의 모델(가솔린 2.5 터보)의 시작 가격도 여전히 6000만 원을 넘는 수준이다.

차량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고객들이 해당 차량에 지불할 수 있는 가격과 경쟁 차종의 가격대는 물론이고 가격 설정에 따른 예상 주문량과 생산 가능한 물량까지 감안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GV80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를 설정하면서 일부 고객은 GV80 구매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GV80는 국내•외에서 충분한 계약 물량을 확보하면서 여전히 고객들이 출고를 기다려야 하는 차가 됐다. 결과적으로 가격과 판매량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접점을 만들어내면서 성공적인 가격 전략이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GV80와 같은 핵심 모델이 고객들로부터 더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그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GV80의 수익성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다른 후속 모델들도 더 자유로운 가격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과제

한국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주하는 가운데 그동안 다소 침체됐던 BMW와 아우디가 다시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수입차 시장 전체적으로는 올해 1∼10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를 기준으로 21만6000여 대가 팔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14.2% 성장하는 모습이다.

점점 더 커지는 시장을 공략하려는 수입 프리미엄 SUV가 즐비한 상황에서 출시된 GV80는 올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성공의 비결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담아서 고객들이 원하는 유형의 차를 내놓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GV80 앞에 놓인 과제는 역시 해외 판매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차량 판매 전략을 크게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GV80 역시 여름을 전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다소 늦춰지고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상품성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GV80는 약 2만1000대의 사전 예약(구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고객)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네시스의 최대 해외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첫발을 디딜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고객 인도가 이뤄지는 시점을 지나면서 GV80는 미국 고객들의 진정한 평가를 받아봐야 할 상황이다. 또 제네시스의 주력 SUV로서 GV80는 앞으로 유럽과 중국을 비롯해 더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해외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도형 동아일보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필자는 동아일보와 채널A를 오가며 사회•교육•정치•외교안보•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했다. 2017년에는 청년 세대의 아픔을 새로운 방식의 기사 작법으로 다룬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기획으로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자동차 업계를 취재하고 있다.


DBR mini box: Interview: 이인아 제네시스고객경험실장(상무)
“제네시스 고객은 코노소어(Connoisseurs)… 불편 없도록 항상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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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는 어떤 강점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목표로 개발됐나?

제네시스의 고객은 자신만의 명확하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코노소어(Connoisseurs)i ’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퍼포먼스와 세단 수준의 안락함을 동시에 전달하는 대형 럭셔리 SUV인 GV80는 ‘성공한 나의 삶에 대한 보상’과 ‘가족의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하길 원하는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GV80가 외장 디자인에서 추구한 방향을 요약하자면 어떤 것일까?

브랜드 최초의 SUV로서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또 디자인 정체성을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요소로 표현해 멀리서 보더라도 제네시스 차량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차량 외관 전면부, 측면부, 후면부에 라이트 2줄(투라인즈)을 적용해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독창성과 상징성을 표현했는데 GV80 이후 출시된 차량들도 이러한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은 마치 가문의 휘장처럼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제네시스 자부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내부 디자인에서는 어떤 점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나?

제네시스는 브랜드를 론칭한 2015년부터 한국적인 고급스러움을 투영, 한국에서 탄생한 특별한 럭셔리를 추구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태어난 실내 디자인 콘셉트가 바로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다. 고급스럽고 아늑한 공간, 오래도록 질리지 않으면서도 편리한 실내 공간을 전 세계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꼭 필요한 디자인 요소만 넣고도 필요한 기능은 다 넣어서 편의성을 확보하면서 간결함과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전달하려 했다.

GV80가 활용한 첨단 기능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GV80라는 차명에는 제네시스(Genesis)가 제시하는 다재다능한(Versatile) SUV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실제로 GV80에는 첨단 주행 보조 기술은 물론 노면 소음 저감 기술,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차량 제어, 프리미엄 공조 시스템, 제네시스 카페이 등의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다. 고객에게 전방위 안전을 위한 기술과 함께 최적의 사용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다.

GV80가 설정한 가격대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GV80의 가격은 GV80가 제공하는 가치, 즉 차량의 디자인, 기술, 브랜드 경험 등 많은 것을 고려해 책정됐다. 럭셔리 시장의 고객은 단순히 멋진 차량을 넘어 늘 소비자의 경험적인 가치나 라이프스타일의 차별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그러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차량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이런 모든 것이 가격 설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디젤 엔진 모델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발생했다. 어떤 점을 중심에 두고 결함 이슈에 대응했나?

우리는 어떠한 이슈가 발생하든 가장 먼저 고객을 떠올린다. ‘제네시스 고객에게 가장 최선은 무엇일까?’ ‘어떤 대처 방안이 고객의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모두가 고민하는 것이 고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특히 이번 이슈의 경우 브랜드가 먼저 고객에게 연락을 하고 고객 불편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엔진 보증 기간 2배 연장 등의 고객 케어 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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