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Food Innovation

콩고기는 왜 한국에서 인기가 없나

304호 (2020년 9월 Issue 1)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올해 장마가 유독 길다. 아마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길었던 장마로 기록될 것 같다. 때때로 퍼붓는 비는 열대 지방에서나 볼 법한 스콜을 연상시킨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상승 중이다.

변해가는 기후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퓨처푸드랩에서는 프로틴 파우더를 판매하는데 벌크 제품에는 플라스틱 계량스푼을 넣어준다. 간혹 스푼이 없어서 고객의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 스푼이 있다고 항의를 받기도 한다. 재구매를 하는 고객들 가운데 적게나마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며 본인 제품에는 스푼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요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아예 주문 시 스푼을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한 기능을 추가했다. 스푼은 무료이고, 스푼을 뺀다고 가격이 낮아지지도 않지만 일회용 스푼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들은 늘어나고 있다.

소비를 통한 요구

환경 문제에 민감해진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행동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나 동물 윤리 등에 민감한 MZ(밀레니얼, Z세대)세대들은 소비를 통해 기업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요구한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례는 친환경 포장재다. 내용물에는 변화가 없고, 대체로 가격의 변화도 없기 때문에 친환경 소비를 하는 만족도는 누릴 수 있으면서 기존 제품의 만족감도 그대로다. 이 때문에 종이 빨대나 생분해 플라스틱, 비닐 라벨을 없애거나 종이로 만드는 움직임들은 빠르게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로 기업/서비스 브랜드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예는 새벽 배송이다. 신선 식품이 주를 이루는 새벽 배송에는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재와 보랭재가 빠지지 않는다. 내용물보다 포장재가 몇 배나 많은데다 일회용이라 그동안 환경과 관련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는 완충재와 보랭재, 단열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질을 종이로 교체했다. SSG 등은 재사용 가능한 보랭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회용품을 줄였다. 친환경의 키워드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딩의 중요한 축이 된 것이다.

친환경 퓨처푸드에 대한 온도 차

퓨처푸드의 중요한 속성도 환경적 가치다. 특히 대체 단백질류의 퓨처푸드는 기존 축산업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소고기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물의 양은 2000리터 내외다.1 반면에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의 경우 75∼95% 정도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곤충 단백질은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그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있지만 기존의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추구하는 페이크 미트(fake meat, 가짜 고기)류는 친환경 포장재와 동일한 이유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리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한국 내에서 성장이 더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미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채소 섭취량이 OECD 국가 중 1, 2위다. 채소를 자체를 많이 먹는 편이며 식물성 단백질원 역시 이미 많이 섭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두부나 두유다. 콩이나 쌀을 이용해 만든 고기가 환경에 도움된다고 이야기하지만 두부는 어떨까?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맛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며 식품 가공 과정 역시 단순하다. 맛을 내기 위한 노력이 적고 단순하다는 것은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미 먹어왔기에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없이도 친숙하고 잘 알려져 있다. SNS에 검색해봐도 두부와 관련된 글/사진은 콩고기나 비건 식품에 비해 압도적이다.

둘째, 고기를 먹는 방식의 선호다. 미국 등 서양 국가와 비교해 한국은 갈려진 고기가 아니라 직접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 대체육도 구워 먹을 수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기와 같은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체육의 가공 특성상, 고기가 갈려진 햄버거 패티 같은 형태가 단점을 보완하기에 좋다. 국내에도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가 출시됐지만 아무래도 한식에 적용되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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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퓨처푸드의 미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소비 형태도 변해가고 있지만 위와 같은 환경에서 국내 대체 단백질 시장은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

대체육에 비해 빠르게 기존 동물성 단백질원을 대체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유제품군이다. 아몬드 밀크나 코코넛 밀크는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는 원료 자체가 지닌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채식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 친환경 목적으로 아몬드 밀크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우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물 사용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오트 밀크의 경우 두유나 아몬드 밀크 등에 비해서도 환경적 부담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2 우유 소비량은 하락하고 있지만 대체유 제품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으며 식물성 요구르트 제품들도 늘어나고 있다. 식물성 계란도 곧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성 유제품군처럼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기존의 고기를 대체하려고 하는 식물성 대체육은 가공 기술이 극도로 발달해 고기 맛과 동일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가치 소비에 일정 부분 기대야 한다. 현재는 ‘힙’함으로 가치 소비를 이끌어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긴 어렵다. 기술 발달이나 원가 절감 등 근본적인 가치를 증대하거나 아니면 국내에 알맞은 적용 대상을 찾아야 한다. 갈려진 고기나 두부가 이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만두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특히 냉동 만두는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장으로 대체육 사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환경을 보호하고 물을 아껴준다는 냉동 만두라니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긴 하다. 하지만 현재에도 라면 스프에 들어 있는 콩고기와 같이 기존 제품 내 스며드는 전략이 주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보다 가치 소비를 강조하면서 브랜드적인 차별화를 구사하는 것이 퓨처푸드의 시장 진입 전략이 아닐까.

죄책감을 덜어주는 소비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걱정에서 소비로, 요구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도 합리적인 소비자다. 비싸고 맛없는 대체재에 선뜻 손길이 가진 않는다. 한국식 페이크 미트가 등장해도 여전히 기존 육고기 제품들과의 경쟁은 버겁다. 퓨처푸드가 당장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비건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비밀샵(베지스푼)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밀샵은 비건 식품을 위주로 팔지만 친환경 욕실용품이나 위생용품도 판매한다. 이는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단순히 식품에 한정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늘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종종 채식을 하는 플렉서테리언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비거니즘의 뜻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비밀샵에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는 당연히 친환경 소재이며 구매 고객들의 리뷰에는 “죄책감을 덜었다”는 얘기가 쓰여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통해 얼마나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는 앞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특히 동물 윤리나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이 큰 MZ세대를 대상으로 한다면 환경에 대한 가치를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거나 제품/서비스와 분리해 생각해선 안 된다. 제품/서비스 내에 고객 경험의 한 요소로 디자인돼야 한다. 퓨처푸드가 이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다면 단순히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이상의 가치와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 sidoo@fflab.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 시절, 힐링페이퍼를 공동 창업해 강남언니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세 번째 창업으로 퓨처푸드랩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곤충식품을 상품화한 이더블버그와 퓨처푸드랩을 통해 미래식과 식용 곤충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8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2020년 11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