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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지금은 슬림마케팅 시대

달걀과 빨대도 ‘미디어’다

정임수,신성미 | 16호 (2008년 9월 Issue 1)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슬림마케팅을 제안합니다. 슬림마케팅은 전통 매스미디어로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던 과거 방식의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조금만 유연하게 사고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경기 불황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슬림마케팅은 최고경영자(CEO)와 마케터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개념입니다.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슬림마케팅의 개념과 사례, 방법론 등을 집약했습니다.
 
정임수·신성미 기자 dbr@donga.com
 
지난해 국내 기업이 광고에만 쏟아 부은 돈은 총 7조 9000억 원. 소비자들은 매일 3000여 개의 새로운 광고 메시지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몇 개의 광고가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 있을까.
 
마케터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많은 소비자는 이미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 메시지를 회피하는데 ‘달인’이 돼 가고 있다. 또 기업에서 ‘푸시(push)’하는 일방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마케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한 통념을 바꾼 기업들은 슬림마케팅 기법을 활용, 고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슬림마케팅으로 성과를 본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세상 모든 사물이 미디어 슬림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드시 깨야 한다. 많은 사람은 미디어란 단어를 들으면 TV나 라디오, 신문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밖에도 미디어는 무수히 많다. 도심 번화가의 건물 벽, 교통수단, 생활용품 등 사람들이 접하는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미디어를 잘 개척하면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 등을 매체로 사용하는 앰비언트(am -bient) 광고는 새로운 미디어 개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앰비언트는 ‘주위를 둘러싼’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소비자가 접하는 모든 것이 광고 매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실제 혁신적인 기업들은 놀랄만한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란이다. 일본 닛신식품(日淸食品)은 새로 시장에 내놓은 치킨 라면을 알리는 데 계란을 매체로 활용했다. 300만 개의 달걀 껍데기에 라면 홍보 스티커를 붙인 것.(사진1) 미국 CBS도 달걀 껍데기에 ‘CSI 과학수사대’ 등 자사의 새로운 TV 프로그램을 새겨 넣어 홍보하고 있다.(사진2) 지난해 가을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3500만 개의 계란에 광고를 했다. 계란 광고는 요리를 하는 주부 층을 정확히 공략하면서도 싼 값에 광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빨대가 광고 미디어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중국 상하이의 와이플러스 요가센터는 빨대를 광고매체로 개발해 식당·커피숍·바에 제공했다. 빨대의 구부러지는 부분에 요가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실은 것.(사진3) 요가를 통해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보다 더 기발하면서도 저렴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심지어 길거리의 전봇대나 전선도 미디어 대열에 합류했다. P&G는 신제품 ‘리조이스 린스’를 홍보하면서 놀랍게도 전봇대와 전선을 활용했다. 대형 초록색 빗을 엉킨 전선 위에 설치하고 ‘엉키세요? 그러면 리조이스 린스로 바꾸세요’라는 메시지를 써놓았다.(사진4) 뒤엉킨 머릿결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길거리에 흔하게 널려 있는 전선을 이용해 인상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일식집의 초밥 레일 위에 프로모션을 알리는 문구를 단 폭스바겐 미니카를 전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미디어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니레버는 리조트의 정원수를 찻잔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안에 립톤 그린티 티백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독일의 루빈(Rubin)사는 프레시백을 알리기 위해 나무에 자사 로고가 들어간 비닐봉지를 씌웠다.(사진5) 한 겨울에도 나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펩시와 포드 등은 주차선을 광고매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공항, 도심 빌딩의 주차장 주차선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입혀 광고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300만 개가 넘는 주차장의 주차선이 광고 매체로 쓰이고 있다.
 
다른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 비품이나 사물도 훌륭한 미디어다. 골프장의 핀 플래그나 비행기의 트레이가 그 사례다. 골프를 치는 4시간 동안 목표물로 주목하는 것이 핀 플래그다. 그만큼 주목률이 높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핀 플래그를 활용한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
 
US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비행기 좌석의 트레이를 펴는 순간 페덱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난다. 이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제품 이미지를 싣는 대신 트레이에 독특하고 멋있는 그림 등을 실어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HS애드의 김운철 국장은 “앰비언트 광고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을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준다”며 “이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면서 주목도는 훨씬 높일 수 있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호감도도 쉽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질적 요소의 결합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미디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미디어는 대부분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옥외광고는 특징도 개성도 없는 수많은 광고판이 난립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짜증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옥외 광고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맥도날드 사례다. 이 회사는 아침메뉴를 알리기 위해 미국 시카고에 해시계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광고판을 세웠다. 아침메뉴의 그림이 숫자가 되고, 맥도날드의 상징인 M자 모양의 막대가 시계침이 돼 시간을 알려 준다. 이 광고판을 본 수많은 사람들은 시계를 쳐다보며 광고판의 해시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확인해 봤다. 소비자 뇌리에 제품 이미지가 깊게 각인됐음은 물론이다.
 
맥도날드가 시애틀에 설치한 ‘뉴스파이시 치킨 햄버거’ 광고판은 제품 사진과 제품명만 인쇄한 그저 그런 홍보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이 광고판을 설치한 뒤 소방관들이 여기에 물을 뿜는 퍼포먼스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사진6) 매워 보이는 햄버거에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장면이 연출되자 인근 매장에서는 이 제품의 판매량이 69%나 늘었다. 최근에는 샐러드 홍보를 위해 양상추 등 16종의 채소를 직접 광고판에 심어 ‘FRESH SALADS(신선한 샐러드)’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맥도날드의 사례는 제품 사진이나 홍보 문구만 실어 왔던 옥외광고판에 시계나 퍼포먼스 같은 이질적 요소를 결합하면 훨씬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 평범한 광고판에 인형이나 조형물 같은 요소 하나만 결합해도 소비자들의 시선을 훨씬 쉽게 사로잡을 수 있다.
 
뉴질랜드항공은 자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여행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건물 외벽에 폭포와 산 이미지를 담은 광고판을 게시했다. 그리고 그 위에 카약을 탄 인형, 자일을 매단 인형을 각각 걸었다.(사진7) 이 광고판은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허리케인 시즌에 듀라셀이 설치한 광고판에는 ‘Weather Never Stops’라는 문구와 함께 부러진 전봇대가 매달려 있다. 허리케인으로 전봇대가 뽑힐지도 모르니 듀라셀을 준비해 두라는 메시지를 이렇게 기발하게 전달한 것이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옥외광고판도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지나가면 ‘하우젠 아삭’이라는 소리와 함께 사진 속 제품과 로고에 불빛이 들어오는 김치냉장고 광고판을 선보였다.(사진8) BMW코리아도 ‘New X5’ 광고판에 실제 전조등과 스피커를 부착해 사람이 지나가면 10초간 전조등이 깜빡이고 시동 소리가 나도록 했다. 최근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식별해 그에 맞는 광고를 내보내는 지능형 광고판도 개발됐다.

제일기획 옥외미디어팀의 김대만 차장은 “TV·잡지와 달리 옥외광고판은 0.3초의 승부”라며 “짧은 순간 소비자 눈길을 확 끄는 창의성만 접목되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스케일로 지배효과 노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사(驛舍)와 쇼핑몰, 영화관, 놀이공원 등은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는 미디어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러나 여기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코엑스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을 이용한 옥외광고가 많이 개발됐다. 영화관도 단순한 영상광고에서 더 나아가 로비나 상영관 등 영화관 공간 자체를 활용한 마케팅이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과거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다.”(제일기획 김대만 차장)
 
과거에는 공간 일부만 래핑하거나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공간 마케팅을 했다면, 최근에는 공간 전체를 통째로 빌려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거나 초대형 설비를 이용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마케팅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것은 심리학의 지배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물론 소비자로 하여금 거대 공간에서 해당 브랜드와 함께 이벤트를 즐기는 듯한 ‘체험 마케팅’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한국HP는 지난해 선보인 ‘터치스마트’ PC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남산의 야외 자동차극장을 이용했다. 자동차극장의 스크린을 컴퓨터 모니터로 꾸며 가로 20m, 세로 10m의 대형 컴퓨터 모형을 만든 것.(사진9) 이는 초대형 컴퓨터라는 이슈를 만들면서 각종 언론에 보도됐고,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됐다.
 
GM대우는 최근 유동인구가 많은 KTX용산역 중앙계단에 신차 ‘윈스톰 맥스’의 주행 모습을 담은 가로, 세로 10m의 초대형 사진을 부착했다.(사진10) GM대우는 에스컬레이터 옆면과 주차장 출입구에도 윈스톰 사진을 붙였으며, 역사 내에 ‘GM대우 테마 라운지’를 마련해 차량을 전시하는 등 용산역을 전방위적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했다. 승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리면서 이 마케팅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여의도 윤중로로 향하는 길목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어지는 5호선 아차산역과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이미지로 가득했다. 삼성전자 TV브랜드 ‘파브’가 벚꽃축제에 맞춰 4개 역사에서 40일 동안 대대적으로 래핑광고를 진행한 것이다. 역사 전체 벽면과 기둥을 벚꽃 이미지로 꾸미고, 중간 중간 브랜드와 신제품 이미지를 노출하는 방식이었다.(사진11) 벚꽃 축제를 찾은 수백 만 명의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신제품이 알려졌으며,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해 8월 지하철 2호선 잠실역사는 대형마트가 들어선 것처럼 변신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잠실점 개장에 맞춰 잠실역사 내 기둥에 매장 진열대 사진을 래핑해 승객들에게 홈플러스 매장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줬다.
 
두산 주류BG는 최근 하루 유동인구가 75만 명인 서울 동대문 두타빌딩 지하 1층과 지상 1층, 3층 화장실 전체를 자사 소주 ‘처음처럼’ 이미지로 꾸몄다. 1층 화장실은 마치 냉장고 안에서 ‘일’을 보는 것처럼 칸마다 소주, 과일 등이 가득 들어찬 냉장고 이미지로 도배했으며(사진12), 나머지 화장실은 실물 크기의 사람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는 사진들로 벽면 전체를 꾸몄다.
 
교통수단의 새로운 발견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 교통수단도 광고 효과가 높은 새로운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 매체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실내보다 실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동족(族) 소비자(mobile audience)’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제품 사진과 텍스트에 의존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으로는 성과를 보기 힘들다. 이미 수많은 지하철과 택시가 광고판을 붙이고 달리고 있으며, 수많은 기업이 자사 브랜드로 래핑한 버스와 트럭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수단을 활용할 때에도 창의성이 필수적이다.
 
한국P&G가 지난해 선보인 ‘듀라셀 건전지’ 시내버스 광고는 교통수단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린 독창성이 돋보인다. 건전지의 힘으로 버스가 달리는 것처럼 시각적인 연출을 한 것.(사진13) 이는 어떤 카피나 설명보다도 소비자에게 강한 임팩트를 줬다. 한국P&G의 김정욱 마케팅팀장은 “기존의 TV·신문 광고로는 메시지 전달에 한계를 느껴 제한된 비용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옥외광고를 시도했다”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34% 늘어나는 등 비용 대비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유니레버는 미국에서 새로운 세탁세제 ‘올 스몰 앤 마이티(all small&mighty laundry detergent)’를 출시하면서 ‘올 스몰 앤 마이티 클로즈 버스(all small & mighty clothes bus)’를 제작했다. 기존 세제보다 아주 적은 양을 사용하면서 모든 종류의 옷을 세탁할 수 있다는 제품의 특성을 알리기 위해 실제 옷으로 뒤덮인 버스를 만든 것.(사진14) 이 버스는 12일간 매일 8시간씩 뉴욕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제품을 홍보했으며,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는 물론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스포츠캐주얼화 브랜드 컨버스는 국내에서 ‘자이언트 컨버스카’를 만들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사 신발을 4000배 규모로 확대해 대형 조형물을 만든 뒤 5톤 트럭에 싣고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는 것.(사진15) 특히 봄에는 알록달록한 사탕, 여름에는 선글라스, 겨울에는 털 귀마개로 컨버스카를 장식하는 등 계절에 맞춰 조형물에 변화를 주는 한편 각종 이벤트도 병행했다.
 
올해 칸광고제에서 옥외광고 부문 금상을 받은 독일 보험회사 ‘센트랄 베허 아크메아(Centraal Behher Achmea)’의 시내버스 광고 또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버스 뒷면을 앞면처럼 보이도록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래핑광고를 한 것. 래핑광고 속 운전기사가 한눈을 팔고 있는 것처럼 보여 보행자는 사고가 일어날 것만 같은 착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보행자가 착각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바로 전화하세요(Just call us)’라는 문구와 보험회사의 전화번호가 눈에 띈다.
 
지난해 펩시가 선보인 지하철 손잡이 광고도 돋보인다. 새롭게 디자인한 펩시콜라 캔을 서울지하철 2호선 손잡이에 매단 것.(사진16) 소비자와 직접적인 스킨십을 시도한 광고 형태다. 소비자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통해 퍼뜨리고(입소문 효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는(퍼블리시티 효과) 등 2차 확산 효과가 컸다.
 
이벤트와 퍼포먼스의 진화 잠재고객이 많은 장소에서 재미있고 독특한 이벤트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슬림마케팅의 대안 중 하나다. 매스미디어 광고에 비해 노출되는 범위는 작지만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탁월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도 입소문을 유도해 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독특한 퍼포먼스는 언론 보도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서울 도심에서 여대생 100명이 분홍색 스쿠터를 타고 단체로 도로를 달리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사진17) 프리챌이 온라인 게임 투워(2WAR)를 알리기 위해 여대생 홍보대사 ‘투워 라이더’를 모집한 것. 이들은 투워 로고가 새겨진 스쿠터를 타고 2개월 동안 서울 도심을 누비며 홍보를 펼쳤다. 프리챌 유영진 홍보팀장은 “남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이지만 역발상으로 여대생을 참여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며 “이들이 무리 지어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자체가 큰 뉴스가 됐다”고 말했다.
 
팬택 계열의 스카이도 지난해 8월 우주선 모양의 휴대전화 ‘슈팅스타폰’를 알리기 위해 우주인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반짝이는 스쿠터를 타고 신촌·대학로·강남역 등 서울 번화가를 질주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또 대형 쇼핑몰에 ‘UFO 애드벌룬’을 띄우고 우주복 차림의 모델들이 우주전쟁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서울 멀티플렉스 극장 2곳에서 하우젠 드럼세탁기의 새로운 CF 내용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CF는 모델 한가인이 사랑하는 연인 대신 다이아몬드에 넘어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 영화 시작 직전에 스크린 앞에 갑자기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연인이 나타나 이 CF를 패러디해 다이아몬드 반지로 프러포즈하는 상황극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실제 연인의 프러포즈로 착각해 박수를 치며 축하를 보냈으며, 이후 이벤트라는 사실을 알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랙티브 마케팅 접목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더 이상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인터랙티브(interac -tive)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옥외광고판이나 교통수단, 조형물 등 저비용-고효율 매체들에도 이런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 버스 정류장에는 코카콜라 자판기 모형이 설치됐다. 코카콜라가 새롭게 선보인 패키지 ‘어고 그립(Ergo Grip)’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었다.(사진18) 코카콜라는 단순히 새 패키지를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세 가지 제품(코카콜라, 코카콜라 제로, 코카콜라 라이트) 가운데 선호하는 제품의 자판기 버튼을 눌러 ‘코크플레이 포인트’를 받아가도록 했다. 소비자는 이 포인트로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온라인게임·음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요금까지 결제할 수 있었고,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펩시는 최근 캐나다에서 주 타깃인 10대와 20대가 항상 MP3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닌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가 자신의 이어폰을 꽂으면 펩시만이 제공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이색 광고판을 지하철에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의 음악포털 ‘멜론’이 버스정류장에 직접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광고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한국쓰리엠은 기존 제품보다 접착력이 강해진 ‘포스트잇 슈퍼스티키노트’를 알리기 위해 5월 23일부터 한 달간 지하철 이벤트를 실시했다. 지하철 3호선의 전동차 내부 벽면과 천장을 온통 포스트잇으로 장식했고, 승객들은 이 포스트잇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쓰리엠은 우수 메시지를 뽑아 선물을 제공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한국쓰리엠은 신제품의 강력한 접착력을 알리기 위해 정동진으로 떠나는 기차 외부 벽면에 슈퍼스티키노트를 붙였다.(사진19) 정동진 소망여행에 참가한 승객들이 여기에 새해 소망을 써넣었다.
 
대상 청정원도 포스트잇을 이용한 광고판으로 인터랙티브 마케팅을 진행했다. 자사 모델인 배우 장동건의 모습을 담은 서울지하철 2·4호선의 인쇄 광고판을 포스트잇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떼어갈 수 있도록 한 것.(사진20) 포스트잇 뒷면에는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각종 요리법을 적어 놔 소비자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웰콤 마케팅연구소의 이영실 연구원은 “기업들은 소비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오감만족형’, 소비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인터랙티브’ 옥외광고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임을 바꿔라
인간 심리 이용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행동적 특징을 잘 이용하면 추가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매출을 늘릴 수 있다. 광고에서 소비자의 심리적 프레임을 바꿔 주는 역발상으로 추가 비용 없이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사례는 많다.
 
남양유업의 ‘아인슈타인 우유’는 ‘우유’ 하면 ‘건강’을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머리가 좋아지는 우유’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의 ‘맛있는 우유 GT’는 ‘흰 우유도 충분히 맛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내걸어 주목 받았다. 교복 브랜드 아이비클럽은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이라는 콘셉트로 교복으로도 맵시를 낼 수 있다는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다.
 
고려대 이두희 교수(경영학)는 “후발 업체의 경우 자사 제품의 강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주된 제품 선택 기준을 바꾸는 심리적 프레임 변화 전략을 쓸 수 있다”며 “일단 성공하면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꿀 만큼 위력적이다”고 말했다.
 
최근 늘고 있는 신문 등 인쇄매체의 변형 광고 또한 독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광고 패턴에 대한 프레임을 깨뜨려 주목을 끈다. 휴대전화의 화려한 색감을 강조하기 위해 신문의 3개 면에 걸쳐 기사 위에 형형색색의 빛을 비춘 광고, 노란색 가스 배관을 신문의 6개 면에 걸쳐 연속적으로 그려 가스가 가정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천연가스 회사의 광고(사진21), 컵에 맥주를 따르는 모습을 기역자로 배치한 광고 등은 창의성만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인간 행동 연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처럼 소비자의 구매가 직접 이뤄지는 장소에서는 제품 진열 방식만 바꿔도 매출이 달라진다. 인간의 행동적 특징을 마케팅에 반영해 별다른 추가적인 비용 없이 구매를 향상시킨다는 게 장점이다.
 
고전적인 사례는 ‘백화점의 3無 법칙’이다. 사람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랜 시간 쇼핑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백화점 안에 시계와 창문을 두지 않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 백화점에 들른 사람들도 백화점을 둘러보고 나갈 수 있게 화장실을 1층에 두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청과매장에서는 식욕을 자극하고 기분을 밝게 하도록 귤, 오렌지 등 주황색 계열의 과일을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이사이에는 포도나 사과처럼 다른 색상의 과일을 진열한다. 비슷한 색상의 과일들을 나란히 놔두면 소비자들이 같은 과일로 인식하고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의 동선이 시작되는 곳에는 비싼 고급 과일이 진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비싼 과일을 접하면 그 뒤의 과일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심을 낮추는 효과가 생기고 판매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간 행동 분석을 통해 제품 진열에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관 진열’ 방식이다. 매장의 우유 코너 한가운데에 시리얼 코너를 만들고, 라면 코너에 양은냄비를 함께 진열하거나 생선 코너에 화이트와인을 놔두는 식이다. 카테고리는 달라도 주로 함께 쓰이는 제품들을 나란히 진열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마트 방종관 마케팅팀장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연관 진열이 매출 신장 효과가 좋아 최근 연관 진열 상품을 30여 종으로 늘렸다”며 “샐러드 옆에 드레싱을 놓자 매출이 평소보다 30% 늘었고, 정육 옆에 진열한 쌈장의 매출은 3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동훈 교수(경영학)는 “미국에서는 고객 구매패턴을 연구할 때 개별적으로 어떤 물건을 샀느냐보다는 고객이 물건을 담은 카트 전체를 총체적으로 분석한다”면서 “국내 기업도 소비자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비용 투입 없이 매출 신장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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