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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마케팅의 군살을 빼라

여준상 | 16호 (2008년 9월 Issue 1)
마케팅 팻,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10kg 감량 성공,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다이어트 식품업체 광고의 한 구절이다. 다이어트는 이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기업에도 필요하다. 특히 마케팅 활동에서 군살빼기는 중요한 이슈다. 사람, 조직, 건물, 생산 설비 등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적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는 ‘장기적 투자’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은 ‘단기적 지출’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불황기일수록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기업의 관행을 살펴보면 ‘마케팅 팻(mar -keting fat·마케팅 군살,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낭비적인 지출)’이 많았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매체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고,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대형 후원 행사에 돈을 물 쓰듯 썼으며,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는 판촉 행사에도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후발 기업들은 선도 기업의 ‘물량 지향성’ 마케팅에 대응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쏟아 부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군살이 여기저기 끼어 있었다.
 
마케팅=돈이 많이 드는 행위’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좀 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왜 마케팅은 돈이 많이 들까? 돈을 적게 들이고도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슬림마케팅(slim mar -keting)’을 제안할 수 있다. 슬림마케팅을 한글로 풀어 보면 ‘군살을 제거한 날씬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 횟수를 늘리고, 광고 단가가 높은 매체를 이용하며, 가격이 높은 쿠폰이나 무료 샘플을 배포하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광고 횟수보다는 광고 내용을 변화시키고 저비용 판촉이나 이벤트를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저비용-고효율 지향 마케팅’인 셈이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관행적으로 해온 고비용의 전통적 마케팅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선도 기업은 마케팅 투자비에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효과가 의문시되는 고비용 마케팅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 환경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는 차원에서 고효율의 슬림마케팅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후발 기업은 선발 기업의 고비용 마케팅 방식에 맞대응할 것이 아니라 저비용의 슬림마케팅 방식을 도입해야 전면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슬림마케팅의 두 가지 방법론
그렇다면 슬림마케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론을 활용해야 할까. 두 가지 측면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관점의 브랜드 자산 개념을 제시한 케빈 켈러의 ‘브랜드 지식 모델’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브랜드 이미지(브랜드 태도)를 높이는 것이다.
 
슬림마케팅의 첫 번째 방법은 이 가운데 저비용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저비용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소비자 접촉 방법을 찾아서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저비용으로 브랜드 이미지, 즉 선호도와 구매의도 등과 같은 브랜드 태도를 높이는 것이다.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점에 광고의 문구나 배경을 바꾸고, 서비스하는 시점에 시각·청각적 자극을 바꾸는 등 작은 변화를 통해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브랜드 태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1. 저비용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라
첫 번째 슬림마케팅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저비용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슬림마케팅 방법은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필드마케팅(field marketing·현장마케팅) △어필리에이션마케팅(affiliation marketing·협력마케팅) △캡티브마케팅(captive marketing·자기채널 활용 마케팅)이 여기에 해당된다. 

필드마케팅(field marketing) 필드마케팅은 실내 공간에서 TV·라디오·신문·잡지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아웃도어, 즉 집을 벗어난 생활 현장에서 신기한 이벤트나 퍼포먼스 등 재미난 자극으로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기존 매체 광고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현장 이벤트 또는 퍼포먼스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다.


효과 측면에서도 매력이 크다. 필드마케팅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메커니즘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소비자가 현장에서 생생한 체험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훨씬 커지며,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기억도 훨씬 높아진다. 둘째, 흥미로운 체험은 자신의 체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타인과의 공유 욕구를 자극해 남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파하는 ‘입소문 효과(buzz effect)’를 낼 수 있다. 개인의 체험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UCC 등을 타고 대중에게 급속도로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내용의 이벤트나 퍼포먼스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경우 재미난 가십거리를 찾는 언론을 자극해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는 ‘퍼블리시티 효과(publicity effect)’가 발생한다.
 
특히 두 번째 입소문 효과와 세 번째 퍼블리시티 효과는 넓은 의미에서 2차적 확산 효과(secon -dary diffusion effect)라 할 수 있다. 노출 경험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와 언론이 2차적인 매개체가 돼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확산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필드마케팅을 통한 2차적 확산 효과가 컸던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1987년 오스트리아에서 선보인 기능성 각성음료 레드불(Red Bull)은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슬림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 레드불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대량의 무료 샘플을 나눠주는 것이나 전통 매체를 통한 광고를 극도로 자제했다. 대신 자기 브랜드와의 적합성이 높은 잠재 고객들이 모여 있는 필드, 즉 현장을 누비면서 레드불에 대한 재미있는 경험들을 제공했다.
 
레드불은 ‘시딩 프로그램(seeding program·초기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클럽과 바 위주의 필드마케팅을 실시했다. 클럽이나 바에 레드불 빈 캔을 진열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료 브랜드를 알렸다. 이 과정에서 운동선수와 연예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강력한 입소문 효과를 낳았으며, 급기야 언론이 보도하면서 유럽, 미주 지역의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레드불의 역동성과 강인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를 도심에서 진행했다. 플라잉 데이(flying day) 대회와 같은 소규모지만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벤트를 열어 성공적인 필드마케팅을 이끌어냈다.
 
미국에서 상위 5위에 드는 포털사이트 애스크지브스닷컴(askjeeves.com)은 런칭 초기에 광고 한 편 없이 재미있는 이벤트와 소비자들의 입소문, 이벤트를 소개한 언론 보도만으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동일한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전통 매체 광고에 의존했다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 지금도 그 출혈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애스크지브스닷컴은 무엇이든 물으면 답해주고 도와준다는 의미의 검색 포털사이트를 지향했다. 이런 컨셉트에 맞춰 ‘집사’를 캐릭터화해 대도시 한복판에서 전방위적인 퍼포먼스 마케팅을 펼쳤다. ‘지브스’라는 이름의 집사 복장을 한 캐릭터가 노인과 장애인을 대신해 택시를 잡아줬고, 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길을 안내했다. 집사 이미지를 현장에서 강하게 심어준 것이다. 이를 통해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았으며, 언론 보도로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케이블TV 드라마 채널로 유명한 HBO도 미니 시리즈 ‘소프라노’를 홍보하면서 퍼포먼스를 이용한 필드마케팅을 통해 조기에 드라마 인지도를 높였다. 어느 날 아침 뉴욕 시내에 트렁크 속에 한쪽 팔을 내민 시체를 실은 택시가 여기저기 나타났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했고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 소문은 인터넷, 이메일, MSN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이는 HBO가 마네킹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한 것이었다. 언론 보도로 결국 소프라노의 존재는 삽시간에 대중에게 인식됐다.


 
어필리에이션마케팅(affiliation marketing) 두 번째 저비용-인지도 확산 전략에 해당되는 어필리에이션 마케팅은 많은 돈을 들여 혼자의 힘으로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힘을 빌려 적은 비용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우리 브랜드와 적합도가 높은 타사의 서비스 공간에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타사 입장에서는 우리 제품을 들여놓음으로써 자사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 전체 매장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한 지붕 두 가족’ 전략으로 슬림마케팅 효과를 얻은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스타벅스의 회사 가치를 표방한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입소문이 강력한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광고를 지양하고 고객의 입소문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겠다는 슬림마케팅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타벅스는 별도의 광고비를 투입하지 않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메리어트 호텔과의 제휴로 메리어트 호텔 모든 체인에 입점해 호텔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제휴해 항공기 내에 스타벅스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항공기 이용객들에게도 브랜드를 알렸다. 대형 서점인 반스앤드노블 매장에 입점해 책을 보러 왔다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파트너 기업은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써 자사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LG텔레콤은 은행 점포를 이용한 홍보·판매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KTF처럼 지배적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리점을 통해 자기 브랜드를 알리거나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한 전통적 매체로 광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기업의 매장을 홍보 및 판매 장소로 활용한 것이다.
 
LG텔레콤은 은행이라는 공간을 통해 신용도가 높은 양질의 잠재 고객에게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무료하게 기다리는 방문 고객에게 심심찮은 경험과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캡티브마케팅(captive marketing) 저비용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마지막 슬림마케팅 유형은 캡티브마케팅, 즉 자사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회사 내부의 자산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한다는 뜻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에게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방식이다. 자사 건물이나 차량·사람·제품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건물이나 시설·차량 등을 잘 래핑하면 훌륭한 광고판이 될 수 있으며, 직원 유니폼도 훌륭한 광고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느 한 브랜드의 포장이 또 다른 브랜드의 훌륭한 광고판이 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 통화연결음 시작부에 다섯 음절(띵띵띠링띵)로 된 회사 상징 멜로디 ‘T징글’을 삽입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캡티브마케팅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 동의만 있으면 통화연결음에 자사 브랜드를 실어 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사 내부의 자산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하는 슬림마케팅 혜안이 필요하다.
 
2. 저비용의 심리마케팅으로 브랜드 태도를 높여라
이제 두 번째 슬림마케팅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두 번째 방법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적 특징을 이용한 심리마케팅(psychological mar -keting)으로, 그동안 행해온 마케팅 자극물의 틀을 바꿈으로써 더 나은 브랜드 태도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비용을 들여 마케팅 자극물(광고나 판촉, 가격, 매장 디스플레이)의 노출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추가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그동안 행해온 마케팅 자극물의 구성 내용과 틀을 바꾸는 것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브랜드 태도를 이끌어 낸다는 측면에서 슬림마케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린 기법이라 볼 수 있다.
 
심리적 착각 현상만 이용해도 매출은 오른다 심리학의 프레이밍(framing·틀짜기) 이론에 따르면 사물을 어떻게 보여 주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지각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비용 물량 투입을 통한 양적 성장 마케팅에서 벗어나 심리 프레이밍 변화로 질적 향상 마케팅을 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유도해 똑같은 제품이라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심리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심리 및 행동에 관한 조사나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몇 가지 심리 실험 결과 및 브랜드 구매를 높이는 심리마케팅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손실 프레이밍이 있다. 사람들이 이익에 대한 문구보다 손실에 대한 문구에 더 주목한다는 심리 현상이다. 한 심리 실험 결과에 따르면 피험자들이 ‘95% 살코기가 들어간 햄’이라는 광고보다 ‘지방이 5%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 햄’이라는 광고에 더 많이 주목하고, 더 높은 구매 의도를 보였다.
 
동일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만들고, 동일한 횟수로 노출을 하더라도 광고 문구의 프레이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브랜드 선호도와 구매가 확연히 차이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실험 결과다. 기존 광고를 손실 프레이밍으로 바꾼다면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슬림마케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비교문화 연구를 보면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개인의 향상보다 가족의 방어와 예방 프레이밍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동양인은 웰치 포도주스 광고에서 개인의 운동 장면보다 가족의 피크닉 장면이 나올 때 더 많이 주목했고, 제품 구매 의도도 높았다. 기존 광고를 가족 프레이밍 광고로 바꿔 광고비를 두세 배 늘린 것과 같은 광고 기억 효과가 나타난다면 이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슬림마케팅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조 효과를 이용한 심리 가격 전략도 있다. 키 큰 사람이 혼자 있을 때보다 키 작은 사람 옆에 있을 때 더 커 보이는 것이 심리적 대조 효과다. 같은 효과가 소비자 대상의 가격프레이밍에서도 나타난다. 그냥 9500원이라는 할인 가격을 보여 주는 것보다 이전 가격이 1만500원인데 1000원 할인해 9500원에 판다는 정보를 줬을 때 소비자들이 더 많이 주목한다는 것이다. 별 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단지 이전 가격만 제시함으로써 ‘더 싸다’는 심리적 착각을 유도해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저비용의 슬림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코즈니는 계산대를 줄임으로써 오히려 방문 고객 수를 늘렸다. 계산대를 8개에서 2개로 줄이자 방문 고객 수가 더 많아진 것이다. 계산대가 8개였을 때는 계산대 주변이 붐비지 않았지만 계산대를 2개로 줄이자 계산대 주변이 붐비기 시작했다. 방문 고객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닌데 지나가던 고객들은 계산대 주변을 보고 매장이 붐비는 것으로 착각해 호기심으로 매장을 찾았고, 덩달아 매출까지 올라갔다. 비용을 줄이고서도 심리적 착각 현상으로 인해 매출은 더 오르는 슬림마케팅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오랜 인간 행동을 이용하라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적 특징을 마케팅에 반영해 별다른 비용 투입 없이 구매를 향상시킨 슬림마케팅 성공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내의 음료수 판매대를 출입구에 두었다가 매장 맨 구석으로 옮겼더니 매장 전체 매출이 올라가는 식이다.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수의 판매대를 구석에 놓으니 고객들이 오가면서 다른 상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상품 전체의 구매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왼편에 신제품 광고나 할인행사 진열대를 배치하면 매출이 2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문고객의 동선을 살펴보니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왼쪽으로 움직이는 빈도가 더 많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두 사례 모두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사람들의 행동 특징에 맞춰 매장 진열만 바꿔줌으로써 구매 빈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시각·후각 등 오감 자극 마케팅과 관련된 프레임을 바꿔줌으로써 구매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실증 결과도 있다. 비용 투입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해당 자극의 내용만 살짝 바꿔 구매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슬림마케팅의 한 방식이다. 유럽에서 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와인이나 패션잡화는 어두운 계열보다 밝은 계열의 조명에서 판매가 더 늘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는 붉은색 계열의 조명 아래, 생선회 요리는 푸른색 계열의 조명 아래에서 판매가 늘었다. 시각 자극과 관련한 색상만 바꿔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뿐만 아니라 다른 향에 비해 레몬 향을 식당에 뿌리면 고객이 더 오랫동안 머물고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당 운영자라면 단지 레몬 향을 뿌려주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매출 신장을 꾀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슬림마케팅의 개념과 종류, 각각의 사례 및 방법론 등을 살펴봤다. 최근 수익성 악화와 저성장, 불황에 직면한 기업에는 마케팅의 다이어트, 즉 슬림마케팅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방법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부터 행해진 마케팅 방법이라 하더라도 슬림마케팅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이런 관점에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아울러 앞에서 제시한 슬림마케팅의 두 가지 방법론과 관련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기업에 주어진 끊임없는 과제다. 입소문과 언론 노출이라는 2차적 확산을 불러일으킬 만한 필드마케팅의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든지, 소비자의 심리·행동적 특징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심리마케팅 방법을 찾는 등 경쟁우위를 차지하려는 기업들은 슬림마케팅을 향한 끝없는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LG경제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한국마케팅학회 박사 논문 최우수상, 한국광고학회 신진교수 우수 논문상, 학술진흥재단 우수논문 사후포상을 받았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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