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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시장 창출 혁신

효율성만 보는 혁신은 일자리 없애
시장 창조 혁신으로 성장 추구해야

조진서 | 264호 (2019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혁신에는 시장 창출 혁신, 존속적 혁신, 효율성 혁신의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고급 기술을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혁신, 즉 시장 창조 혁신이다. 반면 존속적 혁신은 하나의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뿐이고, 효율성 혁신은 현금흐름을 좋게 하지만 일자리를 줄인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교육 분야에서 시장 창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여러분 앞에 서게 돼 영광이다. 나는 1970년대에 모르몬교 선교사로 한국의 수원, 춘천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국어를 배웠다. 당시에 한국에서 일하면서 동아일보를 읽곤 했다. 하지만 한글과 한자어가 섞여 있어서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할 수는 없었던 당시의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일하고 난 후에는 보스턴으로 갔고 대학원에 진학해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됐다. 그다음에 뇌졸중을 겪어서 영어와 한국어, 스페인어 구사 능력을 부분적으로 잃었고 단어 단위로 다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짧게라도 한국어로 말씀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후 영어로 강연)



나는 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성장과 리더십에 대해 배웠다. 내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데이터를 신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하지만 이를 위한 데이터를 신에게서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관리와 경영에 대한 이론(theory)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론이란 말에서는 ‘이론적이다’라는 말이 연상되고 이는 실용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즉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이론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인과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계획을 만들고 실행할 때, 그 결과를 예측할 때, 어떤 일을 수립할 때 이러한 인과관계의 이론을 거치게 된다. 제품을 판매할 때도, 투자자들이 성공적인 투자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도 이러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애널리스트, 컨설턴트들은 이론을 많이 활용한다.

나는 여러분께 이론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말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나는 보통 70∼80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첫 단계로 인과관계에 대해, 무엇이 어떤 결과를 왜 낳는지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라고 한다. 그 이후에 이론의 렌즈를 통해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를 분석하며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해보라고 한다. 마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듯 이론을 통해 세상을 분석해보라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론을 통해 봤을 때 이 기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말해보라고 한다. 그 이론은 어떤 주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 상황을 판단하는지 말해보라고 한다. 이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와 토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습 능력의 신장으로 연결된다.

이제 여러분께 경영에서 인과관계를 다루는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번영(prosperity)에 대한 이론이다. 보스턴 다운타운에 가서 주민들이 입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보면 미국인들이 부유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1850년대로 가면 보스턴도, 뉴욕도 그렇고 미국은 정말 가난한 곳 중 하나였다. 어쩌면 지금의 방글라데시보다 더 가난한 국가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한국인들을 보면 역시 부유한 국가의 부유한 시민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1971년에 내가 선교사로 왔을 때의 한국은 예전의 미국처럼 가난한 국가였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이제는 부유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1977년 필리핀은 성장이 절실히 필요한 국가였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원인 때문에 일부 국가는 부강해지고 다른 국가는 그 번영을 누리지 못한다. 나는 이러한 이유를 찾고자 했다. 이를 연구해 정리한 결과가 곧 출간될 내 책, 『The Prosperity Paradox』에 담겨 있다. 부유한 국가가 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과 현재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국가는 어떻게 부강해질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같은 분야를 한국어로 연구하고 계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창조에 불리한 언어다. 한국어는 모듈화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 용이한 반면 영어는 단순하지만 한국어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단어를 조합하기 어렵다. 단순히 알파벳을 조합한다고 해서 새로운 단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여러분은 참 행운아다.

우리는 성장의 기회에 대해 연구하면서 혁신에는 세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먼저 시장 창출 혁신(Market Creating Innovation)이 있다. 이는 제품을 바꾸는 혁신이다. 한때 난공불락일 것이라고 생각됐던 제품들도 시장 창출 혁신을 통해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시장 창출 혁신의 예시로는 컴퓨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는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들 혹은 유수 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그 후에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는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다. 100만 달러에서 1000달러 정도로 가격이 내려갔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됐다. 이젠 스마트폰으로 컴퓨터의 기능을 모두 쓸 수 있게 됐다. [그림 1]의 동심원 세 가지는 시장과 고객의 범주를 의미한다. 동심원의 가장 중심에는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중간 동심원은 상대적으로 기술과 돈이 적은 사람들이다. 바깥쪽으로 갈수록 시장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돈과 기술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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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시로 자동차를 보자. 마케팅 초기 시대에 30년 동안 헨리 포드는 모델 T를 통해 자동차 가격을 3000달러에서 300달러로 낮췄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저렴하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성장을 도모하는 모든 혁신은 이처럼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고 시장 주체로 참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끌어들인 시장 창출 혁신이었다. 좀 더 최근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서 몇몇 대기업이 이러한 혁신을 이끌었다.

미국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담론이 많다. 테슬라의 경우를 보자. 이론에 따르면 테슬라 자동차는 복잡한 기계다. 이 복잡한 기계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한 대 가격이 1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부유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고가의 차들만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떤 분야에서 성장을 점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베이징의 거리를 살펴보자. 중국의 스펑이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한 대에 4000달러 정도다. 이 회사의 전기차는 차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폭이 좁다. 중국의 좁은 도로를 다니면서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 회사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스펑은 전기차의 가격을 낮춰서 많은 사람에게 접근 가능하게 해서 수백만 명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가격이 저렴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매년 수십만, 수백만 대가 생산되고 있다. 내가 한국 경제를 감독할 수 있다면 복잡하고 값비싼 제품을 시장에 제공하기보다는 이렇게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할 것이다. 성장은 복잡한 제품들이 간단하고 단순해지고 저렴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변화에서 온다.

두 번째 혁신은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다. 시장 창출 혁신이 더 단순한 제품을 낮은 가격에 생산하게 되는 것인 반면 존속적 혁신은 기존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존속적 혁신의 예시로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있다. 프리우스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을 때, 기존에 있던 ‘캠리’ 라인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지 않게 된다. 존속적 혁신은 한 가지 혁신을 다른 혁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을 낳지는 못한다.

세 번째는 효율성 혁신(Efficiency Innovation)이다. 이는 우수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우수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현금 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과 현금으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 혁신은 일자리를 없앤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3가지 유형의 혁신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시장 창출 혁신은 제품의 가격을 낮추면서 사용자의 풀을 넓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혁신이 이러한 시장 창출 혁신을 통해 이뤄진다. 존속적 혁신은 좋은 제품을 더 나은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좋은 혁신이지만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다. 세 번째 혁신인 효율성 혁신은 일자리를 없앤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 경제를 보면 이 세 가지 혁신이 균형을 이루며 등장하게 된다. 미국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보자. 1850년의 미국은 빈곤한 국가였다. 돈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입을 옷이 필요했는데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서 옷을 만드는 데 한 벌당 8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때 아이작 싱어(Issac Singer)라는 사람이 재봉틀을 만들어 냈다. 그는 재봉틀의 가격을 떨어트리고 많은 사람이 사용 가능하게 했다. 아이작 싱어가 세운 회사는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을 10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이는 아이작 싱어가 세운 회사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재봉틀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데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했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람도 필요했다. 결국 아이작 싱어는 재봉틀을 낮은 가격에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한국의 기업 LG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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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LG가 있다면 인도에는 ‘가드레지(Godrej)’라는 회사가 있다. 가드레지는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을 만드는 가전회사다. 그런데 이들이 초기에 만든 냉장고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가드레지는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기기를 더욱 저렴하게, 모두가 활용할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 보통 인도에서 냉장고의 가격은 150달러 정도에 형성돼 있다. 가드레지는 이를 40∼50달러 정도로 떨어트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제품 효율성을 높였다. 신소재를 사용해서 냉장고 제조에 들어가는 기술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인도에서 더 많은 사람이 냉장고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같은 기술을 다른 제품군까지 확대 적용했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했다. 결국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범위를 확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효율성 혁신이나 존속적 혁신을 추구하지 말고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저소득 계층이 더 많이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을 것이다.

내가 예전에 한국에 있었을 때 나는 기아자동차를 탔고, 또 좋아했다. 기아자동차는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By Koreans, For Koreans)’이란 모토를 가진 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파란색 삼륜자동차라는 아주 단순한 제품에서 출발했다. 당시 누구든지 이 삼륜 기아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마칠 당시 기아는 최초로 사륜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후 점차 제품을 개선했고, 저소득층이 자사 제품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을 파괴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음으로 에어컨 기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부산에 있는 모르몬 교회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다. 당시 한국 날씨는 몹시 더워서 매일 저녁 우리는 신에게 이 무더위를 해결해달라는 기도를 올릴 정도였다. 어느 날 우리가 신앙을 전파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퇴근한 후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삼성이라는 작은 회사 직원으로, 자신들이 새로운 선풍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한국 최초로 선풍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 선풍기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신께 기도를 드렸다.(웃음) 삼성은 점차 성장했고 오늘날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는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 즉 이전에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했던 제품을 시장의 가장 낮은 층위에 제공하면서 성장한 사례다.

지금부터는 성장의 다른 원천에 대해서 알아보자. 많은 사람이 석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셸(Shell)과 같은 대기업들은 나이지리아에 가서 석유를 채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석유를 유럽이나 미국에서 판매한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셸과 같은 대기업들은 효율성 혁신에 투자한다. 그들의 목적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 즉 직원 수를 줄이는 것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국의 남쪽 국경은 멕시코와 맞닿아 있다. 포드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국경 이남으로 넘어가서 효율성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공장을 설립한다. 그리고 그 공장마저 폐쇄하고 베트남 같은 곳으로 이전해서 더 많은 자동차를 저렴한 비용에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성장을 견인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요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계속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의 혁신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한국 경제의 책임자라면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 멕시코, 필리핀 같은 국가에 갈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제품을 보다 더 낫게 만들어 그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점은 혁신을 할 때는 밀어 넣기(Push)보다는 끌어당기기(Pull)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밀기 혁신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식의 혁신은 만약 이들이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성장을 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인스턴트 라면을 파는 인도미(Indomie)이라는 회사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아프리카에는 라면이라는 제품이 없었다. 그래서 인도미는 라면을 만들어서 아프리카에 팔기로 결정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시장과 나이지리아 시장도 타깃으로 삼았다. 이 회사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란과 밀가루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 지역의 농부들은 안정적으로 재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농가를 찾아서 인수했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트럭에 실어서 유통센터로 배송했다. 그런데 유통센터에 도달할 즈음에 제품의 20% 정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존 유통업체들이 제품 손실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자 이 회사는 유통 쪽도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트럭 회사를 인수했다. 인도미는 조금씩 자체적인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됐다. 그들은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또 수백만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또 유통이나 농업을 담당하고 공장을 가동하다 보니 직원에게 필요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그들은 직원들에게 읽기와 쓰기 교육을 제공해서 공장을 잘 가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직원들이 정직하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인도미는 결국 제품을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지역 사람들에게도 큰 축복이 됐다.

이러한 혁신은 밀어 넣기보다 끌어당기기를 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어떤 시장, 국가에 밀어 넣기보다는 사람들이 제품을 끌어당기게 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 개념을 생각해 봤을 때 한국은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많은 성공을 이뤘고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해 더 많은 사람이 예전에는 사지 못했던 더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러분 주변에는 이러한 과정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앞에 놓인 이러한 기회들은 기대할 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3가지 혁신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시장 창출 혁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과 일본은 디즈니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았다. 디즈니는 이 국가들에 큰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설립해서 부유한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가상현실 등의 기술을 이용해서 테마파크가 있는 도시까지 가지 않더라도 똑같은 경험을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삶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혁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도 있다. 고령화는 엄청난 성장의 기회다. 많은 기업이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치료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그런 분야는 정부 규제가 강해 큰 성장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 성장의 기회는 초기 당뇨, 비만, 호흡기 문제 등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질병에 가까운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에 있다. 교육 분야 역시 유망하다. 어떤 이유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교육을 제공한다면 개인적 성장의 기회를 줄 수 있고 이를 통해서 경제 역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여러 부분을 고려해 봤을 때 한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은 시장 창출 혁신을 통해 산업을 바꿔왔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여러분이 더 많은 시장 창출 혁신을 달성한다면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제가 한국어라는 아름다운 언어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포럼이 끝난 후에 오늘 말씀드린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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