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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코오롱제약 '아프니벤큐' 시장 진입 전략

리서치는 꼼꼼하게, 실행은 과감하게. 정체된 입병약 시장 판도 바꾸다

주재우,조진서 | 233호 (2017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험이 적었던 B2C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코오롱제약이 첫 신제품 ‘아프니벤큐’로 9개월 만에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1) 겉보기에는 성장이 정체된 구내염 치료제 시장이지만 기존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외돼 있었던 ‘비고객’ 환자 65%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설계

2) 약사를 공략하는 영업조직의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최종소비자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추진

3) 대표이사부터 담당 부서장과 PM, 외부 컨설팅 업체까지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제품의 철학을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피곤해지면 입안에 염증이 돋는다.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할 때, 혹은 숨을 쉴 때마다 짜증 나게 아프다. 치료약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구내염 치료제 시장은 ‘바르는’ 연고 오라메디와 ‘지지는’ 소독약 알보칠이 양분해왔다. 하지만 아예 약을 쓰지 않고 버티는 사람도 많다. 귀찮게 입속에 맛도 없고 피부에 쓰라린 약까지 바를 것 없이 그냥 푹 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16년 말 시장의 판도가 급변했다. 코오롱제약이 가글액 형태의 아프니벤큐1  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이 출시 9개월 만인 2017년 2분기에 시장점유율 1위로 뛰어올랐다. 25억 원으로 잡았던 2017년 매출 목표도 반년 만에 달성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성장이다. 의약품을 살 때는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익숙한 브랜드, 쓰던 약을 고른다. 그런데 아프니벤큐는 출시되자마자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이전까지 입병약을 쓰지 않았던 ‘비고객’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아프니벤큐의 인기는 치료 효능이 혁신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는 소염진통제다. 가글액 형태라 기존 입병약들에 비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성분상의 차별점이다. 코오롱제약은 여기에 집중해서 아프니벤큐를 마케팅했다. 4년간의 철저한 시장조사에서 나온 데이터에 기반해 경쟁 프레임을 새로 짰고, 제약업계의 관행을 버렸다. 약사 눈높이보다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브랜드를 설계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가 이전까지 병·의원 상대 B2B 사업에 집중하느라 B2C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별로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프니벤큐의 성공은 B2C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중견 기업에 교훈을 준다.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잘하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됐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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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기업의 신성장동력 모색


제약시장은 크게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 시장으로 구분된다. 1958년 설립된 코오롱제약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보다는 병·의원에서 사용하거나 의사들의 처방전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시장에 주력해왔다. 이 회사의 일반의약품으로는 변비약 ‘비코그린’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히트상품이었다. 2016년도 매출은 816억 원, 영업이익은 41억 원이고 대부분은 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의 전문의약품에서 나오는 실적이었다. 즉, B2B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2010년 무렵부터 전문의약품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론의 압박을 받은 정부가 의료보험에 적용되는 의약품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 또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도 도입됐다. 병원과 의원을 상대로 영업 리베이트를 주었다가 적발될 경우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제약회사 영업직원)뿐 아니라 돈을 받은 사람(의료진)도 처벌하는 규정이었다. 이 규정 도입 이후 의사들이 영업사원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허가 만료되는 약품들의 ‘제네릭(복제약)’ 수도 늘어났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문의약품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각 사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퍼졌다.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활동하던 제약사들은 제각기 새로운 매출원을 찾아 나섰다. 코오롱제약은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반의약품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2년, OTC(일반의약품)팀이 신설됐다. 팀의 리더로는 태평양제약에서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을 담당했던 정갑용 부장이 영입됐다.


정 부장은 먼저 회사가 보유한 변비약 ‘비코그린’ 브랜드의 리뉴얼에 착수했다. 코오롱제약이 갖고 있던 가장 확실한, 아니 유일한 소비재 브랜드였다. 2012년부터 약 2년간 다양한 비코그린 관련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OTC 전문 영업 인력도 6명 확보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한때 연 8억 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30억 원대로 올라섰다.


비코그린의 부활은 고무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OTC 사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변비약은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었다. 게다가 건강기능식품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제도 많았다. 비코그린이 타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도 부족했다. 코오롱제약의 OTC 사업이 한 단계 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히트상품이 필요했다.


“뭔가 새로운 ‘빅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야 했다. 생존과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정 부장의 말이다. 비코그린 브랜드 리뉴얼 작업과 동시에 신제품 론칭 준비작업도 진행됐다. 소비자와 시장 조사가 우선이었다.

 

‘만능 약품’은 필요 없다. 타깃을 좁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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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은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이 길다. 한 번 자리를 잡은 브랜드는 오래 간다.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외부 라이선스를 사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안전성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가 많고 영업채널 측면에서의 산업 진입장벽도 높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가 단기간에 시장을 휘젓기는 어렵다. 또 소비자도 보수적이다. 누구나 자기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는 신중하기 마련이다. 감기약 하나를 사더라도 이름을 많이 들어본 약이어야 안심이 된다. 최소한 제약회사의 이름이라도 유명해야 팔린다. 그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다. 코오롱제약 역시 수십 년을 끌고 갈 수 있는 ‘빅 브랜드’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시장 조사에 나섰다.


현실은 인정해야 했다. ‘비아그라’ 같은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자체적인 신약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게다가 연간 영업이익 40억 원 정도의 중견 제약사로서 제품 하나에 투자할 수 있는 마케팅 비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OTC 시장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빅 마켓’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적당한 마케팅 투자만으로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그러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찾아야 했다. 또 사내 개발부서에서 제조가 가능하거나 라이선스 생산이 가능한지도 중요했다.


이때까지 코오롱제약은 전문의약품 분야 중에서도 피부과, 내과, 이비인후과 질환 관련 약품들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따라서 OTC 신제품을 고려할 때도 아무래도 이런 분야의 약물들에 먼저 눈길이 갔다. 약국을 상대로 영업을 할 때 ‘병원에서 사용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라고 알릴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검토 끝에 탈모방지제, 수면제, 구내염/인두염 치료제 등 3개 아이템이 고려대상이 됐다.


시장의 크기와 성장 가능성으로 보면 역시 탈모방지제만 한 것이 없었다. 탈모는 전 국민의 고민거리다. 한국인들은 외모에 특히 민감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후발주자로서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딱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두 번째, 수면제 시장도 아직 차별화가 어려워 보였다. 분명 ‘좋은 잠’에 대한 한국인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지만 이 시장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약효가 확실하고 중독 및 내성과 같은 부작용은 적어야 한다. 그런 약물을 찾기는 어려웠다. 고만고만한 효능을 가진 제품을 가지고 광고효과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코오롱제약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었다.


마지막, 구내염/인두염 치료제는 시장 상황으로 보나, 자사의 역량으로 보나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분야였다. 마침 코오롱제약은 소염진통제 성분인 ‘디클로페낙’으로 만드는 가글형 구강염증치료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이탈리아 업체 ‘파마카(Farmaka)’사의 특허인데 2010년에 이우석 대표이사가 해외 박람회에서 찾아내 이듬해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였다. 이 제품은 기존 염증 치료제들과 약효는 비슷하지만 ‘가글 타입’이라는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다.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약제를 일컫는다. 환부가 어디냐에 따라서 먹는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연고로 만들어 바르거나 파스 형태로 몸에 붙이기도 한다. 성분과 제품명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작용 원리는 비슷하다.


코오롱제약이 사온 파마카사의 특허는 디클로페낙이라는 소염진통제 약물을 맛과 향이 좋은 물약처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CDS’ 공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만든 소염진통제는 쓴맛이 나지 않고 물처럼 유동성 높은 액체 형태이기 때문에 입안과 목구멍에서 가글해서 뱉거나 쉽게 행굴 수 있다.2   마치 소아과에서 어린이 감기에 처방하곤 하는 딸기향 물약과 같은 느낌이다.


이런 특장점을 고려했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은 3가지였다. 인두염(목구멍 염증), 치은염(잇몸 염증), 구내염(입안의 피부 염증)이다. 인두염이든, 치은염이든, 구내염이든 모두 소염진통제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코오롱제약은 이 약물을 세 가지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만능 물약’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플 때 그 특정 부위를 치료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산다. 목이 아프면 인두염약을 사고, 이가 아프면 치은염약을 산다. 미리 약을 사뒀다가 목이 아프면 목에 바르고, 잇몸이 아프면 잇몸에 바르자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즉, 이 약이 세 가지 질병 처치에 모두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중 하나에만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코오롱제약 OTC팀은 우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봤다. 파마카사는 코오롱제약 외에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국가에 이 약물을 라이선스로 판매 중이었는데 나라마다 제품형태와 마케팅 포인트가 다 달랐다. 치과 수술 처치용으로 판매하는 나라도 있었고, 병원용 전문의약품으로 쓰는 나라도 있었다. 유라병 형태로 판매하기도 하고, 사각 파우치에 담아 판매하기도 했다. 시장마다 전략도 달라져야 했기에 타국의 사례는 크게 참조가 되지 못했다.


정 부장과 팀원들은 차근차근 따져봤다. 외부 리서치 업체, 컨설팅 업체들과 함께 총 4번의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가 진행되며 세 가지 질병 영역 중 치은염이 가장 먼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치은염 치료제 시장은 인사돌, 이가탄 등 매년 광고에 1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빅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 투자비 물량 경쟁으로는 이들과 경쟁하기 어려웠다. 또 인두염 시장에도 스트렙실이라는 제품이 광고비 지출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정보가 있어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내염 시장은 끼어들 틈새가 보였다. 시장 규모가 작았고 동국제약의 오라메디와 한국다케다제약의 알보칠이라는 2개 제품이 도합 시장점유율 75∼80%를 차지하며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강으로 군림해오기는 했지만3  위 2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족 평가가 눈에 띄는 것이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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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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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서

    조진서cjs@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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