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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도요카프의 기적

“시민이 주인… 돈보다 의리” 잿더미에서 희망을 쏜 ‘감동의 스토리텔링’

김영준,조진서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6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25년 만에 1위를 확정한 히로시마 카프의 성공비결

 

1. 시민이 고객이자 주인

원자폭탄 폭발의 폐허 속에서 시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야구단. 향토기업 마쓰다자동차는모기업이라 자칭하지 않고 후원자 역할에만 충실하며 시민들이 야구단의 주인이라고 느끼게 배려. 시민들은 새로운 야구장 건립을 위해 모금하고 구단은 추가 수익금을 시민사회에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

 

2. 서사적인 영웅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7년 전 약속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41세 베테랑 투수 구로다 히로키의 리더십. ‘돈보다 의리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입장권 판매수익과 TV 시청률 급증.

 

원초적으로 사람들은스토리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소비하며 감성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만년 하위팀이었던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2016년 정규시즌 우승은 그런 점에서 흡입력이 강하다. 1950년 시작된 일본 프로야구는 해마다 센트럴, 퍼시픽 양 리그에서 우승팀을 배출해내지만 올해 히로시마의 사례처럼 스포츠 뉴스를 뛰어넘는 사회적 파급력을 미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히로시마 우승에 일본 사회 전체가 강렬한 울림을 느끼는 것은 에토스(대상에의 유대감), 로고스(이성적 정보), 파토스(감성적 교감)를 고루 충족시키는 어떤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터다.

 

기자는 히로시마 우승을 전후한 시점에 일본 출장 중이었다. 99일 오사카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부터 일본 신문들은 심상치 않았다. 기내에서 펼쳐 든 <스포츠닛폰>에는 히로시마 우승 매직넘버(우승까지 필요한 승수) ‘2’라는 기사가 1면 톱에 실려 있었다. <마이니치신문> 계열인 이 신문은 일본 전국을 커버하는 스포츠 전문지다. 이런 신문이 작은 지방팀 히로시마의 우승을 이렇게 고대한다는 것은 곧 일본 사회 전체가 이 팀의 우승을 원하고 있다는 암묵적 메시지로 읽혔다.

 

10일 밤 히로시마 도요카프는 도쿄돔에서 요미우리를 깨고 센트럴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다음날 일본 신문들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 히로시마의 상징색이다. 스포츠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유력 종합지들까지 히로시마 우승을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할 북한 핵실험 소식도 아래로 밀어냈다. <마이니치신문> 32면 중 무려 8면에 걸쳐 히로시마 우승 관련 뉴스를 실었다. 사설(社說)도 할애했다. <마이니치신문>과 더불어 일본 3대 신문으로 신뢰받는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도 비슷했다. TV를 틀면 NHK 등 공영방송을 비롯해 TBS, NTV, 후지, 아사히 등 4대 민영방송까지 히로시마 우승 소식을 무한 반복하는 듯했다. 기자가 귀국하던 13일까지 일본 신문 방송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히로시마 우승 관련 뉴스를 계속 생산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 하는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이 발동된 것 같았다.

 

왜 열도는 이토록 히로시마의 우승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이상열기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살펴본다.

 

 

 

메이저리그에서 100억 원대 연봉을 뿌리치고 친정 히로시마로 복귀해 25년 만의 우승을 이끈 투수 구로다 히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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