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수주전략

B2B 수주戰, 고객의 TCO까지 챙기자 제품을 넘어서 솔루션을 팔자

204호 (2016년 7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B2B(Business to Business) 업계 고객들이 똑똑해졌다. 가장 싼 가격이 최고의 경제성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 Total Cost of Ownership(TCO)을 낮추어 주는 게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TCO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고객이 제품을 사서 쓰다가 폐기하는 생애 주기 동안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쓰는지 예측할 수 있다. 제품만을 만들어 파는 수준을 넘어 제품과 다양한 영업상품을 결합하는 비즈니스 역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 TCO를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라. 자사 제품의 생산성과 TCO를 계산하는 원 자료가 존재해야 한다.

2) TCO를 사용량이나 시간 단위로 바꿔가며 산출할 수 있도록 하라.

3) TCO가 전사적으로 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라.

 

실제 사례 하나상용차 업계는 최근 10년 새 중국산 트럭이 신흥시장에 맹렬히 진출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업계 상위 브랜드에 비해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매력을 느끼는 수요층이 많았다. 이렇게 저렴한 제품을 찾아 이탈하는 고객이 늘다보니 시장엔 저가품 고객 (Price seeker) 세그먼트가 생겨날 정도였다. 반면 서구의 브랜드는 물론 그 아래의 한국산, 일본산 브랜드를 선택하던 고객층 일부도 자신이 지불하는 게 과연 가격인지, 가치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상 사례 하나오랜 기간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광산업계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리, 아연, 석탄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스위스 글렌코어에서 부도설이 나왔을 정도다. 광산업계는 똑같은 양을 생산해도 1톤당 얼마 또는 1온스당 얼마 하는 식으로 정해지는 국제 시세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자신의 매출이 ‘1톤당 얼마이면 자신의 생산원가도 ‘1톤당 얼마로 파악해야 관리가 수월하다. 이들에게 광산 장비를 소개하고 영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제원도 경쟁사 모델보다 처지지 않고 가격은 30만 달러인데, 지금 결정하시면 10% 디스카운트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선적도 최대한 앞당겨 드리겠습니다.” 이런 세일즈 스피치가 잘 통할까? 여기엔 고객 관점에서 중요한 ‘1톤당 원가라는 핵심구매요소(key buying factor)가 빠져 있다.

 

 

한국산 제품은 세계시장 속에서 기술 발전과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견적서와 카탈로그를 들고 세계를 누비던 무용담도 넘쳐났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도 자신의 회사가 파는 제품이 품질이나 성능 면에서 뛰어나면, 즉 우세 사양이 많으면 어깨가 펴지고, 여기에 가격도 싸면 고객사에게 설명하기도 편해진다. 그러나 지난날의 성장동력이던저렴한 가격과 무난한 제원은 이젠 신흥국의 무기가 돼 거꾸로 우리를 겨누고 있다. 반면 B2B(Business to Business) 업계 고객들은 더 똑똑해졌다. 이제는 가격이 아닌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가치를 정량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영업사원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파악하려면 TCO(Total Cost of Ownership·총비용)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TCO의 구성요소와 Life Cycle Costing 산출예시참조.) , TCO를 산출한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경제성을 분석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가격과 결제조건으로 영업하던 수준을 넘을 수 있다. , 고객의 운용 단계와 폐기 단계도 다룰 수 있게 되므로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의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다.본고에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TCO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이를 영업 상품으로 이어 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B2B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

 

 

가치는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B2B (Business to Business) 고객이 뭔가를 구매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계획한 보유 기간 동안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비용이 적다는 것은 구입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은 적고 나중에 중고품을 팔아 회수할 수 있는 잔존가는 높은 것이다. 그리고 효용이 높다는 것은 그 제품이 고장 없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성능도 좋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가치(Value)는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가치(Value) = 생산성 (Productivity)/ 총비용 (Total Cost)

 

 

상황에 맞게 역수를 취해도 된다. 예를 들어 화물차라면 1톤의 짐을 1㎞를 나르는 데 드는 비용이 적은 게 좋은 차다. 굴삭기라면 똑같이 한 시간 가동해서 흙은 더 많이 퍼낼 수 있지만 비용은 적게 드는 게 좋은 장비일 것이다.

 

 

 

 

TCO로 가치를 설명하는 방식이 B2B 고객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가격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성능은 같아도 내구성이 더 좋은 부품을 썼기 때문에 자신의 회사 제품 원가가 높아졌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영업직원들은 이걸 “5% 비싸지만 내구성이 50%가 더 높은데, 우리 제품 내구성 좋은 건 고객들이 먼저 알아줍니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잘 와 닿지 않는다. 차라리가격은 5% 비싸지만 4000시간 가동 기준으로 TCO는 우리 제품이 5% 더 저렴하다고 설명할 수 있으면 5% 비싼 가격은 가치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고통받는다면 TCO와 연계한 가치를 기반으로 삼아 게임의 판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가치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생산성을 살펴보자. B2B에서 많이 거래되는 생산설비나 장비를 생각해보자. 사실 단시간의 성능 테스트라면 생산성은 곧성능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3년간 밤낮으로 제품을 쓴다고 가정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제품은 유지, 보수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고, 고장이 잦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제때 부품 공급이 안 되거나 서비스 지원이 지연되면 가용률(availability)1 은 대폭 낮아지므로 생산성은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생산성은 성능뿐 아니라 내구성, 품질, 정비 및 수리의 편의성, 서비스의 속도 같이 전사적 능력이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다.

 

 

B2B 고객의 공통적인 니즈 중 하나는 자신이 핵심적인 본업에 집중하고 그 주변의 것은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그래서 편한데다 저렴하기까지 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구매 형태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객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해 장부에 자산으로 등재하고 감가상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비 가동과 유지 정비를 위한 설비도 들여 놓고 인력도 고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장비 유지나 정비 방면에서 자체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를 추진하는 곳이 많다. 건설사도 자체 보유한 유휴 건설기계를 활용하기 위해 장비 렌털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일감이 떨어진 건설업자들이 현금을 구하려고 고가 장비를 헐값에 처분한 기억 때문에 그 이후로 구입을 꺼리고 렌털 업자를 통해 임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도 기존 최종 고객들처럼 직접 활용하기 위해 장비나 설비를 구매하는 사람들 외에 렌털, 리스 사업을 하기 위해 구매하는 고객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에도 TCO를 활용하면 영업 솔루션 개발에 도움이 된다. 렌털의 경우 자사 제품의 TCO가 낮으면 렌털료를 경쟁력 있게 낮추거나 대신 마진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B2B에서 고객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주려면효용/비용을 수치로 인식하고, ‘구매라는 기존 방식 외에도 대체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쟁 구도 속에서 가격을 더 중시하는 영세 고객층을 잃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모두가 나의 고객일 수는 없다. 대신 니즈의 수준이 높은 신규 고객층을 얻어 올 수도 있다.

 

 

라이프 사이클상에서 TCO가 접목된 영업 솔루션

 

 

지금까지 소개한 TCO의 개념과 요소들을 영업 솔루션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제품을 사서 쓰다가 처분할 때까지의 전 과정, 즉 라이프 사이클을 간단히 3단계로 축약해본다. 그리고 단계별로 고려해볼 만한 몇 가지 영업 솔루션과 관련성을 표현해보면 < 1>과 같다.

 

 

 

 

 

 

1)구매단계(purchasing decision)

구매단계에서는 어떠한 영업 솔루션이 있을까? 소유권의 주체나 계약기간, 각종 리스크의 부담 주체와 범위에 따라 할부 금융이나 리스 상품, 렌털 상품 등이 있을 수 있다. 구매 단계에는 TCO의 요소 중 자본비용이 주로 관여되는데, 자본비용은 크게 취득가와 잔존가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 할부 금융은 제품가격과 할부 금리, 기간, 유예, 선수금 같은 조건에 의해 정해지므로 TCO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리스 상품의 경우에는 계약 종료 후에 고객이 돌려받는 보증금이 잔존가 설정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자사 제품의 잔존가에 자신이 있다면 잔존가를 높게 설정하는 대신 월 리스료를 낮추면 그만큼 경쟁력 있는 리스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렌털 상품의 경우, 렌털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를 빨리 회수하기 위해 인기제품을 구비해 가용률은 높이고 렌털료는 가급적 낮추는 것이다. 잔존가가 높고 정비, 수리비용이 낮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렌터카라면 각 자동차 메이커나 모델 간 제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돼 있는 데다 대중들이 차에 대해 잘 알기에 중고품 감가율 같은 시장 자료도 풍성하다. 하지만 산업재의 경우 수요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품질 수준에 대한 평판이나 중고 시세 자료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B2B에선 제조업체가 이러한 상품 설계에 더 깊이 관여할 여지가 생긴다.

  

 

 

 

2) 운용단계 (operating)

운용단계에는 TCO의 요소 중 유지비 즉, 운용비용에 관련된 항목들(연료비, 정비 / 수리비, 인건비)이 모두 포함된다. 유지비가 적게 들면 좋은 제품이 될 기본 자격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더해 사람이라는 요소를 추가로 고려하면 한 차원 높은 B2B 영업솔루션이 된다. 예를 들면 3인이 가동하던 기계를 2인이 가동해도 안전과 생산성에 지장이 없게 되면 고객사는 인건비 절감 효과를 누리는 만큼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정비주기를 더 길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모품과 부품이 덜 들어가는 데다 손을 덜 대도 되니 인건비가 줄어들고, 장비가 멈춰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가용률이 높아진다.

 

 

전기소모량이나 연비 같은 가동효율을 활용해도 영업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객사에게우리 회사 제품이 이만큼 연비가 좋습니다한들 고객사는그건 그쪽 자료일 뿐이라며 금방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는 자사 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거나 고객사가 경쟁사와 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구매처를 바꾸려면 강한 확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연비 개런티(보장) 프로그램을 설계해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런 보장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패널티 조항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업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리스크를 제한하는 여러 가지 조치를 염두에 두고 적정한 수준의 프리미엄(가격 책정)반영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

 

 

● 제품 사용자에 대한 교육 이수 (가능한 유료화)

● 제조사 또는 공식 대리상이 제공하는 제품 유지 점검 프로그램과의 결합 + 순정부품 사용

● 보증치 초과 시 보상액에 대한 상한선 설정

 

 

이로써 계획한 수준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부품 및 서비스 매출도 덤으로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고 고객사에신뢰안심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제품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든 비가동시간(Downtime)이 없는 게 생산성(productivity) 측면에서 고객사 본업을 돕는 길이다. 고객사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제품 활용 방법을 교육하면 불필요한 클레임이 줄고 덤으로 고객과 유대도 쌓을 수 있다. 고가이고 복잡성이 높은 제품일수록 ICT를 도입해 장비 가동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고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을 미리 찾아내 예방 정비하는 솔루션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건설기계 업체 캐터필라나 코마츠 같은 회사는 고객의 작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비 가동 상태를 GPS와 각종 진단센서로 수집해 고객에게 정비나 수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부품 판매를 포함한 서비스 부문 매출도 끌어올린다. 그리고 고객에게 다른 고객이나 평균치와 비교한 내 장비의 가동효율이나 연비 분석 같은 리포트를 제공해 회사가 고객사의 성공을 돕는다는 인식도 심으려고 한다.

 

 

고장 발생으로 인한 고객의 금전적인 리스크도 없앨 수 있다. , 소정의 프리미엄을 받고 보증수리 연장 상품(Warranty Extension)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사 제품의 TCO를 산출할 수 있다면 주요 부품의 신뢰성 수준을 알고 있다는 뜻이므로 보장의 대상 범위(: 전체 제품, 일부 주요 구성품)나 기간을 다양하게 조합해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2

 

 

장비 가동 중 고장이 용납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직결된 항공기 엔진은 물론, 경제성 관점에서 철저한 생산 목표 관리가 행해지는 광산 현장에서의 굴착 장비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 장비에 대해 세심한 사전 예방 정비(Preventive Maintenance)를 하고 효율성을 고려해 낭비도 없애야 한다. 보유장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업무의 일부나 전부를 아웃소싱하려는 고객에게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 제안할 수도 있다. 자산과 비용을 투입해 고정비와 변동비 모두를 감내하느니 실가동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고객은 어디든지 있을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실시간 진단은 이런 서비스 상품을 만드는 데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런데 이보다 선행해야 하는 기본 과제는 제품의 운용단계 중 발생할 유지비 항목을 정량적으로 산출하고 이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TCO를 파악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3)매각/폐기단계 (disposal)

이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제품과 시장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주요 부품을 손보고 교환하면 수십 년도 너끈히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물차도 내구성을 중시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적절히 관리하면 100만 ㎞를 넘어가도 별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체가 이뤄지는 조건은 제품이 낡아서가 아니라 경제적 효익 측면에서 한계가 왔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엘리베이터라면 건물의 세입자 불만 때문에 새 기계를 들여놓을 수도 있고, 화물차라면 구형 모델이 연비가 나빠서 새 차로 바꿀 수도 있다. 불도저 같은 토공기계도 기계 자체의 내구 수명보다는 경제적 요인 때문에 실수명(Economic Useful life)이 정해지고 중고품 시장에 나오거나 고철로 매각된다.

 

 

B2B에서는 고객사가 중고품을 매각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제조사나 판매사의 도움을 받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 제조사나 판매사 입장에선 고객이 쓰던 중고품은 자신이 직접 매입해 자사의 판매채널을 통해 판매하거나, 중고 혹은 경매업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폐기를 고려하는 경우에는 폐차업체나 재활용 업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선 첫째, 자기 자산의 잔존가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보장받고 싶어서 공급자를 바인딩하는 것일 수 있고, 둘째, 고객사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정해진 기간만 사용하고(예를 들어 건설사라면 공사의 공기가 정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장비를 중고로 팔아 현금화하고 싶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장비를 배치할 국가에 중고품을 처리할 만한 시장이 없어서 공급자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중 첫 번째나 두 번째의 경우라면 리스나 렌털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마지막 경우엔 이런 솔루션을 제공해주는지의 여부가 고객사의 거래 업체 결정 핵심 구매요소(KBF·Key buying factor)가 될 수도 있다. 잔존가 보장과 처분 서비스 자체가 고객사의 서비스나 제품 구입의 중요한 결정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용차 시장에서도 거래 유형이 B2B인 경우에 중고품 처리를 자동차 제조사에 맡기는 사례가 있다. 렌터카 회사인 Hertz는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신차를 사면서, 절반 이상의 물량은 일정 프리미엄을 더 내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재매입(Repurchase) 조건으로 계약했다.3 자사 중고품의 잔존가치가 높은 것도 결국 자본비용 측면에서 TCO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따라서 중고품을 취급할 수 있는 리마케팅 채널(Remarketing channel)을 준비해두면 이로 인한 투자와 비용은 들지만 이러한 유형의 거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실을 얻을 기회도 생기기 마련이다.

 

 

기업의 적용 사례와 시사점

 

 

B2B 시장의 큰 구매자 중 하나인 국가의 조달제도를 통해 기업 적용사례와 시사점을 알아보자. 국가마다 공공 조달 제도는 다르다. 미국은 적어도 36개 주가 공급자 결정 시 최저가 기준이 아니라 제품 가격에 운용 비용을 합산한 라이프 사이클 코스트(Life Cycle Costing·LCC)를 기준으로 낙찰자를 정하고 있다.4 이 같은 움직임은 주로 기계, 차량, 전자제품, IT는 물론 토목, 건설 분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점차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건설기계 입찰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전략은 장비의 단가와 더불어 사용 중 교체가 필요할 수 있는 주요 구성품의 가격과 교환 주기, 서비스 비용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요기관이 보증수리 요건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보다 매우 가혹하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 자기 제품 내지는 구성품의 품질 비용 수준을 알지 못하면 감에 의지해 보수적인 금액을 써 냈다가 경쟁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가 이후에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는 구매자가 큰 기업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ICT의 응용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DBR 지면에서도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영국에 기반한 항공기 엔진 업체 롤스로이스가 있다. 이 회사는 90년대 들어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 엔진을 일회성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에 고객사로부터 항공기 엔진의 유지와 관리를 의뢰받았다. 이를 기회로 여긴 롤스로이스는 ‘TotalCare’라는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었고, 정비 내역별로 대금을 청구하는 기존 모델을 넘어 운항한 거리를 기준으로 대금을 청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이와 같은 사업모델은 광업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

 

 

광산업계에선 채굴 작업이2교대나 3교대로 밤낮없이 이뤄진다. 고객사 입장에서 주요 관리 지표 중 하나는 ‘cost-per-ton(채굴 광물의 중량당 비용)’이다. 그래서 이들은 장비 공급 업체와도장비 한 대의 가격이 아닌장비 한 대의 시간당 혹은 채굴 중량당 비용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길 원했다. 그래서 공급업체들은 교육, 예방정비, 오버홀(overhaul, 엔진·유압기기 등 주요 구성품을 분해한 후 점검하고 부품을 교환해 재조립하는 것) 같은 서비스를 종류별로 엮어 종합적인 패키지로 구성했다. 견적은장비 가동 1시간당 40달러와 같이 기준 단위를 바꾸고 장비의 가용률(availability)도 보장해야 했다. , 견적이라도 내려면 생각 자체를 고객의 언어로 바꿔야 했던 것이다.

 

 

TCO를 영업 솔루션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됐을 때 고객 대응 역량이 향상되는 점을 네 가지로 모아 볼 수 있다. 첫째, 일회성 판매 단가보다는 고객의 총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초기 구매 가격에 대한 고객의 저항을 완화할 수 있다. 고객이 가격에 집착하지 않고 가치 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 영업 방식이 유연해지고 다변화될 수 있다. 단발성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간당 또는 사용량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상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매출 구조의 개선과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롤스로이스의 경우 서비스 부문 매출이 2015년 기준 53%에 달했는데5 이는 TotalCare 상품이 시장에서 안착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자사 제품의 품질과 내구성을 개선하는 데 자극제가 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것도 수월해진다. TCO를 기본으로 한 솔루션 중 사용량이나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한 정액형(fixed cost solution) 상품은 고객 입장에선 일정 프리미엄을 내고 리스크를 없앤 것과 비슷하다. 위에 예를 들었던 광산 장비가 고장 나서 멈췄다고 치자. 계약으로 정한 가용률을 지키고 패널티를 안 내려면 얼른 수리하든지, 대체 사용 장비라도 들여와서 고객 작업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결국 비용지출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장비 유지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할 강력한 동기가 만들어진다.

 

 

기업들을 위한 TCO 적용 방안 및 제언

 

 

TCO 적용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초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TCO를 영업의 툴(tool)로 활용하기 전에 자사 제품의 생산성(Productivity) TCO를 계산하는 원자료가 있어야 한다. 사무용 프린터 복합기를 예로 들면, 토너나 잉크 같은 소모품 외에도 사용량에 따라 예방정비가 필요한 드럼 같은 부품은 기종별로 예상수명, 소요량, 부품단가, 서비스 작업 소요시간(Man.hour), 서비스맨 작업비용 단가 정보를 표로 미리 정리해놓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사내에서도 자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정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우려하는 내부 저항이 클 수도 있다.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우면 고객사 협조라도 얻어야 한다. 고객이 돈을 버는 과정에 주목하고 고객을 돕기 위해서다.

 

 

둘째, TCO를 사용량이나 시간단위로 바꿔 가며 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자료가 구축되고 나면 인쇄물 1장 출력비용(같은 농도로 찍는다고 해도) 1만 장 출력 기준, 10만 장 출력 기준, 100만 장 출력 기준 등으로 자유롭게 기준을 변경하면서 산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부러 노력을 안 해도 영업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옮겨지고, 각 요소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노력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관심이 판매 자체보다는 라이프 사이클의 각 단계에 걸친 다양한 영업 솔루션으로 흘러가게 된다.

 

 

셋째, TCO가 전사적으로 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녹아들어야 한다.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는 명제는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TCO에 대한 자료가 구축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B2B영업 과정에서 중요한 셀링 포인트로 쓰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파악한 자사의 TCO가 타사보다 열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TCO라는 Tool을 활용하는 것 못지 않게 생산성(Productivity)/ 총비용 (Total Cost)으로 표현되는 자사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사적인 공감대 확보도 필요하다. 흔히 부서 간 활동에서 나타나기 쉬운 부분적 최적화도 TCO 적용에는 걸림돌이다. 당장 원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구성이 떨어지고 유지비가 더 드는 부품을 적용하거나 정비 시간이 더 들어가는 내부 구조를 택할 수도 있는 것이 그 예다. 밸류체인에 속한 전 구성원이 TCO의 관점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전체적으로 TCO 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영업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결어

 

 

B2B에서도 특정 브랜드에 깊은 애착과 신뢰를 갖고, 해당 브랜드 관계자와도 오랜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구매 담당자의 실적은 결국 KPI로 평가된다. KPI는 사실 TCO의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지표일 것이다. 이상으로 TCO의 개념을 소개했다. 제품의 가치를 생산성 / 비용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말했고, TCO의 요소들이 라이프 사이클의 3단계인 구매, 운용, 폐기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TCO의 개념은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으나 실무에 반영해서 효과를 보려면 전사적인 공감대 확보도 필요하다.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TCO를 수치로 예측할 수 있는 자사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예측치를 필드에서 실제 결과와 비교하면서 정합성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약간의 수업료를 낸다는 각오로 실전에 작게라도 응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력이 쌓이면 더 이상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우리의 솔루션을 사도록 하는 마케팅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DBR mini box

 

TCO의 구성요소와 Life Cycle Costing 산출예시

 

TCO는 크게 자본비용과 운용비용의 두 가지 요소로 분리해 산정한다. 목적에 따라 기준을 조금 달리해도 상관 없지만 아래에 나오는 TCO의 개별 구성항목은 대부분의 제조업에 들어맞을 것이다.

 

● 자본비용 = 취득가 - 잔존가 + 각종 제세금

● 운용비용 = 연료비 (또는 전기료) + 정비 비용 (소모품) + 수리비용 (고장 수리비)

+ 인건비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25.5톤 적재용량을 가진 2억 원짜리 화물차를 5년간 사용하려는 차주가 있다. 5년 후 중고로 팔면 5000만 원을 회수할 수 있다. 연료, 정비, 수리비를 포함한 유지비는 매년 7000만 원 수준이고 운전기사 급여는 3000만 원이다.

자본비용과 운용비용을 아래와 같이 구할 수 있다.

 

● 자본비용 = 2억 원(취득가) - 5000만 원(잔존가)

+ (각종 제세금은 없다고 가정) = 1.5억 원

● 운용비용 = 연료비 + 정비 비용 (소모품) + 수리비용

(고장 수리비) + 기사 급여

= 1.0억 원 /1 x 5 = 5.0억 원

TCO = 자본 비용 + 운용비용

= 1.5억 원 + 4.0억 원 = 5.5억 원

 

같은 내용을 보유기간 내 연도별로 전개하면 <1>과 같다. 여기에 이 화물차를 보유해서 얻게 되는 효용가치를 생산성(Productivity)과 매출(Revenue) 관점으로 알아보자. 이를 위해 정보 몇 가지를 더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류호윤만트럭버스코리아 부장 hoyune@gmail.com

필자는 숭실대 졸업 후 한양대 기계설계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타타대우상용차, 두산인프라코어, 쌍용자동차에서 신차 개발 프로그램, 상품기획, 영업솔루션 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현재는 만트럭버스코리아에 재직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