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영화를 보면 대부분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착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 중 누가 더 잘 살까?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언뜻 보면 영악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듯하다. 하지만 세월을 두고서 3대(三代)를 보면 착하게 사는 사람의 집안이 잘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착한 기업이 성공할까, 영악한 기업이 성공할까?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 :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로리 바시 등, 틔움출판, 2012)>에서 저자들은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의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주와 판매자, 사회와 환경에 대한 선량한 집사(steward) 등의 행동과 역할을 평가해서 ‘착한회사지수’를 만들었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착한 행동을 보여주며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며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1998년에서 2009년까지 <포천>이 발표한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 든 기업의 연간 투자 수익률은 10.3%로 S&P 500대 기업 평균인 3%를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업이 착해져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수익성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점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현실에서 만들어질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초등학생도 아는 질문을 시작하자. 좋은, 즉 GOOD의 반대말은? 정답은 BAD다. 사실 최근 나쁜 회사들 때문에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나쁜 회사들이 가진 속성은 한마디로 ‘탐욕(貪慾)’이다. 탐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지긋지긋하고, 영국석유회사 BP의 해상 오염 뉴스도 짜증을 내게 만든다.
인색하기만 한 기업의 고용주도 그렇고,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도 우리 사회를 진심으로 돌봐주겠다는 의지보다는 생색 내기용 마케팅 광고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저자들은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굿(Good), 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이란 적당한 수준의 성과가 아니라 ‘가치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착하지’ 않고서는 결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이 평생 ‘착한 회사’로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사회적 가치’라는 핵심 개념으로 소개한다. 즉, 높아진 소비자의 윤리의식이 ‘사회적 가치의 시대(Worthiness Era)’라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냈다고 하면서 기업은 앞으로 직원과 고객, 그리고 투자자에게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돈 버는 것 이상의 목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기업에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익을 내는 능력, 그 이상이 필요하다.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과 소비자,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888년 설립된 유명한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이다. “미쉐린은 사람들의 여행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미쉐린은 타이어를 만들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이 돼 돈을 번다는 가치가 아니라 안전과 행복 경험을 사명(Mission)으로 가지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조셉 브래그돈이 오랜 기간 동안 이윤을 창출해 온 회사들을 분석한 결과, 그런 회사들은 ‘특징적인 구성 요소가 살아 있는 자산, 즉 유기적인 생활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산이란 더 넓은 삶의 관계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의 ‘존재 이유’는 관계망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통해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런 ‘착한’ 회사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직원과 고객, 주주, 그리고 그들의 사업장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와 윈윈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사회적 가치는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설정에 대해 저자들은 고용주와 판매자, 그리고 집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의 가치 유지를 요구한다.
첫째, 고용주로서 사회적 가치란 직원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원을 비용으로 볼 것이냐, 자산으로 볼 것이냐 하는 식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좋은 리더는 흥미 있는 미션을 던져주는 방식으로 직원의 영감을 자극한다. 보다 지능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신나는 직장 환경을 만들수록 비즈니스의 결과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고용주의 직무환경 사례가 자포스닷컴의 콜센터 직원관리다. 많은 회사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모든 순간을 모니터링하고 컴퓨터 사용 내역을 감시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자포스는 완전히 반대다. 자포스는 콜센터 직원에게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스스로 정하게 한다. 어느 날, 자포스 콜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한 여성 고객이 지난번에 구매한 남성 신발 한 켤레를 반품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콜센터 직원은 고객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끼고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물었다. 고객은 신발을 선물하려고 했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말을 했다. 그것이 반품의 이유였다.
콜센터 직원은 친절한 말투로 그녀에게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그저 집 앞에 신발을 내놓기만 하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표준 업무 절차가 아니다. 하지만 자포스가 직접 그 신발을 수거해서 반품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고객을 응대한 뒤 상담 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추모식이 열리는 장례식장으로 자포스 이름의 꽃다발을 보냈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한 사람이 이 꽃다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 트윗은 입소문을 타고 엄청나게 퍼져 나갔다. 결국, 자율권을 갖고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콜센터 직원 덕분에 자포스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직원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고용주의 사회적 가치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