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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의 힘

무차별 광고시대 이제 진심만이 통한다

이우창 |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전통적 마케팅이 힘을 잃고 있다

 

마케팅은 사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야구장에 들어갈 때 통과하는 회전식 개찰구에, 심지어 유럽에서는 고속도로 좌우에서 볼 수 있는 풀 뜯어먹는 소 옆구리에도 광고가 붙어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미국 광고업체인애드에어(Ad-Air)’ 30개 공항 활주로 옆에 총 1000만 달러 상당의 대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한 군데당 한 달에 10만 달러 가격으로 빌려준다. 바야흐로 날아가는 비행기 창으로도 광고를 봐야 하는 시대다. 사람들이 리모컨을 자유자재로 돌리면서 광고를 피해가자 방송국들은 TV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화면 한 귀퉁이를 광고로 써먹기 시작했다. 팝업 광고다. ‘스나입스(Snipes)’라고 불리는 이 광고들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사이에 은근슬쩍 나타나 시야 한 구석을 슬그머니 차지한다.

 

어디서 뭘 하든 기업들의 마케팅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광고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의 칼럼니스트 밥 가필드(Bob Garfield)에 의하면 소비자는 하루 평균 3000건 이상의 광고에 노출되며 광고주들이 쏟아붓는 돈은 2400억 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매출 신장을 목적으로 대중매체를 장악하려는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바로 이런 시도 때문에 소비자는 기업들의 마케팅 노력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심지어는 반감을 품기도 한다. 몇 년 전애드위크(AdWeek)’와 광고대행사월터 톰슨(J. Walter Thomson)’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84%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과대 광고되고 있다고 답했다. “내게 무언가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진저리가 난다고 답한 사람들도 72%나 된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고개를 내밀고 들어오는 광고들을 생각하면 이런 결과도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우리 상품이 최고다!”라고 남보다 조금 더 크게 외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비자에게는 그저 그렇게 떠들어대는 수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왜 진정성 마케팅인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은 지 오래다. 예전에는 맥주를 주문할 때병맥주 주세요라든가생맥주 주세요라고 했지만 요즘은 브랜드를 콕 찍어서 주문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수입 맥주도 없었고 맥주 브랜드도 몇 개 없었지만 요즘에는 수십 개의 맥주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극심한 경쟁을 뚫고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다. 문제는 모든 제품이 차별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홀로 두드러지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포스(Zappos)’는 유통업체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판다. 신발이라는 아이템 하나만 취급하지만 2011년 매출이 한화 기준 2조 원이 넘는다. 이렇게 경이로운 매출은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서 비롯됐다. 자포스 고객의 3분의 2는 제품을 재구매하고 절반이 넘는 신규 고객은 광고가 아닌 입소문을 통해 유입된다고 한다. 설립한 지 10여 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자포스는 신발을 직접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남들이 만든 신발을 가져다 파는 회사다. 업의 특성상 다른 업체들과 차별된 경쟁력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 같은 레드오션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자포스는 전화로 주문을 받아 고객이 원하는 신발을 배달해 준다. 상담원에게 원하는 신발의 종류를 말하고 사이즈와 색상을 지정하면 신발이 배달돼 온다. 만약 내가 찾는 신발이 자포스에서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면 어떨까? 일반적으로는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겠지만 자포스는 고객의 연락처를 물어본 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발업체를 수소문한다. 그리고 얼마 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이 해당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판매상 위치를 알려준다. 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발은 상품 특성상 제조사별로 사이즈 편차가 크다. 치수만 보고 샀다가 실제 신어보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자포스는 배송료가 무료인 것은 물론 반품도 무료다. 심지어 기간 제한 없이 365일 언제라도 반품할 수 있다. 자포스를 다른 경쟁사와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은 고객을 배려하는진심이다.

 

 

진심이 통해야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진심은 억지로 만들어지지도, 전해지지도 않는다. 연출과 가식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소비자는 본질과 무관한 모든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처럼 거짓과 과장이 가득 찬 세상에서 소비자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전달해야만 한다. 그래야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 관심이 공감과 감동으로 승화했을 때 비로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사실 진정성만큼이나 자주 쓰이면서도 의미가 불명확한 용어도 드물 것이다. 진정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진정성의 힘(Authenticity, What Consumers Really Want)이라는 책을 펴낸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와 조지프 파인 2(B. Joseph Pine Ⅱ)는 진정성을 정체성(Identity)의 한 형태로 정의했다. 즉 진정성이란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품, 제품, 서비스, 체험 및 변용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각각 자연적 진정성, 독창적 진정성, 특별한 진정성, 연관성의 진정성 및 영향력의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내 언론에서 언급되는 진정성 마케팅은진심’ ‘솔직함’ ‘있는 그대로를 내세운 것부터 공유가치 창출(CSV) 마케팅까지 다양한 뜻으로 통용된다. 이 글에서는 진정성을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으며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미리 배려하고 챙겨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그 사례와 실행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진정성 마케팅 사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기업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줄 때 우리는, 이 회사는 말로만이 아니라 고객을 정말 배려하는 회사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진정성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진정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제품의 사례를 보자.

 

2000년대 아파트 시장의 절대 강자는 삼성물산의래미안 GS건설의자이였다.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에 래미안과 자이 외에는 들어갈 틈이 없었다. ‘e편한세상의 대림건설은 아파트 시장에서 나름의 오랜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래미안이나 자이만큼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톱클래스 모델을 써서 호화롭게 광고를 한다고 한들 래미안과 자이를 능가하는 프리미엄 포지션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법, 대림건설은진심이 짓습니다’라는 광고로 승부수를 띄웠다. 비좁은 주차장에 어렵사리 차를 밀어 넣고 좁은 틈새를 빠져나오면서 옷을 버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있자니 불편한 물건 때문에 골머리를 썩지 않아 본 사람은 없다. 대림 e편한세상은 주차 공간을 기존 대비 10㎝ 넓혔다. 주차장 한구석을 활용해 창고를 만들었다. 처분 여부가 애매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노력은 소비자로 하여금주차장까지 이렇게 섬세히 신경을 썼다면 아파트 내부는 얼마나 더 꼼꼼히 챙겼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점을 부각시키면서 내세운 카피가진심이 짓습니다였다. 이 광고 이후 다른 아파트는 왠지 진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소비자가 늘었다. 광고와 진정성 있는 행동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부분의 자동차 도어는 손을 아래로 넣어 열게 돼 있다. 남자들은 이런 손잡이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들보다 손톱이 긴 여성 운전자들이 문제다. 자동차 도어를 열고 닫으면서 손톱이 부러지거나 색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아차모닝은 도어 핸들을 위, 아래가 뚫린 그립 타입으로 만들었다. 여성 운전자들이 손톱 상할 염려 없이 도어를 여닫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모닝이 소형차라는 사실이다. 그립 타입 핸들은 일부 중형차에서 채택하던 모델인데 소형차에 이런 점을 반영하면서 소비자를 배려한다는 인식을 심었다.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까지 배려하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드럼세탁기를 쓸 때마다 느끼는 가장 불편함은 세탁물을 넣고 뺄 때 허리를 숙여야 한다는 점이다. 대우 클라쎄 드럼세탁기는 45도 각도로 세탁물을 꺼낼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 노트북은 컴퓨터 옆면에 뚫린 구멍에 전원 선을 꽂게 돼 있다. 누군가 지나가다 선에 걸리면 연결된 노트북이 바닥에 내팽개쳐지기 쉬웠다. 맥북 노트북 전원은 자석으로 만들어졌다. 붙였다가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선을 건드려도 자석이 떨어지면서 분리될 뿐 컴퓨터가 통째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제품이 나온 후에야 사람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일반 노트북의 전원 선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깨달았다.

 

이번에는 서비스다. 셀프서비스, 형편없는 서비스, 노 서비스가 증가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일대일 베이스나 남다른 서비스를 받을 때 그 특별함이 주는 진정성을 느낀다. 만약 고객이 리츠칼튼(Ritz Calton)호텔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면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식당 직원이 유아용 의자를 가져올 것이다. 크레용이나 인형도 가져다줄 것이다. 세탁물로 맡긴 와이셔츠 단추가 떨어져 되돌아왔다면 담당자는 단추를 찾아 다시 달아줄 것이다. 만성 두통을 가진 고객이 두통약을 찾았다면 그 고객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리츠칼튼호텔에 투숙했을 때 객실에서 바로 그 두통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특정 사이즈 베개가 편하다고 미리 말해두면 전 세계 어느 도시의 리츠칼튼에 가더라도 동일 사이즈의 베개를 제공받을 것이다. 수많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대형 호텔에서 이런 류의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때 고객은정말로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진심을 느낀다.

 

기대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도 소비자는 진심을 느낀다. 비 오는 날 밤 늦은 시간, 일본에서 MK택시를 이용했다고 하자. 짐을 가지고 있다면 택시를 잡자마자 기사가 내려 짐을 받아 트렁크에 실을 것이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한참 가야 해도 기사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사가 당신보다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줄 것이다. 여기까지는 좀 친절한 택시기사라면 우리나라 여느 택시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모른다. 하지만 MK택시 기사라면 트렁크에서 우산도 하나 꺼내줄 것이다. ‘비 맞지 말고 쓰고 가시라는 말과 함께다. ‘어떻게 돌려줘야 하냐고 물으면다음에 이용하는 아무 MK택시에나 돌려주면 된다고 얘기할 것이다. 택시비를 내고 목적지 건물까지 걸어가는 동안 MK택시 기사는 출발하지 않고 헤드라이트를 비춰줄 것이다. 골목길로만 들어가도 미안하고 카드 결제라도 할라치면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면 어떨까? 정말 고객을 위하고 배려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각별한 봉사정신이나 배려심을 가진 회사가 진정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미처 기대하지 못한 점까지 챙겨주고 진심으로 봉사하는 태도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왜 관찰이 필요한가

 

이렇게 고객의 니즈와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받을 때 고객은 만족한다. 사용하기 전의 기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받을 때 고객은 감동한다. 따라서 진정성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니즈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설문이나 FGI(Focus Group Interview)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런 방식을 쓰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잡아내기는 어렵다.

 

첫째, 소비자는 자신의 니즈를 잘 알지 못할 때가 많다. 1990년대 초반 여성지들의 주된 관심사는 섹스와 스캔들, 연예인과 관련된 각종 루머였다. 새로운 콘셉트의 여성지를 준비하던 한 잡지사가 주 고객층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들은 기존 여성지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책장만 열면 튀어나오는 각종 루머와 스캔들이 지겨우며 건전한 내용으로 삶에 도움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잡지가 나온다면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답변이 무려 90%가 넘었다. () 섹스, () 스캔들, () 루머의 ‘3()’를 가치로 내건 최초의 여성지 <마리안느>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꼭 사보겠다고 답한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말하지만 그것이 꼭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둘째, 니즈를 알아도 소비자는 잘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바쁜 아침, 빵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한 식품업체는 이런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종 잼을 출시하려고 했다. 제품 출시 전 시장 조사를 미리 했다. 버터와 잼을 바를 때 잼이 버터에 묻는 것이 불편하다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에 착안한 업체는 잼을 튜브형 용기에 넣기로 했고 이 제품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불편을 인식하더라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 막연한 니즈를 구체화할 때 소비자는 진정성을 느끼면서 자신을 배려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니즈를 표현할 때 솔직하게 답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맥도날드는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패스트푸드도 저지방 음식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저지방 햄버거를 내놨을 때 수요가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소비자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건강을 위해 소고기 패티에 미역을 섞어 지방을 줄이고 칼로리도 낮춘 햄버거가 나오면 사먹겠냐고 물었다.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특히 여성들이 좋아했다. 용기를 얻은 맥도날드는 1991맥린(McLean)’이라는 버거를 출시했고 실패했다. 사람들은 맥린 버거를맥 실패작(McFlopper)’이라고 불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는솔직한답변보다는옳은답을 내놓는다. 내 답을 남이 본다는 생각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설문조사나 FGI로는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관찰이다.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

 

맥락(Context)을 관찰하라. 맥락이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적 배경을 말한다. 맥락을 관찰하라는 말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폭넓게 관찰해서 폭넓은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9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에어컨을 출시할 때의 일이다. 당시 LG전자는 휘센 에어컨으로 세계 에어컨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휘센 에어컨을 있는 그대로 인도네시아에 들여가지 않았다. 현지인의 허락을 구한 후 거실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거실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찰했다. 이 과정을 통해 LG전자는 사람들이 집 안에서조차 모기를 쫓느라 정신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뎅기 모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뎅기 모기는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위험한 모기다. LG전자는 관찰 결과를 반영해 뎅기 모기가 싫어하는 음역대의 초음파를 쏘는 장치를 에어컨에 달아 출시했다. 그 결과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33%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행동(Behavior)을 관찰하라. 이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행동을 인간 공학적 관점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말이나 행동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소비자 욕구를 관찰하는 것이다. 한샘은 시스템 키친을 창시한 기업이다. 주방은 여성이 집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시스템 키친을 접한 주부들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주방에서 주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꼼꼼히 관찰한 한샘은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옆으로 열고 닫는 찬장 문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다치는 주부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한샘은 문을 위로 열고 닫게 만들었고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동기(Motive)를 관찰하라. 동기란 소비자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너무 내밀해 잘 표현되지 않는 욕구를 말한다. 동기를 관찰한다는 것은 관찰을 통해 소비자 자신도 잘 모르는 요구를 발견하는 과정을 말한다. 러버메이드(Rubbermaid)는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양손으로 짚고 다닐 수 있는 보행용 보조기를 여러 대 팔았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불만을 말해보라고 했지만 모두 특별한 불만이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모였던 노인들이 보조기를 끌고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니 저마다 컵 홀더나 바구니, 자전거 경적 등을 보조기에 붙이거나 매달고 있었다. 보조기에 별도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덕지덕지 매달았던 것인데 그렇게 사용하면서 그것이 불편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러버메이드가 망사 주머니를 장착한 보행용 보조기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성공적인 진정성 마케팅을 위해서는

 

진정성 마케팅은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설픈 진정성 마케팅은 진심을 사기는커녕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 인위적인 친근감은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워 보일 뿐이다. 진정성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특함이 필요하다. 진정성 마케팅에서도 차별화는 필수 요건이다. 아무리 좋은 방식으로 고객 니즈를 챙겨준다고 해도 경쟁회사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기도 어렵고 이슈를 선점한 다른 업체의 아류라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고객이 친밀하게 느껴야 한다. 고객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케팅 대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파트너다. 결국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줄 수 있느냐의 여부가 새로운 성장의 관건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친밀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 비고객도 고객이 되는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고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진정성 마케팅에서 고객과의 친밀감이란 고객의 불편함을 고객보다 미리 고민하고 해결해주려는 배려와 혜택이다. 고객과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고객의 충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누구나 진심을 얘기하는 상황에서진정성이란 단어는 어쩌면 가장 가식적이고 허위적인 말로 느껴질 수 있다. 이 세상에 진실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업은 이제 말보다 행동으로,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는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는진정성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우창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wclee@igm.or.kr

필자는 서울대에서 조선해양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요크대 슐릭 경영대학원(Schulich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취득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전략그룹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 <우리는 그들을 신화라 부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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