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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략

촉각은 다른 감각의 매개체… 他 감각과 상호작용으로 시너지 높여라

여준상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우리는 늘 무언가를 터치하며 살고 있다. 촉각, 촉감, 감촉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의미는접촉을 통한 느낌(sense of touch)’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촉감을 느낄까?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심지어 잠자는 동안에도 우리는 다양한 촉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만큼 촉감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감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촉각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마케팅 분야에서 부족한 편이었다. 전통적으로 시각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으며 그 이후로 청각, 후각에까지 마케팅 기교의 대상이 넓혀졌다. 촉각은 최근 들어 관심을 받고 있다. 2009년 삼성전자 애니콜이연아의 햅틱이라는 애칭을 내걸면서 햅틱(haptic)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통해 대중에게 촉감의 의미를 전달했다. 그전까지 핸드폰은 시각 또는 청각에 초점을 두다가 이를 계기로 촉감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터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각종 IT 기기뿐만 아니라 생활 속 전반에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터치, 촉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왜 접촉하는가? 터치에 대한 소비자의 근원적 욕구

 

촉각은 인간의 근원적 감각으로서 그 의미는 다른 감각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사실 촉각은 그 중요성에 비해 평소 감각 표현에 있어 소외가 되는 편이다. 주로 시각, 청각, 후각으로 표현하도록 요청받고 그런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촉각은 무의식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2000년대 들어 소비자행동 분야에터치욕구(need for touch)’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무언가와 접촉해 느끼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근원적 욕구인데 우리 생활 속에 무의식적으로 매우 중요한 소비행동 기제로 발현된다.

 

2가지 종류의 욕구가 있는데 첫 번째는수단적 터치(instrumental touch)’ 욕구다. ‘실용적 성격의 터치(utilitarian touch)’라고 할 수 있다. 터치가 품질이나 가치에 대한 판단 확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과일을 고를 때 직접 만져봐야 안심이 되고, 모피 옷을 고를 때 직접 만져야 품질에 대한 확신이 서는 것이 수단적 터치욕구의 발현 모습이다. 또한 구매 전에 터치하는 욕구이기에구매 전 터치(prepurchase touch)’ 욕구라고도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시사점이 있다. 온라인쇼핑은 수단적 터치, 구매 전 터치라는 측면에서 소비자욕구 충족에 한계를 가진다. 만약 인터넷, 모바일쇼핑이 수단적 터치, 구매 전 터치 욕구를 기술적으로 실현시킨다면 소비자 만족을 통해 지금보다 더 강한 비약적 발전을 이룰 것이다. 온라인쇼핑 미래는 수단적-구매 전 터치 욕구의 기술적 실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는목적적 터치(autotelic touch)’ 욕구다. 어떤 대상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목적 그 자체다. 그냥 그 촉감을 좋아하고 즐기려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촉감을 즐기는 것이기에쾌락적 성격의 터치(hedonic touch)’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즐거워지기 위해 무언가를 만지고 접촉하고 느끼려 한다는 측면에서 마케팅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나의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촉감을 제공해 쾌락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소비자들은 그 즐거움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2.촉각은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가? 촉각의 마케팅적 의미

 

촉각, 즉 무언가에 접촉하는 느낌은 여러 가지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낸다. 접촉 대상에 대한 애착을 만들어내고, 접촉한 느낌이 다른 대상에 투영돼 특정 행동을 일으키고, 다른 감각과 상호작용해 촉감을 배가시키거나 다른 감각적 느낌을 상승시킨다.

 

1)터치, 그리고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소비자행동 연구 분야에보유효과라는 개념이 있는데 터치를 통해 보유라는 개념이 생겨나면 그 대상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애착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머그컵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실험결과를 보면 터치가 보유효과를 만들어냄을 알 수 있다. 한쪽 그룹은 머그컵을 그냥 눈으로 보게 했고 나머지 그룹은 머그컵을 만지게 했는데 나중에 그 머그컵에 대한 희망판매가격을 적게 한 결과 만진 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적어냈다. 이는 터치를 통한 보유의 개념이 높은 가치 지각을 이끌어낸 것인데 관심 발생과 더 나아가 애착 형성이 이런 효과의 근간에 있는 것이다.

 

일단 터치가 일어나면 대상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몰입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마케팅 시사점이 있다. 먼저 나의 제품에 접촉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시용(trial usage·한 번 시도를 해보게 하는 것)을 통해 접촉을 유도하면 보유 개념에 의한 가치지각 상승, 더 나아가 구매로의 전환, 충성도 유지라는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종업원과 고객 사이에 사회적 용인 수준 내에서 이뤄지는 적당한 터치는 고객이 해당 종업원,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한 관심과 애착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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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준상

    여준상marnia@dongguk.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역발상 마케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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