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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회사, 실적도 좋을까?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영화를 보면 대부분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착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 중 누가 더 잘 살까?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언뜻 보면 영악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듯하다. 하지만 세월을 두고서 3(三代)를 보면 착하게 사는 사람의 집안이 잘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착한 기업이 성공할까, 영악한 기업이 성공할까?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 :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로리 바시 등, 틔움출판, 2012)>에서 저자들은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의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주와 판매자, 사회와 환경에 대한 선량한 집사(steward) 등의 행동과 역할을 평가해서착한회사지수를 만들었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착한 행동을 보여주며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며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1998년에서 2009년까지 <포천>이 발표한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 든 기업의 연간 투자 수익률은 10.3% S&P 500대 기업 평균인 3%를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업이 착해져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수익성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점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현실에서 만들어질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초등학생도 아는 질문을 시작하자. 좋은, GOOD의 반대말은? 정답은 BAD. 사실 최근 나쁜 회사들 때문에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나쁜 회사들이 가진 속성은 한마디로탐욕(貪慾)’이다. 탐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지긋지긋하고, 영국석유회사 BP의 해상 오염 뉴스도 짜증을 내게 만든다.

 

인색하기만 한 기업의 고용주도 그렇고, 그들이 말하는사회적 책임도 우리 사회를 진심으로 돌봐주겠다는 의지보다는 생색 내기용 마케팅 광고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저자들은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굿(Good), 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좋은이란 적당한 수준의 성과가 아니라가치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그리고착하지않고서는 결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이 평생착한 회사로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사회적 가치라는 핵심 개념으로 소개한다. , 높아진 소비자의 윤리의식이사회적 가치의 시대(Worthiness Era)’라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냈다고 하면서 기업은 앞으로 직원과 고객, 그리고 투자자에게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돈 버는 것 이상의 목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기업에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익을 내는 능력, 그 이상이 필요하다.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과 소비자,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888년 설립된 유명한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이다. “미쉐린은 사람들의 여행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미쉐린은 타이어를 만들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이 돼 돈을 번다는 가치가 아니라 안전과 행복 경험을 사명(Mission)으로 가지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조셉 브래그돈이 오랜 기간 동안 이윤을 창출해 온 회사들을 분석한 결과, 그런 회사들은특징적인 구성 요소가 살아 있는 자산, 즉 유기적인 생활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산이란 더 넓은 삶의 관계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의존재 이유는 관계망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통해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런착한회사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직원과 고객, 주주, 그리고 그들의 사업장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와 윈윈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사회적 가치는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설정에 대해 저자들은 고용주와 판매자, 그리고 집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의 가치 유지를 요구한다.

 

첫째, 고용주로서 사회적 가치란 직원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원을 비용으로 볼 것이냐, 자산으로 볼 것이냐 하는 식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좋은 리더는 흥미 있는 미션을 던져주는 방식으로 직원의 영감을 자극한다. 보다 지능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신나는 직장 환경을 만들수록 비즈니스의 결과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고용주의 직무환경 사례가 자포스닷컴의 콜센터 직원관리다. 많은 회사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모든 순간을 모니터링하고 컴퓨터 사용 내역을 감시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자포스는 완전히 반대다. 자포스는 콜센터 직원에게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스스로 정하게 한다. 어느 날, 자포스 콜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한 여성 고객이 지난번에 구매한 남성 신발 한 켤레를 반품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콜센터 직원은 고객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끼고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물었다. 고객은 신발을 선물하려고 했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말을 했다. 그것이 반품의 이유였다.

 

콜센터 직원은 친절한 말투로 그녀에게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그저 집 앞에 신발을 내놓기만 하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표준 업무 절차가 아니다. 하지만 자포스가 직접 그 신발을 수거해서 반품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고객을 응대한 뒤 상담 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추모식이 열리는 장례식장으로 자포스 이름의 꽃다발을 보냈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한 사람이 이 꽃다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 트윗은 입소문을 타고 엄청나게 퍼져 나갔다. 결국, 자율권을 갖고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콜센터 직원 덕분에 자포스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직원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고용주의 사회적 가치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둘째, 판매자로서 사회적 가치는 고객과 서로 윈윈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현재 수백 년간 상업적인 거래의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매수자 위험부담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는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착한 회사의 특징은 고객과 상호주의(reciprocity)에 따라 관계를 맺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객 소통을 살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EO 게리 켈리는 수년 전 회사 블로그에 좌석 지정과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에 답변을 달았고 회사는 먼저 들어온 사람이 좌석을 먼저 배정받는 접근 방식을 고수하게 됐다. 상호 작용이란 고객이 기업을 도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블로그는 거의 공짜로 포커스그룹과 인터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미디어 기업은 독자를 초대해서 뉴스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독자들이 원하는 보도가 가능해졌다. 칼럼니스트 클라이브 톰슨은 2007년 와이어드에서이렇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새로운 종족이 일단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비평하며 창조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당신을 돕게 된다. 즉 고객이 당신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우스웨스트와 같은 착한 회사는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회사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또 실천하고 있기에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마지막으로 집사로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기업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선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해서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이런 가치에 대한 의미다. 환경적 요구에 잘 대응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월마트가 있다. 스콧이 월마트의 CEO로 재직했던 당시 월마트는 환경 파괴 없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여러 목표들을 내 놓았다. 예를 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100% 활용해 공급하고 쓰레기를 0%로 줄이며 지구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만을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5년 후 월마트는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의지속가능성 360’ 프로그램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일부 실험적으로 설계된 고효율 매장의 에너지 사용량이 45%까지 줄었다. 화물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도 38% 증가했다. 또 농축된 세탁 세제만을 판매해서 2008∼2011년 총 16억 리터의 물 사용량을 줄였다. 월마트의 친환경 정책이 보다 강력해진 이유는 10만 개 이상의 협력업체와 2백만 명의 직원들, 8000개의 지역 매장에서 이 같은 노력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들은 말로만 녹색 경영을 요구하지 않고 올바른 소비 활동을 통해 환경보호를 직접 실천하고 있다. WPP-에스티환경파트너 연구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는 모두 친환경적인 제품 구입에 좀 더 많은 돈을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는녹색으로 향하는 것에 특히 더 민감했는데 WPP-에스티환경파트너 연구에서 중국 소비자의 73%, 인도 소비자의 78%, 브라질 소비자의 73%가 친환경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집사로서 사회적 가치는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위에서 살펴본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서 고용주와 판매자, 집사 등 3가지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는 기업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들은 5가지 비정량적인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은 앞서 살펴본 상호주의(相互主義·reciprocity). 착취(exploitation)의 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작(cultivation)의 구조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는 연결 지향성(connectivity)이다. 인간은 외부와 연결하려는 근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서로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갖게 됐다. 소비자는 생활과 관련된 기업과 더 많이, 그리고 더 나은 방법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자신의 삶이 향상되기를 바란다. ()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투명성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에서 의사결정의 배경과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는 신뢰와 선의(good will)의 근간이 된다. ()는 균형(balance)이다. 균형은 대립하는 우선순위들 가운데서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말한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은 균형에 도달하는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기업은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의 취향과 때로는 충돌을 빚는 다양한 가치, 그리고 단기적 이득과 장기적 목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는 용기(courage). 용기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옳다고 믿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착한 회사는 겁이 없다. 그들은 용기 있는 행동을 한다. 특히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로운 일은 용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착한 일을 하는 회사는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말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착하지 않은 기업은 잘될 수 없다.” 세상이 지속가능경영을 이야기한다. 당장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성공이 이어지려면 착할 수밖에 없다. 착한 사람과 착한 기업은 성공한다. 이것이 세상의 트렌드다. 우리 조직은착하다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가? 사회적 가치의 의미와 착한 회사의 모습 등을 제대로 알고 지속가능경영을 구현하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