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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네이밍 사례

글로벌 네이밍엔 로컬마인드가 있다

민은정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네임 개발

마이크로소프트, BMW, 소니이런 기업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개발할까?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함에 있어 당면하는 언어적, 문화적 문제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극복하고 또 브랜드 콘셉트는 어떻게 도출하는가?

 

필자는 글로벌 브랜드 기업에 근무하면서 해외 유수 기업들의 브랜딩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사용자 및 시장에 대한 의견을 제공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발상한 프로젝트의 최종 산출물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익힌 선진화된 방법론을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개발에 접목하고 업그레이드해 다시 해외 오피스들과 공유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다음에 소개될 브랜드들 역시 필자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직접 참여한 인터브랜드의 해외 기업 브랜딩 사례들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수시로 만나는 해외 기업의 브랜드들이 어떤 콘셉트와 방향성에 따라 탄생됐는지 전략적 배경을 공유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개발에 좋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톡 쏘는 상큼함, 제스프리

키위.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사이지만키위라는 단어가 특정 기업의 상품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등록 상표였던 시절이 있었다. 키위의 정확한 명칭은차이니즈 구스베리(Chinese Gooseberry)’.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원산지인 베리류 과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뉴질랜드 농부들이 이 과일의 재배에 성공하면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새키위의 이름을 붙여 자신만의 브랜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맛이지만구스베리를 먹는 느낌과키위를 먹는 느낌은 서로 달랐다. 키위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메이저 과일로 격상됐다.

 

그러나 성공적인 브랜드 론칭 후 뉴질랜드 키위 조합은키위에 대한 브랜드 관리를 소홀히 했고 그 결과키위의 독점적 사용 권리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의초코파이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키위라는 이름하에 구스베리를 판매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땅값과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따라서 똑같은키위라는 이름하에 더 싸게 더 대량으로 파는 경쟁자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의 키위 농부들은 자신들만의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공동 마케팅, 공동 연구개발, 이를 통한 키위 제품의 혁신, 그리고 뉴질랜드 키위만의 차별화된 우수성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개발의 결정이 그것이었다.

 

2005,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인터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키위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 조사였다. 5대륙 10개 국 이상에서 수천 명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리서치가 진행됐다. 리서치는 숫자로 설명될 수 있는 정량적 질문이 아니라 개인적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성적 질문들로 구성됐다. 키위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키위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는가, 뉴질랜드산 키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등이 당시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던져진 질문들이었다.

 

“생긴 모양은 너무 볼품 없지만 맛만큼은 지옥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입니다.” 런던에 사는 40대 주부의 답변이었다. “오감을 깨우는 맛입니다. 육체적 자극뿐 아니라 정신적인 자극을 통해 일상생활에 활기를 줍니다.” 시애틀의 20대 남자 대학생이 표현한 키위의 맛이다. “갑자기 소나기를 맞는 것과 같습니다. 상큼한 맛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이것은 도쿄의 30대 남자 회사원에게서 나온 답변이었다.

 

인터브랜드는 전 세계인의 이러한 반응들을 모두 수집했고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브랜드에서 표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탐구했다. 전 세계인들은 키위가 가지는 가장 차별화된 맛의 특징을톡 쏘는 상큼함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인터브랜드는 이를 바탕으로열정과 활기(Zestiness & Liveliness)’라는 콘셉트를 도출했다. 이 콘셉트는 키위라는 과일을 다른 농산품들과 차별화해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달하는 기준이 됐다.

 

브랜드 네임 역시톡 쏘는 상큼함이 의미와 뉘앙스에 내포되도록 했다. 부드러운 유성음과 강렬한 무성음이 적절하게 조화돼부드럽게 톡 쏘는언어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련미도 있어야 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이름 ‘Zespri’ ‘zest’ ‘esprit’가 합성된 것으로서 상큼한 맛이 영혼까지 기분 좋게 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앞서 진행된 리서치의 결과 및 이를 통해 도출된 콘셉트와 일관성을 가지는 이름이다.

 

또한 Zespri라는 이름에서 가장 주목성을 가지는 스펠링 ‘Z’뉴질랜드(New Zealand)’ ‘Z’를 연상시킴으로써 브랜드 개발의 근본적인 목적, 즉 뉴질랜드산 키위만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는 의도도 잘 반영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농부들은구스베리라는 평범한 이름을 버리고키위라는 신선한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키위시장을 키웠다. 그리고 다시 제품 혁신과 함께제스프리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한층 커진 키위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제스프리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매우 특별하고 차별화되는 상표라 할지라도 관리의 부재는 독점적 사용권을 지켜주지 못한다. 상표의 독점적 권리를 잃고 저렴한 경쟁자들이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다시 리딩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솔루션은 제품의 혁신과 독자적인 브랜드의 개발을 통해서였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성공적인 브랜드 개발의 시작은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제스프리라는 이름이 나오기까지 전 세계 수천 명의 일반인이 키위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키위에 대한 적확한 콘셉트를 도출할 수 있었고 결국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이 탄생했다.

 

두뇌에 전구가 켜지듯, Bing

검색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구글, 이 이름은 10 100 제곱을 뜻하는 수학 용어 구골(googol)에서 유래했다. 이름의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글이 지향하는 검색은 단시간에 가능한 많은 양의 정보를 찾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아직 성장하던 시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흘러넘치고 정작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공감대가 싹 트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변화하는 니즈를 캐치하고 브랜드 콘셉트로 끌고 온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목표로 하는 타깃 고객은 보다 더 똑똑한 정보 검색을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보들을 무작위로 늘어 놓는 검색 엔진이 아니라 검색 목적과 일치하는 정보들을 전략적으로 선별해주는 업그레이드된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검색 엔진에 대한 브랜딩 작업을 인터브랜드에 의뢰했다. 인터브랜드에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네이밍 방향성을 선정했다. 첫째, 전 세계에서 공용으로 사용될 디지털 브랜드임을 고려해 짧고, 말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어야 한다. 둘째, 브랜드의 주요 콘셉트인검색의 효율성을 암시하는 이름이어야 한다.

 

물론 이 두 가지 기준들은 어느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든지 늘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경이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디지털 브랜드에 이 기준들은 권고 사항이 아닌 필수 요소다. 오프라인의 브랜드는 반드시 소비자가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소비자가 직접 마트에 가서 선반에 놓여 있는 제품의 실체를 보고 구매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에서는 사용자의 머리에 각인되지 않은 브랜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선택이 아닌 독점만이 유효한 시장이 바로 온라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짧고 기억하기 쉬운 디지털 브랜드 네임은 존재할 수 없는 신기루와도 같다.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은 이미 상표 및 도메인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브랜드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에 1000개가 훨씬 넘는 후보안을 개발해야 했다. 그리고 이 후보안에 대한 사용 가능성 및 법률적 검토를 철저하게 진행했다. 인터브랜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총 2회에 걸쳐 브랜드 후보안을 제안했다. ‘Bing’은 첫 번째 제안 당시부터 최고의 이름으로 부각된 후보안이었다. 내부적 선호도가 제일 높았던 Bing은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수위를 지켰고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이름이 됐다.

 

Bing은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일 뿐 아니라 그 의미와 연상 이미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콘셉트, 즉 더 똑똑해진 검색 기능을 암시한다.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듯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감탄사인 동시에 무언가가 준비됐다, 또는 완료됐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또 영어권의 사용자들에게는 ‘Bing Cherry’라는 크고 달콤한 체리를 연상시킨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은 발음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 네임을 개발할 때 발음의 동일성을 모든 타깃 국가에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J처럼 스펠링 자체가 없는 언어권도 있고 W처럼 발음이 완전히 다른 언어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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