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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전략

CEO의 힘만으론 ‘Second jump’ 어렵다 특유의 콤팩트 기술전략을 찾자

신준석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Second jump’에 실패하는 중소기업

많은 중소기업이 성장의 벽(growth wall)에 부딪힌다. 첫 성공 후 두 번째 도약(second jump)에 실패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어디에서나 높지만 이 벽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높다. 국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확률은 오랫동안 0.1%를 넘지 못했다. 결과는 미국의 12%, 일본의 4%에도 크게 못 미치는 0.04%라는 중견기업 비중이다. 대기업 0.04%, 중견기업 0.04%, 중소기업 99.9%라는 기업규모 분포를 만들어낸 이 첫 번째 병목(bottleneck)은 단순한 국가 성장 둔화의 원인이 아니다. ‘우리 중소기업은 중견기업, 대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의 뿌리고, 인력과 자금이 중소기업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현상의 기저다.

 

왜 넘어서지를 못할까? 기업의 목소리는 이렇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38.1%)’ ‘정부지원이 부족하다(37.3%)’ ‘자금이 부족하다(31.4%)’ (중소·중견기업 애로요인 실태조사, 2012). 모두 맞는 이야기다. 전문인력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정부의 조세혜택과 R&D 지원은 항상 아쉬우며, 자금조달은 어렵고, 차입금리는 높다. 교육, 금융, 정부라는 세 가지 외부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두 번째 도약에 필요한 자원(resource)은 극도로 부족하다.

 

실제로 그런 문제들이 너무 뚜렷이 보이다 보니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다. 정말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까? 두 번째 도약에 성공하는 회사들이 많아질까? 아쉽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과 일본의 중소기업에도 인력, 자금, 정부 지원 부족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력과 자금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나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San Diego bio cluster)의 벤처기업들은 분포의 오른쪽 끝에 있는 예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절대적 자원 부족에 시달린다.

 

가까운 일본의 성공한 중견기업들을 보자. 어드벤즈테스트(Adventest) 1973년부터 40년간 세계 반도체 메모리 테스트 장비 시장점유율이 6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요코가와전기(橫河電機) ABB, 허니웰(Honeywell), 지멘스(Siemens)와 경쟁하는 아시아 유일의 중견 중전(重電)기업이다. 이런 일본 강중(强中)기업들의 핵심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역사를 들여다보면 모두 인력과 자금은 항상 부족했고 정부 지원은 약했다. 그러나 성장했다. 이렇게 두 번째 도약에 성공한 어떤 기업도 전문인력이, 정부지원이, 자금조달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Second jump’의 진짜 핵심요인은 다른 데 있다.

 

Second jump’의 열쇠는 기업 안에 있다

 

중견기업 성장의 첫 번째 벤치마킹 대상은 미국도 일본도 아니다. 독일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대의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 고령화로 점철된 독일 경제는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불렸다. 다국적 기업들은 앞다퉈 독일에서 철수했고 폴크스바겐(Volkswagen)과 같은 독일 대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독일을 떠나지(out of Germany) 않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out of business)” GM 유럽 총괄사장의 한마디는 출구도, 해결책도 없는 당시의 독일에 대한 가장 정확한 묘사다.

 

턴어라운드(turnaround)가 일어났다. 2006년 독일은 연간 2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2012년에도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200억 달러로 여전히 세계 1위다. 1인당 수출액도 세계 최고다. GDP나 수출액과 같은 양적 지표가 아니라 이런 질적 지표에서 세계 최고라는 것은 독일의 회복이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라 단단한 질적 토대 위에 있다는 뜻이다. 설명은 다양하지만 주역은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식으로 표현하면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이다. 담배 제조 엔지니어링 세계 1위 하우니(Hauni), 출입문 하드웨어 시스템의 1인자 도르마(Dorma)와 같이 소리 없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독일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중소·중견기업)들이 양질의 성장과 수출, 고용을 견인했다.

 

성장 정체에 고심하는 국가들이 이런 성공에 끌리지 않기도 어렵다. 독일식 도제 제도(apprenticeship)와 유사한 인턴십으로 우수 인력을 중소기업에 유도하고, 장기 금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세제 혜택과 산··연 연계 R&D 프로그램으로 정부지원을 강화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된다. 실제 독일은 이런 사회적 시스템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성과를 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독일 히든 챔피언의 핵심 성공요인일까?

 

독일 히든 챔피언에 대한 연구와 일본의 강중기업에 대한 연구, 미국의소리 없는 영웅(unsung hero)’이라 불리는 중기업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Second jump’와 성장의 핵심요인은 <그림 1>에 제시된 8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금은 없다. 정부지원도 없다. 전문인력은 필요하지만 전문성(expertise)보다 성과지향적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스타 CEO와 경영학 대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리더십, 혁신이나 경쟁우위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전략적 목표(strategic goal).

 

목표를 강하게 추진하는 리더, 목표 실현에 전력투구하는 인재, 목표 실현에 필요한 내부의 기술-제조역량이 ‘Second jump’를 위한 기업 내부의 핵심요소다. 지속적 혁신, 고객 밀착, 압도적 경쟁우위, 세계화 등 외부의 4대 요소는 기업의 목표가 지향해야 하는 초점(focus)이다. 4대 외부 요소에 초점이 균형 있게 잡힌, CEO와 구성원들의할 일을 명확하게 해주는 목표 없이는 도약도, 성장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중소기업의 ‘Second jump’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결국 기업 안에 있는 전략적 목표다.

 

전략적 목표가 없는 회사도 있나? 물론 모든 회사는 목표가 있다. 전략도 있다. 차이는 품질이다.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생존에 바쁘다. 전략 품질(strategy quality)이나 목표 품질(objective quality)에 투입할 시간도, 자원도 부족하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가 엉성하면 나머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패를 피하기 어렵다. 일부 중소기업만이 이 문제를 인식한다. 그리고 없는 자원을 쥐어짜 두 번째 도약을 위한 전략적 목표 탐색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한다. 왜 실패하는지도 모른 채. 바로 여기가 ‘Second jump’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실패의 뿌리는 기업의 첫 성공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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