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매우 부진하다. 사람들은 집을 사려 하지 않고 전세만 찾는다. 그 결과 집 가진 사람은 하우스푸어가 되고 전월세자는 렌트푸어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바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는 보유효과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번 글에서는 보유효과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 마케팅적 시사점을 알아보겠다.
보유효과란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할 것이 예상되는 물건에 애착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감사의 선물로 머그컵과 볼펜을 나눠줬다. 이후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머그컵이든 볼펜이든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환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해당 제품에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그 제품을 소유하는 순간 애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유하고 있는 제품을 내놓게 되면 그 순간 상실감이 커지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불필요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나이 드신 여성분들의 이삿짐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살림살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앞으로도 그 물건들을 쓸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분들은 이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새로 이사 가는 집에 가져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역시 보유효과 때문이다. 버리는 것보다 보유하고 있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한번 보유한 물건을 좀처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보유효과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여지없이 발생한다. 이제 곧 봄이 되면 대학교 입학식이 열린다. 예비 신입생들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들어갈 학교에 대한 애착이 월등히 증가한다. 소유하기로 예정되기만 해도 보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보유효과는 부동산 거래부진에 어떻게 적용될까? 한 소비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당연히 보유효과가 발생한다. 만약 이 소비자가 3억 원을 주고 샀더라도 마음속에서는 5억∼6억 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낮은 가격에 파는 것에 대한 심리적 손실감이 매우 커진다.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을 정말 싫어하게 된다. 이들은 구매한 가격에 팔아도 손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은 이런 보유효과가 없다. 오직 계산에 의해서만 가격을 매기려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가격 형성이 불가하게 되고 거래량이 극도로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고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 설정 전략
보유효과를 활용하면 마케팅에서는 흥미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박충환 교수는 보유효과를 활용해 자동차의 판매가격이 변할 수 있음을 보였다(Park, Jun and Macinnis, 2000). 박 교수의 연구 특징은 내용이 똑같아도 정보의 제시방법을 다르게 해 판매가격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2개의 집단에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집단1) 가산 가격 지불 그룹(Additive Option Framing Method): 자동차, 기본모델은 1만2000달러, 변속기, 에어백, 선루프 등 원하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음. 모든 옵션 장착 시 가격은 1만7100달러.
집단2) 차감 가격 지불 그룹(Subtractive Option Framing Method): 자동차, 모든 옵션 장착 가격 1만7100달러, 변속기, 에어백, 선루프 등 원하지 않는 옵션을 제거 할 수 있음. 모든 옵션 제거 시 1만2000달러.
집단1과 집단2에 제시된 조건은 동일하다. 모든 옵션 장착 시 1만7100달러가 되고, 기본 모델만 구매하면 1만2000달러가 된다. 옵션은 자기가 원하는 수준에서 빼거나 더하면 된다. 집단1에 배치된 사람과 집단2에 배치된 사람들은 각각 얼마에 자동차 구매를 결정했을까? 가산 가격 지불그룹인 집단1의 실구매 평균 가격은 1만4451달러, 차감 가격 지불그룹인 집단2의 실구매 평균 가격은 1만5361달러로 나타났다. 논리적으로 주어진 조건이 똑같은데도 집단 간 실구매 가격 차이가 910달러나 났다.
차감 가격 지불그룹이 가산 가격 지불그룹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왜일까? 이들은 정보처리를 풀옵션에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모든 옵션을 보유자산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옵션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때마다 심리적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가산 가격 지불 그룹은 각 옵션에 대한 보유효과가 없다. 단지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가격을 계산해 구매하려 한다. 따라서 더 낮은 가격에서 옵션을 결정하게 된다. (표 1) 즉 자동차의 가격을 결정할 때에도 어느 시점에서 정보처리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보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작은 측면에서도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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