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1∼2년 내에 회복이 가능한 V자형이나 U자형 불황이 아닌 장기간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저성장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케팅전략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면 복잡할 수 있겠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마케팅의 시작이 소비자이기 때문에 결국 해결책도 소비자에게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웹 3.0, 마케팅 3.0, 경영 3.0 등 3.0 시대로의 변화에 대한 이해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먼저 웹을 보자. 인터넷상에서 생산자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봐야했던 웹 1.0 시대와 소비자가 블로그, 미니홈피를 통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며 인터넷상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웹 2.0 시대가 지나갔다. 지금은 컴퓨터가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고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의 패턴을 추론해 사용자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웹이 등장하는 웹 3.0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제품중심의 마케팅 1.0에서 소비자중심의 마케팅 2.0 시대를 지나 사회적 가치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이려는 마케팅 3.0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은 이성적 판단의 1.0 시대를 지나 감성적 자극의 2.0 시대를 넘어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공략하는 행동마케팅 3.0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결국 저성장기를 극복해가는 전략의 핵심은 누가 더 이성적인 측면에서 고객을 이해시키고 감성적 측면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며, 행동의 결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은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다.
인지적 구두쇠로서의 인간
- 친숙함(Familarity)으로 공략하라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몸무게에서 두뇌가 차지하는 무게는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는 무려 20%나 소비하기 때문에 두뇌는 가능하면 에너지 절약 모드로 가고자 한다”는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의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완전하지만 편리한 주먹구구식 방법인 ‘휴리스틱’을 자주 활용하게 된다. 휴리스틱에는 어떤 사건의 빈도나 발생 확률을 판단할 때 그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example)나 연상(association)이 기억으로부터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를 근거해 판단하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과 어떤 사건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통해 빈도와 확률을 판단하는 대표성 휴리스틱이 있다. 이용가능성 휴리스틱 측면에서 보면 기업은 여러 가지 메시지보다 강력하고 단일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장수 브랜드의 특징은 가스활명수(부채표가 아니면 가스활명수가 아닙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情(情), 칠성사이다(맑고 깨끗함)처럼 콘셉트는 유지하되 표현방법은 지속적으로 바꾸면서 오랫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또한 장수 브랜드는 대표성 휴리스틱 측면에서 특정 제품군을 대표하는 전형성이 있다. 장수 브랜드는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신상품보다 오랜 기간 판매된 익숙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심리로 인해 저성장기에 더 많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2012년은 62년 된 칠성사이다가 전년 대비 35%, 43년 된 오뚜기카레는 14%, 42년 된 한국야쿠르트는 26.1%, 26년 된 스파크는 9.7%의 판매증가율을 보이는 등 불황 속에서도 장수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또한 2011년부터 유명인이 상품기획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셀럽브랜드가 인기를 끈 이유도 불황기에 친숙함을 선호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셀럽브랜드로는 2011년 히트상품으로 뽑힌 이경규의 ‘꼬꼬면’이 있다. 처음부터 제품 출시를 목표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자신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한 것이 실제로 상품화된 사례인데 출시 초기에는 품절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인기를 끌어 3개월 동안 4500만 개를 팔아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정형돈의 도니도니 돈가스는 출시 1년 만에 1000만 인분을 판매하며 누적판매량 500만 팩을 넘기도 했다. 요리책 출간과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음식 솜씨를 인정받은 김수미는 간장게장, 김치 사업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요리연구가 이혜정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 이수근 도시락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예전부터 디자이너의 이름을 활용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처럼 건축이나 가전, 나아가 생필품까지 셀럽브랜드가 확장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유명인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만든 셀럽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부여하는 데 효과적이고 연예인 이름을 브랜드에 활용하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에 민감한 인간
- 쾌락적 편집 가설로 관리하라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라 해도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실(고통)을 줄이려고 하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성장기에는 이 성향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쾌락주의 편집’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쾌락주의 편집 가설(Hedonic Editing Hypothesis)의 내용 중 기억해야 할 것은 첫째, 이익은 나누라는 것이다.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르면 이익은 나누어야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10% 할인한다고 이야기하는 것(통합된 이익)보다는 단골 할인 2%, 계절할인 3%, 판촉할인 5%를 합해 총 10%를 할인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분리된 이익)이 더 효과적이다. 실제 11번가에서 싸이닉을 단골 고객으로 등록하면 전 상품을 11% 할인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주고 구매 금액의 11%를 기존 마일리지로 사용 가능하도록 한 후 T멤버십 포인트로도 전 상품 11% 할인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3가지의 11% 할인 혜택을 중복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나 CJ푸드빌이 차이니즈 레스토랑 차이나팩토리에서 매주 수요일에 CJ원카드 회원은 제휴카드 30여 종의 할인 혜택 외에 1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차팩데이’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이익을 나눈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손실은 합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손실을 나누는 것보다는 손실을 합하는 것이 고객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요금 청구와 같은 부분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이용권을 구입하도록 하지 않고 처음 입장할 때 자유이용권을 구입해 마음껏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객의 손실지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앱(Application)을 사면 통신요금에 합산 청구되는 SK텔레콤의 ‘폰빌’ 서비스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 이용자들이 신용카드 없이도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유료 앱 구매가 가능하고 해외 화폐 대신 국내 원화로 앱을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함께 손실을 합산한 후 손실지각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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