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김치냉장고 무료 사용이 100% 구매로 이어진 이유

122호 (2013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매우 부진하다. 사람들은 집을 사려 하지 않고 전세만 찾는다. 그 결과 집 가진 사람은 하우스푸어가 되고 전월세자는 렌트푸어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바로보유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는 보유효과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번 글에서는 보유효과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 마케팅적 시사점을 알아보겠다.

 

보유효과란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할 것이 예상되는 물건에 애착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감사의 선물로 머그컵과 볼펜을 나눠줬다. 이후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머그컵이든 볼펜이든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환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해당 제품에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그 제품을 소유하는 순간 애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유하고 있는 제품을 내놓게 되면 그 순간 상실감이 커지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불필요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나이 드신 여성분들의 이삿짐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살림살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앞으로도 그 물건들을 쓸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분들은 이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새로 이사 가는 집에 가져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역시 보유효과 때문이다. 버리는 것보다 보유하고 있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한번 보유한 물건을 좀처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보유효과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여지없이 발생한다. 이제 곧 봄이 되면 대학교 입학식이 열린다. 예비 신입생들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들어갈 학교에 대한 애착이 월등히 증가한다. 소유하기로 예정되기만 해도 보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보유효과는 부동산 거래부진에 어떻게 적용될까? 한 소비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당연히 보유효과가 발생한다. 만약 이 소비자가 3억 원을 주고 샀더라도 마음속에서는 5∼6억 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낮은 가격에 파는 것에 대한 심리적 손실감이 매우 커진다.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을 정말 싫어하게 된다. 이들은 구매한 가격에 팔아도 손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은 이런 보유효과가 없다. 오직 계산에 의해서만 가격을 매기려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가격 형성이 불가하게 되고 거래량이 극도로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고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 설정 전략

 

보유효과를 활용하면 마케팅에서는 흥미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박충환 교수는 보유효과를 활용해 자동차의 판매가격이 변할 수 있음을 보였다(Park, Jun and Macinnis, 2000). 박 교수의 연구 특징은 내용이 똑같아도 정보의 제시방법을 다르게 해 판매가격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2개의 집단에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집단1) 가산 가격 지불 그룹(Additive Option Framing Method): 자동차, 기본모델은 12000달러, 변속기, 에어백, 선루프 등 원하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음. 모든 옵션 장착 시 가격은 17100달러.

 

집단2) 차감 가격 지불 그룹(Subtractive Option Framing Method): 자동차, 모든 옵션 장착 가격 17100달러, 변속기, 에어백, 선루프 등 원하지 않는 옵션을 제거 할 수 있음. 모든 옵션 제거 시 12000달러.

 

집단1과 집단2에 제시된 조건은 동일하다. 모든 옵션 장착 시 17100달러가 되고, 기본 모델만 구매하면 12000달러가 된다. 옵션은 자기가 원하는 수준에서 빼거나 더하면 된다. 집단1에 배치된 사람과 집단2에 배치된 사람들은 각각 얼마에 자동차 구매를 결정했을까? 가산 가격 지불그룹인 집단1의 실구매 평균 가격은 14451달러, 차감 가격 지불그룹인 집단2의 실구매 평균 가격은 15361달러로 나타났다. 논리적으로 주어진 조건이 똑같은데도 집단 간 실구매 가격 차이가 910달러나 났다.

 

차감 가격 지불그룹이 가산 가격 지불그룹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왜일까? 이들은 정보처리를 풀옵션에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모든 옵션을 보유자산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옵션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때마다 심리적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가산 가격 지불 그룹은 각 옵션에 대한 보유효과가 없다. 단지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가격을 계산해 구매하려 한다. 따라서 더 낮은 가격에서 옵션을 결정하게 된다. ( 1) 즉 자동차의 가격을 결정할 때에도 어느 시점에서 정보처리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보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작은 측면에서도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체험마케팅

 

기존 마케팅 전략에서 보유효과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는 체험마케팅이다. 먼저 체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보유효과가 발생해 해당 제품을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보자. 김치냉장고 딤채의 사례다. 마케팅 자원이 부족한 딤채는 시장 출시 초기인 1996, 200명의 품질평가단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3개월간 무료로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놀랍게도 100% 구매로 이어졌다. 딤채가 이 체험단 운영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잡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전자 하우젠 버블 세탁기도 800명의 체험단을 운영,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기대심리를 높여 구전효과를 극대화한 바 있다. 홈쇼핑은 체험마케팅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 중 하나다. 이들은 1주일 무료 체험기회를 주고 100% 반품보증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선택률을 월등히 높여 보유효과를 유도한다. 실제 반품률은 1∼2% 수준이라고 한다. 온라인 오픈마켓(G Market, 옥션, 11번가 등)도 다양한 형태의 무료 반품 행사를 시행한다. 이 역시 선택률을 월등히 높이고 실제 반품률을 낮추는 효과를 유도한다. 할인매장의 식음료매장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식행사가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30%의 추가 매출을 유도한다. 음용하는 것만으로도 보유효과가 발생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마케팅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미리 사용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의 모든 이론적 배경에는 보유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50대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 90% 수준이라고 한다. 50대의 투표율이 이토록 높았을까? 이것 역시 보유효과로 설명 가능하다. 보유효과는 물건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변화는 싫어하고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증가한다. 50대 이상은 변화가 두려운 세대다. 변화는 곧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본능적인 현상이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욕구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을 잃어버리는 게 매우 큰 상실감으로 지각됐을 것이다. 그 결과는 90%의 기록적인 투표율로 이어졌다. 아마 50대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번 대선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보유효과는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마케팅적 교훈

 

보유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 효과적이다. 보유효과의 핵심은 먼저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소유를 예상하기만 해도 보유효과를 느낀다. 그것이 제품이건, 서비스건 상관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홍보할 방법을 찾는다면 가능하면 적합한 고객을 찾아 이들에게 먼저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

 

이때 고객을 한정해 진행하면 효과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아무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소수의 사람에게 먼저 주는 혜택이라고 포장한다면 더 높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핵심고객에게 먼저 혜택을 주면 이들의 차별적 보유효과는 더 커지게 될 것이고 구전효과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잊지 말자. 사람은 한번 소유하게 되면 특별한 애착이 생긴다. 좋은 제품이라면 먼저 제공하고 이후 보유효과를 기다리는 게 수순이다. 상실감을 느끼게 하라, 저절로 보유하게 될 것이다.

 

 

분석 연구

 

Park, C.W, Jun, S.Y., & Macinnis, D. J. (2000). Choosing What I Want Versus Rejecting What I Do Not Want: An Application of Decision Framing to Product Option Choice Decision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May. 187-202.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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