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념 논쟁이 한창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산업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종북’이다. 국회의원 중엔 분명 국익을 위해 나라 경제를 걱정하며 불철주야 힘쓰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준 이하의 일부 정치인 탓에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면모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국회가 내놓는 최종 성과는 가장 형편없는 정치인들의 수준으로 떨어지곤 한다. 경영학에서 이런 현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개념으로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엘리 골드렛이 제창한 ‘제약조건이론(TOC·Theory of Constraints)’이 있다. 골드렛은 공장을 경영하던 지인으로부터 생산 스케줄링 상담을 받고 자신의 물리학적 지식과 통찰을 토대로 이 이론을 개발했다.
TOC의 핵심은 병목(bottleneck)을 일으키는 지점의 생산성이 전체 생산성을 결정하므로 문제가 되는 제약 요소를 발견해 이를 해결해야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TOC는 1980년대 후반 미국 내 제조업, 특히 생산관리 분야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골드렛이 소설 형식을 빌려 TOC의 기본 원리를 쉽게 풀어 쓴 <더 골(The Goal, 1984)>은 지금까지도 MBA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힐 정도다.
TOC의 적용 범위는 단순히 공장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 등 어느 조직이건 성과의 흐름을 방해하는 제약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제약 요소가 전체의 성장을 좌우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Liebig’s law of the minimum)’과도 맞닿아 있다.
19세기 독일의 화학자이자 ‘비료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생장 과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장은 필수 영양소들의 총합이 아니라 가장 모자라는 요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높이가 서로 다른 판자를 엮어 나무 물통을 만들었을 때 가장 키가 낮은 판자 높이 이상 물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훌륭한 인재들이 수두룩한데도 왜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나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있다면 시스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병목이 어디인지부터 찾아내야 한다. 조직의 경쟁력은 가장 낮은 기능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란 부분이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드렛의 소설 <더 골>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보이스카우트 단원인 아들 데이비드와 함께 떠난 하이킹에서 단원들의 전체 행군 속도는 앞에서 빨리 움직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후미에서 자꾸 뒤처지는 뚱뚱한 아이(허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알렉스는 허비를 행렬 맨 앞에 세운 후 그의 배낭 속 짐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 지게 함으로써 허비가 좀 더 빨리 걸어갈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행군단의 전체 속도도 높일 수 있었다.
병목을 발견하려는 노력에서 핵심은 실적이 저조한 영업사원, 매출·이익 기여도가 낮은 부서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제약 요소뿐 아니라 비효율적 업무 프로세스, 원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부서 간 장벽(silo) 등 무형의 제약요소까지 함께 점검하는 것이다. <더 골>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행렬 재배치라는 프로세스 혁신과 병목 부위의 성능 개선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보이스카우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제약 요소와 함께 ‘보이지 않는’ 제약 요소, 즉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의 루틴(routines)까지 찾아내 이를 개선할 때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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