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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 2

1등보다 빠른 2등 전략, ‘1400만 신화’ 쓰다

최한나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나연(숙명여대 영어영문과 3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2009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한국 모바일 시장은 요동쳤다. 이전까지 삼성은 음성통화와 문자 중심의 피처폰 시장에서 고가 시장을 장악하며 중저가 시장을 차지한 노키아와 함께 강력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일부 네티즌 중심의 반짝 인기라고 깎아내리기에는 아이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모바일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전자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11 1031일 독일 최대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는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해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2년의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스마트폰 시장의 선발주자인 애플을 제치고 부활한 것이다.

 

세계는 삼성의 저력과 복원력에 놀랐다. 이 신문은삼성이 시장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며 조용하고 끈질기게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대반격의 핵심 전력은 아이폰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갤럭시S 시리즈였다. 특히 올해 4월 시장에 나와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 치운 갤럭시SⅡ는 아이폰을 앞서 나가는 기폭제가 됐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마케팅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베스트 마케팅 조사에서 갤럭시SⅡ단기간 내 시장파급력이 돋보였다는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100점 만점에 88). 전문가들은 또브랜드 관리를 잘했다항목에 점수를 많이 주며(100점 만점에 82) 갤럭시SⅡ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갤럭시S의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삼성의 질주, 아이폰 덫에 걸리다

아이폰 돌풍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안팎의 위기감은 컸다. 일각에서는삼성이 하드웨어에만 매달리다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미처 확보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는 비관적 시각이 커져갔다.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피처폰에서 벌어들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쉽사리 방향을 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흘러나왔다.

 

외부 환경도 좋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자동차 업계를 장악했던 일본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휘청거렸다. 삼성 안팎에서는자만해선 안 된다는 자성과 위기감이 고조됐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아이폰은 세계 시장에서 1억 대 넘게 팔렸다. 아이폰이라는괴물이 등장하자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10년 넘게 1위 자리를 내놓지 않던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애플은 올해 들어 2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아이폰의 강점은 깔끔한 디자인과 색다른 기능만이 아니었다. 아이폰이라는 제품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고유의 모바일 생태계가 있었다. 개발자들이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자유자재로 올리고, 사용자들은 필요한 앱을 내려받아 쓰는 앱스토어(App Store) 서비스가 이 모바일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심축이었다. 제품과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개발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은 다음 해에 곧장 앱스토어를 열었다. 아이팟(iPod)을 내놓으며 아이튠스(iTunes) 서비스를 시작한 경험을 모바일에 적용한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스토어를 이용해 각 분야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표준화된 기능과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기존 휴대전화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은 애플이 선보인 새로운 방식에 환호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서비스로 시장 변화

스마트폰 등장은 한국 모바일 시장의 판도도 바꿨다. 2009 11 KT를 통해 아이폰3가 상륙하면서 국내 시장도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이제 2000만 명이 넘는다. 올해 말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 속도는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무척 빠른 편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애플의 선전은 위협적이었다. 아이폰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옴니아가 있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조차도 아이폰의 적수가 못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삼성전자의 위상도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스마트폰 시대에 세계 시장을 공략할 만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마땅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운영체제(OS)를 확보하지 못했다. 자체 개발한 OS 바다(Bada)를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기에는 기술이나 인지도 면에서 부족했다.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도 갖추지 못했다. 아이폰은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서비스 시스템(Product-Service System)의 모델이었지만 삼성의 휴대전화는 아직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을 벗어나지 못했다. 애플은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에 이르는 제품군과 아이튠스 및 앱스토어 등 서비스 기반이 결합해 소비자가 스스로 가치사슬을 만들고 생존 및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상태였다. 한 번 만들어진 생태계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전 제품과 밀접하게 연결돼 소비자를 잡아두고 불러 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앱과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인프라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스마트폰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였다.

 

선두보다 더 과감하게 움직여라, 삼성의 승부수

직면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이 선택한 전략은 한마디로 선발주자보다 더 빨리 혁신을 수용하고 시장표준을 신속하게 장악하는신속한 2(Fast Second)’ 전략이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폴 게로스키(Paul Geroski)와 콘스탄티노스 마키데스(Constan tinos Markides) 교수는 2004년 출판한 ‘Fast Second’에서 이 전략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신생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지배적인 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상을 갖고 있던 후발주자가 시장에 참여해 규모를 키우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전략을 말한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시장을 개척한 신생기업들이 주류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자원이 부족한 신생 혁신기업이 선발자의 우위(first mover advantages)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시장이 변화하는 흐름을 간파하고 적절한 시기에 진입한 강력한 기존 기업들이 제품을 표준화하고 가격을 낮춰 유통망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장악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아이폰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향후 행보는 더 과감하고 신속했다. 삼성이 보유한 기술력과 생산, 마케팅 역량 등을 총결집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드웨어는 어느 휴대폰보다 우수하다. 다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생태계 구축에는 늦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에 13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그 이상을 쓸 것이다.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010 2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0’ 전시회장에서 기자들에게 삼성의 반격을 예고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스마트폰에 그동안 준비해온 역량을 총집결해 2010년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은 반격을 시작했다. 2010 3월 처음으로 공개된 갤럭시S 시리즈였다. 2010 5월 제너럴일렉트릭(GE) 임원진이 삼성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자리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S를 공개했다. 삼성이 쌓은 모든 것을 녹여 넣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 GE 임원들은 미리 공개된 갤럭시S를 보고지금까지 본 스마트폰 중 최고라고 손가락을 꼽았다.

 

구글의 앤디 루빈 부사장이또 하나의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치켜세웠던 갤럭시S는 아이폰4와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였다.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OS) 2.1 버전을 탑재하고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인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1㎓ 초고속 프로세서를 장착한 갤럭시S는 아이폰4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2011년이 되자 삼성은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스마트폰 가운데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갤럭시SⅡ를 내놨다. 갤럭시SⅡ휴먼 디지털리즘을 기치로 걸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했지만 인간다움을 추구한 갤럭시SⅡ는 시장에 나온 지 85일 만인 7월 말에 500만 대가 팔렸다. 9월 말에는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전작 갤럭시S가 기록한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1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하루에 6만 대 이상 갤럭시SⅡ가 팔려나갔다. 1초에 1대꼴로 팔린 셈이다. IDC 등 시장조사기관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23.8%로 끌어올려 애플(14.6%)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Ⅱ의 성공 요인

새로운 동향을 재빨리 포착하고 소비자의 인식 및 시장 변화를 읽어낸 후 적합한 타이밍에 경영 활동을 최적화해 선발주자가 확보한 시장에서 지배자로 올라서는 것은 전형적인신속한 2등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애플로 인해 촉발된 핸드폰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한 결단과 전략 수립에 나섰다. 선발주자가 내놓은 지배제품과 비슷하면서도 고유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적시에 출시해 소비자를 공략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지닌 하드웨어적 기술력과 막강한 마케팅 능력이 활용됐다. 모든 과정은 삼성이 보유한 수직통합적 시스템에서 유기적이며 효과적으로 추진됐다.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갤럭시S와 갤럭시S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전략이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업체로 끌어올렸다.

 

① 최적의 타이밍 포착

휴대전화 시장이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사용을 겸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가장 빨리 포착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단순한 통신 수단이었던 휴대전화를각종 업무 및 취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재인식하게 하는 데 주력했고 이에 발맞춰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폰은 단숨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지배제품으로 떠올랐다.

 

아이폰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기존 휴대전화 브랜드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빨리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에 나선 곳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휴대전화 시장의 변화를 읽고 곧바로 아이폰에 대적할 만한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상당히 짧은 시간에 완성도 높은 갤럭시 시리즈를 내놨다.

 

‘신속한 후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제 시장에 진입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최적의 타이밍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소비자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며 광범위한 보조제품이 등장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시장에 선보인 때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널리 알려지고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친근해진 상태였다. 앱스토어와 아이튠스로 자신만의 핸드폰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가치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아이폰의 강점을 살려주는 다양한 보조제품인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폰이 시장을 완전히 잠식하고 시장 표준이 되기 전에 아이폰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시장 진입은 애플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애플이 촉발시킨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곧바로 전략 수립 및 실행에 들어간 삼성의 결단력이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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