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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의 CBT 사업

한국의 온라인 파워셀러, 이베이 타고 ‘수출 역군’ 변신

박용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주현(서강대 중국문화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학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조응래 씨는 요즘 학원이 아닌 인터넷으로 ‘출근’한다. 지난해 5월부터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상품을 수출하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100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해외에 수출했다. 기업도 단기간에 쉽지 않은 일을 개인이 인터넷으로 달성한 것이다. 조 씨는 이베이를 통해 3D TV 안경을 판매하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TV는 보통 가정에 한 대씩 보급되지만 시청자는 여러 명이기 때문에 3D 안경의 수요가 꽤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 씨는 이 틈새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베이에서 거래하는 한국 셀러 중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이베이에서는 세계 200여 개 국의 회원 9700만 명이 상품을 거래한다. 이 가상공간의 시장을 통해 1초당 2000달러어치의 상품이 세계 각지로 팔린다.
 
조 씨처럼 대규모 거래를 하는 한국인 셀러들은 아직 많지 않다. 100만 달러 이상으로 거래하는 한국인 이베이 셀러는 1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은 60여 명, 홍콩은 90여 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이베이에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코리안 셀러’는 약 7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터넷 선진국이자 제조업 강국이라는 한국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001년 옥션,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는 한국의 인터넷 상거래 인프라와 온라인 수출의 간극에 주목했다. 한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터넷 셀러들을 ‘온라인 수출전사’로 키워낸다면 이베이 플랫폼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베이는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중국과 홍콩 시장에서 셀러 마켓을 개척한 경험도 있었다.
 
이베이는 2009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시야를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내수에서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로 점차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산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수출하는 이른바 ‘국가간교역(CBT·Cross Border Trade)’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한국 오픈마켓의 폭발력과 이베이의 글로벌 영향력을 연계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베이를 통한 한국의 온라인 수출 규모는 2008년 170억 원이었다. 이베이가 CBT 사업에 나선 2009년엔 400억 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500억 원 규모를 내다보고 있다. 이베이는 온라인 수출의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생소한 CBT 사업을 어떻게 키웠을까. 이베이코리아의 한국 CBT 성장전략을 분석했다.
 
이베이, 코리안 셀러에 눈을 돌리다
이베이는 한국 인터넷 상거래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활용했다. 이베이는 한국 오픈마켓 1, 2위 회사인 G마켓과 옥션을 합병하고 올해 8월 이베이코리아를 설립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진출이 일단락된 것이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이베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에 한국의 발달된 인터넷 상거래 인프라에 깜짝 놀랐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어려운 인터넷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일이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고 양질의 온라인 셀러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베이는 옥션과 G마켓의 경쟁력을 이베이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옥션과 G마켓의 셀러들이 이베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①탄탄한 인터넷 상거래 이용자 기반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 상거래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 유통업 중 온라인 유통채널의 비중은 12%에 이른다. 인터넷 사용 인구와 인터넷 쇼핑몰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셀러를 확보할 수 있는 오픈마켓 이용자의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양질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다.
 
② 30만, 40만 명 이상의 셀러 기반
한국에서는 인터넷 상거래가 오래 전에 자리를 잡았다. 구매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온라인 사기, 불법상품 거래 등의 인터넷 상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정화됐다. 이 결과 인터넷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셀러들이 양성됐다. 옥션과 G마켓에서 활동하는 셀러들만 약 30만∼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 셀러 간의 시장 경쟁도 무척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나 이사는 “한국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서 활동하는 셀러들은 포화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으며 한국 셀러 간의 경쟁이 덜 치열한 이베이 시스템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③한국 상품에 대한 해외 구매고객 관심 증대
해외 구매자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문화와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또 온라인 수출에 필수적인 국제 물류 인프라와 전자지불결제 시스템도 크게 개선됐다. 최근에는 100g당 1600원 정도에 물품을 해외로 배송할 수 있으며 상품 배달 기간도 10일 내외로 줄었다. 페이팔 등을 이용하면 인터넷에서 해외 상품을 쉽게 구매하고 결제할 수도 있다.
 

 
이베이의 수익모델은 단일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거래하는 전통적인 ‘양자관계 모델(Dyadic relationship Model)’이 아니다. 복수의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들의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시장(e-marketplace) 모델이다. 다수의 서비스 제공자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e서비스 플랫폼을 토대로 한 ‘멀티 서비스 제공자(Multi service providers)’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브랜드 매장으로 구성된 백화점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판매자, 이용자로 구성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스토어 등도 ‘멀티 서비스 제공자’ 모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멀티 서비스 프로바이더 모델의 e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고객으로 구성돼 있다. 이베이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서비스 제공자 측면의 고객이며,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이용자는 바이어 측면의 고객으로 볼 수 있다. 셀러는 상품 등록, 거래, 지불결제 과정의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 창출원이다. 셀러에게 물건을 구매하는 바이어는 셀러 확보나 플랫폼에서의 광고 홍보 서비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고객이며 이베이의 간접적인 수익 창출원이다.
 
 
2010년 2분기(4∼6월) 기준 이베이 매출 가운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매출(거래수수료, 광고 등)이 56%, 전자지불결제시스템인 페이팰서비스 매출이 37%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190개 시장의 25개 통화로 거래되며 1억 명 이상의 적극적인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팰 서비스 거래 수입 중 34%가 온라인 시장 사업부의 셀러 고객을 통해 발생했다.
 
이베이의 수익모델은 대량의 상품을 거래하는 양질의 셀러 고객을 확대해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베이가 양질의 셀러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CBT를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2010년 4분기 이베이의 판매액 가운데 20%가 CBT에서 발생했다.
 
이베이는 CBT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 공장’인 중국과 거점 교역도시인 홍콩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홍콩 이외 한국, 일본, 인도, 대만, 태국으로 셀러 고객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셀러들이 각각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과 공급망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 CBT 사업의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일본은 패션 상품, 인도는 보석 가공품과 다이아몬드, 대만은 장난감과 자동차 부품, 태국은 보석 등의 품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수출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문제는 온라인 수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 셀러들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 물건을 판매하려면 영어 등 목표 시장의 언어 장벽을 극복해야 하고 해당 시장의 고객과 상거래 관행 등의 시장 정보도 얻어야 한다. 게다가 관세나 통관절차 등의 온라인 수출 관련 전문 지식과 경험까지 있어야 한다. 믿음직한 바이어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한국 셀러들에게 익숙한 오픈마켓인 옥션 및 G마켓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진행되는 이베이 시스템의 기술적 차이도 장애물이었다. 임지현 이베이코리아 CBT팀 부장은 “한국의 오픈마켓인 옥션, G마켓과는 다른 시스템, 언어 장벽, 해외 시장 정보 부족이 CBT 사업 확대의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①시스템과 기술의 괴리
옥션과 G마켓에서는 상품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MD’라고 불리는 직원이 개입하지만 이베이에서는 거래의 대부분이 시스템에서 처리된다. 셀러들이 상품 등록, 마케팅, 거래 등을 알아서 처리하는 ‘셀프 서비스 기술(Self service technology)’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화 통화 등으로 해결하지만 이베이에서는 e메일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점도 다르다.
 
②언어 장벽
셀러들이 미국 시장에 상품을 팔려면 이베이 사이트에서 영어로 상품을 등록하고 마케팅, 배송, 결제 등의 프로세스를 처리해야 한다. 영어에 서툰 셀러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베이의 정책을 어겨 ID가 정지되거나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처리하려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나 이사는 “일부 셀러들이 영어에 능통한 필리핀인을 고용해 판매를 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셀러들은 1인 기업에 가까워 어학 능력이 뛰어난 전문 직원을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③심리적 장벽과 정보 불균형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과 심리적 거리감도 CBT 사업을 어렵게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오프라인 무역의 경우 물리적 거리가 길수록 거래량도 위축된다. 온라인 수출에서는 물리적 거리에 따른 거래 위축이 오프라인 무역거래보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크다. 해외의 어떤 시장에서 무슨 상품이 누구에게 팔릴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수출을 하려면 거래, 물류, 세금 등 수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실무 지식도 필요하다.
 
④B2C 온라인 수출에 대한 인식 부족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는 탄탄한 중소기업은 CBT 시장의 잠재적인 셀러 고객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 등의 기존 방식에 익숙해 온라인 수출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또 생산자가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소비자 거래(B2C) 방식보다는 현지 유통회사 등을 통한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대규모 거래를 선호한다. 정부의 온라인 수출 지원 정책도 B2B 방식의 대규모 거래에 집중돼 있다.
 
코리안 셀러에 날개를 달아라
이베이코리아는 2009년 이후 본격적인 CBT 사업 확대에 나섰다. 2010년 CBT 전담팀도 만들었다. 이베이 셀러들이 생소한 이베이 시스템과 온라인 수출 개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판매지원 사이트(www.ebay.co.kr)도 열었다. 온라인 수출에 대한 기술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 CBT 사업에 참여하는 셀러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1. 고객 확장 전략
① 비()고객 대상 마케팅 강화
이베이코리아의 CBT 사업의 신규 고객기반 확대에 나섰다. 이베이코리아는 2010년 CBT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 2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이베이 판매왕 경진대회’를 열었다. 온라인 수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잠재적인 셀러 고객을 고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상거래에 익숙하며 어학 능력이 우수한 대학생과 같은 비고객이 타깃이었다.
 
 
4개월간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모두 650명이 참가해 3만4000개의 제품을 이베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판매했다. 대회기간에 참가자들의 누적 매출액은 120만 달러에 이르렀다. 대학생 참가자의 열기도 뜨거웠다. 전체 참가자 중 180명(27.7%), 20대 참가자 10명 중 7명이 대학생이었다. 가장 많은 상품을 판매한 참가자도 대학생이었다. 김용훈 씨(당시 충남대 경영학과 3학년)는 자동차 튜닝 용품으로 약 2만 달러 이상을 판매해 학생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김 씨의 실적은 일반인 대상 수상자인 최준호(28) 씨의 거래액(1만8000달러)보다 많았다. 김 씨는 강의가 비는 시간에 물품을 조달해 스쿠터에 물건을 싣고 우체국으로 가서 해외로 물건을 배송하며 온라인 수출 노하우를 터득했다. 일반인 부문 대상자인 최 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4개월간 이베이 CBT 글로벌셀러 교육을 받은 초보 셀러였다.
 
② ‘우물 안 개구리에서 세계 시장으로’, 과충족(Overshot) 고객 유인
국내 오픈마켓의 셀러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 지나친 마케팅 비용, 까다로운 소비자의 요구 등으로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당일 배송을 하려면 재고도 넉넉하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컸다. 반면 CBT는 해외 배송에 1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고객들이 배송 시간에 비교적 관대하며 재고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내수 오픈마켓에서는 고객이 상품을 수령한 뒤에 대금이 결제되는 반면 이베이에서는 고객이 결제하는 순간 은행에 대금이 이체되는 장점도 있다. 국내 거래는 전화 응대 등의 사후관리 서비스 수요가 많지만 이베이 거래는 e메일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처리된다. 해외 수출의 경우 부가가치세가 환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게다가 해외에는 다양한 사업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계절이 한국과 반대인 호주 등 남반구 국가에 계절상품이나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치열한 경쟁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내수 셀러 시장으로 파고들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CBT 사업의 장점을 집중 홍보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9년 4월 G마켓 인수를 계기로 옥션-G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달에 3회 이상의 정기적인 사업설명회를 열고 CBT 사업을 알렸다. 한 달에 5번씩 교육도 진행했다. 2009년 말에는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 셀러를 대상으로 온라인 수출 강의도 열었다. 온라인 수출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 교육을 제공하자 기존 셀러들의 참여도 늘기 시작했다. 이베이코리아가 CBT 판매를 희망하는 교육생 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1%는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베이가 마련한 교육에는 현재까지 1만5000명이 참여했다.
 
③‘새로운 채널을 제공하라’, 미충족(Undershot) 기업 고객 확보
제품과 수출 등의 전문지식을 갖춘 중소기업이나 유통회사는 CBT 사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고객이다. 특히 특정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회사들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원할 가능성이 컸다.
 
이베이코리아는 2010년 12월 이베이를 통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베이 위탁판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우수 중소기업 상품의 이베이 사이트 등록, 배송, 판매대행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DHL과 손을 잡고 이베이를 통한 수출업체의 국제 배송료 할인 서비스를 하고 국제 배송 관련 연간 30억 원에 이르는 물류비용을 옥션이 전액 지원하는 사업도 시도해봤다. 옥션은 미국 LA 현지에 물류 창고도 확보했다. 국내 판매자들의 제품을 미리 물류창고에 보내 주문이 들어올 때 바로 미국 현지에서 국내 배송을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영국, 독일, 호주 등으로 물류창고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나 유통회사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8월 이베이를 통해 패션잡화, 모바일 액세서리, 카메라 용품, 화장품, 한국 전통 상품, 한류 상품 등 30종의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 밖에 패션, 화장품 분야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이베이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2. 셀러 역량 강화프로그램
이베이는 한국 셀러의 CBT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CBT와 이베이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온라인 수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 사전 판매 단계, 거래 단계, 사후 판매 단계별로 교육을 진행했다.
 
1) 거래 단계별 역량강화 프로그램
①사전 판매 단계: 고객화 프로세스
이베이는 셀러 고객 기반 판매지원 사이트와 옥션·G마켓의 ‘판매자 교육센터’를 통해 해외 판로개척 및 창업을 원하는 셀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신규 판매자와 ‘파워 셀러’로 나눠 판매 기본 교육, 심화과정 등의 교육을 무료로 진행했다. 판매지원 사이트에서는 실제로 가상으로 거래를 해볼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영상 안내 프로그램도 올려놓고 있다. 현재 한 달 평균 약 1500명의 개인 및 기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CBT 입문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이베이 소개와 성공사례, 아이템 선정, 셀러툴 활용하기, 이베이와 페이팰 가입, 상품 등록 및 페이지 작성 요령 등 셀러들이 알아야 할 실무지식으로 구성됐다. 지방 셀러들을 위해 2, 3개월 단위로 지방에서 교육도 진행한다. 이베이는 언어장벽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베이 정책, 용어 등을 번역본을 제공하고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표현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②거래 단계: 거래 촉진 프로그램
이베이코리아는 셀러들이 실제 거래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판매 경험이 많은 셀러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이베이를 통한 마케팅 기법을 알려주거나 이베이 내에 스토어를 꾸미는 방법, 거래량이 늘어날 때 판매 한도를 해결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또 외부 교육기관을 통해 유료로 고급 판매기법을 일대일로 컨설팅해주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판매에 도움이 되도록 환율, 국가별 정보 등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준다. 특히 이베이 사이트 내에서 상품 경쟁력분석 툴인 ‘테라픽’과 터보리스터(대량등록 툴)를 지원해 셀러들이 해외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테라픽은 이베이의 마켓플레이스 내의 최신 판매 데이터를 제공해 판매 및 구매 활동을 향상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90일 이내에 등록된 상품의 상세 내용, 2년간의 상품 카테고리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으며 마켓 동향, 계절별 특성을 분석하고 제품의 최적 판매가를 추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터보리스터는 대량으로 상품 등록을 할 수 있는 리스팅 툴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베이최강’ ‘이·셀·모(이베이 셀러들의 모임)’ 등 외부 커뮤니티에 온라인 강의 등을 지원하며 회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셀러들이 갖고 있는 CBT 관련 ‘암묵지(tacit knowledge)’를 공유할 수 있는 셀러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것이다. 셀러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온라인 강의, 국가별 상품 소싱 노하우, 마케팅 전략, 세무 및 법률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판매지원 사이트 내에서는 거래 과정에 자주 쓰이는 영문 표현을 정리해 한국어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2011년 9월에는 이베이유니버시티 운영을 시작하고 이베이에서 자주 쓰이는 영어에 대한 특강도 진행하고 있다.
 
 
③사후 판매 단계: 문제 해결 지원
이베이코리아가 CBT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에는 셀러들이 거래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베이 본사에 e메일로 직접 연락해야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판매지원 사이트 내에 문제해결센터를 열었다. 셀러가 이베이 아이디 등의 개인정보와 문제 내역을 문제해결센터에 등록하면 한국의 고객지원 담당자가 이를 2∼5영업일 내에 e메일로 답변해준다. 판매자 신원 검증을 위한 서류 제출, 판매 한도 등의 문제 등을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나 이사는 “판매자들이 판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계별 판매 절차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을 돕고 있다”며 “판매자에게 답변 결과를 SMS로 통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한국 셀러들이 늘어나면 한국어 콜센터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셀러 학습 프로세스
이베이는 셀러 고객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학습 프로세스를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 △타인에게 배워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 △고객 스스로 일을 하면서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을 고려해 설계했다.
 
첫째, 고객은 새로운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기술과 지식을 쌓는 ‘투자에 의한 학습(learning by investment)’ 과정을 거친다. 이베이는 셀러들이 더 다양한 판매기법과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셀러의 수준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유·무료의 실무교육을 제공했다. 또 셀러들이 스스로 바이어를 발굴하고 거래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상(韓商)과의 네트워크도 주선한다. 이는 셀러들이 다양하고 더 부가가치가 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프로세스다.
 
 
둘째, 고객은 다른 고객, 서비스 사용자와 지식을 교환하면서 서비스 사용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지식 교환은 고객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때 교환되는 지식이 서비스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초지식과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타인으로부터의 학습(Learning-from-others)’이라고 한다. 이베이의 경우 셀러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셀러들끼리 서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베이 시스템 내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분석한 정보를 제공해 셀러들이 시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독일 등 낯선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셋째, 고객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능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한다. 서비스를 쓰면서 더 많은 지식이나 기술을 얻는 것이다. 이를 ‘실무수행에 의한 학습(Learning-by-doing)’이라고 한다. 이베이는 실무수행에 의한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이베이 시스템의 회원 가입, 상품 등록 및 거래 등의 과정을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가상 거래를 통해 셀러 스스로 지식을 축적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이다. 또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문제해결센터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지식 축적을 지원하고 있다.
 
 
 
CBT 사업의 성과
이베이를 통한 한국 셀러들의 온라인 수출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베이를 통한 한국 셀러들의 수출 실적이 올해 1500억 원, 2015년에는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셀러들이 이베이를 통해 가장 많이 상품을 수출한 국가는 미국(83%), 호주(10%), 영국(4%), 독일(1%)순이었다. 이 밖에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의류-액세서리(33%), 카메라-부품-촬영용품(11%), 건강-뷰티 관련 상품(5%), 보석-시계류(5%), 가전제품(4%)순으로 나타났다.
 
이베이를 통한 온라인 수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주최하는 이베이 판매자 교육을 수료자는 2011년 2분기(4∼6월) 44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200명)의 갑절로 증가했다.
 
성공 요인
온라인을 통한 CBT 사업은 자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이베이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환경에 맞춰 CBT 개념을 도입하고 시장 진입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서비스 혁신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CBT 사업의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계적인 시장 진입 전략을 통해 CBT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베이는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합병하며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진입했다. 이 결과 G마켓과 옥션에서 오랜 판매 경험을 쌓은 베테랑 셀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CBT 셀러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둘째, 시장의 변화 신호를 포착했다. 이베이코리아는 한국 시장 내에서 비고객(Non customer), 과충족 고객(Overshot), 미충족 고객(Undershot) 고객의 니즈를 포착했다. 이를 활용해 대학생 등 비고객층을 확보하고 내수 오픈마켓의 경쟁에 노출된 파워 셀러(과충족 고객)와 새로운 수출 채널을 원하는 중소기업과 유통회사(미충족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셋째, 셀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수출에 대한 언어, 기술, 전문지식의 장벽을 해소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사전 판매, 거래, 사후 판매 단계별로 셀러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제공했다. 또 셀러 네트워크와 연계해 셀러들의 지식과 경험이 공유될 수 있도록 도왔다. 시장 변화 신호를 읽고 타깃 고객층을 확인한 후 이베이 시스템 사용자로서의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습프로세스와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넷째, 공유가치를 강조한 포지셔닝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CBT 사업을 온라인 수출로 포지셔닝하고 한국의 온라인 수출 확대와 CBT를 통한 창업 증진을 사업 목표로 내걸었다. 온라인 수출과 창업 확대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고 기업도 성장하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사업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다섯째, 공공 부문과 파트너십을 통한 협업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잠재고객인 중소기업과 소상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소기업청 등 유관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중소기업청과 KOTRA 등과 연계해 온라인 수출설명회, 창업 강좌, 글로벌 B2B 사이트 등록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온라인 수출창업의 성공기업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시사점과 과제
이베이코리아는 2015년 한국 셀러들의 CBT 규모를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 평균 40%씩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기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첫째, 품목과 지역 다변화다. 전체 온라인 수출의 80% 이상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 판매 품목의 47%가 패션 상품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패션 외에도 전자제품, 생활용품, 문화상품 등으로 다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한국 CBT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중국, 홍콩 등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한국의 주력 상품군과 셀러들의 기술적 준비도(Technology readiness)와 수출 전문성(export expertise)이 이들 국가와 다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보다 정교한 셀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시장 개척 전략을 세워야 한다.
 
셋째, 한국 내의 B2C 수출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해야 한다. B2C 방식의 수출이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수출 전문 중소기업의 인식과 참여가 낮은 편이다. 또 정부 지원도 해외 상품 전시회 등 오프라인 행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온라인 수출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인터넷은 물론 모바일 인프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모바일 커버스 등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이베이의 엄격한 구매자 보호정책이 셀러 고객 확대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셀러 고객에게 이베이의 구매자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구매자 보호정책과 관련한 셀러들의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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