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본 마케팅

운명은 없다…게임의 룰 이해하면 이긴다

88호 (2011년 9월 Issue 1)

 

게임이론과 마케팅 전략
모든 경쟁은 본질적으로 게임이다. 날로 심화돼가는 극심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자를 제압하고 시장을 장악하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경영 관련 용어들을 보면 경쟁 양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경영 일선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들은 군사 용어나 스포츠 용어에서 차용된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유사점들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은 스포츠, 혹은 전쟁과 큰 차이가 난다. 전쟁이나 스포츠에서는 경쟁자를 패배시키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반면 기업경영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경쟁자와 공멸할 수도, 혹은 전쟁에서 패배하고도 작지 않은 영토를 확보할 수도 있다. 경영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기업들은 경쟁자들을 파산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사업을 눈부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심지어 경쟁자들을 초토화시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는 경쟁자의 눈부신 성공이 반드시 나에게 끔직한 소식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 성공의 핵심요인은 결점이 없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는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일 기업들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 게임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가와는 상관없이 참담한 실패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최적의 게임을 판별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게임이 나에게 맞지 않는 엉뚱한 게임이라면 현재의 게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게임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마케팅 전략가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게임이론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게임이론은 천재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과 경제학자 오스카어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이 1944년에 공저한 게임과 경제적 행동이론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게임이론은 경기자(player)들이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금세기 최고의 과학적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이론은 경쟁을 바라보는 하나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 경기자의 행동에는 반드시 경쟁자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내 행동에 다른 경기자들이 어떤 반작용을 해올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와 내 경쟁자들이 실행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종류의 대응들을 예측해야 한다. 그다음 예측된 모든 대응들을 역방향으로 논리적으로 추적해 올라가면서 분석해야 오늘 내 의사결정이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도록 통제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자기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게임이론에서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다른 경기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다른 경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재의 게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발견한 게임에 단순히 순응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게임으로 현재의 게임을 바꾸어 나가야 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다. 다음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영자는 자사에 적합한 최적의 게임을 도출함으로써 현재의 게임에 순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게임의 역설: 모두가 패자인 상호 파괴적 경쟁에서 모두가 승자인 Win-Win 게임으로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상호파괴적인 판촉경쟁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사에서 딜러에게 지급하는 연말 판매수당과 가격할인은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잠식했다. 한 기업이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다른 경쟁사들도 이에 따라야 했다. 거기에다 소비자들은 가격 리베이트까지 원하는 실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GM(General Motors)은 한 은행과 손잡고 사용금액의 5%를 1년에 500달러까지, 총 3500달러까지 적립해 GM 상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GM 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두며 폭발적인 가입률을 기록했다. GM은 이 카드를 통해 포드 등 경쟁사들의 미래 고객들을 선점해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이 카드의 전략적 목적은 당시 업계의 판매경쟁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있었다. 카드 가입자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GM은 그때까지 구매고객에게 지불하던 다른 모든 인센티브들을 중지하고 이를 카드의 혜택으로만 대체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GM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고객군에게는 상대적인 가격인상과 같은 효과로 나타났고 그 결과 경쟁사인 포드에도 가격을 따라서 인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됐다. 이에 따라 GM도 포드에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GM 카드 출시는 GM뿐 아니라 그 경쟁사인 포드에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쟁사들은 GM의 이 성공적인 카드 전략을 따라 할 수 없었을까? 포드와 폭스바겐은 각기 GM과 유사한 종류의 카드들을 출시했다. 그렇다면 이 유사 카드들이 GM의 카드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까? 많은 전략 지침서들은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있는 전략은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모방할 수 없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방은 시장이 보낼 수 있는 최상의 찬사라고 볼 수도 있다. 만일 경쟁자들이 GM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모방한다면 GM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사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고객들의 숫자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사들의 모방은 GM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포드나 폭스바겐도 모두 자사의 카드를 출시하면서 모든 기존 판매 인센티브를 카드 혜택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는 양 사의 카드에 가입하지 않은 GM 고객을 포함한 대다수의 차량 구매자들에게 양 사 제품의 가격인상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GM이 현재 가격으로 자신의 고객을 굳건히 지키거나, 혹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얼마간 인상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됐음을 시사한다. 결국 3사는 모두 출혈 가격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충성 고객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시장에서의 경쟁을 바라보는 하나의 잘못된 신화는 전쟁에서처럼 자신이 승리하기 위해 경쟁자가 반드시 패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GM의 사례는 기업이 많은 경우에 win-win 전략의 선택을 더 선호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Win-win 전략을 추구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장점들이 있다. 첫째, win-win 전략은 일반적으로 경쟁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새롭고 차별화된 전략적 기회나 구도를 찾을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크다. 둘째, 경쟁자들을 패배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으면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가격 인하는 잠시 동안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가져다주지만 곧 경쟁자들의 보복을 유도해 소모적인 가격경쟁에 빠지게 되며 그 결과 종전과 같은 시장점유율로 되돌아가면서 낮은 가격으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GM 카드 이전의 자동차 시장과 같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패자들만의 (lose-lose) 게임이 되는 것이다. 셋째, 경쟁자들의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 넷째, 경쟁자들의 win-win 전략의 모방은 나에게 이득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재의 게임을 자신에게 적합한 최적의 게임으로 재편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게임의 구성요소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마케팅 전략게임의 구조
마케팅 전략의 게임은 전적으로 가치에 관한 것이다. 즉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또 창출된 가치를 어떻게 분배해 획득하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많은 관심과 노력은 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가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창출된 가치를 어떻게 나누고 획득하는가의 문제는 가치 창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뉴욕대 경영대학의 브란덴부르그(Brandenburger) 교수와 예일대 경영대학의 날버프(Nalebuff) 교수가 제시한 가치그물은 가치 창출과 획득에 누가 관여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1>에 나타난 가치그물(value net)은 이 가치의 게임에 참여하는 상호의존적인 경기자들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이 그림에 나타난 두 축을 따라 발생한다. 기업은 수직축을 따라서 공급자들과 고객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들은 공급자로부터 기업에 공급된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는 기업에서 고객으로 흘러간다. 이때 지불된 돈은 고객에게서 기업으로, 다시 공급자에게로 흘러간다. 수평축을 따라서는 상호작용은 존재하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대체자는 고객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구매대상이거나 공급자들이 대안으로 자원을 판매할 수 있는 경기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권 구매 고객입장에서 대체자일뿐 아니라 공급자인 항공유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대체자이다.
 
보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상호 보완적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업들이나 공급자 입장에서 상호 보완적인 자원을 판매할 수 있는 구매 기업이다. 보완자의 전통적인 예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다. 성능 좋은 하드웨어는 보다 강력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를 낳고 이 수요는 다시 보다 성능 좋은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를 촉발한다. 항공기 이용 승객의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대체자다. 하지만 항공기 공급업체인 보잉이나 에어버스로부터 신형 항공기를 구입하려고 할 때는 보완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신형 항공기의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충분한 수의 항공기 주문이 필요하고 이때 각 항공사들은 효과적으로 서로의 항공기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셈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두 항공사는 보완자가 된다.
 
경쟁자라는 전통적인 용어 대신 대체자와 보완자라는 용어를 쓰는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참여하는 경기자들이 가지는 상호의존성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경쟁자라는 용어는 win-win이라는 기회를 찾는 대신 경쟁과 승패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대체자라는 용어는 이러한 선입견 없이 관계를 조명하게 해준다. 전통적인 전략 분석에서 종종 간과돼왔던 보완자라는 개념은 대체자와 자연스럽게 상응한다. 가치그물이라는 개념은 경기자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잘 설명할 수 있다. 이 개념하에서는 한 경기자가 복수의 역할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대체자이면서 동시에 보완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까운 미래에 애플은 SK텔레콤의 공급자, 구매자, 경쟁자, 그리고 파트너가 동시에 될 수도 있다.
 
가치그물은 전략게임에 있어 근본적인 두 가지 대칭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대칭은 고객과 공급자와의 관계이고 두 번째 대칭은 대체자와 보완자와의 관계이다. 게임을 재편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거나 현행 전략의 새로운 적용방법을 도출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이 두 대칭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가치그물의 수직축을 따라 존재하는 경쟁과 협동의 관계를 대부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공급자와 생산자, 고객이 모두 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할 때는 협동의 관계이고 이들이 창출된 가치의 파이를 나누려고 할 때는 경쟁관계에 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일반적으로 수평축을 따라서는 대체자들은 경쟁자로만, 보완자는 우호적인 세력으로만 인식하는 등 전체 그림의 일부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향된 관점 때문에 많은 경우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는 대체자와 경쟁적인 측면이 있는 보완자 등 다른 중요한 반쪽은 간과되고 있다.
 
어떻게 게임을 재편할 수 있는가?
가치그물은 게임에 존재할 수 있는 경기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상호의존 관계를 탐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게임을 재편할 수 있다. 게임을 최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는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다음의 다섯 가지 게임의 구성요소가 존재한다: 경기자(Players), 부가가치(Added Value), 게임의 법칙 (Rules), 전술(Tactics), 게임의 범위(Scope), 이를 줄여서 PARTS라고도 부른다. 경기자는 가치그물에 나타난 고객, 공급자, 보완자, 그리고 대체자를 가리킨다. 이 중 어떤 경기자도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때로 기업 자신을 포함한 경기자를 바꿀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는 각 경기자가 게임에 기여하는 독보적인 가치이고 이는 협상력과 직결된다. 기업은 높은 협상력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증가시켜 게임에서 더 가치 있는 경기자가 되거나 다른 경기자들의 가치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게임의 법칙은 게임이 진행되는 구조를 제공한다. 게임의 법칙은 법, 관습, 계약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성공적인 전략가는 기존 법칙을 잘 활용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바꾸거나 때로는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전술이란 경기자가 게임을 인식하고 게임을 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때로 전술은 잘못된 인식을 감소시키도록 계획되며 때로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유지하기 위해 고안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가는 게임의 범위를 필요에 따라 넓히기도 하고 좁히기도 한다. PARTS를 통한 접근 방법은 기업이 통념의 틀 밖으로 벗어나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제공한다.
 
1. 경기자를 바꿔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전통적인 보완자 관계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충분한 하드웨어 기반이 존재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려 하고 소비자들은 충분한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지 않는 하드웨어 구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비디오 게임업체인 3DO는 이런 ‘닭과 달걀의 딜레마’를 새로운 경기자들을 게임에 참여시킴으로써 해결했다.
 
3DO는 차세대 32-bit CD-ROM 게임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3DO는 소프트웨어 제작 하청업체들에 3DO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권과 상표 사용권을 개당 3달러에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서는 우선 하드웨어를 살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수용자들은 하드웨어 구매를 꺼리고 있었다. 이 구도를 깨기 위해 3DO는 가능한 한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공급해야 했다. 3DO는 하드웨어 생산권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파나소닉, LG, 산요, 도시바 등 새로운 하드웨어 생산업체들을 게임에 진입시켰다. 3DO의 소프트웨어는 모든 종류의 3DO의 하드웨어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3DO 하드웨어들은 3DO의 의도대로 비용으로만 경쟁하는 상품(commodity)이 됐다. 소프트웨어의 보완재인 하드웨어의 가격을 현격히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3DO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드웨어의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추기를 원했다. 이를 원치 않는 하드웨어 생산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드웨어 판매 개수당 2주씩의 주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하드웨어 기반 확대를 통해 얻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와도 다시 협상을 벌여 로열티를 개당 3달러에서 6달러로 인상해 하드웨어에서의 출혈을 보상받았다. 3DO는 보완재 시장에서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보완자들은 항상 우호적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보완자들을 이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2. 다른 경기자들의 부가가치를 낮추어 협상력을 약화시켜라 기업은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다른 경기자들의 부가가치를 낮춤으로써 협상력을 조정해 게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닌텐도는 우선 고객인 유통망의 부가가치를 낮춤으로써 협상력을 제한하려 했다. 닌텐도는 제품을 Toys R Us나 월마트 같은 초대형 소매상들만을 통해 판매했다. 닌텐도는 어떻게 대형 유통업체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을까? 1988년에 닌텐도는 3300만 개의 게임을 판매했다. 이는 시장의 수요인 약 4500만 개를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유통망을 충분히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수요는 다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이 ‘공급부족’ 전략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독보적 부가가치는 현격히 감소했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들도 닌텐도 제품의 판매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닌텐도를 구매하기 위해 대형 소매상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자 소매상들은 닌텐도에 제품 공급을 애원해야 했다. 이 전략을 통해 닌텐도는 다소의 매출액 희생에도 불구하고 거대 유통망의 협상력을 무력화시켜 수입배분 과정에서 가장 큰 파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반대로 전략상의 판단 착오로 유통망의 부가가치를 증가시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사례도 있다. 미국 최대 오이피클 생산업체였던 블라식(Vlasic)은 고품질을 바탕으로 한 고가정책을 채택해 상대적으로 고급 슈퍼마켓에 유통시킴으로써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립했고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를 기반으로 막강한 유통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자신들만을 위한 대형 포장의 오이피클을 기존 블라식의 유통망들보다 훨씬 더 낮은 마진에 공급해달라고 제안했다. 블라식은 고심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월마트의 넓은 유통망과 쇼핑 고객 수 덕분에 기대대로 매출액이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월마트로의 유통망 의존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객들의 대형 포장 구매가 증가함에 따라 블라식에 더 높은 마진을 가져다주었던 고급 슈퍼마켓들을 통한 판매가 급격히 잠식되는 제 살 깎아먹기(cannibalization) 현상이 심화됐고 심지어 다른 슈퍼마켓들도 월마트와 같은 협상조건을 요구했다. 동시에 고품질, 고가의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손상을 가져와 수익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고 결국은 파산에 이르렀다. 블라식의 결정은 구매자인 월마트의 협상력을 높이고 자신의 협상력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사례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큼이나 만들어진 가치를 어떻게, 또 얼마나 획득해오는가의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함을 시사한다.
 
닌텐도는 보완자인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협상력도 낮췄다. 이를 위해 닌텐도는 우선 게임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그 후 단계적으로 외부 개발자들에게 한정된 수의 개발권을 제공했다. 닌텐도는 자체적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고 닌텐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었으며 더욱이 한 개발업자가 한정된 수의 프로그램만을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독보적으로 이 게임에 기여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미미해졌다.
 
닌텐도는 공급자의 독보적 부가가치 창출 역시 제한했다. 닌텐도는 마리오라는 자체 게임 캐릭터를 개발함으로써 스파이더맨, 미키마우스와 같은 유명 만화 캐릭터들의 독보적 가치창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닌텐도는 오히려 마리오의 사용권을 만화, 보드게임, 시리얼, 장난감 회사 등에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닌텐도는 대체자들의 부가가치를 성공적으로 제한했다. 닌텐도는 가장 넓은 사용자 기반을 가진 게임기였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장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닌텐도 게임을 개발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닌텐도는 가장 인기있는 게임들을 보유할 수 있었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독점 공급을 요구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굳혀갔다. 닌텐도의 넓은 사용자 기반과 배타적 소프트웨어 공급방식은 잠재적 경쟁자들이 쉽게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방어요인으로 작용했다.
 

닌텐도의 사례는 단순히 가치를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창출된 가치를 획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닌텐도는 끊임없이 자신의 독보적 가치를 높이고 <그림 2>에 나타난 다른 경기자들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창출된 가치의 가장 큰 파이를 성공적으로 획득했다. 닌텐도는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게임을 디자인함으로써 눈부신 성공을 거두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2200억 엔이 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 앞에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동의 세계 1위 게임업체였던 닌텐도는 떠오르는 신기술인 스마트폰을 대체자로 인식하는 데 실패하면서 작년 순이익이 2009년 대비 3분의2로 줄어들어 1947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11년 현재 최적의 전략게임을 도출해 가치 창출과 획득 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로는 애플을 들 수 있다. 애플은 경쟁자에 집중하는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 시장의 역학 구도를 종합적으로 디자인해 애플에 최적인 가치그물 (애플의 표현으로 하면 생태계)을 구축,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물론 압도적인 협상력을 획득해 이를 바탕으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3. 게임의 법칙을 바꿔라 게임의 법칙은 게임이 어떻게 수행되고 어떤 대응들이 허락되는지를 규정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10%라는 한정된 생산능력과 기존 기업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시장에 들어왔다고 가정하자. 이 신생 기업의 성공 여부는 기존 기업의 대응 양상에 달려 있다. 기존 기업은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기 위해 가격을 인하할 수도 있고 10%를 포기하는 것이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가격인하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해 무시할 수도 있다. 기존 기업이 대응을 포기할 때 신생기업이 욕심을 내서 더 많은 시장을 빼앗으려 한다면 기존 기업은 수익률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시장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기업은 자기 자신을 작게 유지함으로써 틈새를 찾아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생기업이 생산능력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이 분명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키위항공은 1992년에 설립된 소규모의 신생 항공사다. 키위항공은 임차한 항공기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비용 우위가 있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제한된 비행스케줄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키위항공은 낮은 가격과 제한된 수송능력으로 대형 항공사들이 자신을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접근했다. 이를 위해 키위항공은 최대 10% 시장점유율, 최대 하루 4편의 운항스케줄을 천명했다. 키위항공의 표적은 출장자들이었다. 대형 경쟁사들은 출장자 시장에 주말 체류 할인이나 선구매 할인 등을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균일가 정책을 사용했고 키위는 경쟁자들의 균일가 정책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십분 활용했다.
 
키위항공의 또 다른 과제는 다른 신생 항공사가 따라 들어올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키위항공의 시장 점유율이 10%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만일 다른 신생 항공사가 유사한 전략으로 들어온다면 키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시장영향력을 작게 유지하면서도 잠재적 경쟁자의 진입을 억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키위의 존재는 대형 항공사들에도 유익한 측면이 있었다. 이 사례는 키위항공이 어떻게 대형 항공사들의 균일가라는 게임의 법칙을 잘 활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저가 항공사의 대명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초기 시장 진입전략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키위항공이 대형 항공사들이 출장자 시장에서 가지고 있었던 균일가 정책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이용했다면 서울우유는 소비자의 우유 구매기준이라는 습관적인 게임의 법칙을 재편했다. 서울우유는 관찰을 통해 소비자들이 유제품 구매 시 유통기한에서 구매일자를 차감해 그 차이를 신선도의 척도로 삼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마다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신선한 우유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우유는 기존 유통기한에 제조일자를 병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는 신뢰를, 시장에는 경쟁판도의 재편을 가져왔다. 이후 게임의 법칙은 생산 후 얼마나 빨리 제품을 유통하느냐로 재편됐고 이에 대한 생산과 유통 운영의 준비가 돼 있었던 서울우유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800만 개에서 1000만 개로 25% 늘어났다.
 
4. 전술을 통해 인식을 바꿔라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전술은 경기자의 인식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전술은 불확실성을 걷어내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어떤 전술은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1994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뉴욕지방 일간지인 뉴욕포스트의 가격을 40센트에서 50센트로 인상했다. 그러나 경쟁지인 데일리뉴스는 이에 반응하지 않고 40센트를 고수했다. 그 결과 뉴욕포스트의 구독자와 광고 수입이 현격히 감소했고 데일리뉴스는 아무런 문제도 깨닫지 못했다. 이에 루퍼트 머독은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내고 본인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뉴욕포스트의 가격을 40센트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25센트로 인하하겠다고 공표했다. 데일리뉴스는 머독이 25센트로의 가격 인하를 재무적으로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설사 가격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데일리뉴스의 기사내용이 우월하기 때문에 머독의 발표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머독은 두 번째 전술을 실행했다. 그는 시험적으로 스테턴섬이라는 특정 지역에 한해서 25센트로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그 지역에서 뉴욕포스트의 판매는 두 배로 뛰었다.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데일리뉴스는 그의 독자들이 15센트를 절약하기 위해 기꺼이 그의 경쟁사를 선택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신문과 기사의 품질은 이 게임에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머독이 가격인하를 뉴욕의 다른 지역들로 확대한다면 데일리뉴스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머독은 처음에는 25센트로 가격을 인하할 의도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가격을 50센트로 인상했을 때 데일리뉴스가 40센트를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25센트 시험 인하는 데일리뉴스를 길들여 뉴욕포스트를 따라 가격을 인상하도록 하려는 고도의 전술이었다. 머독이 불확실성을 걷어내자 이 메시지를 이해한 데일리뉴스는 결국 가격을 25센트로 낮추는 대신 50센트로 인상했다. 결국 양 사는 모두 독자 점유율을 잃지 않고도 소모적인 가격전쟁으로부터 탈피해 가격이 25센트나 40센트일 때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킨 전술의 또 다른 사례는 할리데이비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의 대형 기종 오토바이 시장에서 70%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일본 경쟁 업체들의 시장진입으로 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일본의 제품들은 할리데이비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고장률도 낮았다. 이에 할리데이비슨은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할리데이비슨을 기능적인 기계제품이 아니라 잃어버린 야성과 꿈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켜주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경쟁의 본질을 일본의 값싸고 품질 좋은 오토바이 대 할리데이비슨의 비싸고 고장이 잦은 오토바이로 인식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일본의 기계 대 할리데이비슨의 라이프스타일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일본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차별화를 통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도 잃어버린 시장을 성공적으로 탈환할 수 있었다.
 
5. 게임의 범위를 재설정하라 어떤 게임도 철저하게 홀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게임들은 시간과 공간상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게임은 흔히 그와 연결돼 있는 다른 게임들에 영향을 미친다. 유능한 전략가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 게임을 확장해 다른 게임과 연결시킬 수도 있고 연결 고리를 끊어 게임의 범위를 좁힐 수도 있어야 한다.
 
게임업체 세가는 미국 시장에 16비트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닌텐도가 자신이 개발한 16비트 시스템으로 시장에서 맞서기까지 2년이 소요됐으므로 그 기간에 세가는 16비트 시스템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세가가 2년 동안 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세가가 16비트 시스템을 개발할 당시 닌텐도의 8비트 시스템은 시장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세가는 게임의 범위를 16비트로 확장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로 결정했다. 세가는 16비트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닌텐도의 8비트 시스템 시장에서의 강점을 16비트 시장에서의 약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닌텐도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주 시장인 8비트를 떠나 16비트 시장에 뛰어들 수 없었다. 만일 닌텐도가 16비트 시장에 뛰어든다면 세가와의 경쟁으로 16비트 시스템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이에 따라 16비트 시스템의 시장 수요가 늘어나면 자사의 주력 상품인 8비트 시스템이 16비트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도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만일 닌텐도가 16비트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당분간 세가는 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고 이렇게 형성한 높은 가격은 신기술이 8비트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약화시켜 당분간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줄 것이었다. 다시 말해 닌텐도는 세가의 16비트 출시 후 8비트 시장의 수명을 2년 더 연장하기 위해 16비트 시장을 잠정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세가는 8비트 시장의 게임과 16비트 시장의 게임 연계성을 파악해 닌텐도의 약점을 전략적으로 공략했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 타이어 생산업체 굿이어와 미쉘린은 미국 시장에서 상호 파괴적인 기술개발경쟁의 늪에 빠져 고통받고 있었다. 한 기업이 2만 마일 수명의 타이어를 개발하면 경쟁업체는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투입해 4만 마일 수명의 타이어를 출시했고 경쟁 업체는 다시 6만 마일 타이어를 개발하는 식이었다. 이런 끝없는 기술개발경쟁의 문제는 막대한 개발 비용을 투입한 수명이 긴 신제품이 고객들의 제품 구매주기를 더욱 길게 만들어 결국 역설적으로 매출과 수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신기술 개발에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굿이어는 타이어의 수명경쟁이라는 게임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적 결정은 우천 시 제동거리를 줄여주고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아쿠아트레드라는 신상품에 반영됐다. 굿이어의 이러한 의지의 표현을 경쟁자가 이해하면서 경쟁의 본질은 결국 숨막히던 수명경쟁으로부터 벗어났다. 아쿠아트레드 출시의 성공은 물론 굿이어에 좋은 성과를 가져왔지만 그 경쟁자인 미쉘린에도 반가운 소식인 win-win 전략의 또 다른 사례이다.
 
전략의 함정
시장의 역학구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재편해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함정들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항상 시장에서 주어진 게임에 순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주어진 게임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최적의 전략은 주어진 게임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보다 자신의 게임으로 재편할 때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게임에서의 승리는 반드시 패배자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오해에 빠지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믿음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전략가는 승자와 패자의 게임뿐 아니라 항상 win-win 전략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셋째, 항상 경쟁자와 다른 독보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또 하나의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가들은 자신의 전략이 경쟁자들에게 모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일무이한 전략이 성공의 필수조건은 아니며 GM의 카드 전략에서도 볼 수 있듯이 때때로 경쟁자의 모방이 경쟁의 성격을 더 건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넷째, 게임의 역학관계를 종합적인 시각으로 파악하지 못할 때 빠질 수 있다. 특별히 많은 전략가들의 관심이 온통 경쟁자에 집중되는 가운데 보완자의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객을 위한 전략은 공급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대체자에 대한 전략은 필연적으로 보완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에서 소개된 가치그물은 게임을 둘러싼 이러한 복잡한 역학구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종합적인 시각은 게임을 재편하고자 하는 전략가의 사고의 폭을 몇 배로 늘려줄 것이다.
 
미국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어떻게 그런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많은 선수들이 퍽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사용되는 고무공)을 쫓아서 스케이트를 타더군요. 저는 퍽을 따라다니는 대신 퍽이 움직일 곳으로 미리 스케이트를 타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생존과 성공의 길을 찾기 위해 경쟁자와 시장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혜안을 끊임 없이 연구하고 있다. 게임이론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모든 경기자들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경기자들의 작용과 반작용을 분석해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체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전략가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원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wyoo@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arketing Science, 마케팅연구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기고했으며 한양대와 고려대에서 우수 강의상을 받았다. 게임이론을 활용한 전략수립, 경쟁분석, 유통전략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참고 문헌
<블루오션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2010, 교보문고
<마케팅원리> 4판, 박찬수, 2010, 법문사
Avinash, Dixit, B.J. Nalebuff (1991). Thinking Strategically: The Competitive Edge in Business, Politics, and Everyday Life. Norton.
Brandenburger, A.M. and B.J. Nalebuff (1995). The Right Game: Use Game Theory to Shape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Brandenburger, A.M. and H.W. Stuart Jr. (1996). Value-based business strategy. Journal of Economics & Management Strategy. 5(1). 5-24.
Lilien, G., P. Kotler, and K.S. Moorthy (1992). Marketing Models. Prentice Hall
게임이론으로 본 마케팅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