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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만큼 다양한 장비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잘 사용하는가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프로 골퍼들은 각기 다른 브랜드의 공, 채, 신발 등을 사용한다. 심지어 골프채의 경우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퍼터를 각각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사용하는 골퍼들도 많다.
올 4월, 골프공과 골프신발 시장에서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골프용품 업체 타이틀리스트(Titleist)의 CMO인 크리스 맥긴리(Chris McGinley)가 켈로그 경영대학원을 찾아 골프클럽의 레이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강의실을 빼곡히 채웠고, 특히 켈로그 내에서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성황리에 특강이 진행됐다.
매스 마케팅, 타깃 마케팅, 그리고 레이저 마케팅
미국의 골프 인구는 28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은 1년에 25회 이상 필드에 나가는 ‘Serious Golfer’층을 명확하게 타깃으로 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골프 인구의 10% 이하로 많아야 30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은 이들에게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골프채의 구매 주기가 아이언은 5년, 웨지나 퍼터는 2.5년 이상이 된다고 하니 단순히 이들이 골프채에 투자하는 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신 이들이 자신의 골프 클럽 안에 타이틀리스트 골프채를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간파한 것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들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매스 마케팅(Broad Marketing), 타깃 마케팅(Target Marketing), 레이저 마케팅(Laser Marketing)의 3단계로 접근했다. 매스 마케팅은 대부분의 기업들처럼 광고, 인터넷, 머천다이징 등을 통한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 대한 마케팅 활동들이다. 타깃 마케팅은 주로 스포츠 마케팅, 블로그, 신제품 출시 행사 등으로 매스 마케팅보다 정교한 기법이다. 레이저 마케팅은 타깃 마케팅보다 더 정교하게 고객들을 선별해 접근하려는 기법이다. 크리스 맥긴리는 이 3가지 마케팅 활동에 대해 대략 1대2대1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매스 마케팅에 쏟는 노력만큼을 레이저 마케팅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필자를 놀라게 했다.
크리스 맥긴리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 즉 골프 장비의 세련성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Equipment Sophistication), 맞춤 경험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Fitting Experience), 순환적 고객 관계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Circular Consumer Relationship)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레이저 마케팅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장비는 섬세함이 중요하고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주 타깃인 ‘Serious Golfer’들은 골프 클럽의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authenticity)와 전통성(tradition)을 매우 중시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오랫동안 골프용품 전용 브랜드로서 쌓아온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 있기 때문에 이에 소구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택했고,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레이저 마케팅을 주된 수단으로 택했다. ‘Serious Golfer’들에게 중요한 두 번째 요소는 바로 맞춤 경험이다.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 경기 운영 방식에 맞는 피팅(fitting) 서비스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맞춤 서비스를 잘하려면 궁극적으로 1대1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마케팅 기법 또한 타깃 마케팅 이상의 레이저 마케팅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일반 구매자들과 달리 미국 내 다양한 소매점 채널을 통해 빈번하게 정보를 얻고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펼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니즈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끊임 없이 브랜드 관여(engagement)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