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유근택 씨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랫동안 동양화의 새 경지를 개척하며 동양화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조형적 실험에 몰두해 왔다. 그의 2009년 작 <세상의 시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용돌이처럼 흩어지는 일상의 파편들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 앞에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유 작가는 역설적으로 이 작품에 ‘시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며, 소멸해야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2010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가장 뛰어난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2011년의 경영을 준비하겠다는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주제 <2010 Best Marketing>의 기획 의도와 맥을 같이 한다.
유근택 <세상의 시작> 179x180cm, 종이에 수묵 채색, 2009년 작
올 한해에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에 새로운 방향성과 통찰을 제시해줄 만한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도 여럿 나왔습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한국 광고학회 소속 학자와, 연구원, 마케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올 한해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을 한 제품과 브랜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심층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DBR은 그 결과를 토대로 업계와 학계에 깊은 통찰을 주는 5개 브랜드를 선정했습니다. DBR 취재진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 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사례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유연한 사고와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마케팅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의 지혜와 전략을 전해드립니다.
2010년 한 해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을 한 기업과 브랜드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10 Best Marketing 조사를 통해 국내 브랜드 중 다른 기업에 모범이 될 만한 브랜드나 제품을 찾아내기 위해 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마케팅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 ‘슈퍼스타K2’가 1위를 차지했다. 또 기아자동차의 ‘K5’, 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아모레퍼시픽 ‘려’, 해피콜 ‘직화오븐’이 뒤를 이었다.
DBR은 올해도 작년과 같이 베스트마케팅 후보 브랜드를 선정한 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종합, 부문별 평가를 진행했다. DBR은 베스트마케팅 후보 그룹을 추출하기 위해 2단계 작업을 실시했다. 1단계에서는 DBR 제작진이 방대한 문헌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0개의 사전 후보군을 추출해냈다. 이 후보군에는 올 한해 많은 주목을 받았거나 단기간에 큰 폭의 성과를 기록하며 강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들이 포함됐다. DBR 제작진과 객원편집위원단은 50개의 롱 리스트를 심층 분석해 20개의 쇼트 리스트로 간추렸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설문조사를 실시할 최종 Top 10 브랜드를 선정했다. 이 브랜드를 대상으로 전문가 대상의 심층 설문을 벌여 브랜드별 마케팅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또 설문 결과 가장 우수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고 판단된 5개 제품(브랜드)에 대해 심층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2010 Best Marketing 조사 결과를 종합하고 그 의미와 시사점을 정리한다.
종합 평가
2010년 한 해 동안 전반적으로 마케팅을 잘한 브랜드를 꼽는 질문에(사전 스크린을 통해 거른 10개의 Best Marketing 후보 브랜드에 대해 1위에서 3위까지 응답, 순위별 가중치를 곱해 합산), CJ미디어 ‘슈퍼스타K2’(89점), 기아자동차 ‘K5’(45점), 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23점), 아모레퍼시픽 ‘려’(21점), 해피콜 직화오븐(14점) 등이 1∼5위를 차지했다. 한국야쿠르트 브이푸드(13점), 매일유업 퓨어(10점), SK 와이번스 야구단(8점), 삼성전자 하우젠 제로(4점), KT 텔레캅 텔레캅 아이(1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큰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한 ‘슈퍼스타K2’는 오디션과 리얼리티의 결합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오디션 참가자의 진솔한 얘기,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낸 평가, 촌철살인의 심사 등 여러 박자가 어우러져 성공 신화를 써냈다. ‘K5’는 차량의 외관 디자인에 첨단, 세련미를 보여준 점이 돋보였다. 김영사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을 겨냥한 역발상 탈모 타깃팅으로 성공한 ‘려’, 오븐과 프라이팬의 만남으로 편리하게 여러 요리를 해결해준 ‘해피콜 직화오븐’ 역시 2010년을 빛낸 마케팅 베스트 프랙티스다. 특히 지난해에 디자인 캠페인으로 2009 Best Marketing 종합 3위를 차지했던 기아자동차가 올해도 ‘K5’ 자동차로 성공을 이어가 눈길을 끈다.
마케팅 담론에 관한 거시 부문별 평가
1)고객 지향성(Customer Orientation)고객 지향성 부문에서는 ‘슈퍼스타K2’(8.1, 이하 10점 만점 질문에 대한 응답치), ‘정의란 무엇인가’(7.1)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나머지 브랜드는 6점대 중후반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K2’와 ‘정의란 무엇인가’의 공통점은 ‘고객참여형’ 프레임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고객이 순위 선정과 오디션 참가자에 대한 평가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고객의 요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 내용 또한 저자가 미리 답이나 결론을 알려주기보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고객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답을 내도록 했다. 즉 참여형 독서를 유도하는 전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참여해서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감정적 고객 애착(emotional attachment)’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