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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미디어 슈퍼스타K2

134만명 도전..열린 시스템이 시청자 울렸다

하정민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2010년 가을 대한민국은 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슈퍼스타로 우뚝 서는 과정에 전 국민이 환호했다. CJ미디어 산하 케이블 방송 Mnet의 2년차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얘기다. 무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오디션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어지간한 공중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앞지르며 대형 방송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MC와 심사위원들의 멘트 하나 하나가 모두 유행어가 됐고, 참가자들이 내놓은 싱글 음반은 출시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환풍기 수리공에서 2억 원의 상금을 받으며 ‘슈퍼스타K2’ 우승자가 된 허각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K2’의 탄생은 명품 와인의 재배 과정과도 흡사하다. 적절한 재배 환경, 포도를 수확하고 발효시키는 전 과정에서의 철저한 관리와 노하우, 오랜 숙성 기간이 지나야 명품 와인을 맛볼 수 있듯 ‘슈퍼스타K2’의 성공 또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인 엠넷은 몇 년 전부터 대국민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엠넷은 2005년 처음 선보인 ‘배틀 신화’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을 속속 제작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 양식을 확정하는 데만도 3년의 기획 기간을 들였다. 시즌 1을 선보인 작년 이후에도 시즌 1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자기반성을 통해 보완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런 노력이 집약된 ‘슈퍼스타K2’의 결과는 놀라웠다. 지원자부터 시즌 1보다 두 배에 가까운 134만 명이 몰렸다. 방송 7회 만에 10%를 돌파한 시청률은 최종 회에 무려 18.1%를 기록했다. 공중파에서도 시청률 20%가 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승자를 결정하는 최종회에 참여한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또한 시즌 1의 20만 건에서 130만 건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DBR이 2010년 11월 한국 광고학회 소속 교수 및 마케팅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슈퍼스타K2’는 “올해 최고의 마케팅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종합 질문에서 61%의 지지를 얻어 다른 후보 군과 압도적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 별로도 “새로운 고객에 대한 성공적인 타깃팅으로 시장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차별화된 광고나 판촉 기법으로 많은 주목을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서 각각 40%의 지지를 얻어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지난해에 똑같은 프로그램이 방송된데다, 세계적으로 흔하디 흔한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슈퍼스타K’의 초기 기획 때부터 참여해 시즌 1과 시즌 2 연출을 모두 맡은 김용범 총괄연출자(CP)와의 심층 인터뷰, 각종 문헌 및 자료 조사 등을 토대로 마케팅 측면에서 본 ‘슈퍼스타K2’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 오디션과 다큐의 만남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다. ‘슈퍼스타K2’와 비슷한 양식을 지닌 미국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은 2002년부터 벌써 10시즌을 맞이하며 순항하고 있다. 영국에도 ‘팝 아이돌(폐지)’을 비롯해 ‘엑스 팩터(X factor)’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등이 있다. 소재를 음악 밖으로 확대하면 더 많다. 슈퍼 모델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스 넥스트 탑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를 비롯해 퀴즈, 요리, 게임 등 수많은 소재를 사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발달된 IT 환경 덕에 국내에도 이들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가 많다.
 
즉 단순히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만으로는 이미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셈이다. 오히려 유사한 해외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미 국내 방송계에도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존재했다. 공중파의 ‘악동클럽’과 ‘쇼바이벌’, 케이블 방송의 ‘도전 슈퍼모델’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슈퍼스타K2’가 거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슈퍼스타K2’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에 리얼리티와 휴머니즘이라는 다큐멘터리 요소를 적절히 융합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은 오디션과 다큐의 요소를 결합한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슈퍼스타K’와 가장 비슷한 포맷으로 평가 받는 ‘악동클럽’은 ‘슈퍼스타K’처럼 일반인들의 공개 오디션 양식을 지녔지만 참가자들의 속내와 고민을 진지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쇼바이벌’은 시청자 참여라는 참신한 시도를 했지만 일반인이 아니라 이미 가수로 데뷔한 ‘프로’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에 한계가 있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도 소수의 특정 분야 도전자들만 대상으로 했기에 대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슈퍼스타K’는 노래 뒤에 숨겨진 참가자들의 사생활, 고민, 속내 등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가난, 부모의 이혼, 친구들의 왕따, 학원 폭력 등을 솔직히 토로하며 눈물짓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선정적인 소재로 시청률 상승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이 왜 노래에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시청자들이 그들의 노래에 공감하게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슈퍼스타K는 노래와 인간극장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합숙 과정을 낱낱이 소개하며 이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 우정과 화해, 러브라인을 소개하며 다큐를 넘어 드라마까지 만들어냈다.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자 개개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확립됐고, 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합숙을 거치면서 본선 진출자들이 성장하는 모습 또한 시청자들의 호감을 자극했다. 김용범 CP는 “비슷한 프로그램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지난 4∼5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연구한 덕분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포맷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요소를 강화한 것과 관련, 그는 “무작정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참가자의 개인사를 드러낸 게 아니라 그들이 고른 노래가 왜 그들에게 간절한지, 그들 앞에 놓여진 어려움을 이 노래를 통해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였기 때문에 사생활을 보여줬다”며 “사전에 철저히 참가자들의 동의를 얻었고, 재방송 부분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편집해서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여 효과를 극대화한 개방형 시스템: 주인공도 심사위원도 모두 국민

 

 

슈퍼스타K2’는 ‘1세부터 99세까지’라는 모토로 시작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이름에 ‘아이돌’이 들어가면 10대나 20대 초반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슈퍼스타K2’는 나이나 노래 장르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이 노래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실제로 지역 예선을 통과한 슈퍼위크 합숙자 중에서는 중년의 참가자들이 꽤 있었다. 지역 예선의 심사위원도 태진아, 인순이, 설운도 등 전 연령을 아우르며 다양한 장르 심사가 가능한 톱스타들을 적극 참여시켰다.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도 전화, ARS, 온라인 등으로 다양화했다.
 
꿈의 크기가 가장 큰 사람을 뽑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심사위원 박진영의 말처럼 외모, 학벌, 노래 장르도 구분하지 않고 오직 실력과 열정만을 봤다. 싱어송라이터로 비주류 음악을 하던 장재인이 TOP 3에 오른 것, 작은 키에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을 가진 허각이 우승한 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승자 허각은 예전에 한 대형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봤다는 일화를 밝힌 적이 있다. 본인 차례가 와서 노래를 부르려 하자 허각의 외모에 실망한 해당 기획사 관계자는 “다음 참가자”라는 말로 그를 내보내며 노래를 부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 가요계는 싫든 좋든 비주얼 중심의 아이돌만 살아남는 기형적 구조가 돼버렸다. 대형 기획사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정형화된 아이돌 가수들만이 생존하는 구조에서 주인공도, 심사위원도 모두 국민이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시즌 1에 비해 시청자들의 절대적 참여 숫자가 급증하고 연령 및 성별 쏠림 현상이 옅어졌다는 점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본선 참가자들의 점수 산정에서 시청자가 차지하는 비중, 즉 사전 인터넷 투표와 시청자 모바일 투표의 비중 자체는 시즌 1의 20%, 70%에서 10%와 60%로 각각 10%포인트씩 줄었다. 하지만 참여자의 절대 수치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다. 생방송 중 진행됐던 시청자 문자 투표의 참여도는 매주 평균 70만 건을 기록했다. 우승자가 결정된 최종 회에서는 130만 건으로 불어났다. 시즌 1 최종회의 문자 투표는 불과 20만 건이었다.
 
김 CP는 “문자 투표 참가자의 숫자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유료 문자를 보내는 일을 아까워하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문자 투표에 적극 참여해 외모가 뛰어난 남자 참가자가 유리할 거라는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사후 분석 결과 시즌 2 최종회 문자투표 130만 건의 남녀 비율은 5대 5로 동일했다는 것. 여성 투표자의 비율이 높았던 시즌 1 최종회의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김 CP는 덧붙였다. 그는 “남자 투표자의 수가 늘어나고, 시즌 1에 비해 문자 투표를 보내는 연령층도 높아졌다는 사실은 ‘슈퍼스타K2’가 진정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시청자들이 전문가에 비해 음악성은 보지 않고 스타성과 외모만 중시한다는 일각의 편견도 불식시켰다”고 강조했다.
 
시즌 1에 비해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대폭 넓어졌다. 최종회 한 주 전에 있었던 10월 15일 방송에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3명의 참가자가 시청자들이 직접 선정한 곡을 불렀다. 사전에 시청자들이 해당 참가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들을 투표하고, 그 중 가장 높은 호응을 얻은 노래를 참가자가 소화하는 미션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참가자의 생존을 위해 사전에 인터넷 투표를 하고, 생방송 중에는 문자 투표를 보내는 일도 모자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그 참가자가 불러주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시청자들은 매주 본방송을 사수하려 했다. ‘슈퍼스타K2’에 대한 시청자들의 참여가 폭발적이었던 이유, 케이블 방송의 한계를 딛고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1)사용자 주도 혁신(User Innovation)으로 락인 효과 극대화
혁신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Eric von Hippel) 교수는 상당수의 본원적 혁신이 해당 제품을 만든 기업 및 생산자가 아니라 이를 사용한 고객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증명한 바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해당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고객이야말로 혁신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기업이 사용자 주도의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객을 연구개발(R&D) 및 기초 생산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해당 제품을 직접 개선하고 그 효과를 직접 느껴보는 과정에서 고객은 해당 제품에 강한 애착과 충성심을 보유하게 된다. 이게 바로 ‘락인(lock-in)’ 효과다. 락인이 형성되면 경쟁 상품의 질이나 가격이 더 뛰어나도 고객은 웬만해서는 해당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슈퍼스타K2’ 역시 콘텐츠 생산의 주요 부분에 시청자들을 참가시켜 락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투표를 통한 참가자들의 순위 및 미션곡 결정은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충성도를 높이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자신의 투표 결과에 따라 생존자가 바뀌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를 오랫동안 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투표에 참가하고 매주 방송을 사수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참가자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 즉 다양한 몰입 경로(Engaging Path)를 만들어 ‘슈퍼스타K2’ 자체를 일종의 공감 브랜드(Empathic Brand)로 거듭나게 한 셈이다.
 
2)혁신은 기존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할 때 성공한다
혁신은 세상에 전혀 없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과 제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함으로써 창출된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이유는 그들이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을 발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장점들을 잘 파악하고 이를 한 곳에 조화롭게 모아놓았기 때문”이라며 “이게 바로 진정한 창의성이자 혁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브랜드 분야의 석학인 호주 멜버른대 마크 릿슨(Mark Ritson) 교수도 “혁신을 목표로 하는 많은 기업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는 무조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제대로 된 혁신치고, 밑바닥에서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없다. 모든 혁신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기반 즉, 기존 제품, 시장, 경쟁사의 베스트 프랙티스 등을 가지고 시작할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슈퍼스타K2’도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면밀히 분석해서, 각각의 특징과 장점은 잘 흡수하고, 각각의 단점과 한계는 버렸다. 특히 다큐와 오디션의 형식을 결합하고, 사제관계의 중요성을 극대화한 1대 1 멘토링 시스템 등을 통해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덕분에 고객인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면 포맷 자체는 낯설지 않으면서, 이전에 유사 프로그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3)혁신 기업 리더의 최우선 임무는 권한 위임(Empowerment)
혁신 기업에서는 리더의 역할 또한 남달라야 한다. 리더가 회사의 모든 업무에 일일이 관여하는 조직 문화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의 경영자는 스티브 잡스지만 그는 철저히 신제품 기회 발견 및 시제품(prototype) 개발에만 치중할 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상징처럼 돼버린 애플의 디자인은 사실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애플 조직의 일상적 운영은 최고 운영책임자인 팀 쿡이, 마케팅은 존 론이 맡고 있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개발 이외의 다른 부문은 철저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권한을 위임했다.
 
김용범 CP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의 핵심, 참가자나 심사위원 선정 방법, 시청자 참여 유도법 등 콘텐츠에 관한 내용에만 집중하되 무대 및 음향 연출, 생방송 이외의 방송 제작 등은 팀원에게 맡기고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 권한 위임을 통해 조직원의 업무 동기를 극대화했음은 물론, 1분 1초를 다투는 방송 제작 현실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도 아끼는 효과를 누렸다.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음악적 사제 관계 형성
교권 추락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전통이 남아있다. ‘슈퍼스타K2’에 등장한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의 멘토링 시스템은 21세기 버전의 사제관계로 큰 호평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2’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10월 8일 방송에서 참가자 강승윤이 심사위원 윤종신의 곡 ‘본능적으로’를 불렀을 때를 꼽는다. 제작진은 시즌 2 에서 시즌 1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심사위원 곡 부르기’ 미션을 만들어냈다. 허각과 존 박이 이승철의 히트 곡을, 장재인이 엄정화의 히트 곡을 부르기로 했을 때 심사위원 윤종신은 자신의 비 히트곡인 ‘본능적으로’를 강승윤에게 추천했다. 강승윤은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윤종신의 곡 ‘본능적으로’를 자신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하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다.
 
본능적으로’를 부르기 전 강승윤은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불안정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10대 소년 로커라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곡을 부를 때는 TOP 11에 들 만한 자질을 보여줬지만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곡을 부를 때는 실력 부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승윤보다 더 자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김지수를 꺾고 TOP 4에 올랐던 10월 1일 방송 후에는 ‘곱등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누리꾼들이 떨어질 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그를 바퀴벌레보다 생명력이 질기다는 곱등이에 빗대 비꼬았기 때문이다. 강승윤의 멘토라 할 수 있는 심사위원 윤종신 역시 그에게 “네티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간 TOP 4의 마지막 무대에서 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허각, 존박, 장재인은 모두 이승철과 엄정화의 히트곡을 선택했으나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반면 윤종신은 히트곡이 아니지만 강승윤에게 딱 맞는 노래라며 ‘본능적으로’를 강하게 추천했다. 강승윤에게 잘 맞는 곡을 골라주고, 그의 성장을 격려하고 이끌어낸 윤종신의 모습은 휼륭한 프로듀서이기 전에 스승의 모습이었다. 강승윤의 성공으로 윤종신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가수’의 이미지 외에 ‘음악인이자 프로듀서’로 다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강승윤은 이날 참가자 4명 중 가장 빛나는 무대를 보여줬다. 다른 심사위원보다 가창력을 중시해 그에게 종종 독설을 날렸던 심사위원 이승철로부터도 본선 진출 후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승윤은 TOP 3 진출에 실패했다. 탈락 시 눈물을 보이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웃음을 보인 그는 “결과에 승복한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달라”며 퇴장했다. 심사위원 윤종신은 “승윤아, 너 정말 잘했어”라는 칭찬으로 그를 배웅했다.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 후 극적으로 퇴장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극대화했다.
 
슈퍼스타K2’의 심사위원 노래 부르기 미션은 가요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적절한 곡 선정과 훌륭한 프로듀싱이 있으면 비 히트곡을 가지고도 단 1주일 만에 대중의 손가락질을 찬사로 바꿔놓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엑스 팩터’와 같은 해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100% 시청자 투표로만 탈락자가 결정된다. 해외 인기 가수나 프로듀서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하지만 ‘슈퍼스타K2’처럼 1대 1 코칭을 통해 참가자와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슈퍼스타K2’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적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이다.
시즌 2에 새롭게 등장한 슈퍼 세이브 제도 또한 심사위원의 역할 및 그들의 권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슈퍼 세이브 제도는 TOP 3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은 참가자는 점수 산정 비중이 가장 높은 문자 투표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다음 회에 자동 진출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 투표가 지나치게 스타성이 강한 후보에게만 쏠리는 것을 막고, 음악성이 뛰어난 참가자가 조기 탈락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이승철일류는 가수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들이 감동하는 거고, 이류는 본인과 듣는 사람 모두가 감동하는 거고, 삼류는 본인만 감동하고 듣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 지역 예선 과정에서 노래의 기본인 음정, 박자를 무시하고 자기 흥에 취해 멋대로 부르는 참가자에게 이승철이 던진 말.
 
박진영꿈의 크기가 가장 큰 사람을 뽑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 슈퍼위크 때, 한 오디션 응시자가 “저는 여기서 떨어져도 판소리가 남아있어요”라고 말하자 심사위원 박진영이 한 말. 그는 “이 길이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거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거 해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다면 그 자체로 탈락”이라며 마음가짐을 고치라고 충고했다.
 
윤종신저의 평가 기준 1번은 희소가치입니다.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 비슷한 걸 하려면 굉장히 잘해야 합니다.”
- 본선 생방송 오디션 심사 때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발라드 노래만 부르는 응시자에게 던진 윤종신의 충고.
 
이승철음악은 음악이지 음학이 아니다.”
-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지만, 그 역시 정확한 답은 아니라며 노래를 느끼고 ‘혼’을 담으라는 이승철의 충고
 
 
 
 
참가자 발굴도 심사위원 선정도 ‘다양성’이 최우선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슈퍼스타K2’의 기획 의도에 맞게 제작진은 참가자들을 뽑을 때도, 심사위원을 위촉할 때도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지역 예선 때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여럿 등장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음치 출연자에서부터 무속인,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아바타 분장을 한 출연자 등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사람들이 여럿 등장했다.
 
김용범 CP는 “음악 방송에서 장난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제일 부족한 점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을 진행하다 보면 숨이 콱콱 막힐 때가 있다. 어느 지역을 가건 노래를 좀 한다는 남자 참가자는 4Men의 ‘못해’를 부르고, 여자 참가자는 비욘세의 ‘Listen’을 부른다. 모두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창법으로 부르기 때문에 얼굴을 안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본인 소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해 말을 못하는 참가자가 대다수다. 나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사고가 경직돼 있다 보니 노래에서도 이런 점이 나타난다. 노래를 잘 부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직 나만이 잘 부를 수 있는 노래, 나에게 맞는 노래를 발굴해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때문에 다소 우습게 보일지라도 다양한 계층, 연령대, 직업군의 사람들을 모아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수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노래를 못해도 다양성의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참가자의 요건을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도 이런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김 CP는 “심사위원 서너 명의 캐릭터를 모두 합치면 우리가 바라는 슈퍼스타 K의 상(像)이 보였다”고 말했다. 시즌 1과 시즌 2 심사위원들은 각각의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독특한 캐릭터가 잘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공정하면서도 판에 박히지 않는 심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건 슈퍼스타 K의 모든 심사위원들이 가요계에서 롱런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며 “결국 슈퍼스타K의 참가자들이 지향해야 할 길도 오래도록 사랑 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기에 먼저 그 길을 걸었던 다양한 캐릭터의 심사위원들로부터 평가와 지도를 받길 기대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 손꼽히는 이승철이 참가자들의 가창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면, 이효리나 엄정화는 스타성이나 무대에서의 카리스마를 눈여겨봤다. 프로듀서 경험이 풍부한 윤종신은 가수로서의 희소가치에 방점을 뒀다. 시즌 1과 시즌 2의 슈퍼위크 때 YG와 JYP라는 대형 기획사 사장인 양현석과 박진영을 참가시킨 이유는 요즘의 가요계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1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심사위원 간의 뚜렷한 역할 분담이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참가자를 발굴해내고, 참가자 개개인의 모자란 점을 보완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문세 노래 부르기’가 미션이었던 9월 24일 방송은 심사위원 간의 개성이 판에 박히지 않는 심사로 이어지는 모습이 어떤지를 잘 보여줬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부른 장재인의 무대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의 평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승철과 엄정화는 “목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았고, 청취자 입장에서 노래를 듣기 힘들었다”며 각각 89점, 88점을 줬다. 반면 윤종신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좋았다”며 98점을, 특별 심사위원 이문세는 “통기타로 첫 마디를 서술할 때 눈물이 났다”며 95점을 부여했다. 한 참가자의 노래에 대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점수와 평이 완전히 엇갈린 셈이다.
김 CP는 “음악을 소비하는 국민들도 음악을 보고 듣는 눈과 귀가 다르듯, 심사위원들이 전부 같은 점수로 한 목소리만을 낸다면 무의미한 심사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다양성과 강한 개성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출연자에게는 자신의 음악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에게는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믿고, 맡기고, 경청했다
방송 제작에는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력들이 필요하다. ‘슈퍼스타K2’도 마찬가지다.엠넷의 제작 팀은 20명 안팎이지만 카메라, 조명, 음향 등 주요 부문의 외주 인력을 합하면 이 프로그램에는 무려 100명이 넘는 대규모 스태프가 동원된다. 리더가 여러 명의 작가, 제작 지원 팀, 외주 인력을 일일이 챙기는 일도 힘들지만 생방송과 생방송 전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다큐 부분을 각각 다른 팀이 진행하는 구조였기에 팀 전체의 단합과 화합이 더 중요했다.
 
이러한 대부대를 2년째 통솔하고 있는 김용범 CP의 리더십 또한 ‘슈퍼스타K2’의 주요 성공 요인이다. 김용범 CP가 강조하는 리더십은 크게 ‘권한 위임, 무한 신뢰, 열려 있는 귀’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십은 문어발처럼 다 들러붙어서 하나하나 관여하는 게 아니었다. 빡빡한 제작 일정상 관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생방송에서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각각 파트별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신중하게 팀원을 선택했다. 각자에게 정확한 역할을 부여한 후 그들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줬다.
 
 
물론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우선 귀를 열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했다. 김 CP는 “특히 무대를 꾸미다 보면 조명감독이나 무대감독과 의견이 엇갈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리허설이라는 방송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안(案)과 내가 생각하는 안(案)을 순서대로 연출해본 뒤 더 나은 쪽으로 결정했다. 요점은 두 안을 모두 실행해보는 데 있지 않다. 상대방에게 ‘두 안을 다 실행해봅시다’라고 말한 뒤 상대방의 안을 먼저 실행해주는 게 핵심이다. 상대방의 안이 좋으면 굳이 내 안을 실행해볼 필요 없이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 내 안이 좋으면 상대방은 더 좋은 안을 가지고도 굳이 자신의 안을 먼저 실행해 준 점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엠넷 직원이 아닌 외주 인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섣불리 내 의견만 고집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외부 인력을 신중히 선정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내 의견만 고집하는 일은 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때문에 더더욱 상대방의 의견을 배려하려 애썼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슈퍼스타 시즌 1’의 외주 인력들은 큰 변화 없이 시즌 2에도 합류했다. 시즌 1에서부터 한 배를 타고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는 시즌 2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시즌 2에 새로 합류한 김태은 PD는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 ‘와일드 바니’ 등 B급 정서가 충만한 개성 있는 프로그램들을 여럿 연출한 유명 여성 PD다. 정서 코드와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잘 지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 CP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후배 PD들과 철저히 호흡을 맞춰가며 그 간극을 메워나갔다. 그는 “시즌 2의 예선은 올해 3월부터 진행됐지만 PD 및 작가들과 1월부터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회의를 했다. 뚜렷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회의를 한 게 아니라 제작진들 간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개월의 기간을 투입했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김태은 PD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B급 정서라는 건 곧 비주류에 대한 관심을 뜻하지 않나. 나 역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교집합을 찾아내자 우리 둘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점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노렸다
우승자 허각과 우승을 다퉜던 존 박은 LA 예선에서 발탁된 인물이다. ‘슈퍼스타K2’는 인재 풀을 국내로만 한정 짓지도 않았다. 2008년 시작된 대중음악 시상식인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 볼 수 있듯이 엠넷은 아시아뿐 아니라 해외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슈퍼스타K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는 첫 발을 내디딘다는 생각으로 LA 오디션을 시도했다.
 
엠넷은 해외에서 한국 음악이 어필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내년 시즌부터는 ‘슈퍼스타J’ ‘슈퍼스타C’ 등으로 일본 중국 등 해외로의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 이미 엠넷재팬을 설립했고 엠넷US, 엠넷태국, 엠넷싱가포르, 엠넷베트남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오디션 인재풀의 경계를 깨온 엠넷이 이제는 글로벌 방송 네트워크를 꿈꾸며 진화하고 있다.
 
슈퍼스타K와 엠넷의 도전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만이 아니라, 해외의 인재들을 흡수하며 국내 음악 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폭을 넓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공략 또한 단순히 해외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풀만 먹고 자란 사슴 뿔은 한 가지 병만 고칠 수 있고, 서른 가지 풀을 먹은 사슴 뿔은 서른 가지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동의보감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진장훈(25·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학과3)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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