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모형 스핑클 4

시장을 움직이지만 숨어 있는 통찰: 절대 결핍

68호 (2010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스핑클’ 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절대 결핍이다. 절대 결핍이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어 모든 순간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통찰이다.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상반기에 국방과학연구소는 도시전과 대()테러전 상황에서 용이한 굴절형 소총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신이 꺾여 있어서 적에게 노출되지 않고 소총을 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안전해지고, 상대방은 불안전해진다. 이 놀라운 제품은 분명 전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게 틀림없다.
 
어떻게 이런 제품이 만들어졌을까? 그
것은 생명에 대한 절대 결핍 때문이다. 문명은 대개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탄생한다고 한다. 전쟁처럼 극단적인 순간이 또 어디 있을까? 전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더라도 나는 살아야 한다는 절대 결핍이 지난 수천 년간 무시됐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이 필요했고, 오랜 연구 끝에 굴절형 소총이 만들어졌다. 생각해보라. 이런 총을 내가 갖고 있을 때와 적이 갖고 있을 때를. 어느 한쪽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절대 결핍 3가지
소비자는 어떤 상황에서 지갑을 열고 어떤 상황에서 지갑을 닫을까. 또 그 이유는 뭘까. 절대 결핍이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전장에서 생명에 대한 절대결핍이 작용하는 것처럼, 소비 생활에서도 절대 결핍이 작용한다. 소비자가 특정 순간에 절대 결핍을 느끼면, 이유를 막론하고 지갑을 연다. 성공한 제품들은 대부분 절대 결핍을 건드렸다. 절대 결핍을 건드리지 못하면, 잠깐은 뜰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생존하기는 힘들다. 장기적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절대결핍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절대 결핍인가? 제품 영역에 따라 절대 결핍은 각기 달라진다. 식음료의 절대 결핍과 패션의 절대 결핍은 다르다. 현재까지 필자가 파악한 절대 결핍은 30여 개가 넘지만, 지면 관계상 모든 시장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절대 결핍 3가지만 다루겠다.
 
 절대 결핍 1  불확실한 건 싫어
 
첫 번째 절대 결핍은 불확실성이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한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이익이 많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그것을 고를 확률은 뚝 떨어진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지망하고 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을 이용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 사교육이다. 사교육을 받는다고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 고액 과외를 받는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단지 불확실한 미래로부터 다소의 위안을 얻으려고 사교육을 받는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을 거래하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이런 점은 사교육 관계자들도 잘 안다.
 
최근 유기농 과자 제품들이 대박을 치고 있다. 특정 브랜드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놀라운 결과다. 성공의 이유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절대 결핍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기를 둔 엄마들은 과자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다. 과자의 안전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들은 과자를 좋아하지만 엄마는 먹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미 불필요한 식품 첨가물에 대한 경고는 방송, 언론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 이걸 해결해 준 게 유기농 과자 시리즈다. 유기농 과자 제품을 내놓는 업체들은 안전한 원료로 제대로 만든 과자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엄마들의 선택은 불확실한 일반 과자가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 확실한 유기농 과자였다. 이 역시 소비자들의 불확실성을 해결해줌으로써 히트를 친 사례다.
 
그렇다면, 신제품을 준비하거나,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것을 찾고 해결해주는 게 핵심이다.
 
참고로 불확실성 회피에 대한 연구는 경제학자 F.H.나이트가 처음 발표했다. 이후, 노이만 모르겐슈테른 등에 의해 확장됐다. 불확실성이 인간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회심리학, 소비자행동학 등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절대 결핍 2  소중한 사랑
 
남자건 여자건 사랑에 대한 결핍은 너무나 강하다.
남자는 표현하지 않으려 할 뿐, 여자 못지않게 사랑에 목말라 한다. 더군다나 현대는 경쟁적이고 외롭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거의 모두가 외롭고 지쳐있다. 삶이 힘들 때면 무엇이 그리워질까? 사랑이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바로 이 점을 마케팅과 접목하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보자. 마스터카드의 광고는 소중한 사랑을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는 오랜 라이벌이다. 언제나 비자카드가 마스터카드를 압도해왔다. 반격의 기회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을까? 소중한 사랑에서 찾게 된다. 아래의 광고를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첫 번째 광고 카피를 보자. “당신의 딸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걸 보는 순간의 즐거움이란…. 그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마스터카드에 맡기십시오.”
 
이 광고를 본 세상의 부모들은 코끝이 찡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광고를 보자. 아무런 카피도 없다. 하지만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세 번째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마스터 카드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중한 대상에 대한 사랑이다. 현대의 삶은 누구나 힘들고 지칠 만하다. 이럴 때는 무엇이 필요할까? 소중한 사랑이다. 이 캠페인으로 마스터카드는 시장변화의 전기를 맞게 된다.
 

  

 

왜 이렇게 트위터가 번성하고, 페이스북에 많은 사람이 접속할까? 외롭고 쓸쓸하기 때문이다. 얕은 수준의 관계로라도 소중한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다. 소중한 사랑은 거의 모든 영역으로 적용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남자와 여자, 선생님과 학생, 인종과 인종, 나라와 나라. 소중한 사랑은 공감을 기본으로 한다. 공감이 없으면, 심리적 움직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더 공감이 없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공감이 더 필요한 세상이 되고 있다.
 
당신의 제품이 어느 영역에 있든지, 감동이 느껴지는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을 접목시켜 보라. 그러면 소비자는 반응할 것이다. 예전의 오리온 초코파이 정()이 그랬고, 경동 보일러가 그랬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무엇일까? 내 제품과 소중한 사랑을 어떻게 접목시켜야 하는가다. 조금만 생각하면 식은 죽 먹기다.
 

 

 절대 결핍 2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아?
 
사람은 언제 자살 충동을 느낄까? 자신이 더 이상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인정 했을 때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세울 것이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사람은 언제나 잘난 척 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이걸 ‘자기 고양 욕구(Need for Self-Enhancement)’라고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어리면 어린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잘난 맛에 살아간다. 늦은 밤 술집에서 같은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사람들의 가슴 밑바닥에는 무슨 결핍이 숨어 있을까? “나 멋진 사람이야, 이건 네가 인정해야 해.”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그런 점에서 성공하는 제품들은 소비자의 절대 결핍인 ‘잘난 맛’을 살려주는 제품들이다.
 
“그래, 이 제품을 쓰면 나도 멋져질 거야.”
 
“이 차를 타면 멋져 보이겠지.”
 
“이 스마트폰을 쓰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처럼 보일 거야.”
 
수천 명의 소비자를 조사해보았다. 그들은 자신의 실제 필요보다 기능이 더 많고 비싼 제품을 구매했다. 실제로 첨단 제품 구매자들은 제품의 전체 기능 중 20%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면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싸고 실용적인 제품이 필요하다고 응답한다. 그런데 실제 제품 구매 순간에는 비싼 제품을 산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해야 스스로가 멋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나 자기 고양 욕구는 크다.
 
바로 이점 때문에,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점점 더 큰 차가 증가하고, 더 비싼 옷이 팔리고, 더 화려한 레스토랑이 증가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에 돈을 지불하는가? 스스로 멋져 보이는 곳에 돈을 지불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나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자의 ‘잘난 맛’을 살려줄 수 있는가다. 구매 전, 구매 중, 구매 후, 사용 후, 이 모든 순간에서 소비자의 자기 고양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할 것이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실었다.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등의 저서가 있다. 시맨틱 리서치 전문회사 WIT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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