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Innovation - 멕시코 칸쿤

카리브 해 작은 어촌 마을의 기적

68호 (2010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승지를 꼽을 때 멕시코 칸쿤(Cancun)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관광기구는 2007년 최고의 관광지로 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 끝에 위치한 칸쿤을 선정하기도 했다. 온난한 열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는 칸쿤의 너비 400m 정도의 곱고 긴 7자형 산호섬 해변에는 초현대식 호화 특급 호텔들과 수십여 개의 리조트와 쇼핑센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호텔 존(zona hotelera)으로 불리는 해변에는 140개의 호텔과 380개의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이 에메랄드빛 바다에서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패러세일링 같은 해양 레포츠는 물론이고 골프나 테니스 같은 일반 스포츠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약 50년 전인 1960년대 칸쿤은 인구 100명에 불과한 카리브 해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멕시코는 물론 세계 최고 휴양지 반열에 올랐다. 칸쿤이 벌어들인 관광 수입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칸쿤은 어떻게 작은 해변마을에서 세계 갑부들과 유명인사들까지 선망하는 세계적 휴양지로 도약했을까.
 
작은 어촌에서 세계 최고 휴양지로
①스페인 점령과 비극의 역사 1519년 스페인 점령군이 유카탄 반도의 킨타나 루(Quintana Roo) 지역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많은 원주민들이 제법 큰 단위의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점령군이 도착한 지 불과 1년 만에 마을은 폐허처럼 버려졌다. 일부 주민은 점령군과 치열한 전투나 질병으로 숨을 거뒀고, 남은 주민들은 수탈과 전투를 피해 마을을 떠났다. 원주민이 떠난 곳에는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과 나무가 밀림처럼 우거진 해변 늪지만이 남았다. 킨타나 루의 작은 마을이었던 칸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뒤 500여 년이 흐른 뒤 아름다운 카리브 해안을 피로 물들였던 식민의 아픈 역사도 서서히 잊혀졌다.
 
②1960년대 관광도시로 부활 칸쿤은 1960년대 멕시코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관광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광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수입을 늘리는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당시 관광지로 개발됐던 아카풀코, 마자틀란, 코주멜 지역 외에 새로운 관광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적합한 도시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수십여 개의 도시들이 관광도시로 지정되기 위해 경합을 벌였다. 1969년 멕시코 은행은 관광 개발에 적합한 5개 지역을 최종 선정, 개발을 허가했는데 칸쿤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③사회기반시설 선제적 투자 멕시코 정부는 1970년 미국 인터아메리칸개발은행(Inter American Development Bank)으로부터 2700만 달러를 빌려 칸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관광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도로, 다리 등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고, 미래의 관광도시에 돈을 댈 투자자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어촌 마을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맨 땅에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호텔을 지었다. 1974년 칸쿤에 최초로 세워진호텔인 칸쿤 카리브(Cancun Caribe) 호텔(현재의 하얏트호텔)이 당시 멕시코 정부가 칸쿤 투자의 마중물로 투자했던 호텔이었다.
 
식수와 하수도 건설, 전기 공급도 당면 과제였다. 멕시코 정부는 칸쿤 도심과 호텔 존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150km 떨어진 티지민(Tizimin)에서 끌어왔다. 또 지하수를 끌어올려 식수원을 확보했다. 지하 하수관을 묻고, 모든 관이 도심과 호텔 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④거점도시와 연계성 확대해 약점 극복
칸쿤은 수도인 멕시코시티와는 1820km, 지역 거점도시인 체투말과는 380km나 떨어져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을 끌어오기엔 한계가 있었다. 멕시코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의 청사진을 수립하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칸쿤이 속해있는 킨타나 루 지역은 ‘메리다(Merida)-발야돌리드(Valladolid)-푸에르토 후아레스(Puerto Juarez)’를 잇는 고속도로와 연결됐다. 이 결과 칸쿤은 이미 면세구역으로 자리를 잡은 코주멜(Cozumel),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체투말(Chetumal)과 더불어 거대한 면세구역을 형성하게 됐다.
 
관광객과 주민 욕구에 철저히 맞춘 개발 전략
칸쿤 개발 프로젝트는 크게 3개 사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째는 호텔 존으로 불리는 순수관광휴양지역(호텔, 쇼핑센터, 골프코스 등 관광객밀집 지역) 개발 사업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7자 모양을 하고 있는 섬 지역인 호텔 존 관광지역 개발을 칸쿤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삼았다. 호텔 존의 모든 사회간접자본은 오로지 관광을 위한 시설들로만 계획되고 설치됐다. 이는 칸쿤이 최고의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됐다.
 
두 번째 사업은 주택지 및 도시계획 건설 프로젝트였다. 공공기관, 주거지역, 병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들이는 작업이었다. 이는 육지의 본토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호텔 존 못지않은 숙박시설과 쇼핑센터를 갖추면서도 거점도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병원, 학교,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 것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좋은 주거 환경이라는 가치를 제공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칸쿤 남부지역에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개발 사업이었다. 주변 국가를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을 칸쿤으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국제공항 건설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칸쿤 1차 개발이 일단락이 된 1975년의 이듬해에 거주민은 1만8000명, 일자리 기회는 5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1976년과 1977년 초 겨울에만 1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2차 개발이 끝날 무렵인 1982년에 칸쿤은 인구 7만 명의 킨타나 루 주 최대 도시로 성장했다. 1983∼1988년 칸쿤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호텔 객실 수는 1만2000개로 1982년(5700개)의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인구도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관광객과 주민의 수요에 따라 장기적인 개발을 추진한 칸쿤은 멕시코 관광산업의 견인차가 됐다. 칸쿤이 멕시코 전체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다. 멕시코 GDP의 7.5%를 칸쿤이 책임지고 있다. 잘 키운 해양 관광도시 하나가 멕시코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축이 된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이 맹추격을 하고 있지만 칸쿤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다. 2008년 한 해에만 910만 명의 관광객이 인구 57만 명의 칸쿤을 다녀갔다. 칸쿤에서 숙박한 관광객은 230만 명, 당일 관광객은 620만 명, 크루즈 관광객은 64만 명에 이른다. 특히 숙박 관광객은 평균 10일간 체류해 지역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한다. 하루 평균 190여 대의 비행기가 칸쿤 국제공항에 내린다. 특히 미국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칸쿤의 성공 요인
관광 계획도시인 칸쿤은 다른 나라의 관광지가 벤치마킹을 하는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지로 부상했다. 관광객들의 높은 만족도는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칸쿤의 성공은 관광 산업 육성이라는 비전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된 정부의 개발 전략과 관광객에 초점을 맞춘 철저한 관광 서비스 정신이 만들어낸 지역 개발의 신화다.
 
첫째, 칸쿤을 세계적인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주효했다. 멕시코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상하수도, 전력,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둘째, 멕시코 정부가 대대적인 개발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외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칸쿤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호텔을 짓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미국과 가까운 카리브 해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거대한 자본을 유치하는 데 유리했다는 점도 성공의 원동력이다.
 
셋째, 멕시코는 관광객이 느끼기에는 치안이 불안한 나라 중 한 곳이다. 관광지 선택의 기준 중 안전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멕시코 정부는 칸쿤에 삼엄한 경비 체제를 갖춰 ‘안전한 관광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넷째, 칸쿤의 관광 클러스터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길게 늘어진 호텔 존을 따라 4,5성급의 특급호텔들을 비롯해 수십여 개의 리조트와 쇼핑센터, 다양한 클럽이 들어서 있다. 대규모 시설들은 서로 다른 건축 양식을 뽐내며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양레저, 휴양, 식음료, 쇼핑, 클럽 서비스의 품질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아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는 일정 금액만 내면 모든 시설과 음식료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다섯째, 칸쿤 관광단지내는 물론이고 주변의 풍부한 관광자원들이 풍부하다. 칸쿤에서 8km 떨어져 있는 매우 작은 섬인 이스라 무헤레스, 거리는 약간 멀지만 유카탄 반도 중앙의 마야 최대 유적지로 꼽히는 치첸이사, 장대한 바위와 동굴에 둘러싸인 여러 개의 석호들로 구성된 해양공원인 셀아, 칸쿤의 동남쪽에 위치한 멕시코 최대 섬인 코주멜 섬 등이 칸쿤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해양관광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고용유발 효과도 크고 수익성도 높다. 특히 3면이 바다인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여전히 육지 관광 중심이어서 해양관광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최근 해양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양관광을 활성화한다면 외화 획득으로 인한 관광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동해, 서해, 동중국해로 이루어진 동아시아 ‘지중해’는 앞으로 카리브해 못지않게 해양관광의 잠재력이 큰 지역 중 하나다. 멕시코 칸쿤과 같은 경쟁력 있는 관광지를 골라 집중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mjkim8966@hanmail.net
필자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자 비즈니스 사례 사이트인 이마스(emars.co.kr)의 대표 운영자다. 서울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은행과 SK에너지에서 근무했고 건국대 겸임 교수를 지냈다. <로하스 경제학>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하인리히 법칙> 등의 저서와 <깨진 유리창 법칙> 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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