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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 서비스 통합 프로세스

외톨이 늑대같은 한국 MP3 제품서비스 결합한 애플에 판정패

황도연,동우진 | 59호 (2010년 6월 Issue 2)

 
최근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제품 중심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동인은 고객 욕구의 변화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제품 자체의 속성을 중시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그림1). 물론 이러한 고객의 욕구 변화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과거 경험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욕구가 잠재돼 있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과 어려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날은 정보기술(IT)의 놀라운 발전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또한 교통·통신·물류의 발달 덕분에 고객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서비스 통합에 대한 관심은 단지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관점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전략적인 선택으로 이해돼야 한다. 또 제조기업의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도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서비스가 제조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제품-서비스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근원적인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가겠다는 측면에서 서비스업으로의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고객이 단지 성능이 좋은 MP3 플레이어를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고객의 본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제품은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제품-서비스 통합 방법론
제품-서비스 통합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제품에 서비스를 붙인다고 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제품-서비스 통합은 제조기업의 다각적인 전략 수립을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제조기업이 제품에 서비스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상 제품 선정-서비스 아이디어 도출-비즈니스 모델 구축-불확실성 제거-에코시스템 구축’과 같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적 접근과 실행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그림2).
 
①제품-서비스 통합 대상 선정
제품-서비스 통합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과연 우리회사의 어떤 사업과 제품을 대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때는 기업의 핵심 사업 단위의 현황과 성장 가능성을 먼저 치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 때 사업을 분석하는 다양한 툴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유명한 매트릭스(사업 단위를 시장 성장률과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스타·Star’ ‘도그·Dog’ ‘캐시카우·Cash Cow’ ‘퀘스천마크·Question Mark’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 모델을 사용해 영역별로 사업 대상의 가능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성장해야 할 중심 대상은 기본적으로 스타 영역과 퀘스천마크 영역이며, 캐시카우 영역과 도그 영역은 가치 혁신의 대상에 속한다.
 

스타(상대적으로 시장 성장률과 점유율이 높은 사업 단위) 영역은 초기성장 사업군으로 제품-서비스 통합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도록 할 수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크린 골프산업의 주력업체인 골프존은 처음에는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되는 시뮬레이션 장비의 개발과 영업장의 운영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현재는 온라인 사이트 내 개인별 기록관리, 스윙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를 제품과 통합시켜 후발주자들과의 명확한 차별화를 이루고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Lock In)’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다.
 
퀘스천마크(시장 성장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사업 단위) 영역은 문제점을 찾아낸 뒤 제품-서비스 통합을 통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과 조정(Modification)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 애플이 2001년 처음으로 아이팟(iPod)을 발매했을 때를 보자. 당시 애플은 디지털 음악재생 기기시장의 후발주자였고, 판매량과 성장률은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2003년 시작된 온라인 음악스토어인 아이튠즈 스토어 서비스 성공으로 2004년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 2005년 이후 미국 내 휴대용 MP3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캐시카우(시장 성장률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 단위) 영역에서는 제품 또는 사업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제품-서비스 통합을 이용해 시장을 재활성화(Revitalization)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정수기 전문업체인 웅진코웨이는 1998년 렌탈서비스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다. 정수기를 판매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되 일정액의 사용료를 받는 신규시장을 창출했다. 이는 제품-서비스 통합을 기반으로 시장의 재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도그(시장 성장률과 점유율 모두 낮은 사업 단위) 영역 사업에는 기본적으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영역이 기업의 모태이거나 핵심 사업이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때 ‘제품-서비스 통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가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을 잘 판단해야 한다. 복사기업체 제록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1세기 들어서 인터넷 적응에 실패해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캐시카우 사업군인 복사기와 프린팅 사업에서 ‘페이퍼리스(Paperless)’, ‘다큐-컨설턴트(Docu-Consultant)’를 마케팅 테마로 삼고 페이퍼리스 오피스 구현 등을 내세웠다. 자칫 자신이 추구하는 사업방향을 거스를 수도 있는 전략이었지만, 고객 비용을 절감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이 시장에 먹혀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②서비스 아이디어 창출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제품-서비스 통합에서도 차별화된 핵심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디어란 짜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야’ 한다. 즉,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잘 찾아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조직 내부에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고 워크숍, 브레인스토밍 등을 한다. 하지만 제품 중심의 제조업에 익숙한 기업들은 내부에서 제품-서비스 통합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사가 보유한 제품과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발굴하려고 하는 제조업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중요하다. 외부 전문가, 협력사는 물론 고객까지 아이디어 발굴 작업에 참여시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도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그림4). 특히 제품-서비스 통합은 고객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먼저 기업의 고민을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보안을 앞세우며 기업이 원하는 것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없다. 시점도 중요하다. 뒤늦게 부랴부랴 아이디어를 찾지 말고, 늘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내부 직원의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발굴을 촉진시키는 전문가(facilitator)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전문가는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구조적으로 지원하기도 하지만 제시된 여러 아이디어 후보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역할도 한다. 협력사 등 파트너에 아이디어를 구할 수도 있다. 대부분 기업은 파트너를 위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 또는 잠재적인 파트너로부터의 새로운 사업의 제안, 개선의 제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기업 내부에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존재하는가’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에서 파트너의 제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담당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사라지곤 한다. 제품-서비스 통합의 에코시스템 상에서 잠재 파트너 역할을 할 기업들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아이디어 제시 단계부터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③비즈니스 모델 정의
기업이 제품-서비스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 일반적으로 자사 제품을 중심에 두고 신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모바일 네트워크 등 신기술을 더하는 형태의 모델을 구상한다. 그러나 제품-서비스 통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인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고객 관점에서 볼 때 제품은 서비스를 통해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기 위한 도구다.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 쓰이는지 고객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 내의 많은 실무자들은 서비스 모델을 정의할 때 기업 입장에서의 전달 모델(Delivery Model·가치가 어떻게 생산돼 전달되는가의 모델)이나 가치사슬(Value Chain)에 치우친 그림을 그리곤 한다. 물론 기업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이러한 시각화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고객 관점에서의 서비스 모델을 빠뜨리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모델을 정의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고객관점에서의 서비스 모델, 즉 사용자 프로세스(User Process)와 고객경험 모델(User Experience Model) 디자인이다. 고객의 경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서비스의 고객 경험에 대한 모델을 정의한 다음 이런 경험을 이루는 요소들을 어떻게 만들고 전달하는가에 대한 ‘전달모델’을 그릴 수 있다(그림5). 즉, 전달모델은 제공자(기업) 관점에서의 서비스 모델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기술 구현도와 같은 기술적 모델(Technology Model)이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체계적인 서비스 모델을 수립한 후에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체계화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즉, 어떤 파트너 기업들과 연결해 작업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사슬 모델(Value Chain Model)이나 에코시스템 디자인이 포함될 수 있으며, 고객으로부터의 대가(수익)는 어떻게 얻을 것이고 파트너와의 수익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의 수익분배 모델(Profit Sharing Model)을 설계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 통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 모델 정의를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고객 지향적 기업을 만들려면 기업문화와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제품-서비스 통합의 비즈니스 모델 정의 단계에서는 비즈니스 혹은 서비스를 디자인 할 때 어떤 활동을 통해 고객 관점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보다 객관화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고객 참여(Customer In-volvement)라는 키워드로 정의될 수 있다. 매우 훌륭한 서비스 마인드와 고객 지향적 사고를 가졌다 해도 현실적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목표인 수익 창출을 추구하다 보면 고객의 생각과는 다른 모델을 디자인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모델을 디자인하고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고객 참여가 중요하다. 서비스 제공자도 서비스 제공 이전에 고객과 만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필자는 2000년대 초 모 카드회사와 보험회사의 웹사이트에 대한 UXT (User Experience Test)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다. 금융 관련 거래(Transaction)가 발생하는 웹사이트들은 기업의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채널이었다. 이에 따라 고객의 경험을 파악해 문제를 개선하고 거래량과 수익을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양한 표본고객이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을 실제로 재현하고, 여러 기술적 방법으로 고객의 행동과 경험을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은 피험자의 표정, 음성을 포함해 모두 디지털 동영상으로 녹화됐으며, 프로젝트 팀은 이 자료를 서비스 제공자인 기획자, 개발자, 운영자에게 제시했다. 이를 본 임직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참담했다. 동영상에서 고객, 즉 사용자들은 기획자와 개발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갖가지 기능성 버튼을 건드리기는커녕 있는지조차 몰랐다. 입력해야 하는 항목에 대한 끊임없는 불평과, 개발 의도와는 전혀 다른 화면에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애쓰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고객들은 신청 프로세스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일을 마치고, 신청한 신용카드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 때 보통 기업들은 시제품 상태에서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 한다. 테스트 마케팅(Test Marketing)이라는 이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만약 시장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다면 이를 수정하기 위한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되도록 초기 시점에서 고객을 참여시킨다면 이러한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다. 서비스는 고객 하나하나의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 고객 참여(Early Customer Involvement)가 더욱 요긴하다. 고객 참여의 시점별 활용 방법 사례는 <표1>을 참조할 수 있다.
④실행의 위험(Risk) 대처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서비스 통합 모델은 해외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사업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면 성공을 확신하기 더 어렵다. 과연 이러한 서비스가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인지,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지를 판단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최근 사업확장 차원에서 모바일,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복잡한 서비스가 신사업 후보로 결정되곤 한다. 이때 서비스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시장조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인데도 기업들은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제품-서비스 통합을 통해 새롭게 도출된 비즈니스들을 빠르게 추진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적은 돈과 노력을 들여 실제 시장에서 빠른 사업화를 시도해보고, 시장성이 보이면 지속적인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거꾸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서비스를 조속히 종료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기업의 투자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단계 이전에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신규 서비스 모델의 실현 과정은 ‘아이디어 단계-기획과 설계-전략의 수립-시스템 구현-테스트 마케팅-시장 소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때 가장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단계가 시스템 구현 단계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높은 서비스 모델을 실제로 구현하기 전에 테스트 마케팅을 철저히 한다면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즉 가상모델을 개발하고 표본 고객집단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완전한 형태의 서비스 시스템을 구현하고 테스트를 할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초기 시뮬레이션에 의한 추진 방식은 항공기나 골프 리조트 개발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세 번째로 보다 단순하게 테스트 하는 방법도 있다. 단순한 모형(Mock-up)이나 서비스 시나리오, 간단한 서비스 계획을 고객과 잠재 파트너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미리 시장에 노출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안전장치(특허 등)를 사전에 마련한다면 어느 정도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미리 개방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또 나은 개선된 아이디어를 얻거나 파트너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⑤에코시스템(Ecosystem) 구성
제품-서비스 통합에서의 서비스에 대한 비전은 그 서비스를 대표하는 ‘노드 기업(Nodal Company)’의 비전만이 아닌 전체 서비스 시스템을 구성하는 네트워크(그림6), 즉 에코시스템(Ecosystem)의 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각각의 가치를 만들고 제공하는 파트너들은 최종 고객의 경험이나 가치에 무관심 할 수 있으며 단지 자사의 수익을 높이는 게 최우선 목표일 수 있다.
 
제품-서비스 통합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심장박동기의 예를 살펴보자. 어느 병원에서 원격 모니터링 등 진보된 의료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에는 모바일 인터넷, 컴퓨터 서버, 운영 프로그램, 환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센서 칩(sensor chip)이 필요하다.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활성화한다면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나아가 병원 및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전체의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다. 병원은 IT 기업의 네트워크 참여와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IT 기업은 하드웨어, 솔루션, 인력 및 기술에 선투자하고 나중에 수익배분(Profit Share)을 받는 구조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거나 기업이 이러한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IT 기업은 병원에 대해 공동 투자가 아닌 대금결제 유예방식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파트너들은 제안 기업보다 현실적이며, 각 기업의 내부 사정도 다를 수 있다. 기업 간에 고객의 경험적 가치와 미래의 수익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서비스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협업의 문제를 사전에 고려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먼저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파트너를 위한 수익분배 모델(Profit Sharing Model)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파트너에게 공평하게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금전적 이익 외에도 고객과 시장정보, 기술을 공유하고 파트너의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 등 비금전적 이익도 포함해야 한다. 가치 있는 요소들을 정의해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의 비전은 두 기업 간 공동의 비전이 될 것이며, 에코시스템도 보다 공고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제품-서비스 통합을 위한 결언
과거 한국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적이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참신한 디자인과 높은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애플 아이팟의 등장으로 국내업체들은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유사한 사업 모델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무대는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와 결합된 휴대전화가 시장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고, 앞으로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결합된 TV나 자동차가 뒤를 잇게 될 것이다. 이제 제품 자체의 가격, 성능, 디자인만으로는 고객들의 다양한 가치를 충족시킬 수 없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서 고객에서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제품-서비스 통합을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인력이 팀을 구성해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 인력에 대한 동기 부여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제품-서비스 통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내 비즈니스 전략이 확고해야 하며, 의사결정의 신속 명확성, 경영진의 명확한 약속(commitment)도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과 전략을 제조기업들이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제조기업과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 및 비즈니스가 쉽게 결합되고, 대학 및 연구기관 등 외부의 아이디어가 개방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정부를 비롯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지혜와 노력이 결합돼야 한다. 제품-서비스 통합 모델이 기업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도연 상무는 KAIST 전기전자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테크윈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오픈타이드에서 공공기관과 삼성그룹 내 정보기술(IT)과 사업전략 컨설팅을 담당하는P&IT 컨설팅 사업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동우진 차장은 단국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네트웍스 등의 UX 전략, 및 신규 사업 전략을 다수 수행했으며, 현재 서비스화(Servitization) 전략 서비스 오퍼링 리더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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